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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역학 설계 잘못되면 차가 비행기처럼 이륙할 수도 있어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메르세데스 벤츠 CLR-GT1이 경기 중 날아올랐다. 사진=위키미디어
  얼마 전 기자는 지인으로부터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그는 기자에게 “오늘 타이어를 교체하려고 숍에 가서 차를 리프트에 올렸는데, 깜짝 놀랐어! 아니, 차 밑바닥이 다 막혀 있더라고. 아니 이게 언제부터 이렇게 막힌 거야? 이게 원래 막혀 있어도 괜찮은 거야?”

얼마 전 독일산 해치백으로 바꾼 지인은 이전 국산차와 다른 차의 밑면의 모습에 적잖이 놀란 듯했다. 그가 차의 아래가 막혀 있다고 한 부분은 엔진룸의 하부 공간부터 트랜스미션(변속기)이 있는 부분까지다. 차종에 따라선 하부 공간의 대부분이 막힌 차량도 있지만 외산 차량에선 보통 차량의 전륜부 정도까지가 막혀 있는 게 보통이다.

  최근 국산차들도 이런 형태로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외제 차량보단 아직 더 개방되어 있는 게 보통이다. 그럼 언제부터 차의 밑면이 이렇게 막힌 것일까. 또 어떤 이유로 막히게 된 것일까. 밑면을 막는 1차적 목적은 보호다. 도로의 파편들로부터 방어하는 역할이다. 2차적으론 공기저항에 도움을 준다.

가끔 자동차 잡지나 관련 뉴스를 보면 뜻밖의 숫자를 마주한다. 가령 0.26Cd와 같은 것이다. 이 숫자와 영문은 ‘공기저항계수’를 나타낸 수치다. 숫자 뒤에 붙은 Cd는 Coefficient of drag로 ‘공기저항계수’를 뜻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공기의 저항을 적게 받는다는 뜻이다. 즉 주행에서 맞닥뜨리는 바람의 양이 적어 빠르게 달릴 수 있고, 연비에도 도움이 된다. 0.26Cd 정도면 업계에서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차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수치보다 더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최근 친환경과 고성능이 대두되면서 연비와 고속주행의 중요성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차종을 불문하고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연비가 얼마나 나오냐?”이다. 또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차의 스포티함과 고성능을 평가하는 잣대로 ‘최고속도가 얼마인지’ ‘제로백(0-100km/h 도달시간)이 얼마인지’에 관심을 가진다. 이 연비, 최고속도, 가속성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바로 ‘공기저항계수’다. 아무래도 주행 중 맞닥뜨리는 저항이 적을수록 기름 소비가 적을 것이고 더 빨리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공기저항

닷지 바이퍼 SRT GTS. 사진=위키미디어

 당장 4년 뒤면 파리 시내에선 디젤차를 볼 수 없게 된다. 환경 때문에 2020년부터 디젤차량 운행 금지를 시행하는 탓이다. 이미 디젤차량의 수를 줄여나가고 있다. 파리에 이어 런던도 따라나섰고 한국도 비슷한 정책을 설계 및 시행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눈은 자연스레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향한다.  

공기저항의 중요성이 한층 더 대두되기 시작한 시점은 연비를 고려한 하이브리드 차량들의 출현 이후다. 연비를 강조한 대체연료차량에 있어서도 공기저항은 필연적인 부분이다. 공기저항이 줄어들수록 연비가 개선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처음으로 대량 생산한 도요타의 프리우스(Prius)는 그 생김새와 달리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차이다. 프리우스(2010년 이후 모델)의 공기저항계수는 고작 0.25Cd에 불과하다. 이 정도 수치는 가히 기록적인 수치로 업계에서 보기 드문 것이다. 도요타는 연비를 좋게 하려고 주행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저항을 최대한으로 줄였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인사이트(Insight) 역시 프리우스와 동일한 0.25Cd를 기록했다. BMW의 전기차인 i3의 공기저항계수도 비교적 낮은 수치인 0.29Cd이다.

뒤늦게 하이브리드와 같은 대체연료차량 시장에 뛰어든 국산차들은 후발주자로서의 우위를 점하고자 세계 최저 수준의 공기저항계수를 만들어냈다. 기아자동차의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도요타의 프리우스보다도 낮은 0.24Cd를 기록했다. 이는 전면부 그릴의 형상 덕분이다. 보통 개방된 상태의 그릴을 K5는 주행 속도에 따라 개폐할 수 있다. 즉 필요에 따라 그릴을 닫음으로써 공기가 차량을 돌아나가게 만드는 것이다.

