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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되면 남북의 학생은 1600만명, 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한반도 통일이후 교육과정 누가 준비하고 있나

◉ 남한의 대학에 진학한 탈북 학생들 대부분 중도포기
◉ 탈북학생들 모인 고등학교에 가보니 20살 넘은 학생도 부지기수
◉ 통일이후 교육과정도 軍의 작계5027처럼 주도면밀히 짜여 있어야

본 글에서 언급되는 ‘탈북’이라는 의미는 북한이탈주민을 총칭하는 단어로서 난민(refugee)과 망명자(defector)라는 의미보다는 남한에 정착한 사람 모두를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사용하였습니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 말하는 탈북자라는 의미에는 도망자, 탈주자와 같은 비하의 의미는 포함하고 있지 않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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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학생들의 한겨레 중고등학교 전경.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2011년, 통계청에서 배포한 북한인구와 인구센서스 분석 자료(2008년도 통계치)를 보면 북한의 재학(在學)인구는 539만 명이다. 이는 북한의 소학교(남한의 초등학교와 유사)부터 대학이상 교육기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모든 학생을 집계한 것이다. 동기간, 남한의 경우 1089만 명이 재학 인구로 집계되었다. 통계청의 2010년도 북한 청소년 수에서는 2008년도의 530만 명보다 100만 명이 늘어난 약 630만 명까지로 집계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남북이 통일했을 경우 추산되는 재학생 인구는 대략 1600만 명이다. 이것은 남한의 인구 3분에 1에 해당하는 수이다. (2010년도 통계청, 총 인구수: 약 4900만 명)
최근 국내외 대북전문가들은 한반도의 통일이 빨리 올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리는 미국의 싱크탱크, 스트렛포(Stratfor)는 한반도 통일을 늦어도 2030년 이내로 내다보았다. 2014년 10월 기자와 인터뷰했던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한국석좌, 빅터 차 교수는 통일을 2014년 기준으로 10년 이내로 예측했다. 이렇듯, 남북통일을 머지않은 미래라고 말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통일준비위원회 분과 중, 교육은 없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은 대박’이라는 기조아래,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해 통일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자가 통일준비위원회의 조용대 사무관에게 문의해본 결과, 현재 위원회에는 4개의 분과가 있다. 정치·법제도 분과, 경제 분과, 외교안보 분과, 그리고 사회·문화 분과이다. 이처럼 교육을 제외한 정치, 경제, 안보, 문화를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조 사무관에 따르면, 현재 사회문화 분과에서 2014년 12월 중순 즈음하여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새로운 평화통일교육’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나온다고 한다. 하나, 해당 보고서의 주요내용은 통일의 필요성 등을 시사 할뿐, 통일 이후, 교육과정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렇듯 통일준비위원회에서 조차 통일이후 교육을 간과하고 있다는 맹점이 있다.
교육부 학교정책과의 이재복 씨에 따르면, 현재 국내 공립과 사립 초중고등학교를 통해서 통일에 대한 교육을 범 교과 주제로 정하고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통일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재고 및 통일의 필요성 등을 교육하는 것이 주요골자라고 했다.
그러나 해당 교육내용은 정식교과과정이 아니기에 각 학교의 재량권 아래 ‘창의적 체험활동’의 일환으로 교육된다. 안타까운 점은 이마저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입시위주의 교육에 따라  활발히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씨는 현재 교육부의 정책 중 통일 이후를 위한 교육내용은 별도로 마련된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섣불리 통일이후에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조차 난제라고 덧붙였다.
통일부, 통일이후 교육방향은 아직 정해진 것 없다.
 
통일부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기자는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에 연락을 취해보았다. 통일교육원 교육총괄과 김유진 사무관에 따르면, 통일 이후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준비되는 사항이 없다고 했다. 현재 통일교육원에서는 통일의 필요성과 통일시 필요한 비용, 통일이후 편익 등에 관한 부분은 연구를 한 바 있으나, 실질적인 통일 이후 교육정책이나 방향은 준비된 것이 없다고 했다.
통일부의 통일기반조성과 역시, 통일연구원과 결과는 비슷했다. 통일기반조성과에서는 통일에 대한 국제협력을 주된 업무로 추진하기에, 통일 이후 교육부분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사무관 김 씨가 말했다.
