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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가’ 속 가수 ‘터보’와 자동차의 터보 이야기 자연흡기 전통도 무너트린 대세, 터보차저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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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터보 V8엔진을 장착한 맥라렌 P1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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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2인조 댄스 가수, 터보 (좌측 마이키, 우측 김종국) /조선 DB

 

토토가 속 90년대 남성듀오 터보와 자동차의 터보
MBC의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지난 2014년 12월 말부터 ‘토요일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를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은 1990년대 유행했던 가수들을 다시 등장시켜 옛 추억을 되살려보자는 취지의 방송이었다.
방송에는 김건모, S.E.S, 소찬휘, 지누션, 이정현, 터보 등이 출연했다. 이들 중에 특히 토토가에서 주목 받았던 가수는 단연 터보였다. 이는 남성 2인조 그룹 터보가 해체되면서 텔레비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김정남이 다시 김종국과 터보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중파 음악방송을 비롯한 각종 음원사이트의 순위에서 터보의 노래들은 20위권 안까지 진입했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20위권 안에 들어가는 기현상을 보인 것이다. 여기에 터보는 1기 2기 래퍼였던 김정남, 마이키 그리고 김종국이 뭉쳐 터보를 다시 결성하여 음반을 낸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1995년 데뷔한 남성 2인조 그룹, 터보의 이름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터보와 같다. 영문 스펠링, Turbo 마저도 동일하다. 어떤 이유에서 자동차도 아닌 가수의 이름에 터보가 붙었던 것일까.
남성 듀오 터보와 현대 스쿠프 터보
남성듀오 터보가 데뷔할 무렵이던, 1990년부터 1995년까지 현대자동차에서는 스포티한 쿠페(Sporty+Coupe)라는 의미의 스쿠프(Scoupe)라는 스포츠 쿠페를 선보였다. 스쿠프는 국내 승용차 중 최초로 터보차저(Turbocharger, 과급기)를 장착했다. 터보를 장착한 모델은 ‘스쿠프 터보’라고도 불렸다. 초기 자연흡기(N/A:Naturally Aspirated) 모델은 약 92마력이었던 반면, 터보 모델은 당시로서는 강력한 129마력이라는 출력을 뿜어냈다. 장착된 터보는 가레트(Garrett) 사의 제품이었다. 스쿠프의 공차중량이 대략 1000kg 미만 (약980kg)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무게대비 마력은 꽤 높은 수치였다.
당시 스쿠프는 개발과정에는 레이싱 분야에서 유명한 영국의 리카르도(Ricardo) 社와 영국의 레이싱 자동차 전문 제작사 로터스(Lotus) 社가 함께 참여했다. 영국의 리카르도는 현대의 알파엔진 개발에 참여했으며, 자동차 새시와 서스펜션은 영국의 로터스 사가 도왔다. 현대는 나중에 트럭용 디젤엔진 및 신형엔진 개발에 리카르도와 협력을 이어나갔다. 로터스 역시 나중에 출시된 i30, 제네시스 쿠페 및 세단 등의 새시와 서스펜션 개발에도 지속 참여했다.
