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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르포] 휠체어 타고 다녀본 서울시내 서울 을지로입구역에서 시청광장까지 왕복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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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입구역 주변에서부터 휠체어에 앉은 기자
 ⊙ 휠체어로는 보도 턱조차 넘지 못해…갈 수 있는 식당도 없어
⊙ 계단 50개 정도를 오르는 데 15분이 넘게 걸려

편집자 주
본 기사에서 장애인이라는 단어 선택은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른 것입니다. 장애우의 우(友)는 벗 우로 나이를 막론하고 ‘친구’라는 의미로 해석되어 금기했습니다. 또한 장애자에서 자(者)는 놈 자를 뜻하기에 부정적인 표현이라 하여 역시 금기했습니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장애인이라는 단어로 총칭했으며, 상대적으로 신체적 장애가 없는 사람은 비장애인으로 칭했습니다.

기자의 변
휠체어에 앉아 있던 기자를 장애인으로 여기고 도와준 시민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본 기사 작성을 위한 체험적 취재 행위였음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아침에 눈을 떴다. 여느 때처럼 이불에서 나오려고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그런데 다리에 감각이 없다. 찬찬히 내 다리를 만져보았다. 아무 느낌이 없다. 다리를 만지는 손의 감촉만 있을 뿐, 내 다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이게 내 다리인가 싶어 얼른 꼬집어보았다. 역시나 마찬가지다. 만약 당신이 하루아침에 다리를 못 쓰게 된다면 어떨까?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라는 말이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과 같은 어려움에 처하지 않고서는 그 내막을 다 알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기자는 취재를 통해 장애인의 삶에 일부를 느껴보기로 했다. 물론 비장애인인 기자가 장애인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휠체어를 타보기로 했다.
기자가 휠체어를 택한 것은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다. 만약 기자가 목발이나 팔에 붕대를 감는 정도를 구상했다면, 다른 사람들이 기자를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대부분 이 정도 범주까지는 가벼운 부상 정도로 여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장애인이라고 여겨지는 휠체어를 택하기로 했다.
지난 2014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휠체어 사용자의 경기장 내 불편한 접근성이 지적된 바 있다. 이렇듯 장애인을 위한 대회에서조차 장애인의 처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기자가 서울시내에서 휠체어를 타고 각 시설의 휠체어 접근성을 몸소 체험해 보자 생각했다.
국민건강의료보험공단(콜센터: 1577-1000)에서는 휠체어를 무료로 빌려준다. 이에 기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중구지사(명동)에 연락을 취해 휠체어를 대여했다. 대여기간은 3차례의 연장을 통해 최대 5개월까지 가능하다고 공단 휠체어 담당자 최인식씨는 말했다. 해당지사에는 총 10대의 기본형 휠체어가 구비되어 있다. 기본형이라 함은 휠체어에 별도의 기능(자동다리받침기능, 전동모터 등)이 없는 것을 말한다.
휠체어에 앉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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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리프트를 타고 지하상가로 내려가고 있는 기자
기자는 하루 동안만 휠체어를 빌리기로 했다. 그 이유는 비장애인인 기자가 단순히 취재를 위해 휠체어를 장기간 사용한다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절실하게 휠체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휠체어를 처음 써보는 기자에게 장시간 휠체어를 탄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기자의 일일 장애인 체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기자는 공단 사무실에서 휠체어에 앉지 않고 밀고 나왔다. 처음부터 휠체어에 앉을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보험공단 중구지사가 위치한 곳은 명동이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휠체어에 앉지도 않고 단지 밀고 가는 기자에게 이미 많은 시선이 느껴졌다. 그런데 휠체어에 앉는다면 아마도 더 많은 따가운 시선이 느껴질 것 같았다.
기자는 휠체어에 앉을 용기가 필요했다. 최소한 기자에게는 휠체어를 미는 것과 앉는 것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 장애인들에게는 그런 선택의 여지도 없이 앉아야만 한다. 이런 용기와 준비 없이 장애를 맞닥뜨린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기자는 을지로입구역 5번 출구 옆 골목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휠체어에 앉았다. 그곳이 그나마 사람이 적었기 때문이다. 일단 앉았으니, 엉덩이를 뗄 수도 없었다. 만약 기자가 힘들다는 이유로 엉덩이를 뗐다면, 누군가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 시늉을 하는 기자를 혼냈을 것이다. 혹은 장애를 위장한 사기꾼처럼 보였으리라. 이 때문에 기자는 그렇게 엉덩이에 접착제를 바른 듯이 앉아 있어야만 했다. 기자는 큰 결심을 했다. 넘어져도 휠체어 위에서 앉은 채로 넘어지겠다고.
