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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입수] 랄프 고어츠 대한스키협회 고문이 金振兟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에게 보낸 비밀편지 “한국 스포츠계는 김연아 같은 천재를 키워 낼 수 없는 구조”

09 2014 MAGAZINE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 대한스키협회장, 올 초 사퇴 이후 아직도 공석
⊙ 한국 동계스포츠에는 자격 있는 코치가 없다
랄프 고어츠 씨는 한국동계스포츠의 지난 20년을 신문에서 오려 스크랩해 두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서 일한 바 있는 기자는 이번 김진선(金振兟) 위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조직위 관계자들을 여럿 만났다. 기자와 만난 조직위 내부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 사퇴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을 내놓았다. 그동안의 안부도 물을 겸 만난 이 자리에서 기자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것은 김 위원장에게 전달된 비밀편지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편지 내용을 본 사람은 김진선 위원장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편지 내용이 조직위 내부적으로 공개가 되지 않고 비밀에 부쳐졌기에 이를 비밀편지라고 칭한다고 했다. 해당 편지의 내용에 어떤 것이 담겨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기자는 비밀편지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그 실체를 추적해 보았다.

“동계스포츠계가 바뀌기를 원했다”

평창조직위로부터 받은 김진선 위원장의 답장이다. 아래 김 위원장의 친필서명이 보인다.

이 비밀편지를 수소문한 끝에 기자는 조직위로 편지를 보낸 인물을 어렵게 만났다. 독일인 랄프 고어츠(Ralf Goertz) 씨다. 그는 1994년부터 한국에 살며 한국 스키점프 국가대표 팀의 고문으로 일했다. 스키점프와 알파인스키 선수로도 활동했던 그는 지금은 독일의 아이리히(Eirich) 기업의 아태서울사무소 대표이다. 그가 처음 기자에게 건넨 명함은 두 장이었다. 아이리히 기업 대표 명함과 대한스키협회(KSA) 고문 명함이었다.

그가 보낸 편지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파일에 영문으로 작성한 파일이다. A4용지 3장 분량에 달하는 내용이다. 그는 이 편지를 지난 3월 이메일로 보냈다. 편지의 제목은 <2018평창올림픽에서 한국의 스키 종목이 망할 이유(Why Ski Disciplines will fail at 2018 PyeongChang Olympics)>였다. 편지는 스키점프,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노르딕복합을 준비하는 한국의 국가대표 체계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편지는 다음과 같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스키 종목이 망할 이유

나는 지난 20년간 한국의 스키 종목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 현재 한국스포츠 연맹들의 행태로 볼 때 한국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상위 랭킹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는 유럽, 일본, 미국 등과 비교해 볼 때, 동계스포츠 육성을 위한 아무런 계획도 없다는 점이다. 한국선수들로부터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면, 어린 유망주들을 금전적인 지원과 함께 체계적인 스포츠 프로그램을 통해서 육성해야만 한다.

대다수의 유럽국가는 클럽 팀이 이런 스포츠 육성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역 스포츠연맹 및 국립스포츠연맹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이런 클럽을 꾸려나가는 이들은 사회적인 제도를 통해서 좋은 훈련 프로그램을 유망주들에게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본업을 가진 자원한 코치들이 이들의 교육을 지원한다.

한국에는 이런 스포츠클럽이 없는 만큼 이런 어린 유망주들이 일본처럼 지역사회에 있는 학교에서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일본은 이미 이런 형태로 수많은 지역의 학교가 유망주들을 학교의 스포츠 팀으로 꾸려 효과적으로 육성해 왔다. 만약 이런 유망주들 중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자가 있다면, 그들을 선발하여 세계대회와 올림픽에 참가시켜야 할 것이다.

종목을 맡고 있는 코치들의 교육

다른 동계스포츠 강국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에는 스포츠 종목을 가르치는 교육시스템이 없어 공인 코칭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다른 외국에서는 지역대표나 클럽의 코치가 되려면 라이선스 취득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대표를 코칭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학위를 필요로 한다.

