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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무너진 공권력, 고개숙인 경찰 경찰과 소방 일선에서 지켜본 도 넘은 시민들

본 기사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홍익지구대)과 서울소방재난본부(종로소방서)에 공문을 보내 취재에 대해 협조를 구했습니다. 또 취재과정에서 경찰관 및 소방관의 공무와 국민의 안전에 피해를 주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 시민들 민원 때문에 사이렌도 못 울리고 출동하는 경찰차
⊙ 응급출동 중 경찰차가 사고 나면, 상부에서는 오히려 경찰차에 책임 물어
⊙ 화재현장에서 불 끄는 소방관들의 길 막고 구경하기도
⊙ 경찰관 밀치는 시민, 경찰 때린 시민에 대해 벌금형이 대부분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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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중인 경찰차 앞을 막은 사람들/사진 김동연
1970년대 정부는 새마을운동으로 사회 전반을 변화시켰다. 이에 대한 범국민적인 호응도 있었다. 그 덕분에 경찰관과 소방관처럼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소위 말해 가장 잘나가는 직종의 사람들이었다. 혹자는 당시 제복 입은 공무원들의 위상이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그런데 지금 이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 새와 같은 처지가 된 지 오래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렇게 무너진 공권력을 이대로 방치해도 좋을까.
여러 매체를 통해서 위험을 무릅쓴 경찰관과 소방관의 사례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른바 ‘다이하드’ 경찰로 불리며 범인을 잡기 위해 도주 차량에 매달리고, 맨몸으로 흉기를 든 용의자와 싸우는 이들이다. 화재현장에서는 불량 방화복을 입고 산소호흡기를 돌려 쓰며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길로 뛰어든다.
과연 이런 제복 입은 공무원들이 일선에서 시민들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까. 이에 기자는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와 서울 광화문에 있는 종로소방서를 방문해 봤다. 이번 취재에서 기자는 경찰차와 소방차에 동승하여, 국민들이 응급 출동하는 차량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도 관찰해 보았다. 본 기사의 전반부는 경찰, 후반부는 소방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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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지구대의 내부 모습 /사진 김동연
[홍익지구대]
경찰 1명이 맡는 시민 500명
홍익지구대는 ‘젊은이들의 거리’로 불리는 홍익대 주변 클럽들을 포함하여 양화대교까지 마포구 일대를 담당한다. 이 때문에 자살 신고부터 절도, 폭행, 성추행, 강간, 취객난동 등 다양한 종류의 범죄가 발생한다. 지구대는 파출소보다는 규모가 큰 곳이다. 홍익지구대에는 순찰차가 6대다. 일반적으로 파출소는 2대 정도다.
홍익지구대는 하루 평균 신고 건수가 여름에는 약 160건, 겨울에는 약 80건(1년 신고 건수는 3만7000건)이다. 보통의 파출소는 여름에 신고가 많을 경우 하루 40건 정도라고 한다. 홍익지구대의 신고 건수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홍익지구대의 총 인원은 약 80명으로 4교대(주간, 야간, 비번, 휴무) 근무다. 이번 정부 들어서 기존 3교대에서 4교대 근무로 바뀌었다고 한다. 경찰관 1명이 관할구역 내 500명 정도를 감당하는 비율이다. 범죄건수가 많아 배치된 경찰관들의 평균연령이 30세로 젊은 지구대 축에 든다.
기자의 방문시점은 하루 신고 건수가 가장 적은 시기였다. 강한 한파가 몰아친 소한(小寒·1월 6일) 무렵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고는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의 속어)으로 알려진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집중된다. 밤 12시쯤 되자, 홍익지구대는 낮 시간보다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야간근무 시간에는 지구대에 있는 경찰차 6대 모두가 출동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현장에서 하나의 신고를 처리하면 다른 신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 한 번 나간 경찰차는 신고에 연루된 사람을 지구대로 연행해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구대로 복귀하는 일이 없었다.
경찰관 밀치고 욕하고 여기저기 토하고
30대 후반 쯤 되어 보이는 건장한 남성이 경찰서에 들어왔다. 앞서 신고를 받고 나갔던 경찰관이 데리고 온 사람이었다. 그는 취기가 올라 있었다. 경찰서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경찰관이 제지하자, 그는 경찰관을 밀치기 시작했다. 경찰관의 흡연 자제 요구에 그는 “알았다고요! 알았다고요!”라고 대답하면서 강한 거부감을 표출했다.