현재 통일과 관련된 관계부처도 민간기관을 포함하여 수십여 개에 이른다. 여기에는 남북통합연구센터를 비롯한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등 다수이다. 탈북에 관한 부서가 다수이기 때문에 통일이후 통합된 교육과정을 정부주도로 전파 및 교육하기에도 불리한 구조이다. 여기에 관련 예산도 흩어져 나가고 있으며, 비슷한 연구과제에 예산이 중복 지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부분은 하나의 통합기관에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이렇듯 통일이 머지않은 미래일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한 가운데, 정작 정부에서는 통일이후 남북한 재학생 1600만 시대를 대비한 교육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남북 학생들에게 어떤 통합된 교육을 할 것인지 분명 심사숙고해야할 것이다. 통일은 남 일이 아니며, 당장에 통일이후 합쳐질 북한의 학생들, 630만 명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닥칠 교육대란을 사전에 준비해야만 한다.
독일은 통독 이전부터 교육과 문화의 융합을 준비했다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경험한 바 있는 독일의 경우는 어떨까. 이에 기자는 독일대사관에 문의해보았다. 이에 독일 대사관 공보실 담당자, 울리크 레벤더(Ulrike Lebender)씨는 다음과 같이 답해왔다.
독일은 각 지역별 관할구역인 란더(Lander)가 있다. 이는 미국의 주(州)와 유사한 것으로 일종의 지자체이다. 이러한 지자체가 먼저 통일에 앞서 교육과정에 대한 준비를 했다. 그리고 통일 이후 새롭게 구획화될 란더에 의해서 전반적인 교육과정이 변모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리하여 독일의 지자체들은 “통독의 교육 및 문화 협의”(Standing Conference of the Ministers of Education and Cultural Affairs of the Lander in the Federal Republic of Germany)라는 협의체를 구상하였으며, 이로서 각 지자체에서 교육을 관장하는 장들은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 이것은 교육을 넘어선 두 독일간의 다른 문화를 융합하기 위한 과정까지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그녀는 전했다.
이렇듯 독일에서는 서독과 동독이 하나의 통독이 되는 과정에 앞서 교육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한국도 통일을 위해서 교육에 대한 논의가 지금이라도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기자는 여러 채널을 통해서 국내 교육기관 중 이런 통일이후의 교육을 준비하는 기관을 찾아보았다. 그리하여 국내 대학수능과 임용고시를 관장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정채관 박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얼마 전 ‘북한이탈 고등학생 영어 학습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출간했다. 정 박사는 통일이 임박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이번 박근혜 정권아래 통일 이후 교육과정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해왔다고 했다.
탈북학생 대부분 現 교육과정에 부적응
정 박사는 통일이후의 교육문제는 통일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필연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포함한 각계 교육전문가들이 머리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기자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제외한 교육계에서는 이런 논의 및 연구가 미비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진행되는 연구 역시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라고 정 박사는 말했다. 다행히도 이번 정권에 들어서 교육과정평가원 내에서는 이런 분야의 연구를 확대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현재 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정 박사 외에도 김진숙 박사 등 일부가 이러한 연구를 진행 혹은 추가계획 중이다.
정채관 박사의 보고서 내용에 상당부분은 현재 국내에 거주중인 탈북청소년에 대한 분석이 담겨져 있다. 탈북고등학생 설문조사, 심층면담, 관찰조사 등이 주된 내용이다. 전체 내용을 요약해보면, 탈북학생들 대부분은 남한의 교육과정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학업을 포기한 남한의 일부 학생들과 달리, 학업에 대한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학업성취도는 매우 저조했다. 이는 탈북이후 남한의 학생들이 배워온 모든 교육내용을 단기간에 따라잡지 못하는 괴리감에서 빚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정 박사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탈북청소년들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별도의 온라인 교육 통해서 학교에서 진행되는 교과과정과 더불어 장소에 구애 없이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 조장하는 모순된 교육제도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한의 대부분의 중고교에서는 변별력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시험의 내용 중 약 50% 가량은 외부자료에서 출제된다고 한다. 이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시험을 보아도 학생이 얻을 수 있는 최대성적은 대략 50점이라는 말이다. 외부자료라 함은 학원 등에서 가르치는 별도의 교육과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데,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려운 탈북학생들은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교육은 고사하고 학업에만 집중해도 그 성과가 낮은 탈북학생 대부분이 낮은 성적을 받고 있다고 했다. 정부에서는 사교육을 없애자고 하면서도 정작 학교에서는 변별력이라는 이유로 사교육을 조장하는 꼴이 모순되어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이 탈북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낮추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었다.