기자가 정한 코스는 을지로입구역에서 시청광장까지 찍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렇게 긴 코스는 아니다. 그런데 태어나 처음 휠체어를 타보는 기자에게는 적합한 거리였다. 시청으로 갈 때는 을지로지하상가 내부통로를 통해 갔고, 다시 을지로입구역으로 돌아올 때는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바로 땅이 문제였다. 을지로입구역 5번 출구 앞에는 유럽식으로 멋을 낸 도로가 있다. 벽돌을 수직으로 세워 박은 듯한 도로이다. 이 부분이 걸어다닐 때는 아무렇지 않은 곳이었는데, 휠체어에 앉아 보니 완전히 지옥 구덩이와 같았다. 울퉁불퉁한 벽돌들이 휠체어를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이제 고작 휠체어에 앉은 지 30초가 지났을 무렵인데 말이다. 아직 휠체어 바퀴를 어떻게 미는지도 잘 모르는데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 구간을 빠져나오는 데만 약 2분은 소요한 것 같았다. 걸어서는 성인 걸음으로 약 다섯 발자국 정도 되는 곳이다. 휠체어에는 아무런 충격완충장치가 없어 모든 지면의 돌출물의 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다음 마주한 대리석과 같은 평평한 보도는 비단처럼 부드러웠다. 바퀴를 밀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차도로 갈수록 기우는 경사만 빼고 말이다. 걸어다닐 때는 전혀 몰랐는데 약간의 경사가 있었다. 아마 각도기로 잰다면 약 5도 정도 되려나? 그렇게 미세한 경사각이 기자의 휠체어를 차도 쪽으로 흐르게 했다. 이 때문에 기자는 차도로 향하는 휠체어를 진정시키고자 오른팔로만 바퀴를 밀어야 했다. 휠체어를 채찍질한 지 5분 정도 흐르자 팔이 저려 왔다. 그리고 새삼 깨달았다. 내 몸이 이렇게 무거운가? 내가 이리 무거웠단 말인가? 그동안 나의 몸무게를 지탱해 준 발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계단 50여 개 주파하는 데 약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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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에 앉아보니 땅 위에 모든 것들이 장애물이었다
처음 기자가 휠체어에 앉아 찾아야 했던 것은 바로 계단 옆에 설치한 휠체어리프트였다. 을지로입구역에서 약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을지로지하상가로 통하는 출입구가 있다. 그곳 계단에서 휠체어리프트를 발견했다. 나를 계단 아래로 인도해 줄 리프트였다.
기자는 곧장 작동 스위치를 눌러 지하에 있는 리프트를 위로 올리려 했다. 리프트는 돌처럼 굳어 있었다. 처음 리프트를 접한 기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지하상가 쪽에서 명동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많았다. 족히 분당 100여 명은 빠져나오는 듯했다. 관광객에서부터 주변 상인들, 직장인들까지 그 수많은 사람이 계단 옆, 리프트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자를 쳐다보았다. 당시 기자가 유일하게 휠체어에 앉아 그 상가 지하로 내려가려는 사람이었다. 수백 개의 눈이 기자를 향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동물원 철장 안에 갇힌 원숭이가 된 것 같았다. 중국인 관광객 중 어린아이들은 기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중국어로 뭐라 말하기도 했다.
기자의 헤매는 모습에 의로운 시민 두 사람이 나타나 도와주었다. 연세 지긋하신 노인 한 명과 직장인 남성이었다. 그 두 사람이 리프트 하단의 호출기로 직원을 불렀다. 5분쯤 기다리자 경비원 옷차림을 한 직원이 와서 리프트를 작동시켰다. 이런 리프트를 누군가 와서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장애인들이 사용하게 한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행여 비장애인이 사용할 경우 큰 액수의 벌금을 물게 한다면, 별도의 관리인원 없이도 운영이 가능할 것 같았다.
