칼럼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자연흡기엔진 車 4선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자연흡기엔진 車 4선

터보에 밀려 자취를 감춘 자연흡기 車

엔진이 가진 순수기량 뽐내는 차 4선을 뽑아봤다.

자연흡기 고회전(high-revving)엔진

글 | 김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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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엔진회전수(RPM)을 나타내는 태코미터 계기반. 사진=위키미디어
요즘 웬만한 차들은 엔진룸을 열어보면 과급(過給)장치인 터보차저(turbocharger)가 올라간 차가 대부분이다. 이런 과급엔진화(化-) 추세는 고연비와 고효율이라는 세계적인 흐름 때문이다. 엔진배기량이 적으면서도 고배기량 차 못지않은 출력을 내는 방법으로 터보와 같은 과급장치가 주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은 보통 2000cc 미만의 배기량에 터보를 장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급장치 없이 자연흡기(NA: Naturally Aspirated) 방식을 고수하는 차들은 보기 어려워졌다. 마치 숲속에서 사라져가는 멸종위기 동물들처럼…
자연흡기 엔진이란?
터보차저나 수퍼차저(supercharger)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엔진이 가진 자체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엔진을 말한다. 이런 엔진은 보통 출력(마력)이 과급엔진보다 월등히 높지 않지만, 반응이 빠른 엔진이다. 이런 빠른 응답성때문에 많은 모터스포츠에서는 과급엔진보다 자연흡기 엔진을 선호해왔다. 최근에는 터보엔진이 저배기량 엔진에서 높은 출력을 뽑아내는 등 기술이 좋아져 모터스포츠 업계에서도 터보를 채택하는 추세다.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F1(포뮬러원)도 이런 추세때문에 자연흡기를 포기하고 터보를 탑재하고 있다.
자연흡기 엔진의 경우 출력 증대를 위해서는 엔진 보어업(bore up)처럼 실질적인 엔진용량(배기량)을 늘리는 기술을 주로 쓰고 있다. 단 이런 튜닝은 높은 기술력과 완성도를 요한다.
멸종(?)을 앞두고 있을수록 그 가치는 더 빛나는 법이다. 자연흡기엔진 특유의 민감한 응답성은 아직도 많은 마니아들을 설레게 한다. 그래서 국내외에서 자연흡기의 명맥을 고수하고 있는 차들을 뽑아봤다. 개중에는 자연흡기 엔진의 전설로 남아있는 차들도 포함됐다. 물론 이런 차들은 이미 박물관 박제(剝製)마냥 단종된 차들이 대부분이다. 박제가 되었을지언정, 우리네 가슴속에는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다.
본 칼럼에서 필자가 선정한 자연흡기 엔진 차량의 기준은 RPM(엔진의 분당회전수)이 높게 설정된 고회전(high-revving) 엔진을 기준으로 정했다. 사실 고회전이라면 레이싱분야 등에서는 10,000RPM 정도는 넘어야 쳐준다. 하나, 양산차 시장에서는 그런 차들이 매우 드물기에 RPM이 7천 이상되는 차들을 뽑았다. 다(多)기통 미드십 엔진을 사용하는 수퍼카들(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은 제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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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86 레이싱카. 사진=위키미디어
1. 도요타 86 : 7400RPM 
이미 전 세계 자동차광들을 열광케 한 차다. 가격대비 성능 (가성비) 최고라는 찬사를 받으며, ‘가난한 자의 포르셰’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물론 국내에서는 판매가격을 두고 가성비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성능 면에서는 나무랄 대 없는 차다. 필자도 실제 주행해보니 전체적인 밸런스, 코너링 리스폰스 등은 여타 스포츠카 등과 비교해보아도 우수했다.
86은 도요타와 스바루가 함께 설계한 차로 스바루사의 복서엔진 FA20D를 장착했다. 보어와 스트로크가 86mm로 이상적인 구조다. 롱스트로크(long stroke) 엔진 등에 비하면 분명 고회전이 가능한 엔진이다. 엔진스펙상 최고출력은 7000RPM에서 터져 나온다. 계기상 최대 RPM은 7400이다. 국산차 대부분이 6000RPM 내외인 것에 비하면 약 1000RPM가량 더 몰아붙일 수 있는 셈이다. 그 차이가 별로 큰 거 같지 않지만, 실제 주행을 해보면 레드라인이 있는 7400RPM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느낌이 든다.
 사실 스바루의 복서엔진 중 유일한 자연흡기이다. 또 도요타의 직분사 인젝션 D-4S를 장착한 유일한 복서타입이기도 하다. 여타 스바루의 복서엔진들은 터보와 조합해 최대 RPM이 대부분 6000 내외이다. 86은 국내에서 아직 판매중이다. 아마도 국내에서 아직 구매할 수 있는 7천 RPM 이상대의 차량 중 거의 유일할 것이다. 7천RPM을 내는 자연흡기 4기통 복서엔진을 느껴보고 싶다면 86이다.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X도 7천대 RPM으로 볼 수 있지만 이미 국내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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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M3 (E30) 엔진/ 사진=위키미디어
2. 멸종된 BMW M3(E90/92) : 8400RPM