이런 이유에서 스쿠프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그 성능을 인정받았다. 특히 1992년 미국의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 대회(Pikes Peak International Hill Climb)의 비개조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3년에 WRC(월드랠리챔피언십)의 레전드인 세바스티앙 로브(Sebastien Loeb)가 재패하여 유명해진 파이크스피크는 90년대에는 대부분이 비포장도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스쿠프가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은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만큼 한국 자동차 역사에 획을 그을만한 사건이었다. 안타깝게도 이런 스쿠프의 명성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참고로 파이크스 피크에서 세바스티앙 로브가 2013년에 새로운 기록을 세우기 전까지는 리스 밀렌 (Rhys Millen)이 현대 제네시스 쿠페로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오히려 스쿠프의 출현에 스포츠 룩킹 카(Sports-looking Car)라는 말로 스포츠카를 흉내 낸 수준이라고 비아냥거리기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스쿠프로 말미암아 오늘날 제네시스 쿠페까지 이어지는 한국 자동차계 스포츠카 라인업의 시초라는 데에는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터보는 대세였다
남성 듀오 터보가 이런 현대 스쿠프 터보의 영향으로 이름을 터보라고 지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김종국과 마이키로 구성된 이 그룹의 이름이 왜 터보인지는 알려진 바 없다. 당시 터보의 소속사 사장이 스쿠프 터보를 몰았던 것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당시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터보’는 그야말로 대세였다. 터보는 지금의 ‘썸’ (남녀사이에 연애감정이 싹트는 과정)이나 ‘의리’(김보성의 유행어)처럼 번져나갔다. 그 당시 터보는 업종을 불문하고 쓰였다. 예를 들어 터보 진공청소기, 터보 드라이, 터보 선풍기 등 전자 제품을 넘어, 불량식품을 포함한 식료품 업계에서도 터보라는 표현은 종종 사용되었다.
당시 터보의 의미는 ‘엄청난 것, 강력한 것, 세상에 없던 획기적인 것’ 등을 표현하는 말로 ‘따봉’이나 ‘캡쑝’ 등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듯 했다. 사실 이것이 자동차의 터보가 가지는 특성이기도 했다. 터보는 내연기관에서 배출된 배기가스를 터빈을 거쳐 다시 압축해 엔진으로 과급함(forced induction)으로써 출력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 속에서 가요계를 뒤집을 정도로 파격적인 가수를 등장시키겠다는 의지에 표현으로 ‘터보’만큼 안성맞춤인 이름도 없었을 것이다. 그 시절 터보라는 이름의 가수가 하나쯤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90년대 당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스쿠프 터보를 필두로 여기저기서 터보를 장착하기 시작했고, 해를 거듭할 수록 터보가 장착된 차량의 수는 늘어났다. 일반 승용에서 트럭, 승합차, SUV, 심지어 경차까지 말이다. 한때 현대는 ‘아토즈 터보’라는 경차도 만들었다. 사실 연비와 고효율 등을 고려해야하는 차종에 터보를 장착한다는 것은 다소 모순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터보라는 대세에 힘입어 경차에까지 터보를 장착했던 것이다. 당시 분위기상 소비자들도 터보가 달린 경차에 거부감이 없었다. 이런 터보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당시 자동차 튜닝이라는 의미가 생소하던 때에 자동차에 터보라는 영문 스티커를 크게 붙이곤 튜닝을 했다고 말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물론 터보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이었음에도 말이다. 당시 일부 자동차 광들은 ‘당신 차에 터보가 있냐’는 질문부터 던지기도 했다. 그 시절 터보라고하면 차량에 엄청난 비장의 무기라도 숨기고 있는 것처럼 생각했다. 이런 이유에서 자동차 악세사리 중 가짜 터보 스위치를 판매하기도 했다. 자동차 대시보드 어딘가에 붙일 수 있는 빨간 색 버튼으로 터보라고 쓰여 있었다.
터보의 유래
그럼 터보는 어디서 처음 시작되었나?
최초의 터보차저 승용차량(passenger car)은 1963년 미국 올즈모빌의 제트파이어(Jetfire)이다. V8엔진에 터보차저를 장착한 차량이었다. 하나, 소량 생산되었으며 불안정한 요소가 많았다. 터보의 과급이 원활하지 못했고 엔진에 무리를 주는 등의 문제가 많았다.
그로부터 약 10년 뒤, 1973년 BMW의 2002 터보가 유럽에서는 최초로 터보차저를 장착한 차량으로 출시되었다. 1년 뒤, 1974년 포르쉐는 911터보를 생산했으며, 당시 양산차량 중 가장빠른 속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위 두 회사 모두 단기간만 터보차량을 생산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에서 터보를 널리 보급한 메이커로는 스웨덴의 사브(Saab)를 꼽는다.