경찰관이 의자가 있는 쪽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가서 앉으세요”라고 했지만 그는 경찰관에게 대항했다. 그가 밀치는 손을 경찰관이 잡자 “왜 이렇게 강압적이냐고요! 경찰이 이래도 돼?”라면서 적반하장 식으로 되레 경찰관에게 호통쳤다. 그는 경찰관들의 앉으라는 요구에도 끝내 앉지 않았다. 그는 택시의 사이드미러 등을 파손하여, 재물손괴죄로 잡혀온 상태였다. 해당 택시기사는 바쁘다는 이유로, 그의 혐의를 묻지 않고 현장에서 떠난 상태였다.
경찰은 그가 취한 상태임을 감안해 다른 택시로 귀가시키려 했다. 한데, 그가 귀가를 거부한 채 경찰관에게 심한 욕을 하고 난동을 피워 지구대까지 끌려온 것이다. 그는 나중에 술기운이 가시자, 경찰관들에게 사과했다. 경찰은 그를 귀가 조치했다. ‘경찰관을 밀치고 욕을 한 사람’은 ‘사과’ 한마디를 남기고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채 유유히 사라졌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경찰관의 몸에 손을 대는 순간부터 공권력에 대한 도전(경찰관을 공격하는 행위) 및 공무집행 방해로 간주하여, 곧장 제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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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대 안에서 쓰러진 취객때문에 지구대로 달려온 구급차 /사진 김동연
밤 12시30분, 이번에는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여성이, 경찰 두 명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왔다. 그녀는 경찰차에 토사물을 쏟는 등 사리분별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의식이 없어 보이는 그녀를 염려한 경찰관은 구급차를 불렀다. 구급차가 지구대에 도착하고 나서야 깨어났지만 여전히 비몽사몽이었다. 속이 울렁대는지 연신 토했다. 경찰은 그녀를 쫓아다니면 토사물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응준 경위와 박성열 경장은 혹시라도 토사물이 취객의 기도(氣道)를 막을까 싶어 입 안에 들어 있는 토사물까지 일일이 닦아냈다. 다 토한 취객은 속이 편해졌는지 자기 집 안방처럼 곯아떨어졌다.
사이렌도 울리지 못하는 경찰
새벽 1시쯤, 절도 신고가 들어왔다. 기자는 22호 경찰차에 3명의 경찰관과 함께 몸을 실었다. 운전석에는 박정호 경장, 조수석에는 김동성 경사, 뒷좌석에 이지우 순경이 함께 탔다. 본래 경찰관은 2인 1조로 움직이나, 실습 중인 순경이 동승했다.
신고가 접수된 곳은 홍대거리의 H주점이다. 경찰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사이렌을 울리지 않았다. 야간에는 시끄럽다고 하는 민원이 많기 때문이란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경찰차 지붕에 장착한 경광등이 너무 밝다고 지적하기도 한다니 말문이 막힌다. 어떤 경우에는 경광등의 밝기를 줄이거나 켜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경찰이 출동하는데, 사이렌도 없이 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경찰차는 그렇게 신고 받은 현장을 향해 달렸다. 경찰차를 운전하던 박 경장에 따르면, 사이렌 대신 마이크를 사용해 길을 뚫고 간다고 했다. 실제 그는 마이크로 주변 차들에게 “신고 출동 중입니다. 비켜 주세요”라고 했다. 때로는 잠깐씩 사이렌을 울리기도 했다. 새벽이지만 홍대거리 주변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차와 사람이 뒤엉켜 있었다. 차도의 양쪽은 불법 주정차한 차로 가득했고, 사람들은 차도를 인도처럼 돌아다녔다.
과거에는 경찰서마다 경찰 견인차가 있어, 유사시 경찰이 공무를 위해 차량을 견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견인 관리가 구청으로 넘어간 이후, 주말과 야간에는 공무를 방해하는 불법주정차 단속이 어려워진 실정이다. 설령 공무를 위해 경찰이 구청에 신고를 해도, 구청에서 적시에 와서 견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홍대놀이터 주변에서 경찰차는 사이렌을 켰다. 기자가 기다렸던 순간이다. 과연 시민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까. 사람들은 사이렌 소리에 신기해하거나, 눈살을 찌푸렸다. 비켜 주기는커녕, 경찰차 앞을 어슬렁 걸어갔다. 어느 외국인은 얼른 경찰차에 길을 양보해 주었다. 사이렌을 껐을 때와 켰을 때의 차이가 별로 없어 보였다. 사이렌이 우습단 얘기인 듯했다.
