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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강하다! BMW i3 전기차 시승기

▲ BMW에서는 단자함 형태의 월박스(wall box) 충전기를 설치해준다고 한다. 설치비용은 330만원이며, 리스계약으로 구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기차는 사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아직은 생소한 차이다. 2011년도, 2012년도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대수 통계자료를 보면 그린카의 국내시장점유율은 1% 미만이다. 그러나 상승 중이며, 정부가 내 놓은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계획과 함께 더 상승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지난 6월23일 기자는 BMW i3 시승을 했다. i3는 현재 BMW의 라인업 중에서 유일한 순수전기차(EV)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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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i3, 차량은 카본화이버(carbonfiber)프레임을 사용하여 강성이 뛰어나다. 이 때문에 차량은 과감히 B필러를 없애고 양문형 냉장고처럼 수어사이드 도어를 장착했다. 사진제공:BMW 코리아
한국인이 디자인한 미래
i3를 처음 보았을 때, 박스카(boxcar) 형태의 디자인이 귀엽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 귀여움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미래지향적 귀여움이었다. 여느 BMW처럼 전면부 그릴에는 BMW의 상징인 키드니(Kidney) 그릴이 장착되어 있어, 보는 순간 BMW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그릴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엔진부로 이어지는 구멍이 없음에 놀라게 된다. 일반적인 내연기관(화석연료를 태우는 엔진)과 달리 공기가 들어가는 그릴이 막혀 있었다. i3가 전기차임 알려주는 대목이다.
이 차의 디자인을 담당한 사람은 리차드 김이다. 그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한국계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럽의 명차들이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손끝에서 탄생하고 있어 이는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리차드 김은 이미 BMW X1의 익스테리어를 디자인 한 바 있다.
소리 없이 강하다
한때 국내 대우자동차는 레간자를 출시하면서 ‘소리 없이 강하다’라는 광고 카피를 만들어 낸 적이 있다. 당시 이 카피는 유행어처럼 번져나갔다. 이 광고카피가 BMW i3를 실로 대변해주는 것 같다. i3는 처음 시동을 걸고도 엔진음이 들리지 않아 ‘시동이 켜졌나’ 라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 스티어링 휠 후면에 있는 엔진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자동차는 마치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를 켜듯이 시동이 걸렸다.
시동을 걸고 처음 액셀러레이터(가속페달)를 밟았을 때의 느낌이란 미묘했다. 마치 대형 오디오의 볼륨을 돌려서 높이는 스위치와 같은 답력(踏力)이 느껴졌다. 즉 이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스로틀벨브(throttle valve)와는 달리 순수하게 전기적인 작동에서 오는 느낌이었다는 말이다. 이런 액셀러레이터의 답력에 적응하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가 띄는 순간 느껴지는 감속은 내연기관과는 확실히 달랐다.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띄는 순간 곧바로 브레이크를 밟는 것처럼 차는 감속했다. 이럴 때마다 BMW i3의 후면의 브레이크 등도 함께 켜졌다.
과연 이 귀여운 전기차가 얼마나 빠를까. 제원상 i3의 제로백(0-100km/h 도달시간)은 7.2초정도이다. 7초대의 수치는 웬만한 2000cc 급 이상의 중형차의 가속도이다. 2014년형 렉서스 IS250의 제로백이 7.7초이다. 따라서 이는 비교적 빠른 수치이다.
이런 수치를 뒤로하고 기자가 직접 달려보았다. 소리도 없이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가속에 놀랐다. 기자는 이전에 제로백 5초대의 미쓰비시 랜서에볼루션X MR을 비롯한 스포츠카들도 시승을 해봤지만, i3의 가속력은 절대 밀리지 않는 듯 했다. 참고로 0-60km/h까지 소요시간은 제원상 3.7초에 불과하다.
전기차의 특성상 전기모터에 신호가 걸리면 곧바로 구동력을 발생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다. 한마디로 처음 걸리는 토크값(initial torque)이 곧바로 최대치에 가깝게 전달이 가능하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숨겨진 강함은 신호대기때마다 기자를 즐겁게 했다. 약간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도 주변의 차들을 뒤로하고 미래로 날아갔다. 아마도 주변에 있던 차들도 아무런 소리 없이 사라진 i3를 보며 SF 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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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중심 설계 그러나 부족한 접지력
i3는 전기차이다보니 자동차를 움직이는 주요부분은 모두 차량의 하부공간에 밀집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무게가 많이 나가는 배터리 팩(battery peckage)이 하부공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기존에 일반적인 내연기관은 엔진이 전면부에 장착되는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주행의 운동요소를 방해하는 노스다이브(nose dive: 브레이킹시 차량의 전륜부가 눌리는 것)현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코너링 중에는 언더스티어(전륜부가 미끄러지는 현상)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i3는 지면에 가까운 차량의 하부공간에 대형 배터리가 밀착되어 있다 보니 어느 특정방향으로 치우치는 무게감을 느낄 수 없었다. 노스다이브는 물론 스콰트(squat: 급가속시 차량의 후륜부가 눌리는 현상)도 느낄 수 없었다. 이런 전기차의 설계특성은 차량의 운동성능을 극대화 하기엔 유리한 구조이다.