기자는 실제 탈북학생들의 생활과 학업태도가 어떤지 알아보기로 했다. 탈북청소년들이모여서 생활한다는 경기도 안성 소재의 한겨레 중고등학교를 방문했다. 해당 학교는 탈북자들을 위해 개설된 학교로 그 특수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UNESCO)에서 지정한 학교이기도 하다.
현재 학교운영비 대부분은 통일부와 교육부(기숙사 부분)에서 지원 중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학교는 정규학교로 인정받아 졸업장을 주며, 검정고시를 보는 여타 대안학교와는 다르다고 했다. 학교는 본래 디딤돌 학교로서 일반 정규학교에 탈북학생들이 적응하도록 교육하는 학교였다.
학교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었다. 여느 농촌마을과 같은 주변 환경과는 달리 학교는 현대적 건물로 웬만한 사립대학 못지않았다. 일례로 학교의 난방 중 일부는 태양열로 처리되며, 교실 바닥은 온돌식 난방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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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고등학교 복도
탈북학생들도 일반 남한의 학생들과 동일한 교육과정 적용하고 있어
기자는 한겨레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최기대 교사를 만나 한겨레 중고등학교라는 탈북학생 교육기관의 운영방식, 탈북학생들의 학업태도 등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일반 남한의 학생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최 교사는 과거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어, 기자에게 차이점을 비교해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이 곳, 한겨레 중고등학교에 온 학생들은 누구인가요?
“예, 여기는 탈북학생들이 오는 중고등학교입니다. 보통 탈북자들은 중국이나 태국, 라오스 등의 제3국을 거쳐서 남한에 들어옵니다. 남한에 오면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고, 하나원이라는 곳에서 약 12주간의 기초생활교육을 받습니다.
하나원에서는 미취학아동, 청소년, 성인으로 나눠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청소년들은 국내(남한) 학교에 진학을 하게 됩니다. 이 중 선택에 의해서 저희 학교(한겨레 중고등학교)를 올 수도 있고, 일반학교에 진학할 수도 있습니다. 전체 수로 볼 때, 탈북자녀의 약 10~15% 정도가 저희학교에 옵니다. 나머지는 일반학교에 분산 배치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체 탈북청소년이 약 1800여명 되고요, 그 중 약 180~200명 정도가 저희 학교에 있습니다.”
-각 반에는 몇 명의 학생들이 있나요?
“중학교 4개 반, 고등학교 6개 반으로 한 반에 약 20명 정도 잡으시면 됩니다. 그래서 총원은 약 200명 정도가 됩니다. 저희 학교는 200명이 정원입니다.”
-그럼 선생님들은 총 몇 분이 계시나요?
“교장 및 교감 선생님 포함해서 29명계시고요, 교사 외에 교직원까지 합하면 약 55명 정도 됩니다.”
-여기서 최 선생님처럼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은 어떻게 선발이 되나요? 탈북자 분들이 주축으로 되어 있나요?
“여기에는 북한에서 교수를 하시던 분이 한분이 교사로 계시고요. 일부 교직원 중에 탈북자 분들이 한 두 분계십니다. 그 외에는 전부 남한출신입니다.”
 
-그럼 여기는 교육과정이 탈북자에게 맞는 특별한 교육을 하나요?
“아닙니다. 저희는 남한의 일반 중고등학교와 동일한 정규교육과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설립자체가 사립 중고등학교로서, 여느 남한의 사립학교와 동일한 정규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사립이라고 해서 무언가 다른 것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교육부의 교육지침에 따라서 정규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겁니다.”
최 교사의 말을 통해서 한겨레 중고등학교는 탈북학생들이 모여 있을 뿐, 모든 교육과정은 남한의 여타 학교와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기자가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북한출신의 학생들에게도 남한 학생들과 같은 교육과정이 진행한다는 것이 다소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럼 학교 운영에 있어서 일반 사립학교와 다른 점이 있나요? 예를 들어 탈북 교사를 선호한다거나 말이지요.