난생처음 그렇게 휠체어리프트를 타게 되었다. 내려가는 속도는 일반인의 도보속도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느렸고, 내려가는 내내 “삐~삐~” 하는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덕분에 모든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메시아처럼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하상가로 내려갔다. 기자가 약 50여 개의 계단을 주파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기시간을 포함하여 족히 약 15분은 걸린 듯했다. 일반 성인 남성의 보폭으로 볼 때 30초 정도 걸리고 길어야 1분 남짓 걸릴 길이였다. 즉 리프트로는 일반인에 비해 15배가 느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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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리프트에 대한 설명이다. 정격하중이 300Kg이라고 쓰여 있었다.
계단 옆 휠체어리프트에 전동휠체어는 탈 수도 없어
기자가 체험한 3개의 리프트는 모두 제조업체가 달랐다. 리프트 제조업체에 따라 어떤 리프트는 이동 중 소리가 없고, 어떤 리프트는 더 요란한 소리를 내기도 했다. 일종의 경고음이었다. 또한 리프트 작동법도 버튼식과 레버식으로 모두 달랐다. 장애인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시선을 끄는데, 이동 중 소리는 없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 소리가 리프트에 있는 동안 기자를 더 주눅 들게 만들었다. 마치 사람들에게 “여기 보세요. 나 휠체어 탄 사람이에요” 하고 광고를 하는 듯했다. 그렇게 기자는 총 3번의 리프트를 더 타고서야 시청에 도달할 수 있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휠체어리프트는 정확한 제원과 제작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예를 들어 분당 움직이는 리프트의 속도와 안전바의 높이, 금속의 강성, 최대적재중량 등은 통일되어야 한다.
기자가 휠체어리프트를 타는 데 도움을 준 리프트 관리자들에 따르면, 일반 휠체어가 아닌 전동휠체어의 경우, 휠체어리프트를 탈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최대적재중량이 300kg 내외이기 때문이다. 무게가 일반 휠체어보다 무거운 전동휠체어는 장애인을 포함하면 300kg을 넘기도 한다. 일부 리프트는 고작 230kg이 최대적재중량이었다. 이런 리프트들은 결국 전동휠체어 사용자들에겐 있으나 마나 한 무용지물인 셈이다.
휠체어리프트 관리도 엉망
그리고 각 리프트마다 담당하는 관할지역이 달랐다. 어떤 리프트는 시에서 관리하고, 또 어떤 리프트는 건물주가 관리하기도 했다. 이 말은 재수가 좋으면 직원이 나오고, 재수가 없으면 리프트를 담당하는 직원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물어보니, 어떤 지역은 휠체어리프트 관리자의 근무시간이 24시간이지만, 어떤 지역은 오후 5시 이후에는 퇴근을 한다고도 했다. 또 어떤 지역은 주말에는 관리자가 없다고 했다. 장애인은 결국 가고 싶은 곳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셈이다.
덧붙여 리프트 관리자들이 말하길, 1년에 해당 리프트를 가동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이렇게 다른 운영시간 때문에 휠체어 사용자들이 지하도와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 탓일 것이다.
이 때문에 어떤 리프트는 사용량이 적어 유지보수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대기시간 중에 고장 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수요가 적으면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리프트 수리비도 비싸다고 했다. 최근에는 이런 계단 옆에 장착된 휠체어리프트보다는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비용이 오히려 저렴하다며 혀를 찼다. 기자가 지상으로 올라온 뒤에도 리프트 관리자들은 기자를 횡단보도까지 휠체어를 밀어주었다. 기자는 횡단보도를 건너 시청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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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바퀴를 처음 밀어 본 기자는 오른손 중지 손톱이 깨져버렸다.

시청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는 다시 을지로입구역을 향해 바퀴를 밀었다. 걸어다닐 때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곧장 돌아가려고 한 것이다. 또한 앞서 휠체어리프트 관리자들의 말처럼 어떤 휠체어리프트는 관리자가 일찍 퇴근한다고 했기에 마음이 조급해진 탓도 있었다.

