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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화재 대비훈련 체험기 체계적인 훈련, 훈련도 실전(實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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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도심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소방관. / 조선DB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자동차 칼럼니스트

기자는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다. 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간 미국의 모든 것들은 새롭고 신기했다. 그 중에서도 아직까지 기자의 뇌리에 각인된 것은 바로 미국인이 ‘안전’에 대해 갖는 생각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중학교 시절까지 한국에서 자랐기에 기자가 느끼는 미국의 안전대비책은 놀라움에 연속이었다. 때때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의구심과 반발심도 들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화재대비훈련, 이른바 ‘파이어드릴’(fire drill, 화재훈련)이었다. 당시 영어가 생소했던 기자에게 ‘드릴'(drill)의 의미는 공구상자에 있을 법한 도구로만 인식되었다. 나중에서야 드릴(drill)은 훈련이자 반복연습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당 영어단어에 내포된 의미가 바로 ‘반복’이다. 그 때문에 기자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그 화재훈련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반복되었다.

사전에 공지를 하지 않는다
이 훈련에는 상당히 독특한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전에 공지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화재점검 시 미리 해당기관이나 일반영업소에 단속을 공지하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즉 해당훈련은 항상 실전처럼 이루어지며, 훈련을 하는 중에도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진짜로 불이 났나.’라는 의구심을 훈련이 끝날 때까지 가지게 된다. 모두가 대피한 이후에야 훈련이었음 공지한다.

해당 훈련은 기자가 학교 수업을 하던 학교의 강의실은 물론, 기자가 당시 학생으로서 숙식을 해결하던 기숙사, 교내식당 등 여러 건물에서 불시에 실시한다. 이것이 정녕 불시에 실행한 것인지는, 대피를 하고 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기숙사의 화재대비 훈련의 경우, 어떤 이는 머리에 아직도 거품이 나는 샴푸가 묻어있다. 또 어떤 학생은 거의 전라상태로 뛰쳐나온다. 심지어 어떤 이는 용변 중에 뛰쳐나와 아예 훈련을 하지 않는 다른 건물 화장실로 뛰어가기도 한다. 남녀가 한 이불 속에 몸을 숨긴 채 나오기도 한다. 그 훈련광경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재미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훈련은 사시사철 시행된다. 이 때문에 겨울철 샤워 중에 나오는 사람은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훈련 종료 시까지 추위와 싸워야 한다.

해당 훈련의 내용은 지역 소방서와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역 소방서의 직원이 밖에서 모든 인원이 대피하는 동안 걸린 소요시간을 측정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나오지 않은 사람은 없는지 건물 내(內), 모든 방을 마스터키(master key)로 따고 들어가 확인한다. 그리고 탈출하지 않은 사람을 다 내보낼 때까지 이런 점검은 지속된다. 그리고 다른 직원은 경보음이 울리는 스피커와 깜빡이는 사이렌의 오작동이나 고장여부를 일일이 확인한다. 그 외에 소방호스와 소화기의 위치와 작동여부 등 여러 화재진압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이 모든 과정은 내부의 모든 사람이 대피한 상태로 진행된다. 그 외에도 비상구 문의 정상작동여부, 비상구 주변의 화물이나 비상경로 내 진로방해요소를 점검한다. 그리고 만약 이 과정에서 탈출을 방해하는 요소가 한 가지라도 발견될 경우, 소방서는 소방서의 권한으로 해당 건물 책임자에게 즉각 시정조치를 내린다. 이 시정조치는 한국의 솜 방망이식 권고랑은 차원이 다르다.

소방서의 시정 조치…한국의 솜 방망이식 권고랑은 차원이 다르다
이 조치가 가지는 법적 구속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기자는 몸소 체험한 바 있다. 한때 기자가 머물던 기숙사는 건물이 상당히 노후한 건물이었다. 미국의 오래된 건물은 50년 이상 된 건물이 꽤 있다. 이 때문에 화재에 취약한 목재가 주로 건축에 사용되었고 비상탈출구 및 화재차단용 문이 설치되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당시 지역 소방서의 권고에 의해 해당 기숙사는 폐쇄되었고, 곧바로 다른 신형 기숙사로 학생들을 옮기게 했다. 그만큼 소방서의 안전대비 시정조치는 권고가 아니라 강한 법적구속력을 가진 명령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비상구 근처에 있던 테이블이나 가구의 위치를 바꾼다던지 하는 작은 사례들은 여러 차례 경험했다. 그리고 이런 소방서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미국인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당시 기숙사를 신(新) 건물로 옮기는 이유와 비상구 주변의 가구 배치를 바꾸는 이유에 대해 선생님과 사감들에게 기자가 물은 적이 있다. 당시 그들은 당연한 듯이 ‘소방서가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해서 그런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답하곤 했다. 그만큼 미국인들은 정서적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화재대피훈련이 종료하고 나면, 해당 훈련의 개선점(일종의 디브리핑, debriefing)을 소방관들이나 학교 교직원들이 공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번 훈련에서 대피 후 사람들이 건물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며, 다음 훈련시에는 건물에서 최소 200피트(ft)이상 벗어나라, 혹은 건물 밖에 대피 후 차도(車道)로 뛰어들지 마라 등의 내용이다.