더 나아가, 매년 자격갱신 코스를 밟아야 하며, 이렇게 함으로써 해당 종목의 최신 교육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는 단순히 물리적인 운동을 위한 교육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선수로 만들기 위한 정신 교육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갱신된 교육 내용을 이수하지 않으면 기존에 취득한 라이선스 자격을 박탈당한다.

스키점프

1994년 무주가 새로운 스키리조트를 만들고 스키점프 선수들을 모집한 이후 아무런 진척이 없다. 무주의 운영자인 쌍방울은 과거 스키점프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자격 있는 외국인 코치를 고용하여, 한국의 스키점프 유망주들을 발전시켜 왔다. 이 한국의 스키점프 팀은 1998년 나가노 올림픽(올림픽 역사상 가장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팀) 당시 참가할 자격을 얻었다. 이런 한국 스키점프 국가대표 팀의 선전은 국제스키연맹(FIS)을 비롯하여, 올림픽위원회와 세계 언론에 긍정적으로 비쳤다.

1997년 무렵 아시아의 경제난(IMF)으로 인해 무주는 나가노 올림픽 이후 한국의 스키점프 팀을 더 이상 지원할 수 없었으며, 이로써 고용되었던 외국인 코치도 한국을 떠나야 했다.

이렇게 외국인 코치를 잃고 아무런 지원이 없었던 한국 스키점프 팀의 실력은 대폭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0년에 다시 스폰서를 찾았고, 외국인 코치가 다시 고용되어 스키점프 팀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하여 그들의 실력을 발전시켜 2002년 한국 스키점프 팀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탈리아의 유니버시아드대회와 일본에서 개최된 동계아시안 게임에서 한국 팀은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스폰서의 계약이 끝나던 2005년 이후 외국인 코치의 계약은 연장되지 못했다. 그리하여 스키점프 팀의 사령탑은 한국의 지역에서 뽑힌 무자격 코치에 의해서 진행되었다.

스키점프와 같이 기술적으로 민감한 종목은 스키점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아마추어 코치는 감당할 수 없다.

2018년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선정된 이후, 대한스키협회는 4명의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와 3명의 유소년 팀을 자격 있는 외국인 코치만이 운영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 뒤로 고용된 외국인 코치들에게 대한스키협회는 국가대표 팀과 유소년 팀을 이끌기에는 금전적으로 어렵다는 말을 했다.

2013년 12월 대한스키협회는 완전히 부서졌고, 그 두 명의 외국인 코치들에게 더 이상은 대한스키협회가 그 어떠한 금전적인 지원도 해줄 수 없음을 알렸다. 그리고 그 두 명의 코치에게 한국 국가대표 코치 자리를 유지하고 싶다면, 자체적으로 금전을 충당하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도 소치올림픽과 2018년도 평창올림픽을 위한 준비는 불가능했다. 지난 몇 년간, 나는 지속적인 체계 개발과 어린 선수들을 모집해야 한다는 조언을 했지만 대한스키협회는 모두 묵살하거나 무시하였다.

한국 전체를 통틀어 총 12명의 스키점프 선수가 있으며, 국내에는 두 군데에만 각 5개의 스키슬로프를 가진 스키점프 시설(무주와 알펜시아)이 있다. (무주에 있는 시설은 이미 낙후되었다. 처음 착공 당시 미화 1억 달러를 들여 만들었다.) 그리고 무주는 지어진 지 2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스키점프장이 없다.

알파인스키

한국 알파인스키 국가대표와 유소년 팀의 훈련방식은 그 어떤 성공도 보장할 수 없는 방식이다. 이들은 산에 있는 가파른 스키슬로프를 하루종일 여러 차례 타고 내려오도록 훈련하고 있다. 스키슬로프에 있는 대회전(giant slalom)이나 회전(slalom) 구간을 타고 내려오라는 식이다.

이 훈련은 전혀 체계적이지 못하고 개인별 성향을 분석한 훈련방식이 아니기에 발전 가능성이 없다. 이것은 뛰어난 성적을 내는 국가들의 훈련방식과는 매우 다르다.