H주점에 도착해 절도범의 인상착의를 주점내 CCTV(폐쇄회로)를 통해 분석했다. 주점의 협조로 해당 영상을 확보한 경찰관은 신고자와 함께 가까운 서교치안센터로 향했다.
김동성 경사는 해당 사건을 처리하고 기자에게 말했다. “보통 이런 절도 신고는 업주의 협조가 절실합니다. 업주가 CCTV 영상을 곧바로 경찰에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업주는 영업에 방해가 되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동영상을 곧바로 주지 않고, 나중에 다시 오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 경찰은 강제로 동영상을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업주의 협조를 마냥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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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중인 경찰관이 마이크를 사용해 길을 내어달라고 시민들에게 부탁하고 있다./사진 김동연
경찰차는 주유 중에도 좌불안석
이번에는 다른 경찰차를 타 보았다. 당시는 신고가 없는 상태였다. 조수석에 있던 이응준 경위는 20년차 베테랑이다. 경찰차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그는 그간의 어려움을 조심스럽게 토로했다.
-경찰차의 성능은 어떤가요. 사용에 문제 없나요.
“예전에 처음 경찰 시작할 때(20년 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습니다. 다만 특수차량임을 감안했을 때, 보다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소모품과 같은 부품이 더 좋아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24시간 연중 무휴로 운행하다 보니 잔고장이 많습니다. 고장이 나면, 당장 업무에 큰 타격을 받습니다. 출동 차량이 한 대 줄어드니까요.
하물며 주유를 할 때도 저희는 급히 다녀와야 합니다. 주유 중에 신고가 들어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만약 고장 수리로 한 대가 쉬어 버리면 큰일입니다. 그리고 차량도 (섀시와 철판 등) 더 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경찰관 보호뿐 아니라 피의자 호송 중에 사고가 나서 피의자가 다칠 우려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도주차량의 추격, 충돌, 총격전 등까지 염두에 두고 경찰차를 특수제작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미국의 경찰차(Ford社의 인터셉터)는 360마력, 전천후 4륜구동, 방탄 철판을 탑재했다. 이외에도 미국의 경우 차량안에서도 컴퓨터를 통해 신고처리, 신분조회 등 웬만한 행정업무가 가능하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현재 출시되는 경찰차의 경우, 차량의 제원이 일반 승용모델과 차이가 없고, 구급상자, 조명탄, 소화기 등의 장비를 별도로 실은 정도라고 한다. 박정호 경장에 따르면, 현재 사용하는 경찰차에는 컴퓨터는 물론 없고 내비게이션이 전부라고 했다. 신분조회나 사건경과 보고 등을 차량 안에서는 전혀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신고처리 이후에는 경찰관이 일일이 수기로 경과를 보고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5분 골든타임 지키려다 사고 나면 100% 경찰차 과실
– 응급출동 시에 사람들이 길을 잘 비켜 주나요.
“별로 안 비켜 줍니다. 제 경험상 10대 중에 7대는 안 비켜 주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이크(경찰차에 탑재된 방송용 마이크)를 쓸 수밖에 없어요.”
– 마이크를 사용하면 비켜 주나요.
“마지못해 비켜 줍니다. 차량넘버(번호판)를 부르고 비켜 달라고 하니깐 비켜 주는 거죠. 소방차나 구급차가 울려도 안 비켜 주는데, 저희(경찰)라고 다르겠습니까. 사실 이런 긴급자동차들은 좀 비켜 줘야 하는데, 실상은 안 그렇다는 거죠. 우리나라 도로여건상 비켜 주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너무 좁다 보니까 비키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
– 경찰차가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이 있지 않나요.