장애인 입장에서 생각 못 하는 경찰
기자는 평소 걸어다닐 때는 시청역 3번 출구의 계단을 이용한다. 그런데 휠체어를 타자, 어느 엘리베이터를 타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평소 한 번도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적이 없는 기자는 여기저기 물어대기 바빴다. 지나가던 경찰에게 물었다. 경찰은 장애인의 입장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일반인들이 향하는 출구만 알려주었다. 해당 경찰들이 의무경찰이긴 했지만, 이런 부분은 사전 교육을 통해서라도 숙지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기자는 남대문까지 휠체어를 타고 이리저리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찾아 헤맸다. 휠체어를 탔기 때문일까. 예전보다 길을 찾거나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보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휠체어 바퀴를 밀면서 길의 방향을 잡고, 휴대폰으로 길을 찾는 등, 기자에게는 팔 두 개도 부족할 판이었다. 입동을 넘긴 날씨 속에 한낮에도 날씨가 비교적 쌀쌀했다. 내쉬는 날숨마다 하얀 입김이 보였다. 그런 날씨 속에 기자는 등줄기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휠체어를 쉴 새 없이 밀었기 때문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힘든 일이란 것을 휠체어를 타면서 새삼 느꼈다. 횡단보도 신호등의 줄어드는 숫자는 기자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휠체어를 정확한 템포에 맞게 밀어주지 못하면 방향이 좌나 우로 흐트러지기 일쑤였다. 그리고 긴 횡단보도의 경우, 중간에 작은 섬처럼 있는 보도블록을 한 번 더 지나야 한다. 그런데 이런 중간에 위치한 보도가 휠체어에는 큰 장애물이었다. 그 보도의 자그마한 턱조차 휠체어는 쉽게 넘지 못했다.
한번은 기자의 오른쪽 휠체어 바퀴가 턱에 걸려 한 바퀴 돌아버렸다. 그대로 신호등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마치 시한폭탄의 시계처럼 말이다. 신호등은 기자의 휠체어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기자는 순간 입에서 욕이 나왔다. 살기 위한 고통의 표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개중에는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여유를 부리면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기자의 휠체어가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정신을 차려 건너려는 순간, 기자의 휠체어는 순간 속도가 빨라졌다. 기자의 서투름을 보다 못한 직장인 남성이 기자의 휠체어를 밀기 시작한 것이다. 약 10미터를 남겨둔 채 어쩔 줄 몰라 하던 기자에게는 슈퍼맨과 같은 존재였다. 기자의 등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준 그 남자는 기자가 얼굴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기자를 반대편 보도 위로 올려주고는 쏜살같이 사라졌다. 기자는 그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소리쳤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각박하고 인심을 잃었다고 하나, 곳곳에 남을 돕는 보이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숭례문 근처 삼성생명 건물 앞에서 기자는 길을 물었다. 휠체어를 움직이면서는 길을 물을 수 없어 휠체어를 멈춰 세웠다. 근처에서 동료와 담소를 나누고 있던 택시기사에게 물었다. 그는 골목을 향해 돌아가야 한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기자는 택시기사가 말한 방향을 향해 휠체어를 밀었다. 그런데 기자의 앞에는 작은 언덕이 하나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는 작은 과속방지턱조차 밀고 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언덕이라니. 기자는 길게 한숨을 쉬고는 먼 방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고는 오던 방향으로 휠체어를 돌렸다. 그런데 이번에도 도움의 손길이 나타났다. 기자가 길을 물었던 그 택시기사였다. 그는 먼발치에서 기자를 지켜보고 있다가 언덕에서 고심하는 기자를 본 것이다.
그는 기자의 휠체어를 언덕 위까지 힘차게 밀어주었다. 휠체어를 탄 마당에 언덕을 오르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모두 고통스러웠다. 언덕 너머 내리막길을 기자는 바퀴를 손으로 움켜쥐며 내려가야 했다. 휠체어 바퀴를 잡는 기자의 손이 마찰로 고통스러웠다. 휠체어에는 브레이크가 있기는 하지만, 브레이크는 완전 정차 시 고정하는 역할에 불과하다. 바퀴가 움직이는 중에 브레이크를 걸어도 휠체어는 계속 움직인다. 이 때문에 손으로 바퀴를 잡아야 했다. 장갑도 끼지 않은 기자의 손은 타는 듯한 고통에 살이 아려왔다. 어느 때였을까. 기자의 오른쪽 중지 손톱도 깨져버렸다.