이미 한국 국가대표 알파인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낮은 등수가 이를 입증한다. 이들의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한 한국에서는 아직도 생소한 종목으로 여겨지는 알파인스키는 관중의 수도 적을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한국의 수퍼 G 코스가 지어질 다운힐(중봉)은 그 건설이 또 연기되었다. 이런 상태로라면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국제스키연맹(FIS)이 우려하는 것처럼 중봉은 2018올림픽 이전의 사전 국제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된다.

크로스컨트리 + 노르딕복합

크로스컨트리와 노르딕복합 팀(선수가 2명뿐이다)에는 적용할 수 있는 아무런 훈련시스템이 없어 그들의 기술과 기량을 발전시킬 수 없다. 내가 지켜본 바로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인터벌 위주의 훈련을 감행하는데 이것은 지구력을 요하는 선수들에게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훈련방식이다.

더 나아가, 그들은 설질 및 기상에 따른 스키의 선택 방법을 모르고 있다. 이런 노하우는 과학적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설질에 따른 올바른 스키 표면의 왁스(wax) 선택과 올바른 기본요소들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다른 전략이 수반된다.

이 종목의 세계적인 수준의 국가들은 각 국가마다 스키왁스 전문가들이 각 대회에 맞는 스키를 대회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선택한다. 그리고 경기장의 설질을 체크하고 온도와 기상예보를 분석한다. 이런 과정을 하는 동안 한국 국가대표 코치는 잠을 자고 있을 뿐이다.

스포츠와 교육

‘스마트한 선수’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스포츠와 교육은 함께 가야만 한다. 그리고 이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18세 이하 선수들은 그들의 학교에서 진행하는 의무교육 과정에 집중해야만 한다. 여기에는 그들의 담임선생님과 지역 혹은 국가대표 코치들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

유소년 훈련캠프는 유소년 학생들의 주말과 휴일에만 코치와 함께 훈련을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유럽선수는 최소한 고교졸업장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선수는 대학을 졸업하여, 선수생활을 은퇴하고도 각자의 직업이 있다.

이러한 관점이 한국에서는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다. 한국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교내 교육과 활동에서는 배제되어 있고 오로지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무런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

이벤트 조직

추가적으로 한국에 내재한 문제로는 높은 수준의 동계대회를 조직해 본 경험(기술적으로나 행정적으로)이 적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 알펜시아에서 몇 년 전, 바이애슬론 월드챔피언십대회가 개최되었다. 당시 대회는 가히 재앙이었다.

한국의 스키점프와 노르딕복합 종목에는 전문가가 없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2번의 국제 동계대회와 3번의 하계 스키점프 이벤트를 개최한 것이 전부다. 당시 스키점프 슬로프의 준비는 기술적으로 상당히 낮은 상태였다. 최근 새롭게 고용된 해당 분야의 팀 관계자들은 아예 아무런 경험이 없고 동계 종목과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더군다나 영어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요약

평창동계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4년에 불과하다.

과거 한국이 참가했던 국제대회에서의 스키 종목 성적을 되짚어보면 스키점프 종목이 유일하게 납득이 갈 만한 성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스키점프월드컵과 올림픽에 출전 자격을 얻은 바 있다.

이런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자격 있는 외국인 코치가 스키점프 팀을 꾸려나가야만 한다.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훈련방식이 성립되어야만 한다.

한국스포츠연맹들이 뭉쳐서 재빨리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저조한 성적을 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은 올림픽 이후 한국의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가 보낸 편지의 요지는 한국은 동계스포츠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과 인프라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편지를 보내고 평창조직위로부터 관례적인 답변을 받는다. “앞으로도 한국 스키 종목에 관심을 가져달라. 본 사안은 나의 권한 밖의 일로 문화체육관광부 쪽에 본 내용을 전달하겠다”는 정도다.

기자는 편지를 보낸 고어츠 씨를 직접 만나 편지에서 말한 내용에 대해 더 자세히 물어보았다.

—해당 이메일을 보낸 이유는요.