“그렇죠. 보통은 5분을 골든타임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처럼 여기 이면도로는 도로도 좁고 양보도 안 하고 그러니까, 마냥 (시간이) 걸려요. 어떤 때는 10분도 걸리고 그럴 때는 저희도 참 답답하죠. 그래서 역주행이 불가피할 때도 있어요. 문제는 그러다가 사고가 나면 원칙대로만 따진다는 거죠. ‘왜 경찰관이 역주행에 신호위반을 했냐?’ 그런 식으로 나옵니다. 아니, 경찰관이 5분 안에 출동해야 하는데 어떻게 현장에 도착을 합니까.
이런 부분은 제도적으로도 뒷받침이 돼야 합니다. 물론 구급차, 소방차, 경찰차가 긴급자동차로 분류는 되어 있는데, 막상 사고 나서 보험처리하고 어느 쪽 과실이냐를 따지면, 전부 경찰 잘못으로 나옵니다. 긴급자동차라고 해도 교통법규에서 말하는 10대 과실(중앙선 침범 역주행, 신호위반 등)을 근거로 처리해요. 그럼 기자님이 보시기에 지금 이런(교통체증) 상황에서 5분 안에 현장에 갈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합니다. 사고 나면 상부에서는 ‘요령껏 좀 잘 가지 그랬냐’ 그러고요. 저희 같은 일선 경찰들과 하루만 생활에 보면 (이런 고충을) 이해를 하실 겁니다.”
미국은 응급차량에 양보 의무
기자와 경위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경찰차는 술집과 식당이 즐비한 홍대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인산인해였다. 그 인파 속을 지나는 경찰차를 보고, 먼저 길을 터 주는 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차 옆을 틈도 없이 바짝 서서 걷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경찰은 행여 보행자를 접촉할까 싶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 지금 응급상황은 아니지만, 경찰차에 양보해 주는 사람은 안 보이는군요.
“지금은 저희들이 비켜 줘야죠. 지금처럼 순찰 때는 괜찮은데, 응급상황에서는 정말 양보가 절실합니다.”
경찰차와 같은 긴급자동차들이 공무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일반차량과 같은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과연 어느 누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설 것인가. 시민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탓하기 이전에 제도적인 개선이 시급해 보였다.
법률 제12917호 도로교통법 제2조(정의)는 ‘긴급자동차라고 함은 가. 소방차, 나. 구급차, 다. 혈액공급차량, 라.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동차’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차는 긴급자동차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혈액공급 차량도 중요하지만, 이는 보통 구급차가 그 역할을 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찌 경찰차는 긴급자동차가 아니란 말인가.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뉴욕경찰(NYPD) 공보과에 문의해 본 결과, 미국에서는 공무집행방해죄(Obstructing government administration) 외에도 응급차량에 대한 양보불이행죄 (Failure to yield to emergency vehicle or ambulance)가 있다고 한다. 긴급자동차에 대한 시민들의 비협조적 행태를 처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해당 법규는 양보를 하지 않은 시민들만이 아니라, 비상상황이 아닌 경우에 사이렌을 울린 공무원도 함께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 의식수준에 비해 인권이 너무 강조되어
– 경찰생활 하신지 20년 됐는데, 과거에는 시민들의 태도가 어땠나요.
“그때(1998년도)만 해도 사람들이 경찰에 협조적이었습니다. 길도 비켜 주고 그랬는데, 요즘은 젊은 학생들도 경찰 오면, ‘어, 짭새 지나간다’ 그러면서 비아냥거리고 그러죠.”
– 음주상태가 아닌 맨 정신에도 그런다는 건가요.
“네, 맨 정신에도 간혹 그럽니다. 뭐 어떤 사람들은 긴박할 때 사이렌 울리면 시끄럽다고 욕하고 호통치는 분들도 있어요. 경찰차 못 지나가게 앞을 막고 그래요. 뭐,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 왜 그런다고 생각합니까.
“제 생각에는 우리 사회의 의식수준에 비해서 인권만 너무 강조하는 것 같아요. 경찰서에 온 사람들이 많이 말하는 것이 인권입니다. ‘내 인권이 있는데 어떻게 니들(경찰)이 이럴 수 있느냐!’ 그러면서 다들 인권을 강조하죠. 그러다 보니까, 공권력이 거기에 묻힌 겁니다. 요즘 제복 입은 경찰관들은 시민에게 불친절하거나, 용의자를 윽박지르거나 못합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제복에 이름이 새겨져 있잖아요. 완전히 오픈되어 있는 거죠. 그리고 요즘 누구나 스마트폰에, 블랙박스에 다 찍고 있는데 어떻게 경찰이 누굴 때립니까. 제복 입은 경찰관들이 술에 취해 있는 것도 아니고, 저희가 처음 보는 시민한테 감정적으로 엮이거나 억한 심정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인권을 강조하다 보니 공무가 어렵다는 말은 김동성 경사로부터도 들을 수 있었다.
