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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월호 1주기, 이제는 국가의 격을 재건해야 할 때가 아닐까. 기죽은 국민, 기죽은 대통령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다. 당시 사건을 타국에서 바라 본 제3자들은 우리와는 좀 다른 분석을 했다. 아직도 진상규명을 외치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시위대가 있는 국내와는 달리 한국은 정의가 살아숨쉬는 대단한 나라라며 치켜세우는 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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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중인 박근혜 대통령 /조선DB
  4월 16일이면 세월호 사고 1주기다. 세월호 사고는 한국의 정치 , 안보 , 경제 ,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세월호 인양에 대한 찬반이 새로운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1년 전, 박근혜 대통령은 이 세월호 사고로 말미암아 대통령으로서는 보기드문 상황이 연출되었다. 세월호 사고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가족으로부터 입에 담을수도 없는 심한 욕을 들은 것이다. 유가족들과 대화를 이어갈수록 대통령이라는 직함은 무색해지는듯 했다.

한편, 세월호 침몰에 원인을 제공한 이준석 선장은 사고당시 직접 항해를 맡지않고 쉬고 있었다고 조사에서 밝혀졌다. 그는 법정에 서기 전까지도 반성은 하지 않고, 식사를 맛있게 했다고 알려졌지만 그를 탓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세월호 침몰현장에서 가장 먼저 구조된 이준석 선장을 욕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박 대통령을 욕 하는 사람이 많은듯 했다.

세월호 사건을 제3자의 눈으로 지켜본 외국인들은 이런 한국인들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기자가 작년 9월경 미국에서 발생했던 미국의 ‘퍼거슨(Ferguson) 사건’을 취재하던 중이었다. 퍼거슨 사건은 백인 경찰이 비무장한 흑인 청소년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했던 사건이다. 기자가 취재했던 미국 노스케롤라이나 주에 거주하는 미국 여성시민 게이너(Gainer)씨는 배가 침몰한 것은 배의 운전을 소흘히 한 선장의 탓이라고 말했다 . 또 세월호를 부실 운영한 청해진해운에게 주된 책임이 있는데 왜 한국에서는 대통령 탓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기자가 인터뷰했던 내용 전문이다.

—혹시 한국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나요. 알고 있다면, 한국 정부의 사고 해결에 대한 과정을 지켜보았는지요. 현재 사고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한국 정부와 대통령에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는 사실 국제뉴스를 항상 보고 있어서, 방금 당신이 말한 세월호 내용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고 희생자들이 안타까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한국에는 정의가 살아 있지 않습니까?

내가 뉴스에서 본 바로는 지금까지 세월호에 연루된 모든 피의자들이 체포되었습니다. 한 명도 빠짐없이 선장을 비롯하여 선주 등이 다 잡혔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정의가 살아 있음을 말합니다. 범죄자를 잡았는데 왜 화를 내는지 솔직히 나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무엇이 더 남았나요? 나는 한국인들이 도대체 무엇이 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퍼거슨 사건은 세월호와는 다릅니다. 퍼거슨 사건의 문제는 총을 쏜 백인 경찰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한데, 그는 아직도 체포되지 않았습니다!(그녀는 이 부분에서 분노하며 소리쳤다.) 이것은 한국처럼 범인이 법정에 세워진 것과는 다릅니다. 이것은 곧 미국에는 정의가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들은 바로는 일각에서 그 경찰을 도와주고 그를 법정에 세우지 않기 위한 사람들이 그에게 돈까지 기부 형식으로 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엄연한 정의의 붕괴입니다. 정의가 붕괴되도록 돕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흑인들과 국민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한국인들은 화를 내나요? 당신이 살고 있는 한국은 정의가 살아 있지 않습니까? 나는 한국엔 정의가 살아 있다는 점이 부럽습니다.”

제3자인 미국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의 대답은 아직까지도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치는 국내 여론과는 달랐다.

세월호 사고 직후 곧장 현장에 달려갔던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얻은 이미지는 불통이었다.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진심어린 소통으로 다가서려했던 그는 정작 소통대신 불통만 얻어갔다. 그 뒤로도 청와대에서 유가족 면담 등을 진행했지만, 그런 소통의 장이 많아질수록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불통’ 이미지는 강해져 가는 듯 했다.

당시 미국의 퍼거슨 사건은 백인 경찰이 흑인시민을 과잉진압한 사건으로 대대적인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일어났다. 분명 미국내에서도 이 비난의 화살이 오바마 대통령을 향할법도 했다. 이에 기자는 텍사스 주에 거주하는 미국시민 포드 청(Ford Chung, 30) 씨에게 물어보았다.

—이번 퍼거슨 사건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보나요. 정부기관의 최고지도자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잘못이 있다고 보나요. 아니면 공권력 관리를 소홀히 한 미국 정부의 잘못입니까.

“이것은 미국 정부도 오바마 대통령의 잘못도 아닙니다. 연계성이 전혀 없습니다. 이것은 총을 쏜 경찰과 그 경찰이 소속된 기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경찰이, 하나의 사건에서 취한 행동이 어떻게 오바마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나요?”

2012 년, 이탈리아에서도 세월호와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승객 4 천여명을 태운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좌초된 것이다. 당시 사고의 책임을 지어야 할 사람으로 지목된 이는 2 명이었다. 배를 몰았던 선장 그리고 배를 운영한 선주(船主)였다. 언론도 이 둘 중 누가 책임을 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분석하기 바빴다.

그런데 유사한 사건에서 우리는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다. 사고 발생 이후 ‘박근혜 퇴진하라’ 는 피켓을 든 시위대가 광화문에 등장했고, 최근 세월호 1주기를 앞둔 시점에서 또 다시 출현했다. 이탈리아 콩코르디아호 사고 이후 이탈리아의 조지아 나폴리티노 대통령이 한 행동은 하나였다. 사고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구조에 나섰던 구조자들에게 상을 내리는 일이었다. 그것이 그가 대중 앞에 드러낸 모습의 전부였다. 그는 이탈리아의 최장기 집권자로도 알려져있다. 한편, 한국은 승객 172명을 살린 123 경비정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최근 성완종 前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끊었다. 이에 대한 수사는 지속되고 있지만 모호한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성완종 회장이 남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에 거론된 정치인들의 명단과 수사의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故 성완종 회장의 비리 수사에 대한 진실을 깨끗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사건의 내용을 해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이런 여야 및 여론의 질타는 이번 성완종 리스트 뿐이 아니라 사건과 사고가 있을때마다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

언제부턴가 한 나라의 대통령을 동네 이장이나 반장 찾듯이 찾고 있다. 잘되면 내 탓 안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박근혜 탓’ 이라는 일종의 공식마저 생긴듯 하다. 택시를 타거나 동네 마트를 가도 ‘에이~ 박근혜 때문에’ 라는 등 마치 이웃집 지인 부르듯이 부르며 욕을 하고 있다. 나라의 국격(國格)은 지도자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욕은 결국 누워서 침 뱉기와 다르지 않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유명한 연설 중 “국가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 라는 말이 사뭇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얼마전 자원외교 수사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이명박 前 대통령이 직접나와 해명하라고 했다. 이에 이명박 前 대통령 측 대변인은 ‘한 나라의 수장이었던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은 급부터가 맞지 않는다’며 퇴짜를 놨다. 대통령에 대한 접근성과 접근방법에도 시기적절함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정작 ‘소통’을 하고도 ‘불통’을 강조한 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지도자의 위엄(威嚴)과 카리스마부터 재건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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