간신히 시청역 9번 출구 옆에서 지하철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찾은 엘리베이터는 인산인해였다. 개중에는 연세 지긋한 노약자도 있었지만, 기자처럼 사지 멀쩡한 젊은 사람도 더러 있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마련된 엘리베이터에 주객이 전도된 듯했다. 다행히 노인들의 배려로 기자의 휠체어가 먼저 내려갈 수 있었다. 내려갔다고 끝이 아니었다. 지하철 승강장까지는 다른 엘리베이터로 한 층을 더 내려가야 했다. 지하철 안에서도 다른 엘리베이터를 찾아 헤맸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하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는 문의 폭도 좁았다.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사회 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이지만 일반 엘리베이터와 다르지 않았다. 전동휠체어나 스포츠 휠체어처럼 휠에 캠버(camber)각이 들어가 폭이 넓은 휠체어 사용자라면 아마도 엘리베이터 탑승이 어려울 것이다. 이런 엘리베이터들이 제대로 관리되는지도 의문이었다. 엘리베이터는 작동속도와 소리로 볼 때, 불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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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바퀴의 타이어가 미끄러워 턱을 넘기 어려웠다.
지하철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 앞바퀴 끼여
시청에서 을지로입구역은 한 정거장에 불과한 거리다. 보통 도보시간을 포함하여 20분 이내가 소요된다. 그런데 기자가 길을 찾아 헤맨 시간을 빼더라도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시간이 걸렸다. 휠체어리프트를 한 번만 탑승해도 약 15분이 소요되니 말이다. 지하철 안, 상점 직원에게 물어서야 지하철 승강장까지 가는 다른 엘리베이터를 찾을 수 있었다. 어째서 그 흔한 표지판조차 없단 말인가. 왜 엘리베이터는 두 번을 타야만 승강장까지 갈 수 있는 것인가.
승강장 안으로 지하철이 들어왔다. 지하철의 객실 문이 열리고 휠체어로 오르려고 하자 눈앞이 캄캄했다.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 틈이 매우 넓었다. 더군다나 높이도 맞지 않았다. 지하철 위로 올라타야 했다. 기자가 객실 안으로 휠체어를 미는 순간 휠체어의 작은 앞바퀴 두 개가 그 틈 사이로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속한 지하철의 문은 곧 닫힌다는 방송이 나왔다. 상황은 정말 좋지 않았다. 지하철은 구조상 문에 무엇이 끼면 다시 열린다. 그런데 기자처럼 문도 아닌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 틈에 끼면 문은 닫힐 수 있다. 문이 닫힌다는 것은 곧 지하철이 출발한다는 뜻이다. 기자가 올라타려는 객실의 위치도 지하철의 중간쯤이라 기관사가 거울로 확인하기도 어려운 위치였다. 문이 닫히기 전, 몇 초가 몇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순간 당황하자, 기자는 내가 걸을 수 있는 비장애인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휠체어를 박차고 뛰어나올 수 있는데도 그대로 멍하니 있었다.
문이 닫히려는 찰나, 지하철 안에서 손이 나왔다. 기자를 안에서 지켜보던 남자 둘이 기자의 휠체어를 들어올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자는 간신히 지하철에 탈 수 있었다. 여러 차례 기자는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시민의식은 선진국처럼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은 처음 호기롭게 떠날 때보다 더 힘들었다. 처음 휠체어를 빌렸던 보험공단 건물 앞까지 휠체어의 바퀴를 밀고 왔을 땐 이미 사지에 힘이 없었다. 멀쩡한 두 다리를 두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더니 다리도 아팠다. 아마도 장시간 부동자세로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단에 다 와서야 기자는 비로소 휠체어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기자가 그날 을지로입구역에서 시청까지 다녀오는 데 소요한 시간은 약 4시간이었다. 길을 찾느라 헤맨 시간도 많았지만, 휠체어로 서울시내 곳곳을 누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돌아와서 보니 아이러니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휠체어를 빌린 보험공단 건물에는 정작 휠체어가 이동할 경사로가 없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휠체어 탑승자가 올 경우 경비실에 말하면 조치를 취해 준다고 한다. 조치를 취해 준다고 할지라도 휠체어를 빌려주는 곳에서조차 휠체어를 위한 경사로가 없다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했다. 과연 누가 휠체어를 빌리러 올 것인가. ‘경사로가 없어 해당지사에는 휠체어가 남아 있었던 건가?’라는 생각이 기자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휠체어와 관련한 네 가지 문제점
마지막으로 기자는 이번 체험을 통해서 네 가지 문제점을 찾아냈다. 1. 휠체어 2. 문과 경사로 3. 시민의식 4. 표지판이다.