경찰 때린 사람은 기껏해야 벌금
1994년부터 경찰 일을 시작해 올해로 21년째 경찰생활을 했다는 이재식 경위는 요즘 경찰관에 대한 협조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90년대만 해도 4~5명이 무리지어 싸우고 있어도 경찰관 한 명이 충분히 제지할 수 있었다. 일단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면 사람들이 협조적으로 처신했다. 지금은 한두 명이 싸우는 폭행사건에 경찰 두 명이 가도 쉽게 처리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 밖에 육두문자로 경찰관은 물론 경찰의 가족에까지 욕을 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고 했다. 그럴 경우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다. 경찰관을 때리는 사람까지 있어 그야말로 경찰관 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경찰관을 때릴 경우 소송을 통해 가해자의 처벌을 구하는데, 300만원 벌금형이 대부분이라서 어떤 경우 ‘뭐야, 300만원만 내면 되잖아?’라는 말을 들을 때는 더욱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재식 경위는 현장에 도착해서 겪은 다소 황당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은 잠시 경찰차를 주변에 주차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어떤 가게 주인은 뛰어나와 경찰차를 빼라고 고함을 친다는 것. 현장출동 상황이라고 양해를 구하고 몇 분 뒤 차를 뺀다고 해도, “왜 하필 내 가게 앞이냐”면서 막무가내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윤희건 경장에게 외국인들이 경찰을 대하는 태도를 물었다. 최근에는 이태원뿐만 아니라, 홍대거리에도 외국인이 많다. 그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내국인보다 오히려 경찰의 통제에 잘 따른다. 그들은 자기네 나라의 경찰과 같이 생각해서 한국 경찰들에게도 매우 협조적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하면, 곧바로 담뱃불을 끄고 몰라서 그랬다며 사과한다는 것. 경찰의 말에 “왜?”라는 질문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여기서 흡연하면 안 된다”고 하면, ‘왜 안 되냐?’며 따지는 경우가 많아 당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이응준 경위와 박정호 경장도 이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생리를 알아서 그런지 비협조적이 된다며 혀를 찼다.
경찰들은 과연 얼마의 수당을 받고 있을까. 그들의 고충을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당이 궁금해졌다. 한기훈 경위에 따르면 야간에는 시간당 2900원을 받는다. 20년 넘게 경찰생활을 했다는 이재식 경위는 90년대에는 시간당 100원을 받았다며,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했다.
목격자 진술 확보 어려워
김동성 경사는 경찰업무의 어려운 점으로 목격자 진술 확보를 꼽았다. 현장에서 폭행사건을 중재하던 경찰관에게 일부 시민들은 ‘경찰에게 맞았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자신에게 불리한 사건을 뒤집고자,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들을 한다.
이럴 경우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이 필요하다. 앞서 이응준 경위의 말처럼 제복에 이름을 노출한 경찰이 시민을 폭행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런 주장 때문에 법원에 해당 사건에 대한 해명을 올려야 한다. 이때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이 경찰이 폭행을 가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사건을 목격한 시민들이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김 경사는 이번 기회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목격자는 법원에 증인으로 참석하는 등의 번거로움 없이, 경찰서에서 진술서 한 장만 작성하면 됩니다. 절차가 간단한 만큼 부담을 느끼지 말고 적극적으로 증언을 해 주시면 저희가 일하는 데 훨씬 편하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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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출동으로 경찰차의 타이어는 펑크가 났다. /사진 김동연
[종로소방서]
며칠 뒤 서울 광화문 종로소방서를 방문했다. 언론사들이 가까운 데 있어 기자가 방문한 날, 다른 기자들도 와 있었다. 여담이지만 어느 매체는 오로지 방송 촬영만을 위해 소방차를 출동시키기까지 했다. 이런 사례에 익숙한 듯 소방관들의 ‘연기’도 자연스러웠다.