“그런 건 없습니다. 일반 사립학교와 차이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선생님들 대부분이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신 분들입니다.”
-최 교사님은 그럼 어떻게 이 학교에 오시게 되었나요?
“저 같은 경우는 일반 학교에서 약 8년 동안 있었고요. 이 한겨레 중고등학교는 2006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저는 2010년에 지원해서 왔고요. 약 4년 정도 탈북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탈북학생들 양치질 하는 방법부터 가르쳐야 한다
-탈북학생들은 남한 학생들과 비교하여 어떤 차이가 있나요? 또 교육 중 어려운 점은 없나요?
“저도 처음에는 이 (탈북)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변해야 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마음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생각을 모르면, 교사는 가르치기 어렵기 때문에, 먼저 학생들의 사고방식을 알아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초반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점차 시간이 지나고 여러 명의 학생들을 접하면서 이들의 사고방식을 배워나갔습니다.
우선 문화가 다르면 공유하는 생각이 다르지요. 이것이 일종의 상식인데, 이 아이들에게는 남한사람들이 가진 상식이 없습니다.”
-예를 든다면요?
“예를 하나들면 양치질하는 습관입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333 이라고 해서 하루 세 번, 식후 3분 이내, 3분 동안 이라는 것이 체득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게 북한은 없다보니까, 양치하는 습관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줘야 합니다.
이 때문에 저희는 기숙학교로서 사제동숙(師弟同宿)을 합니다. 각 기숙사 방마다 선생님의 방이 별도로 있으며, 사제가 함께 생활하면서 문화적 차이를 하나하나 가르쳐줍니다.”
-그럼 기숙사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나요?
“남학생 여학생 기숙사가 분리되어 있으며, 여학생 기숙사는 일종의 아파트와 유사한 형태입니다. 하나의 호실 안에 여러 개의 방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의 작은 방에 여선생님이 계시고요. 여학생들 방안에는 2층 침대가 2개 정도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 방에 여학생 2명에서 3명 정도가 잘 수 있습니다.
남학생의 경우는 일종의 콘도처럼 온돌식 구조로 큰 방이 있고 그 안에 5~6명 정도가 함께 생활합니다. 두 개의 다른 호실은 베란다를 통해서 연결되어 있어, 서로 붙어있는 두 개의 호실 학생들이 베란다를 통해서 만날 수도 있습니다.”
기자가 최 교사의 안내에 따라 실제 기숙사 방을 구경해보았다. 학생들의 사생활보호로 인해 자세히 볼 수 는 없었지만, 방 안의 구조는 일종의 연수기관처럼 되어 있었다.
북한의 학교생활, 남한의 70년대와 유사하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떤가요?
“가부장적인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특히 남학생들의 경우 친구간의 의리가 매우 강합니다. 따라서 갈등이 발생하면, 남한에서는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는 반면에 물리적인 충돌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또래집단의 의존성과 물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탈북학생들에게 이런 부분이 남한에서는 다르다는 점을 집중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남한의 70년대 학교생활과 많이 유사하다고 보면 되겠네요. 반에서 싸움 잘하는 학생이며, 무리를 이루어서 집단으로 패가 갈리는 그런 생활인가요?
“예, 맞습니다. 그런 셈이지요. 우리 70년대와 매우 흡사합니다.”
-학생들의 학업태도는 어떤가요?
“대체로 많이 노력하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교과과정을 그대로 적용하다보니, 대부분 많이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북한에서의 교육과정과는 완전히 다른 것을 배우다보니깐 아무래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럼 이 친구들도 대학에 가야 할 텐데 어떻게 교육하나요?
“예,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생님들이 동일한 교과교육과정이지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교육하기위한 교수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교과서 안에서 순서를 바꿔서 가르친다던지 하는 식입니다.”
-그래도 남한의 교육내용을 단기간에 가르쳐야 하는데 한계가 있지 않나요?
“예, 물론 어렵지요. 이런 교육내용을 처음 접하다보니깐, 학생들도 어렵고, 가르치는 교사들도 어렵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학생들이 재외국민전형으로 대학에는 갈 수 있습니다. 흔히 남한에서 가고 싶어하는 서울 및 수도권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런 교육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는데 대학에서 잘하나요?