“저는 선수생활 이후 선수들을 코칭 하기 위한 교육자 과정을 밟았습니다. 독일의 지도자 교육 과정은 가장 낮은 등급이 C 라이선스입니다. A 라이선스까지 취득하면 지역 팀, 일례로 경상북도 팀 정도를 코칭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재 A 라이선스까지 취득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저는 국제스키연맹으로부터 인정받은 스키점프 국제심판(judge)과 기술위원(TD) 자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키점프는 제 평생의 취미와도 같습니다.

제가 가진 A 라이선스보다 높은 등급은 2년제 교육 과정에서 해당 종목의 학위(diploma)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국가대표 감독직을 본업으로 삼는 사람들이지요. 그러나 저는 본업이 아이리히의 일이기 때문에 A 라이선스까지만 취득했습니다. 저는 그래서 독일에서는 퇴근 후 시간, 휴일 등에 유소년 팀을 가르쳐왔습니다.

지난 2월 러시아 소치에서 김진선 위원장이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한국에는 이런 정식 교육자 과정이 없습니다. 대부분 한국의 동계 종목의 코치들은 전 국가대표 선수 출신들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훈련방식을 그대로 적용합니다. 이런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와 한국은 아직도 구시대적 코칭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항상 강하게(pressure)! 더 많이(more)!라는 구시대적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훈련은 가장 적게 그러나 가장 효과적으로 해야만 합니다. 훈련은 결코 많이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한국 동계스포츠계는 아직까지도 이런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자격 없는 코치가 누가 누구를 가르칠 수 있나요? 자격이 없다는 것은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특성상 스포츠인은 공부를 등한시합니다. 물론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에는 입학하지만, 그들은 지식이 부족합니다.

독일의 경우 유소년 팀이나 국가대표 팀의 선수들은 누구나가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한번 유심히 보세요. 유럽의 스키점프 선수들은 스키점프를 그만두면, 의사,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등 각종의 직업을 가집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요? 한국 선수들은 운동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빙상계에서 유명하고 그녀의 실력은 세계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뭔지 아시겠습니까? 그녀의 코치는 항상 외국인 코치였습니다. 왜냐하면 공식 자격을 가진 코치는 외국인밖에 없으니까요. 한국에서는 공인 코칭 자격을 받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외국인 코치를 쓴 겁니다. 김연아가 만약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지시 아래 훈련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자격 없는 전직 선수가 가르쳤을 것이고, 그랬다면 절대로 세계 최고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김연아는 모든 걸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서 외국인 코치를 고용해서 된 겁니다. 이것이 한국의 현실입니다. 한국은 공식인증을 받은 코치를 만들 수 없으며, 이런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1994년부터 이런 문제를 대한스키협회에 제기해 왔고, 바꾸라고 했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 대한스키협회의 회장이 약 5명 정도가 바뀌었고, 저는 바뀔 때마다 말했지만, 항상 알겠다고 하고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돈 배분도 제대로 안 하는 대한스키협회

독일 신문에 나온 한국 스키점프 선수들에 관한 기사다. 고어츠 씨는 우측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처음 스키점프를 접할 때 한국 선수들은 어땠습니까?

“한국 선수들을 그대로 두지 않고 세계적인 수준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스키점프 월드컵에 출전시켜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자격 있는 코치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잘 알고 있는 독일인 코치를 추천했고, 1996년부터는 이 코치가 그 어린 선수들을 가르쳤습니다. 당시 이런 과정에 모든 비용은 무주가 지원했으며, 대한스키협회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2000년 무렵 이탈리아의 유니버시아드와 스키점프월드컵에서 한국의 선수들이 우승을 했습니다. 당시 유럽만이 상위권에 오르던 시기에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입니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이후 일본의 뛰어난 선수들마저도 한국 선수들에게 굴복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항상 대한스키협회가 문제였습니다. 금전적인 것은 물론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한국 선수들의 이점을 이용해서 제가 기아자동차로부터 후원을 따오기까지 했습니다.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대한스키협회는 기아자동차가 보내주는 지원비용마저도 스키점프 선수들에게 제대로 배분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대한스키협회는 모든 예산의 95%는 알파인스키에 나머지 5%는 크로스컨트리에 그리고 스키점프에는 아무런 자금도 주지 않았습니다.