BMW는 별도의 고성능 라인업인 M시리즈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이 M 시리즈는 자연흡기엔진(NA·Naturally Aspirated)을 고수해왔다. 하나, 이런 BMW의 전통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아직 중고차 시장에서 그 전통의 맛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해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현재 출시되는 M3, M5 모두 터보차저가 들어갔다. 이 결정에 많은 BMW 애호가들이 반대했지만, BMW는 고연비 고효율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다.
최근 나오고 있는 F80 M3는 직렬6기통 트윈터보 엔진이다.
그러나 그 이전 모델들은 자연흡기 V8을 탑재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 중고차 시장에 있다. S65 시리즈 엔진을 탑재한 M3의 경우 최고출력 414마력이 8300RPM에서 터져 나오고, 레드라인은 8400RPM이다. 무려 8천을 넘는 수치다. 실제 몰아보면 태코미터(tachometer)의 바늘이 끝도 없이 오르락내리락 거린다. 소리는 또 어떠랴. 몰아붙일수록 배기관을 통해 가사 없는 엔진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M5도 M3 못지않다. 엔진의 배기량과 기통 수만 보자면, 웬만한 수퍼카의 엔진이 세단의 심장에 옮겨진 듯하다. E60 M5가 장착했던 S85엔진은 무려 10기통이다. 웬만한 4기통 승용차 엔진 두 개를 합친 것 보다 많은 기통수다. M5는 근육이 도드라진 몸매를 감추려고 애썼지만, 시동을 거는 순간 고성능의 채취는 주변을 진동시켰다. 최고출력 500마력은 7750RPM에서 터져나온다. M3만큼 고회전은 아니지만 충분히 높은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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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엘리스. 사진=위키미디어
3. 로터스 엘리스 : 8500RPM~10,000RPM 
한때 국내 지상파 방송국에서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를 방송했다. 당시 주인공 남자들인 F4의 차량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영국의 로터스는 도요타의 2ZZ-GE엔진을 가져와 자사 모델에 장착했다. 레이싱 기술이 축적된 로터스는 레이싱 머신과 같은 양산차를 만들기 위해 이 2ZZ엔진을 손봐 최대 출력 189마력을 뿜어내도록 설계했다. 여기에는 야마하의 트윈캠(twin-cam 엔진의 행정시점을 조절하는 부품) 시스템을 적용해 고회전 엔진을 구성했으며 8500RPM까지 몰아붙일 수 있다.
이 차의 특이한 점은 계기반에 레드라인이 없다. 즉 계기상에서 바늘이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있다. 레드라인이 없는 대신 레드라이트(red light)가 엔진의 상태에 따라 변속시점을 잡아준다. 엔진온도 등이 정상수치로 올라오면 최대치인 8500RPM까지 밟을 수 있다. 구형모델의 경우 사양과 엔진배기량에 따라 계기판상에서 10,000RPM까지도 표시되어 있다. RPM의 영역은 높지만 최고출력은 6200RPM 내외에서 터져나온다. 일부 상위모델은 수퍼차저를 장착하기도 했다.
현재 로터스 엘리스 시리즈 3 모델들은 국내에서 판매중이다. 다만 최근 로터스 라인업은 대부분 구형보다 RPM 밴드가 낮아졌다. 실용성과 효율 등을 고려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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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S2000. 사진=위키미디어
4. 멸종된 혼다 S2000 (AP1/2) : 9200RPM
혼다의 VTEC.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 단어 하나면 설명이 끝난다. 고회전의 대명사. 그중에서도 S2000은 ‘양산차의 탈을 쓴 레이싱머신’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제작사인 혼다에서도 “양산차 중 세계 최고수준의 고회전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최초버전인 AP1은 F20C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50마력이 8600RPM (일본내수용)에서 터져 나왔다. 레드라인은 무려 9천하고도 200인 9200RPM이다.
오너들에 따르면, 태코미터 바늘을 끝까지 밟는 경우는 드물다. 더군다나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일반 공도에서 9200RPM까지 밟는다는 건 쉽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상생활에 맞춰 AP2 버전은 최대RPM을 1000 정도 내려 8200RPM으로 만들었다.
S2000은 고회전의 엔진도 엔진이지만, 프론트 미드십(FMR·Front Midship Rearwheel drive)레이아웃에 뛰어난 강성의 새시까지 정말 완벽한 차였다. 이 때문에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은 단종된 S2000이 다시 재탄생하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있다. 최근 혼다에서 이 차의 후속을 제작중이라는 소식이 국내외 자동차 전문지를 통해 보도되어 마니아들이 기대하고 있다.
이 S2000은 단종되었지만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매물을 간혹 찾을 수 있다.
고연비와 고효율만 찾는 시대다. 그러나 자연흡기엔진이 가졌던 즉각적인 응답성과 한계까지 쥐어짜던 그 밀당의 묘미는 잊기 어렵다. 낚시꾼은 물고기를 건져올리는 순간 그 손맛에 중독되어 낚시를 끊지 못한다고 한다. 자동차에 미친 사람들은 자연흡기엔진이 드라이버의 발로 전해주던 그 발맛(?)을 잊지 못한다. 미묘한 답력(踏力)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하던 그 발맛 말이다. 그냥 밟으면 미친 듯이 몰아붙이는 요즘 터보엔진에서는 레드라인까지 몰아붙일 때의 그 아찔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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