“대학에 가서 어려움이 많아서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취업위주로 생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 학교에서도 취업을 대비한 실무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네일아트라든지, 지게차 운전, 제과제빵, 바리스타 교육 등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 교육 및 자격증을 줌으로서 이 학생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탈북학생들 사회지도층으로 진출하기 어렵다
-그럼 이런 상황에 대해서 학생들이나 탈북 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저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탈북 학부모들도 우리 남한의 부모들과 똑같은 교육열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전문직의 의사, 검사, 변호사, 등의 직업을 선호하며 자기 자녀들이 그런 위치에 오르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보니 저희가 설득하여, 실무 위주로 준비를 시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탈북학생들이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선천적인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 학생들이 사회지도층으로 진출할만한 교육방법은 없나요? 여기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건가요?
“현재까지는 이들이 전문직이나, 사회지도층으로 진출할 교육적 활로가 없습니다. 사실 저를 비롯한 교사들 그리고 탈북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려는 의지도 있는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실과 타협해야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도적으로 이러한 탈북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방식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 교사 뿐 아니라, 탈북교육계 관계자들은 현재 남한의 교육방식을 동일하게 탈북학생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와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자는 최 교사의 도움을 받아 수학 수업이 진행 중이던 한 교실에서 여섯 명의 탈북청소년들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의 나이는 다양했다. 개중에는 20살의 학생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구분되어 있기는 했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남한의 교육과정의 어려움 때문에 이들에게 있어서 학년의 구분은 모호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가 마주한 학생들은 여느 남한의 학생들과 같았다. 이들을 거리에서 마주한다면,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학생들은 남한의 다른 일반학교처럼 교복차림에 두꺼운 패딩잠바를 입고 있었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아이돌 가수의 영향 탓인지 여느 남한의 여학생들처럼 얼굴화장과 네일아트 등도 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서클렌즈를 끼고 머리색을 염색을 한 학생들도 있었다. 인터뷰가 시작되면서 이들의 말투에서조차 북한 사투리를 느낄 수 없었다.
남한의 학생들이 구사하는 말투와 은어들도 대부분 알고 있었다. 탈북학생이라는 말에 기자가 가졌던 기자의 선입견 때문에 기자는 순간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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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고등학교에 전시된 북한의 교과서.
북한에서는 10살부터 서로를 비판하기 시작한다
신변보호 때문에 학생들은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기자가 언제 탈북을 했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각기 다른 시점을 말했다. 오래된 학생은 6년 전이라고 했으며, 가장 최근에 탈북한 학생은 올해 2월 무렵이라고도 했다. 학생들이 질문에 활발히 답을 할 수 있도록 간단한 질문부터 출발했다. 다음은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북한의 교실은 남녀구분이 되어 있나요?
C양: “아니요. 북한은 전부 남녀공학이에요.”
-한 반에 몇 명 정도 있나요?
A양, B양, C양, E양: “삼십 명 정도요.”
 
-학교에 교실이 부족한가요?
C양, E양: “(교실이)부족하지 않아요.”
-최근 학교 내 학생 수가 늘어나는 추세인가요?
D양, E양: “줄어들고 있어요.”
-학교의 냉난방은 잘 되어 있나요?
C양, E양: “남한이랑 완전 달라요. 교실 중앙에 난로 하나 있어요. 여름에 선풍기가 없는 학교도 있고요. 그런 시설이 많이 다른 거 같아요.”
-학교에서 식사는 어떻게 하나요?
E양“전부 도시락을 싸와요. 그래서 북한에서도 몰래 도시락 까먹고 그래요.”
-북한은 공산체제라 배급식으로 줘야하지 않나요?
B양, C양, E양: “아니에요. 전부 도시락을 싸와야 해요.”
-북한에서는 학생들끼리는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나요?
D양: “북한도 남한처럼 선생님이 안계시면 쉬는 시간에 말뚝 박기나 돌멩이 가지고 하는 공기놀이 등을 하고 놀아요.”
-쉬는 시간이 끝나고,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학생들의 태도는 어떤가요?
C양: “학생들이 바로 조용해지고 수업준비를 해요. 여기(남한)서는 선생님한테 농담도 하고 그러잖아요. 근데 북한에서는 절대 그렇게 못해요.”