가장 먼저 휠체어에 대한 문제점이다. 휠체어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최근 전동휠체어가 장애인들에게 보급되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형 휠체어도 개선의 여지가 있었다. 첫째는 바로 충격완충장치이다. 기자가 탄 휠체어의 바퀴는 의자가 있는 본체에 플라스틱 고정틀로 장착되어 있었다. 이 고정틀은 휠체어의 바퀴 허브를 연결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다 보니 지면의 충격이 고스란히 탑승자에게 전달됐다. 따라서 해당 부분을 금속판 두 개를 엮어 제작한다면 자동차의 판스프링(leaf spring)처럼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금속판은 플라스틱 고정틀만큼 저비용으로 장착이 가능하다.
또 하나는 타이어이다.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타이어 회사가 많다.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한국타이어 등. 이들이 사회적 기여와 봉사를 장애인들의 휠체어 타이어에 한다면 어떨까. 기자가 체험해 보니 휠체어 타이어는 정말 최악의 타이어였다. 그냥 공기주머니에 불과했다.
지면에 안전하게 달라붙어 있어야 하는 타이어가 그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기자가 지하철에 오를 때도 타이어에 충분한 접지력만 있었어도 남의 도움 없이 오를 수 있었다. 보도 턱을 넘을 때도 타이어가 미끄러져 기자가 바퀴를 밀어도 헛바퀴가 도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글을 보는 국내 타이어 기업들은 이런 좋은 사회공헌 기회를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자동차 타이어를 만드는 기업들은 오토바이용, 자전거용 타이어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얼마든지 품질 좋은 휠체어용 타이어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미비점은 조속히 개선되어야 휠체어를 탑승하는 장애인들의 이동이 보다 나아질 것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문과 경사로’이다. 서울시내에 과연 몇 군데나 휠체어 장애인이 드나들 수 있는 문과 휠체어 경사로가 있을까. 서울시청에 있는 도서관도 휠체어 탑승자용 출입구는 뒤편에 마련되어 있었다. 장애인용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장애인은 숨겨야 하는 존재인가. 국공립 시설물 외에도 일반 식당이나 상점에서도 장애인이 쉽게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문과 경사로가 필요해 보였다.
세 번째 문제점은 바로 시민의식이었다. 기자가 휠체어를 타는 동안 여기저기서 구원의 손길로 도와준 시민들이 많았다. 이런 고마운 시민들이 있는 반면, 장애인을 적대하는 이도 종종 있었다. 이들은 휠체어가 와도 비키지 않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느린 기자의 휠체어보다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한다든지 하는 사람들이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더 좋은 시민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현재 기자가 체험한 대로 휠체어 장애인들을 위한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이런 시설 미비를 그나마 보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시민의식뿐이다. 기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좋을 것이다.
네 번째 문제점은 바로 표지판이다.
기자가 지하철 승강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찾아 헤맬 때, 어느 방향에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아무런 표지판이 없었다. 이는 외부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장애인을 위한 표지판이 필요하며, 되도록 표지판의 높이도 휠체어 탑승자의 눈높이를 고려하면 좋을 것이다.