방송 연출을 위해 소방차가 출동한다는 것은 기자가 보기에 도리에 어긋났다. 이에 대해 익명의 관계자는 언론사에 대한 협조는 대국민 홍보 차원에서 어쩔 수 없으며, 출동이 걸리면 촬영차 나간 현장에서 대응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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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중인 소방차 주변을 에워싼 자동차들/사진 김동연
기자는 출동이 있을 때까지 소방서에서 3시간가량 기다렸다. 대기 장소는 소방차들이 대기하는 차고(車庫) 바로 옆방, 소방안전 체험관이었다. 소방관들의 동선을 따라 뛸 준비와 경험이 없는 것은 물론, 행여 소방관들의 출동에 방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에에엥~, 긴급출동!”
오후 3시30분 무렵, 서 내에서 울려 퍼지는 출동소리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소방관들이 뛰어 내려왔다. 소방관들이 대기하는 2층 사무실에서 긴 철제 파이프를 타고 내려와 소방차를 향해 돌진했다. 기자도 뒤따라 뛰었다. 기자가 탄 소방차는 구조용 7인승이었다. 7인승이었지만, 탑승 정원은 4명이었다.
사이렌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무슨 신고 때문에 출동하는지 궁금했으나, 물을 시간조차 없었다. 차 안에서 방화복으로 갈아입고 있는 소방관들의 공무를 방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은 익숙한 듯이 묵묵히 방화복을 입었다. 출동차량은 모두 4대였다. 큰 화재라고 생각했다.
사이렌 소리가 익숙해질 무렵, 서서히 소방차 밖의 도로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소방차는 종로구의 이화사거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소방차의 진행속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느렸다. 처음 소방서를 나와 대로에 접어들 때까지가 가장 빨랐다. 그 이후부터가 문제였다.
천천히 소방차 앞을 걷는 사람들
긴급차량에 길을 잘 비켜 주지 않는다는 말을 누누이 들어 왔고, 또 도로에서 실제 목격한 적이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대로에 접어든 순간부터 쉴 새 없이 달려야 할 소방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소방차가 향한 곳은 왕복 6차선 정도로 비교적 넓은 도로였다. 그럼에도 사이렌이 울려도 앞서 가던 차들이 비켜 주질 않았다. 주중인 데다 오후 3시 이후라 점심시간도 아닌 터다. 도로에 차량이 많은 편도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비켜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소방차의 사이렌과 경적에도 차들은 비켜서지 않았다.
지켜보는 기자가 도리어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한일 국가대표 축구경기를 지켜보다가, 답답한 나머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듯이 말이다. 비켜주지 않는 자동차들도 문제지만, 보행자도 문제였다.
때마침 소방차 앞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뀌었다. 횡단보도 위로 머리를 들이민 소방차를 먼저 보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이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행인들은 소방차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내 일이 아니라는 듯 유유히 길을 건넜다. 뛰어서 건너는 것도 아니다. 평소와 같은 보행 속도로 말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횡단보도 양 옆에 나와 있던 교통경찰들의 태도였다. 그들는 분명 경광봉을 들고 있었다. 그들이 의무경찰이었다고 해도,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막고 소방차를 먼저 보내는 정도의 훈련을 받았을 터인데, 그들은 본체만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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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소방서 내부 모습 /사진 김동연
현장 도착까지 10분 넘게 걸려
기자가 탑승한 소방차 조수석에 앉아 있던 소방관은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연신 경광봉을 흔들어댔다. 그래도 길거리의 차들은 비키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기자가 창밖을 내다봤다. 소방차 옆을 지나는 차량 운전자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말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입모양을 보니 ‘아이씨~’라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소방차를 비켜 주지 않을 거라면, 무엇하러 소방차에 사이렌을 달고, 강렬한 빨간색으로 칠했단 말인가. 비켜 주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일반차량을 사용해도 현장 도착 시간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소방차가 소방서를 나서는 순간부터 동영상을 촬영했는데, 현장에 도착했을 때 벌써 10분을 넘기고 있었다. 골든타임 5분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종로 일대는 소방차와 같은 긴급자동차의 통행이 어려운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철로 만든 중앙분리대였다. 이런 중앙분리대를 만들어 둔 구가 많은데, 그것이 소방차의 진로를 방해했다. 역주행이나, 약간의 틈이 있을 때, 중앙선을 조금만 넘으면 진행할 수 있는데, 중앙분리대는 이런 융통성을 가로막았다.