-만약에 선생님을 비하하는 말을 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면 다른 학생들이 고발하나요?
A양, B양, D양 E양: “생활총화!”
C양: “그 생활총화시간에 서로 비판해요. 그 시간에 모여서 서로 잘못한 거 말해요.”
학생들이 입을 모아 기자에게 생활총화라는 북한의 비판제도를 외쳤다.
-그럼 이 생활총화는 몇 살 때부터 하나요?
D양 “초등학교라는 소년단 입학하고 나면 바로 이 생활총화를 해야 해요.”
C양 “10살부터 하는 거고요. 10살 이하는 안 해요.”
그들의 말을 통해서 북한에서는 10살이라는 어린나이부터 북한식 사회주의 교육이 주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판을 많이 하면 점수를 더 받나요?
C양: “점수를 더 받지는 않지만, 모두 해야 되요. 한명 씩 무조건 나와서 해야 합니다. 이 친구가 나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했다고 그런 내용을 다 써야 해요.”
-그럼 서로 비판을 하면 기분이 나쁘지 않나요?
C양: “그리고 마지막에는 꼭 좋은 쪽으로 마무리를 해서 화해하듯이 앞으로 잘하자는 그런 (뉘앙스의) 말을 써야 합니다.”
-이런 생활총화를 매일하나요? 매번 하려면 힘들지 않나요?
D양: “매주 토요일마다 해요. (힘들어서) 좀 형식적으로 해요.
북한의 10대들은 해질 때까지 노동을 한다.
-이런 생활 외에 북한에서 남한과 다른 게 뭐가 있나요?
C양: “남한은 7~8교시라고 오후에도 공부를 하잖아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과외학습이라고해서 일을 해요. 산에 가서 김매기를 하거나 여러 가지 노동을 해야 해요. 여기서 하는 봉사 활동 같은 거와 유사해요.”
E양: “학교 전체가 다 해야 해요.”
이 어린 학생들의 입에서 남한의 기성세대들이나 알고 있을법한 농경사회의 생활양식, 김매기 같은 단어가 스스럼없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남한에서 말하는 학원의 과외학습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그럼 여러분이 보시기에 정말 이건 북한에만 있다. 남한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게 무엇이 있을까요?
C양: “아까 말한 노동이에요. 밭매기라든지 주변에 꽃을 심는 등 여러 가지 노동을 해요.”
B양; “이건 강제라서 누구나 해야 해요.”
-이런 걸 감시하고 지시하는 사람이 있나요?
C양: “위(상부지시)에서 하라고 하면, 해야 해요. 오늘은 이 학교가 어디 가서 무얼 해라 그러면 다 가서 노동을 해야 하는 거예요.”
-이런 노동량이 어느 정도이며, 힘이 들지는 않나요?
B양: “엄청 힘들죠. 여름에 진짜 더운데 햇빛 그대로 맞으면서 해야 되죠.”
D양: “맞아요. 진짜 힘들어요.”
E양: “그 시킨 일을 모두가 끝낼 때까지 해야 되요.”
-만약에 할당된 업무가 다 안 끝나면요?
A양과 E양: “어두워져서 해질 때까지 해야 되요.”
북한은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노동법과 인권법으로 보호받는 10대 청소년들에게 과다한 노동을 시키고 있었다. 한 학생은 전기가 귀한 북한에서는 어두워지면 너무 깜깜해서 무섭다고도 했다.
-그럼 이런 노동에 모두가 참여하나요? 선생님도 하나요?
E양: “남학생 여학생 모두해요. 선생님은 안 해요. 그냥 서 있어요.”
D양: “그냥 서 있기만 해요.”
C양: “일할 때 선생님 옆에 오면 다들 열심히 하는 척해요.”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놀이는 없나요?
C양: “카드놀이를 해요. 그거 하면서 놀아요.”
B양: “예, 맞아요. 카드해요.”
-서양에서 온 그 트럼프 카드놀이요?
C양: “네, 맞아요. 그 카드는 아무대서나 구할 수 있어요.
-카드로 무슨 게임을 하나요?
C양, E양: “훙수(?), 사사키와 같은 게임이에요.(웃음) 4명이서 하는 카드놀이에요. 원래 서양카드게임과 비슷한 건데 이름만 다른 거예요.”