한국 국가대표 팀을 위해서 몸담았던 독일인 코치들이 돈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돈도 받지 못하는 독일인 코치들은 그럼에도 자기가 키운 한국 팀의 결과를 보고 싶어 남아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단의 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버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번 대한스키협회의 회장이 올 초, 내부 부패와 파벌 싸움으로 사퇴하고는 더 이상 금전적으로 버티지 못한 독일인 코치는 결국 독일로 귀국했습니다. 그 코치도 자기가 챙겨야 할 가족이 있습니다. 대한스키협회는 항상 돈, 돈, 돈이 전부고 내부적으로 이 돈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갈지와 같은 것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대한스키협회는 중요한 시기에 제가 하는 모든 조언을 귀담아듣지도 않습니다. 올림픽에는 노르딕복합 종목이 있습니다. 노르딕복합은 한 명의 선수가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까지 완주해서 점수를 합산하는 종목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두 명의 코치가 필요합니다. 스키점프 코치와 크로스컨트리 코치입니다. 그러나 대한스키협회는 항상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제가 하는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늘 이런 식입니다. 제가 ‘좋은 코치를 스카우트해 와야 한다’ ‘지금이 적기다’라고 말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듣는 식입니다. 그러다가 나중에서야 코치를 구해야 한다며 찾아오는 식입니다.

대한스키협회는 저를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이런 잘못된 현실을 감추려고 합니다. 이제 곧 평창올림픽이니 제발 조용히 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올 초부터, 벌써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장이 없습니다. 왜 이런 건가요? 그리고 사퇴 이전에 이런 사실을 저에게 숨기려고도 했습니다. 왜 사퇴하는지 그 이유도 숨기려고 합니다. 그리고 나보고 조용히 해달라고 합니다. 과거부터 대한스키협회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조직위에 올림픽 경험 있는 인재 없어”

독일 신문에 나온 한국의 김현기 선수(좌)와 고어츠 씨(우).

—대한스키협회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대한스키협회는 그 태생이 용평에 의해서 탄생했습니다. 이 말인즉슨 모든 업무를 함에 있어서 용평 쪽의 힘에 의해서 통제되어 왔습니다. 내부적으로 용평과 무주 간의 파벌이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과거 무주는 올림픽 개최지에 선정되고자 애를 썼습니다. 이런 노력에 정부는 무주를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정하고 지원했습니다. 그러자 용평도 차기 올림픽 개최지를 원했던 터에 둘 간의 싸움은 더 치열해졌습니다. 당시 김대중 정권은 전라도 출신이라, 전라도 무주를 용평보다 선호하여 무주를 지지했습니다. 이렇게 무주와 용평 간의 싸움 때문에 내부분열과 금전적인 지원이 특정 종목으로만 치우치는 것입니다.”

—조직위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한국에는 동계올림픽에 경험 많은 인재가 없습니다. 일례로 예전에 한국에서 개최한 국제 알파인스키 경기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갑작스런 폭우로 경기를 하루 앞두고 한국 주최 측은 경기를 취소했습니다. 당시 내린 비는 경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눈을 다 녹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거기에 맞는 처치 방법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측은 경험의 부재로 당황한 나머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이 경기를 하루 앞두고 취소한다고 하자 망연자실했습니다. 이에 각국의 코치와 선수들이 새벽 5시부터 경기장에 나와서 경기를 위해 경기장을 복원했습니다. 참가국 코치들과 선수들이 경기를 주관한 대한스키협회를 설득해서 우리가 경기를 할 수 있게 돕겠다고 해서 간신히 경기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이 한국에는 전문가가 없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어렵습니다. 조직위의 대부분은 영어를 조금 한다고 해서 뽑힌 사람들입니다.