전기차의 밑면과 공기저항

 자동차의 엔진 부분이 덮개로 막혀 있다.

최근 자동차의 공기저항과 고속주행 안전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자동차 제작사들은 과거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던 부분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의 밑면이다. 즉 차를 리프트로 올린 뒤 아래를 보았을 때를 말한다. 보통 차의 밑면은 차에 들어간 대부분의 부품이 마치 지도를 펼쳐놓은 듯이 날것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있고, 배기 매니폴드를 타고 내려온 중통과 엔드 머플러까지 이어진 배기파이프들 등이 얽혀 있다.

 자동차의 밑면. 사진=위키미디어

  그런데 이렇게 날것 그대로 개방되어 있던 밑면이 점차 가려지고 있다. 물론 일부 외국산 고급 차량이나 슈퍼카 등은 예전부터 이런 형태를 유지해 왔다. 이렇게 차 밑을 막아놓은 이유는 고속주행 시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다. 아무래도 차량이 주행할 때는 공기가 차량의 위와 옆은 물론이고 아래로도 지나가기 때문이다. 아래를 지나간 공기는 차의 하부 공간을 타고 뒤로 빠지게 된다.
이 때문에 레이싱카에선 디퓨저(diffuser)라는 파츠를 차량 하부 쪽 후미에 달아 차량 뒤에서 와류(渦流·vortex)가 생기는 걸 막는다. 이런 공기역학은 주로 레이싱카에만 고려되던 기술이었는데 최근에는 많은 차종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산 스포츠카의 일부도 이런 하부 덮개를 장착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엔진과 미션의 일부 정도까지를 막는 정도이지만 과거에는 이런 덮개가 아예 없었던 것에 비하면 나아진 셈이다.

속도가 빠른 슈퍼카들의 공기저항은 어떨까

 BMW i8. 사진=위키미디어

  이렇게 하부 공간을 덮개로 막으면 아무래도 공기가 빠르게 지나갈 수 있다. 전기차는 이런 점에서 매우 유리하다. 보통 전기차는 차량의 하부에 배터리팩(battery pack)을 장착한다. 납작한 형태의 배터리가 차량의 바닥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전기차의 구조는 차량의 밑면을 평평하고 미끈하게 만드는 데 좋다. 당연히 공기저항도 줄일 수 있다.
공기저항을 신경 쓰는 차는 또 있다. 바로 슈퍼카다. 고속주행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이런 차들도 공기저항을 줄여야 더 빨라진다. ‘포르셰 킬러’로 불리는 닛산의 슈퍼카 GTR(35)은 공기저항계수에서도 포르셰 911을 앞섰다. GTR은 0.26Cd라는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기록했다. 포르셰 911 터보(991)의 경우 공기저항계수가 0.29Cd였다. 모든 슈퍼카가 공기저항계수가 낮은 것은 아니다. 페라리458의 경우 여러 자동차 매체에서 조금씩 다른 수치를 언급했으나 가장 낮은 기록이 약 0.32Cd 정도로 앞서 언급한 차종들에 비해선 높은 편이다.

그럼 연비를 중요시하는 전기차와 고속주행을 염두에 둔 스포츠카가 합쳐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럼 공기저항은 더 낮아야 할까? 그렇다. BMW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인 i8의 공기저항계수는 0.26으로 낮은 편이다. BMW에 따르면 본래 i8의 콘셉트카 버전인 Vision Efficient Dynamics는 이보다 더 낮은 공기저항계수인 0.22를 기록했으나 양산 과정에서 일부 변화가 생겨 0.26으로 바뀌었다. BMW i8의 제로백은 4.4초이다.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미국의 고성능 전기차(세단)인 테슬라의 모델S는 공기저항계수가 0.24이며 제로백은 3.1초(P90D)다. 고속모드(Ludicrous)를 적용하면 2초대로 더 빨라진다.

공기저항 때문에 차의 지붕 모양도 바꾸고 있어

 메르세데스 벤츠 CLR GT1. 사진=위키미디어

  최근에는 자동차의 밑면뿐 아니라 윗면(?)도 공기역학을 위해 고려 중이다. 바로 자동차의 지붕(roof)이다. 보통 차량이 주행할 때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바람을 차량의 전면(前面)부터 받게 된다. 이 전면을 타고 곧장 지붕으로 바람이 넘어가는데 이때 공기가 얼마나 매끄럽게 지나가는지도 중요한 공기역학적 요소 중 하나다. 따라서 지붕의 가운데 부분을 약간 구부린 ‘파고다 루프(Pagoda roof)’가 고안됐으며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파고다 루프’라고 부르게 된 것은 1963년 생산된 메르세데스 벤츠 230SL의 디자인이 등장하고 나서다.