어렵사리 도착한 현장은 조용했다. 어디서도 화기(火氣)를 느낄 수 없었다. 타는 냄새도 나지 않았다. 소방관들은 여기저기 분주히 불을 찾아다녔다. 30분가량을 허비하고도 소방관들은 불난 장소를 찾을 수 없었다. 해당 건물의 경비원과 논의한 뒤 경보기 오작동으로 결론 내렸다. 화재가 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24년 경력의 정성화 소방위는 일을 마무리한 뒤 소방차에 다시 올라탔다. 소방서로 돌아오는 중에 대화를 나눴다. 그에 따르면, 그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국민들은 소방관을 상당히 쳐 줬다. 출동 소방차에 길을 비켜 주는 것을 물론, 화재진압 현장에서 수고가 많다며 라면을 끓여다 주는 국민들도 더러 있었다. 요즘은 영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소방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좋으련만.”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그의 얼굴에는 고된 업무가 주름이 되어 훈장처럼 새겨져 있었다. 피부는 거칠었고 눈동자는 핏기가 서려 있었다. 그가 내쉰 한숨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에게 24년 일을 하면서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인원 부족’이라고 했다. 서울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방에선 7인승 구조차량 한 대에 운전자를 포함하여 고작 두 명이 탄다고 했다. 그런 곳에서는 운전자도 현장 도착 즉시 화재진압에 합류한다.
그에 따르면 65mm 구경의 소방호스는 성인 남성 4명이 들어야 한다. 그런데 인원부족으로 대부분의 소방서에서는 3명이 처리한다. 심지어 지방에선 2명이라고 했다. 호스의 무게는 물론, 수압까지 합치면 2명으론 힘에 부친다고 했다. 그런 호스를 들고 4층 정도를 올라가면 이미 체력은 방전 상태라는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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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받은 현장에 도착한 소방차 /사진 김동연
구급차 앞 막는 취객들
신희성 소방장은 서울 이태원 근처의 용산소방서에서 구급차를 운전한 바 있다. 당시 현장에 도착해서 겪은 일을 몇 가지 말해 주었다. 취객이 일부러 구급차 전면부에 아예 드러누운 경우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해도 이럴 때는 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애로점이 많다고 했다.
술 취한 외국인들도 그런지 물어보았다. 신 소방장은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외국인은 술에 취해도 본능적인지 사이렌을 울리는 구급차 앞을 비켜 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요즘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여기저기서 촬영을 많이 한다. 이런 촬영은 응급현장에서도 이어진다고 신 소방장은 말했다. 쓰러진 환자를 이송하는 경우, 구급차에서 내린 소방관들 앞에 스마트폰을 들이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소방관들이 얼마나 빨리 구조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개중에는 “왜 이리 몸이 굼뜨냐?”고 핀잔을 주는 이도 있다.
소방관들도 앞서 기자가 취재한 경찰관처럼 쥐꼬리만한 야간수당과 주말근무수당을 받고 있었다. 주말수당은 말만 수당일 뿐이라고 조재영 소방교가 말했다. 소방관들 역시, 잦은 출동으로 식사 때를 놓치기 일쑤고, 교대근무 때문에 불면증을 앓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그 때문일까. 기자가 취재하는 동안 만난 대부분의 소방관들의 눈동자는 충혈되어 있었다.
경찰관과 소방관의 공통된 직업병은 소화불량, 불면증, 허리디스크 등이었다. 소방관의 고질병으로는 연기를 자주 마셔, 호흡계통 질병이 많다고 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일선의 경찰관들과 소방관들은 부족한 인원과 낮과 밤이 바뀌는 잦은 교대근무 속에서도 묵묵히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일하고 있었다.
홍익지구대의 윤희건 경장은 기자에게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저희도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이고, 형제입니다. 또 위기에 처한 사건의 당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긴급한 상황에서는 나의 일처럼 생각하고 양보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1월 의정부 화재사고 당시 응급구조를 위해 출동한 헬리콥터를 보고 한 시민은 소방헬리콥터가 일으킨 바람이 화재현장의 불을 더 키웠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위해 출동한 소방관에게 감사하기는 커녕 도리어 나무라는 이런 사례는 무너진 우리 공권력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등록일 : 2015-03-05 10:08   |  수정일 : 2015-12-0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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