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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유출 직접증거 없이도 전직 CIA요원에게 3년 6개월 선고한 美법원

정황증거로만 중형 선고한 미국 안보의식의 상징적 판결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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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스털링 전직 CIA요원(좌측), 그의 부인(우측) /washington post 사진캡처
최근 M-16과 AK-47 소총의 탄창을 해외로 밀수출한 전 현직 국군기무사령부 간부가 입건되었다. 이들이 빼돌린 탄창은 레바논으로 흘러들어갔으며, 일부는 테러집단의 손에도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군수물자인 탄창을 해외로 빼돌리고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약 3억 원 정도였다.
이 외에 현직 기무사 요원이 방산비리에 연루된 일광공영에 수십 차례 2급, 3급 군사정보를 빼돌리기도 했다. 기무사 요원이 받은 돈은 건당 50만원에 불과했다. 이들은 돈 몇 푼에 국가를 위태롭게 했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사건이 국내에서 연이어 터지는 가운데, 미국에서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를 빼돌렸던 전직 CIA 요원에 대한 법정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제프리 스털링(Jeffrey A. Sterling)은 전직 CIA요원이다. 그는 1993년부터 2002년 1월까지 CIA에서 근무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방해 작전에 투입되어 기밀문서 관리와 인사관리를 맡았다.
스털링은 CIA에서 퇴직한 후인 2003년, 뉴욕타임스의 국방 담당 기자인 제임스 라이즌(James Risen)을 만나 이와 관련된 정보를 흘렸다고 수사관들은 밝혔다. 이후 라이즌 기자가 2006년 발간한 책에서 이 내용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스털링은 기밀유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CIA의 당시 작전은 이란의 핵개발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던 러시아 과학자를 섭외해 가짜 설계도를 제공하는 중요한 공작이었다. 러시아 과학자는 일명 ‘멀린(Merlin)’으로 불리는 CIA의 정보원이었다. CIA는 멀린을 통해 가짜 설계도를 이란에 지속 공급하여 이란이 해당 설계도대로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실패하도록 유도하려고 했다.
2003년 이같은 내용을 습득한 뉴욕타임스는 해당 내용을 곧장 보도하려고 했지만,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당시 국무장관이 뉴욕타임스 편집국장을 만나 보도를 하지 말아 달라고 설득하면서 무산되었다. 해당 내용이 보도될 경우 이란이 즉각 설계도를 바꿔 재설계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설득이 통했고, 뉴욕타임스는 해당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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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라이즌 뉴욕타임스 국방기자 /NBC News 동영상 캡처
이런 정황증거들이 속속 나왔지만 스털링 요원이 정보를 흘렸다는 직접적 증거는 없었다. 스털링 요원은 뉴욕타임스 라이즌 기자의 집으로 수차례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냈지만, 라이즌 기자는 전화를 받지도, 답장을 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수사관들은 라이즌 기자를 소환해 정보를 받았다는 증언을 유도했으나, 그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만약 라이즌 기자가 스털링 요원으로부터 정보를 받았다는 발언을 할 경우, 스털링 요원은 연방법에 따라 20년을 구형받게 된다. 이에 스털링 요원 측 변호인은 라이즌 기자가 정보를 획득한 경로는 스털링 요원이 아니며, 아마도 미국 국회에 보고된 정보부의 자료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결국 직접 증거가 없어 스털링 요원에게는 3년 반(42개월)이 선고됐다. 직접 증거 없이도 처벌을 면치 못한다는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스털링 요원은 CIA 재직 당시 흑인인 자신의 인종 때문에 불공정한 처우를 받았다며 CI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최근 미국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흑인에 대한 공권력의 과잉대응 논란이 이번 사건으로 번질 우려가 있어, 미 법원이 직접증거가 없는 스털링 요원에게 더 강한 처벌을 선고하기 어려웠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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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정보국, CIA의 홈페이지
국내에서도 송영근 법으로 알려진 국가기밀 유포자 개정안을 통해 처벌 수위가 기존보다 높아졌다. 개정된 부분은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했던 사람이 군사기밀 취급 인가 해제 이후에도 기밀문서를 점유하고 있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또 의도성 없이 과실로 군사기밀을 점유한 경우라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을 통해서 군사기밀의 단순 점유자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2년 이하 징역이라는 처벌 규정이 미국에 비하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보았듯이 직접증거가 없는 사람에게도 3년 반을 선고함으로써 한국에 비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 자에 대한 엄벌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등록일 : 2015-05-15 14:32   |  수정일 : 2015-05-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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