남한의 교육과정 어렵게 느낀다
-북한학생들 사이에 왕따(집단따돌림)도 있나요?
C양: “있어요. 북한은 그러니까 잘사는 집 애들이랑 못사는 집 애들이 구분되어 있어요. 그래서 이 아이들이 집단을 이뤄서 서로 구분을 짓고 (서로 따돌림을) 해요. 다만 여기(남한)처럼 대놓고 왕따를 하고 괴롭히지는 않아요. 그냥 단순히 그 아이랑 놀지 않을 뿐이에요.”
-그럼 학생들 중에 누가 잘사는지를 어떻게 알아요?
A양: “일단 학교를 다니다보면, 알게 되요.”
E양: “네 알아요.”
-일례로 ‘누가 간부의 자식이다’ 하는 식으로 알려진다는 말이군요?
D양: “예, 그런 아이들은 성향이 비슷한 다른 애들하고만 어울려요. 집안 살림도 비슷하고 서로 그러다 보니깐 어울려 놀게 되는 거예요.”
-남한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놀란 부분은 없나요? 
B양: “한국사 (역사)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왜 그렇죠?
B양: “(북한하고는) 완전히 다르니까요.”
C양: “북한에서는 김정일, 김일성, 김정숙 등 김家의 역사만을 공부해요. 그걸 보고 뭐라고 하더라…”
E양: “혁명역사 라고 해요. 그런 거만 주로 배우는 것 같아요.”
-그럼 한국사가 어려운가요?
C양: “아무래도 새롭다보니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E양: “갑자기 다 배우려다보니 좀 어려운 거 같아요.”
오로지 북한의 세습을 역사로 알고 온 이들에게 남한에서 배우는 한국사는 매우 새롭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컴퓨터 같은 일종의 현대화 교육도 하고 있나요?
C양: “예, 컴퓨터도 있어서 배워요.”
D양: “아니에요. 저희는 컴퓨터는 없고 자판만 가지고 배웠어요.”
E양: “저는 컴퓨터 만져보지도 못했어요. 보지도 못했어요. 컴퓨터가 있다고 해도 실기도 제대로 못해요. 왜냐하면 전기도 없기 때문에 잘 할 수가 없어요.”
-그럼 영어와 같은 외국어도 배우나요?
B양, C양, D양: “예, 배워요.”
C양: “그런데 영어는 영국식이에요.”
-영어선생님이 따로 있나요?
A양: “북한 사람이 가르치고 외국인 선생님은 없어요.”
-남한에서 배우는 과목들이 어려운가요?
C양: “네. 전체적으로 북한보다는 어려운 거 같아요.”
A양, B양: “완전히 다른 내용을 접해서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북한에 남겨진 친구들이 그리울 뿐, 나머지는 남한이 더 좋다
-스마트폰을 여기서는 흔하게 가지고 있고 지금 여러분도 가지고 있는데 북한과 비교해서 어떤가요?
C양: “북한은 요새 와서 일부는 가지고 있는데 여기(남한)처럼 통신을 자유롭게 못해요.”
E양: “잘사는 집은 중국에서 노트북을 사오기도 하는데 인터넷은 못해요.”
-북한이 좋은 점이나, 그리운 점은 없나요?
B양, C양: “친구들이 그리워요. 거기에서 같이 지내던 친구들이랑 놀던 게 재미있었어요.”
E양: “친구들하고 놀던 것만 좋았지, 나머지는 다 싫어요.”
-그런데 친구들은 여기(남한)에도 있잖아요. 어떤 점이 그렇게 그리운 거죠?
A양: “북한에서는 달라요. 여기(남한)는 남 일에 별로 신경 안 쓰지 않아요.”
C양: “서로 친구일이면 내 일이다. 라는 식으로 끈끈한 의리와 우정이 있어요.”
E양: “친구가 아프면 달려가서 도와주기도 하고 그래요.”
-그럼 그런 관계가 부모들끼리도 형성이 되어 있겠네요.
B양, C양, D양: “네. 맞아요.”
C양:“솔직히 여기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앞집에 누가사는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그 동네에 누가 사는지 다 알아요. 그리고 다 친해요.”