실제로 기자는 미국 유학 중 실제 화재가 발생해 대피한 적이 있었다. 당시 모든 사람들은 훈련에 일환으로 생각하고 대피한 사람들도 많았다. 덕분에 모두 평정심을 잃지 않고 차분히 탈출에 성공했다. 당시 학교 과학실험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부상자와 사망자는 단 1명도 없었고 짧은 시간 내에 건물 안에 모든 인원이 대피했다.
이런 훈련이 도움이 되는 것은 단연 화재뿐이 아니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묻지 마’식의 총기사고를 보면, 총기사고 시 피해자 중 누군가가 화재용 알람을 울려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대피하게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총기사고 내용을 종합해보면 보통 피의자가 건물에서 적시(適時)에 대피하지 못하고 남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총을 쏜 경우가 많은 편이다.
미국에 처음 간 외국관광객들이 자주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이 화재진압용 장비와 관련된 것이 많다. 예를 들어 타고 간 자동차를 소화전 (消火栓, fire hydrant) 앞에 주차해서 자동차가 견인된 경우라든지 화재경보알람을 호기심에 누르는 경우이다.
위 두 경우 모두 미국에서는 가차 없이 법대로 처벌하며 선처(善處)가 없다. 참고로 미국에서 화재가 아닌 상황에서 몰래 화재경보를 누를 경우, 해당 경보기에서 지문까지 채취해서 범인을 잡아낸다. 기자는 당시 호기심에 경보기를 눌렀던 학생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문검사에서 범인으로 적발된 경우를 목격한 바 있다.
자연재해에 대비한 훈련도 체계적으로 실시
미국에서 소화전 근처에 주차된 차량은 화재 시 해당 차량을 소방관이 자신의 직무권한으로 견인이나 파손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소화전 주변에 주차된 차량의 유리를 깨고 소방호스를 연결하는 경우 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해당 차량의 위치가 소방호스의 경로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소방호스를 차량의 위나 아래로 넘기기 어렵고 시간이 지체된다고 판단되면 즉각 차량의 유리를 소방도끼로 부수고 차량을 관통해 화재장소로 소방호스를 투입한다.
기자의 지인 중 한 사람은 새로 산지 한 달 남진된 차의 본넷(bonnet, 차량 엔진부 덮개)과 천정 등에 페인트가 벗겨진 적이 있다. 이에 기자가 자초지종을 묻자 소방관이 화재진압 중 소방호스로 차를 긁어서 난 상처라고 말하며 쓴 웃음을 자아냈다. 당시 그에 따르면 해당 파손은 보험사에서도 공무집행 중 발생한 것으로 보상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했다고 한다.
한국은 골목에 주차된 차들에 흠집을 내지 않고자, 소방차가 살살 기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미국소방관이었다면, 소방차량이 화재지역을 최단거리로 이동 중 이를 방해하는 차와 물체는 다 부수고 간다.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차종을 불문하고 실제로 부순다. 그리고 화재차량의 진입도로에 주차를 한 시민은 벌금까지 물어야 한다. 실제 미국에서 소방차의 출동상황을 보면 소방차가 진행하는 동안 다른 차량이나 물체 때문에 속도를 줄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동 중 거리끼는 물체는 그대로 치고 지나간다. 그만큼 미국에서 소방관에 대한 권위는 국가로부터 보장받고 이것은 국민모두가 우리의 화재를 위해 싸워주는 소방관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방송을 통해 ‘모세의 기적’이라는 캠페인을 하며, 국민들에게 ‘제발 응급차량의 진행시 비켜달라’고 사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화재대비 훈련은 미국 全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해보았던 여러 주(州)에서 이런 화재훈련은 모두 시행되었다. 심지어 자연재해가 빈번한 주(州)의 경우는 해당 재해에 대비한 훈련도 시행한다. 미국 중부의 캔자스 (Kansas) 주(州)의 경우, 토네이도(tornado)가 종종 발생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의 배경이 된 이 주는 토네이도(tornado)로도 유명하다. 이 때문에 오즈의 마법사의 내용 중에서도 토네이도가 나온다.
토네이도는 주로 산이 없는 넓은 평야에서 저기압이 상승기류를 만나 회오리바람을 형성하는 현상이다. 이 회오리바람은 재난영화처럼 주변의 모든 물체를 부수거나 멀리 날려 보낸다. 이 토네이도는 화재만큼 위협적인 것이다. 따라서 캔자스와 같은 중부지역에서는 화재훈련과 더불어 토네이도 훈련(tornado drill)을 추가로 한다.
화재훈련과 다른 점은 밖으로 대피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內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하는 것이다. 미국 중부의 대형 건물 안에는 토네이도에 대비해 창문이 없는 밀폐된 방이 있다. 이 방은 보통 지하에 단단한 벽돌로 제작되어 토네이도에 의해 파손이 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일반 가정집의 경우, 책상 밑에 숨거나, 문지방 (門地枋) 아래 숨으라고 권고한다.
즉 미국인들은 화재훈련은 물론이거니와 토네이도 훈련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비한 훈련도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5월6일자 조선일보의 ‘설마’가 막아버린 비상구 기사에서 서울시내 멀티플렉스 영화 상영관을 무작위로 방문해 안전대비 상태를 점검했다. 당시 영화관의 비상구와 방화셔터에서 안일한 안전대비 체계를 지적한 바 있다. 우리 스스로 ‘우리는 괜찮겠지’ ‘어제도 괜찮았는데’ ‘그런 일은 없을 거야’라는 식으로 치부해서는 앞으로도 한국사회의 인재(人災)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등록일 : 2014-05-25 오후 3:30:00   |  수정일 : 2014-05-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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