벤츠의 디자이너들이 동양의 독특한 불탑(佛塔) 지붕을 보고 영감을 얻어 지붕의 가운데 부분을 약간 오목하게 설계한 뒤로 파고다라고 불린다. 이와 유사한 형태로는 더블버블 루프(Double Bubble roof)가 있다. 이들은 본래 미적인 요소로 적용했는데 최근엔 공기저항계수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파고다 루프가 적용된 차로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B 클래스가 있다. 더블버블 루프는 미국의 바이퍼(Viper) GTS가 대표적이다.

혹자는 “공기저항이 중요해 봤자지, 그게 뭐 얼마나 중요하겠어?”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공기저항 및 공기역학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하나 있다. 바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CLR” 사건이다. 구글과 같은 서치엔진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CLR 등을 치면, ‘CLR somersault(공중제비)’ ‘CLR Flying crash(비행 추락)’ ‘CLR Airborne(이륙)’ 등의 검색어가 연이어 나온다.

하늘로 날아오른 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 CLR-GT1

 하늘로 날아오르는 벤츠 CLR. 사진=동영상 캡처

  아마도 벤츠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CLK나 CLS, CLA 등은 들어봤을지언정 CLR은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CLR은 벤츠 역사상 사라질 수밖에 없는 비운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메르세데스 벤츠 팀은 인하우스 튜닝업체(in-house tuning maker)인 AMG와 함께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GT 챔피언십에 출전할 차인 CLK GTR을 개발한다. 이 차로 벤츠는 1998년 GT 챔피언십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CLK GTR의 우수한 성적을 이어나가고자 메르세데스 벤츠는 곧장 AMG와 함께 후속인 ‘CLR’을 개발한다. 겉모습은 종전의 CLK GTR보다 전반적인 차의 실루엣이 매우 날렵해 보였다.

그런데 CLR은 1999년 르망 대회를 앞두고 불안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고속주행을 하는 직선구간에서 자꾸만 차가 접지력을 잃고 흔들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벤츠 팀은 차량의 공기역학적 문제로 판단, 정밀한 분석에 들어갔다. 그 결과 차량에 추가적인 에어로파츠(aeroparts)를 장착하고 수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최근까지 F1의 드라이버로 유명세를 떨친 마크 웨버(Mark Webber) 선수가 당시 메르세데스 벤츠 CLR의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마크 웨버가 탑승한 CLR-GT1 차량은 예선주행(qualifying session)에서 한 차례 공기역학 문제로 사고가 있었다. 이때는 차가 미끄러지는 정도였다. 그런데 웜업세션(warm up session)에서 또 공기 흐름의 문제로 사고가 났고 이번엔 차가 뒤집혔다. 두 번이나 사고가 난 것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2번의 사고가 별로 크지 않았던 탓인지 메르세데스 벤츠는 경기를 끝까지 몰아붙인다. 결국 이번에는 피터 덤브렉(Peter Dumbreck) 선수가 탑승한 CLR-GT1이 갑자기 공중으로 떠올랐다. 지면에서 네 바퀴가 모두 떨어진 이 차를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시 사고 영상을 보면 CLR은 그냥 지면에서 살짝 뜨는 정도가 아니라 전투기의 이륙을 연상케 할 정도로 날아올랐다. ‘차가 이륙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다. 실제로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사람은 “Takeoff(이륙)”라고 말했다. CLR의 전면부가 먼저 머리를 들고 일어서고, 곧장 수직으로 솟아오른 차는 공중제비를 수차례 돌고 지면에 추락했다.

사고 때의 비행거리(?)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차는 경기장의 경계선인 가드레일을 넘어 풀숲으로 날아갔다. 이륙 당시 CLR의 속도는 약 300km/h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CLR 사건은 모터스포츠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보기 드문 것이다. 이 대형 사고가 발생하자 메르세데스 벤츠는 CLR이라는 이름을 아예 없애버린다.

이 사건은 자동차의 공기역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만천하에 알린 사건으로 기록됐다. 공기저항 때문에 차의 밑면을 막는 차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정비할 때는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왜냐하면 하부 덮개를 고정하고 있는 볼트를 다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차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 덮개를 다 떼어내려면 볼트 10개 이상 푸는 게 보통이다.⊙
<월간조선 8월호/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등록일 : 2016-08-10 00:00   |  수정일 : 2017-04-0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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