– 그럼 어른들끼리도 서로 어울리는 패거리(집단)가 있겠네요?
C양, E양: “예, 있어요.”
D양: “어른들도 저희들처럼 서로 친한 사람들끼리 뭉쳐요.”
-그렇게 친한 사람들끼리 생활총화시간에 어떻게 서로 비판을 하나요?
C양: “그래서 좀 형식적으로 하는 게 없잖아 있어요.”
-먹는 거는 어떤가요.
E양: “북한에서는 뚱뚱한 사람 못 봐요. 일단 뚱뚱하면, 무조건 간부라고 생각해요.”
D양: “여기(남한) 와서 잘 먹어서 저희 대부분 체중이 늘었어요.”
A양: “저도 여기(남한) 와서 체중이 늘었어요.”
이들은 기자에게 남한에 와서는 먹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 중 어느 학생은 인터뷰 중 막대사탕을 물고 있기도 했다.
-탈북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자신이 탈북 한다는 사실을 알고 오게 되었나요?
C양: “저는 어떤 아저씨한테 납치되듯이 왔어요.”
D양: “저도 비슷해요. 저는 엄마가 사람을 보내서 모르는 아저씨를 따라왔어요.”
-납치요?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믿었나요?
C양: “그러니깐 모르는 아저씨가 저를 납치하듯이 끌고 나왔어요.”
D양: “그 사람이 건넨 전화로 엄마랑 통화를 했어요. 그래서 따라나섰어요. 그때는 내가 탈북 하는지 몰랐어요.”
이들이 말하는 모르는 남자는 일종의 브로커였다.
앞서 인터뷰한 최기대 교사는 이러한 탈북학생들은 자신들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하다’라고 자주 표현한다고 했다. 이는 북한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와 있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음을 뜻한다고 했다. 탈북학생들과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남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여러 매체를 통해서 북한의 생활과 실상이 어떤지 알려지기는 했지만, 이들은 분명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이다. 단지 기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유사한 한국말을 한다고 해서 이들을 우리와 같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탈북학생은 물론 통일이후 교육정책 마련 시급하다
이들은 분명 외국인만큼이나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남한의 교육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옳은지도 의문이다. 더 나아가 이런 한겨레 중고등학교와 같은 곳이 현재는 한 곳에 불과하다. 그리고 일반 학교마다 약 5명 이하의 탈북청소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는 탈북인구가 적어 우리가 자각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을 한다고 했을 때, 이 많은 수의 학생들이 모인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교육방식으로 이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통일과 탈북교육 분야에서 20년을 정진한 前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소장, 한만길 박사는 현재 탈북자들에 대한 교육이 정책적으로만 크게 부풀려진 것에 비해,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부분은 적다고 했다.
더군다나 현행 제도가 무조건적인 지원형태로만 구성되어 있어 탈북학생들의 실제 수준과는 달리 서울권의 수준 높은 대학에 쉽게 진학하게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서울권의 대학에 쉽게 진학한 탈북학생들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중도 포기하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 박사는 탈북교육 문제를 현장에서 학생들의 자립심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 형태로 재고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교육개발원에서 탈북학생들을 위한 보조교과서가 일부학교에 한하여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통일 이후 북한의 학생들을 가르칠 교과서 제작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탈북학생들에 대한 교육제도는 물론이거니와 통일이후를 대비한 교육정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교육대란을 막기 위한 이러한 제도는 마치 軍이 가지고 있는 작전계획5027처럼 짜여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주도면밀한 시나리오와 계획에 따라서 언제 어떻게 통일이 되고, 통일시 북한에 배치되어야 할 교사의 수, 이들이 북의 교육현장에 배치될 루트와 방법, 학생들에게 제공될 급식, 이들이 사용할 교과서, 전기가 없는 북한에서 교육 시 필요한 장비(학용품, 발전기 등)의 목록 등 준비해야 할 부분은 수만 가지이다.
만약에 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통일이후 남과 북은 우왕좌왕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여기서 겪는 시행착오가 단순히 실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한의 막대한 예산이 낭비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분명 이런 부분의 준비는 있어야 하며, 이것은 나아가 교육계 종사자(예비 교사 등)들에게 있어서도 통일이 대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등록일 : 2014-12-17 오전 10:00:00   |  수정일 : 2015-06-2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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