지금 조직위에 경험 있는 인물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IAAF)를 개최해 본 사람들입니다. 정말 어이없는 경우입니다. 이런 육상경기는 하나의 경기장에서 다수의 종목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계 종목은 다릅니다. 각 종목마다 다른 경기장을 요구합니다. 각 경기장과 종목에 따른 빙질 관리, 설질 관리와 같은 매우 까다로운 것들이 수반됩니다. 그런데 육상대회와 같은 경기를 해보았다고 해서 동계올림픽을 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소치의 경우에도 스키점프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를 외국에서 데려왔습니다. 지금 한국도 외국의 전문가들을 초빙해야 합니다. 이런 상태로는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조직위에는 전문가가 없습니다.”

전문인력의 투입과 자격 있는 코치 선발이 급선무

—대책이 있나요.

“하나는 전문가의 고용이고, 둘째는 외국인 코치의 고용입니다. 자격을 가진 외국인 코치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 응급대책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도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체계적인 동계종목 교육기관의 육성입니다. 지금 한국의 국제심판이나 기술위원 자격을 가진 사람들은 한국의 기관에서 자격을 얻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들은 일본의 지도자 양성기관을 통해서 그 자격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이것은 한국에 제대로 된 공인된 교육 과정 육성기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직위로부터 답장이 온 뒤로, 감지된 변화가 있었나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당장에 대한스키협회의 회장직은 아직도 공석이 아닌가요?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무언가 변화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진선 위원장의 사퇴 배경에 고어츠 씨께서 보낸 편지가 이유라고 생각하나요?

“예, 저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의 동계스포츠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지금 이 상태로는 심각합니다. 그러니 이런 상황을 총지휘하는 사람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요. 물론 그가 사퇴한 이유는 자기 자신만 알고 있겠지요.”

[진단] 조직위 관계자가 본 조직위 문제점

김 위원장 사퇴 전부터 조직위 내부에 不協和音

조직위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의 사퇴 이전부터 조직위에 문제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직위는 각기 다른 정부기관에서 사람을 그러모았다. 대부분 강원도청 공무원들이나 중앙정부 공무원이다. 이들의 업무 방식 차이도 문제지만, 스포츠계나 공채를 통해 선발된 인원과의 이질감도 크다. 각자 출신에 따라 업무처리 방식이 다르다. 이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중구난방 식이다. 동일 업무를 반복한다거나, 완성된 업무를 다른 부서에서 어깃장을 놓는 식이다. 금전처리의 실무를 맡은 직원은 자신의 직권이나 본보기 식으로 어깃장을 놓기도 한다. 일례로 지급된 비용을 다시 토해내라고 하거나, 문서를 여러 차례 다시 작성하라는 식이다.

부서별 업무의 분배도 이상하다. 예산문제를 예산과 관계없는 부서에서 작성을 하거나, 고용 계약서를 스포츠부서에서 처리하는 식이다. 관계자 X씨는 ‘누구든지 틈이 보이거나 착하다고 인식이 되면 남의 일까지 떠맡게 되는 곳이 조직위’라고 기자에게 귀띔해 주었다. 그러면서 이런 업무를 하는 사람들도 자기가 왜 이 일을 하게 됐는지 영문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공무원들의 문서 작성 체계인 기안문 작성은 쓸데없는 형식과 결재를 거치는 지휘 체계도 복잡하다. 부서 간 문서공유도 잘 되지 않아, 문서는 일일이 기안자가 공유를 지정해야 한다. 과거 다른 정부기관에서 일한 적 있는 관계자도 조직위의 문서 체계는 신설 체계라 아직도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기안문서의 결재권자를 대리지정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해외출장이 잦은 조직위의 간부들은 대리결재자가 있어야 하는데 정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해당 간부가 없을 경우, 중요 문서 처리에 몇 주 이상이 걸린다. 이뿐만 아니라 어떤 업무는 도장을 찍으라고 하는 등, 구시대적 업무 방식을 고수한다. 평창과 서울, 두 개의 사무소를 분리운영하면서 상호 사무실 간의 업무공조도 잘 되지 않는다. 간단한 영수증과 같은 문서를 전달하기 위해 서울과 평창을 왕복하는 일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직위는 내부적으로 빠른 업무처리가 불가능하다.