공직자들의 장애체험 해볼 만
위에 나열된 4가지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시설물을 만드는 정부기관 등에서 장애체험을 제도적으로 시행하면 어떨까. 그렇게라도 하면 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처럼 장애인을 위한 대회에서조차 휠체어 탑승자가 진입하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문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정부기관에서 직접 장애를 체험해 봄으로써 미비점을 개선한다면 좋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앞으로도 여러 국제대회가 있다.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2018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등이 있다. 이런 국제대회에서도 해당 경기를 준비하는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일일 장애체험을 한다면, 시설의 건설 이전에 많은 부분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체험도 단순히 휠체어뿐 아니라, 목발체험, 눈을 가리고 하는 시각장애체험, 귀를 막고 하는 청각장애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한다면 비장애인들이 더 쉽게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음주운전방지를 위한 가상음주체험 등이 경찰청을 비롯한 분야에서 시행 중이다. 또한 병영체험과 같은 실습을 통해서 군인들의 노고를 이해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런 체험을 통해서 상호 이해도를 증진한 바 있다.
미국의 휠체어 도어
미국은 어디서나 장애인용 출입구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어느 건물이든지 문마다 장애인 마크가 그려진 스위치가 있다. 이 스위치를 누르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열리는 시간도 장애인이 휠체어로 통과하는 시간을 감안하여 닫히도록 되어 있다. 문의 폭도 휠체어의 크기를 감안해 크게 제작하였다. 또한 계단 주변에 이런 문과 함께 경사로를 만들어 휠체어가 드나들기 쉽게 했다.
이번 취재 동안 기자는 이런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문을 보지 못했다. 일부 식당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휠체어로는 역부족이었다. 모든 문이 장애인은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문의 폭이 좁은 것도 문제지만, 문턱이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일부 가게는 들어가려면 두세 개의 계단을 올라야 했다. 과연 휠체어를 탄 사람이 갈 수 있는 식당은 어디에 있을까. 휠체어에 탄 기자는 밥도 한 끼 제대로 먹을 곳이 없었다.
이는 세계적인 요식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 들어온 샌드위치 체인점을 비롯하여, 패스트푸드점 모두에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 동일한 가게가 미국에 있다면, 상황은 다르다. 미국에 있는 맥도널드, 버거킹, 서브웨이 등 내로라하는 브랜드 모두 장애인이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용 문이 따로 있다. 이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도 얼마든지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동일한 브랜드가 그 맛을 태평양 건너 한국까지 가져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장애에 대한 배려는 오는 중에 바다에 흘렸나 보다.
정부는 이런 부분의 개선을 위해 장애인 차별 금지법과 편의 증진의 구속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이 해당되는 항목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다.
이에 따르면 300㎡ 이상의 시설에 대해서만 장애인 편의시설물을 설치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300㎡는 약 90평을 뜻한다. 한국의 실정상 90평 이상의 식당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또한 해당법규는 국토교통부 산하의 건축법이 아닌 보건복지부 산하 법령으로 되어 있어 실질적인 건축을 하는 현장에서 얼마나 시행되는지도 의문이다.
러시아의 휠체어 이동로
2014소치동계패럴림픽에서는 한국과 달리 장애인 시설에 대처하는 러시아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계단은 휠체어 탑승자에게 있어서 한국이나 러시아 모두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다. 이에 대한 한국의 해결책은 두 가지로 계단 옆 난간에 설치하는 휠체어리프트와 엘리베이터이다.
둘 다 초기 설치비용과 유지보수에 큰 예산이 들어간다. 설치기간도 오래 걸린다.
러시아에서는 이런 고비용을 다른 방법으로 극복했다. 그것은 바로 금속지지대였다. 계단 위에 금속으로 된 널빤지 두 개를 미끄럼틀처럼 설치한 것이다. 물론 계단의 경사도가 심하고 계단이 많은 곳에서는 좋은 묘안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적은 수의 계단이 있는 곳이라면 휠체어 탑승자도 넘어갈 수 있다. 혹은 주변 시민의 도움을 받으면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다. 과연 이런 금속지지대를 만드는 데에 얼마의 예산이 들까. 만약 건설용 금속폐기물 등을 재활용한다면, 얼마든지 튼튼한 금속 널빤지를 계단 위에 효과적으로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휠체어를 타면서 불과 계단 여섯 개 정도 때문에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한 경우도 보았다. 과연 이런 정도의 계단 때문에 고가의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이미 국내에도 지하철 계단 끝 귀퉁이에 자전거의 이동을 돕는 철제 판이 놓여 있다. 이런 판을 더 크게 확장설치하기만 하면, 휠체어 이용자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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