하나, 좋다고 웃기에는 이르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i3에는 너무 얇은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다. 사이즈는 155-70-19이다. 이는 여느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처럼 연비를 극대화하고자 최소마찰을 일으키는 얇은 타이어를 선호한다. 그런데 155라는 폭은 얇아도 너무 얇은 것이다. 일반적인 소형차의 타이어 폭이 195~205정도 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좀 과하다.
기자의 손바닥을 대어보니 성인남성의 손바닥 반 정도에 해당하는 크기이다. 이렇다보니 기자는 주행 중 몇 차례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후륜부가 미끄러지는 현상)를 체험했다. 다행히 차에는 DSC(차체자세제어장치)가 장착되어 있어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주긴했지만 타이어의 접지면이 너무 얇아 DSC가 있어도 위험할 수 있었다. 비가 오던 날 시승을 했던 기자는 노면에 물이 많이 고인 지역을 지나갔는데 이 때 한순간 중심을 잃어 차의 자세를 잡는 노력이 필요했다. 속도를 많이 낮춰 접지면이 적은 타이어가 빨리 지면에 닿길 바라야 했다.
에어컨을 포기해야한다.
비가 오던 날 시승을 했던 기자는 비교적 후덕 지근한 날씨 속에서 시승을 해야 했다. 눅눅한 기분으로 차를 몰아야 했다. 이에 차에서 에어컨을 틀어 그런 눅눅한 기분을 덜어냈다. 그런데 i3의 계기반의 가장 눈에 잘 띄는 수치는 바로 주행거리표시이다. 이 주행거리는 기자의 운전이 모두 반영된 거울과도 같았다. 기자가 난폭운전(급가속)을 할수록 주행거리는 줄어들었고, 차 안에서 전자장비(오디오, 에어컨)를 많이 사용해도 주행거리는 줄어들었다.
이 줄어드는 주행거리로 인해서 운전하는 동안 기자를 모범운전자로 만들었다. 에어컨도 함부로 틀 수 없었다. 처음 기자가 시승차에 올랐을 때, 주행가능한 거리는 96km정도였고 이는 풀(full)에 근접한 수치였다. BMW에 따르면 i3의 최대주행거리는 132km이다. i3에는 3가지 주행모드가 있는데 전력소비를 최소한으로 하는 에코프로플러스(Eco Pro +)를 작동하면, 사용 중이던 에어컨이 꺼지게 된다. 기자는 이날 줄어드는 주행거리를 볼 때마다 불안함에 에코프로플러스 모드로 전환했다.
시기상조인가. 얼리어답터인가
전기차 시승을 하는 동안 기자의 뇌리에는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지금 전기차를 구매한다면, 이는 시기상조()인가.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인가. 기자가 내린 답은 둘 다이다. 시기상조적인 국내 전기차 인프라 속에 전기차 오너는 얼리어답터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의 일환으로 현재 정부는 3개의 부처가 전기차 보급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가 함께 업무를 추진 중이다.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전기차 충전소는 약 175개소에 불과하다. 적은 수의 충전소도 문제이지만, 전기차 메이커마다 각기 다른 충전방식을 사용한다는 점도 충전소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자가 시승한 BMW i3는 DC콤보라는 충전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 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는 각각 차데모(CHAdeMO)와 AC3상을 사용하고 있어 호환성이 떨어진다.
이외에도 보행자 안전을 위한 강제소음의무화도 하루빨리 입법되어야 할 것이다. 기자는 시승 중에 보행자가 많은 지역에서 애를 먹었다.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BMW i3가 보행자의 바로 옆까지 다가가도 차가 오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기차와 같이 저속에서 소음이 적은 차들은 강제로 소음을 내는 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구체적인 입법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
강제소음 의무화 법 관련 글, 하단 링크 참조
이렇듯 지금 전기차를 구매하는 오너들은 아직까지 보편화되지 않은 인프라를 극복해야만 한다. 그러나 남보다 먼저 미래를 산다는 점에서 얼리어답터의 자부심이 그런 흔들리는 마음에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자동차 매니아들은 대개 전기차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자동차는 향기를 잃어 죽어있는 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BMW i3의 폭발적인 가속력과 도심지에 최적화 된 주행방식이 이런 매니아들의 마음을 돌리게 할지도 모른다.
정부의 계획대로 전기차가 100만대 보급되는 2020년에는 길거리 자동차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매연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등록일 : 2014-07-14 14:50   |  수정일 : 2015-06-0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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