지휘 체계에 있는 관료들의 출신이 달라 부하직원들은 기안문의 형식을 어느 쪽에 맞춰야 할지도 난제라고 했다. 이미 최종 결재만을 남긴 문서를 다시 기안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라고 했다.

IOC 요청에도 조직위 공무원 임기는 2년

내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파견된 공무원들은 보통 조직위에서 2년 내외의 짧은 기간만 보내게 된다고 했다. 이들이 정작 해당 업무를 파악해서 일을 할 만하면, 다시 원대 복귀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IOC 측에서도 이런 사태를 막아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했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단기 파견만 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도 강원도청에서 파견되었던 많은 수의 공무원이 원대 복귀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견 공무원들은 조직위에 요양이나 휴양을 온 듯이 의욕 없는 근무 자세를 보인다고 했다. 근무시간 중 조직위 건물 밖에서 잡담과 흡연을 즐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자리를 비운 채로 시간때우기 식 야근도 부지기수다.

조직위 관계자는 평창올림픽 지역이 강원도라는 이유로 강원도청이 책임을 지는 구조로 조직위가 꾸려졌는데, 이런 상태로는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차라리 중앙정부나 민간기업이 맡아서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업무와 대형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적은 강원도 공무원들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올 초, 러시아 소치올림픽 때의 일이다. 평창조직위는 대부분의 직원을 소치에 보내, 노하우를 배워오도록 했다. 그러나 정작 업무처리가 잘못되어 일부 인원은 이유 없이 러시아 소치의 왕복을 반복했다. 이에 일부가 반문하자, 예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현지 숙박비가 아무리 비싸도 왕복항공편 두 번을 끊는 것보다 비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실제로 소치에 지속적으로 묶는 숙박비가 왕복항공편을 두 번 끊는 것보다 저렴했다.

올림픽 경기장, 최소 개막 2년 전에는 완공해야

중봉 알파인 경기장은 조직위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3년 10월 무렵부터 건설을 시작했어야 한다. 이 부분은 고어츠 씨의 주장과도 일치했다. 현재 중봉의 알파인 경기장은 아무런 진척이 없다. 지금까지도 산등성이에 울창한 숲이 있다. 이런 진척 없는 건설현장(베뉴·Venue)을 IOC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답사하고 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IOC의 관계자가 평창조직위와 가진 간부회의에서 평창도 소치의 전처를 밟지 않을까 우려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소치는 올해 초 치러진 올림픽에서 개막식을 한 달 남짓 남기고까지 경기장을 완공하지 못했었다. 중봉을 비롯한 다른 경기장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건설에 들어간 경기장들도 최소 6개월 이상 늦은 지난 7월에야 기공식을 거행했다.

조직위 관계자들이 말하길 경기장은 최소 올림픽보다 2년 정도 먼저 완공되어야 한다. 대부분은 올림픽 전까지만 완공이 되면 다행인 줄 알지만, 2년 정도 앞서 완공해야만 올림픽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사전 준비에는 해당 경기장의 시설 인증 및 국제경기 개최가 포함된다. 올림픽에 앞서, 미리 치러보는 국제경기를 테스트이벤트(Test Event)라고 칭하는데, 평창은 계획보다 늦어 계획된 테스트이벤트를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본래 IOC와 협의했던 계획으로는 2016년 10월 내외로 대부분의 신설경기장 완공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인천아시안게임의 경기시설도 계획에 차질이 생겨, 개막일을 코앞에 두고 시설 인증에 들어가는 불상사가 생겼다.

D 건설사 고위 간부에 따르면, 동계올림픽을 대비한 빙상경기장들은 발주가격이 최저가 입찰로 되어 있었다며 혀를 찼다. 이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건설을 꺼려 왔다고 했다. 이런 저비용으로는 좋은 품질의 경기시설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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