사브는 1976년 터보를 장착한 Saab 99 turbo를 생산했다. 당시 사브 99 터보는 자동차 전문가들은 가장 대중적이며 성능이 뛰어난 차량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터보를 장착했음에도 터보가 가지고 있던 불안정한 요소들을 대부분 수정한 차량이었다. 이후 제임스본드 시리즈에 등장한 사브 900 터보(99 터보의 후속)는 전세계에 사브를 터보의 대명사로 각인시켰다.
터보열풍: 유럽에서 한국까지
1980년대 터보는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까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뷰익의 리갈(Regal) V6 터보가 출현했고 일본에서는 1982년 도요타의 셀리카 수프라(Celica XX)에 터보가 장착되었다. 1985년에는 마즈다가 RX-7(FC)에 터보를 올렸고, 1989년 닛산의 스카이라인 GTR(R32)이 다시 부활하면서 터보차저를 장착했다.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CD9A)도 1992년부터 터보를 장착했다.
이렇게 터보는 1980년대를 지나면서 90년대는 전세계적으로 바야흐로 터보의 전성기였다. 당시 일본에서 방영한 어린이 드라마의 제목마저 ‘터보유격대'(1989년)였으니까 말이다. 이 터보유격대는 파워레인저의 조상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들이닥친 일본의 터보열풍이 90년대 초, 바다건너 한국에도 전해진 것이다.
터보는 무엇인가.
터보차저는 엔진의 폭발행정 이후 배출된 가스를 터빈(turbine)을 통해서 다시 엔진내부로 압축시키는 장치이다. 이런 터빈의 작동 원리 때문에 터빈은 엔진의 워밍업(예열)을 필요로 한다. 충분한 예열을 통해서 엔진이 적절한 온도로 배기를 만들어내야, 제대로 된 엔진 압축비를 만들어주게 된다. 후열(後熱, 차량의 시동을 끄기 전 엔진과 터빈의 남은 열을 식혀주는 것)의 경우는 반대로 달아오른 터빈에 열을 식혀줌으로써 터빈 안의 금속류(스크롤 등)가 작동 중 갑작스럽게 식으면서 발생하는 열 변형 등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터보차저를 장착한 차량의 운전자들 중 일부는 엔진에 후열을 처리하는 자동타이머를 장착하기도 했다. 이럴 경우 운전자가 시동을 빨리 끄더라도, 차량이 바로 시동을 끄지 않고, 설정된 시간이 지난 후 꺼지게 된다. 다행히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은 이런 까다로운 관리를 할 필요 없을 만큼 내구성이 좋아진 편이다.
터보의 단점은 바로 터보랙(turbo-lag)과 열이다. 초창기 고성능 자동차 및 애프터마켓 튜닝차량에 많이 장착되었던 터보는 빅 터빈(big turbine)을 주로 사용했기에 이 두 가지 단점을 두드러지게 드러냈다. 당시 터보 차량들은 터보가 개입하는 고회전 영역(RPM: Revolution Per Minute)까지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이런 이유에서 코너에서는 자연흡기(N/A)를 따라올 수 없고, 직선에서는 터보를 따라올 수 없다는 말도 생겨났다.
오늘날의 터보와 추억 속의 터보
터보의 단점을 없애고자 최근에는 많이 발전된 기술과 세팅이 적용되었다. 빅 터빈을 사용하지 않고, 소형터빈을 사용하거나 터빈의 개입시점을 변경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오늘날 대부분의 터보차량은 터보의 개입시기가 보통 2000RPM 내외이다. 일부 차종에서는 1200RPM까지도 낮춰놓은 경우도 있다.
과거 4~5000RPM 이상에서 터보가 작동하던 것에 비하면, 그만큼 터보의 개입시기가 빨라졌다는 의미다. 이런 세팅은 데일리 드라이빙에도 적합하여, 실제 주행 중 거의 모든 RPM 구간에서 터보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또 터보의 개입구간도 넓게 만들어 여러 주행조건에서도 터보를 사용할 수 있다. 가령 1500~4500RPM까지를 터보의 파워밴드로 세팅한 것이다.
과거에는 터보의 개입시기가 느려서 저회전 영역에서부터 터보가 반응하는 시점(터보랙 구간)까지를 스풀업(spool up)이라고 칭했다. 흔히 현장용어나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후빨’ 혹은 ‘후속 펀치력’이라고도 칭했다. 이런 용어가 사라진 것도 최근 달라진 터보의 영향 탓이다. 혹자는 왜 과거에는 지금과 같은 세팅을 생각 하지 못했냐고 물을 수도 있다. 생각은 했지만 당시에는 터보의 내구성과 열을 조절하는 기술(웨스트게이트, 트윈스크롤 등)이 지금처럼 완성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이런 터보의 약점과 불안정성 때문에 ‘터보는 1회용’,’조루터보’, ‘열의 노예’라는 비아냥거림도 꽤 있었다. 실제로 과거 터보차저 차량들은 과격한 주행 후에는 반드시 엔진 보닛(bonnet, hood)을 열고 열을 식히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최근 출시되는 고성능 터보차량들은 과거의 싱글 빅 터빈으로 감당하던 것을 트윈터보로 대체하고 있다. 이런 트윈터보는 메이커에 따라 트윈터보, 바이터보(Biturbo) 등 이름은 다르나 같은 의미이다. 이렇게 두 개의 터보가 장착된 경우, 세팅은 보통 두 개의 터빈의 개입시기를 달리하여, 하나는 저회전 영역에서 개입을 하고, 다른 하나는 고회전 영역에 개입을 한다. 이런 세팅을 할 경우, 터보의 개입시점까지 기다려야 하는 터보랙이라는 단점을 탈피할 수 있다. 혹은 두개의 터보의 개입시점을 중첩시켜 출력을 순간적으로 배가 시키기도 한다. 트윈터보를 넘어서 콰드터보(Quadturbo, 4개의 터보) 등 터보의 갯수를 늘리는 경우도 고성능 수퍼카에서 가끔 찾을 수 있다.
자연흡기 전통까지 무너트린 터보의 힘
요즘 터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논터보 자연흡기(N/A) 엔진으로 오랜 전통과 명성을 쌓아온 메이커들마저, 터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바로 BMW를 들 수 있다. BMW는 직렬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대부분의 라인업에서 고수해왔고, 실제 독보적인 VANOS(variable Nockenwellensteuerung)기술을 가지고 있다.
VANOS는 흔히 VVT(Variable Valve Timing)라고 부르는 가변식 벨브 타이밍이며 BMW는 이 부분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서 BMW는 고성능 모델인 M3와 M5 등에 8기통과 10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해왔다. 그런데 최근 이런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포기하고 터보를 장착한 저배기량 엔진으로 대체되었다. 이런 전통을 무너트리는 선택에 대해 BMW 팬들의 반대도 심했다.
일본 자연흡기 엔진의 대명사인 혼다도 터보의 사용을 확장하고 있다. 혼다는 VTEC이라는 가변 벨브 타이밍 기술을 토대로 9000RPM에 육박하는 고회전 엔진을 만들어왔다. 한데,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모습을 드러낸 혼다 NSX의 심장에는 과거와는 달리, 터보가 장착되어 있었다. 심지어 앞으로 출시될 혼다 시빅 타입알(type R)마저도 과거와 달리, 터보를 장착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는 심지어 세계 3대 스포츠라고 불리는 모터스포츠의 최고봉, 포뮬러 원(F1)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미 2014년 F1에 출전하는 차량의 심장도 자연흡기 방식에서 터보차저 방식으로 바뀌었다.
향후 이러한 터보의 역할이 얼마나 더 확장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미 터보는 친환경 대체에너지 기술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심장까지 파고들고 있으니 말이다. 자동차의 터보는 가요계의 터보가 몰고 온 바람처럼 앞으로도 계속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등록일 : 2015-02-04 05:56   |  수정일 : 2015-03-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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