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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페이스북이 무인기 띄우면… 비행기 안에서도 공짜로 인터넷을 [미래동향] ‘드론’이 가져올 신세계, 무상 인터넷과 차세대 운송수단

⊙ 미 국방부 내부 보고서, 무인기는 자동화 체계 속 하나의 객체일 뿐
⊙ 6개월 동안 성층권 비행한다는 페이스북의 무인기
⊙ “우리 기업도 대리운전과 택시 같은 레드오션 투자 말고 창조적 도전해야”
⊙ 중국 무인기 업체, 미국에서 드론 택시 운용할 예정
⊙ 무인기 포함한 신기술 관련 법 국회가 발목 잡아
⊙ 드론(Drone)은 본래 ‘수컷 벌’을 뜻하는 단어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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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개발한 고고도 무인기, 아킬라(Aquila). 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처
  무인기(無人機)는 영어로 UAV (Unmanned Aerial Vehicle)로 불린다. UAV라는 약어 외에도 자주 사용되는 단어로 드론(Drone)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드론이란 단어의 유래를 분석한 기사, 〈The Flight of ‘Drone’ From Bees to Planes(드론이 벌에서 비행기가 되기까지)〉를 게재했다. 기사에 따르면 드론이란 단어는 본래 여왕벌과 교배하는 수컷 꿀벌을 일컬었다고 한다.

영어사전을 뒤져보니 꿀벌의 종류라는 해석이 달려 있지만 오늘날 이 단어는 꿀벌보다 무인기를 총칭하는 단어로 더 자주 쓰인다. 앞서 언급한 기사에 따르면 1935년 윌리엄 스탠들리(William Standley)라는 미국 해군 제독이 당시 영국 해군이 개발한 공중타깃용(Air target) 무인기를 본 것이 계기였다.

영국이 개발한 이 초기형 무인기의 이름은 여왕벌을 뜻하는 퀸비(Queen Bee)였다. 나중에 스탠들리 제독이 미 해군에서 비슷한 무인기를 개발하자 수컷 벌을 뜻하는 드론(Drone)을 오마주(Hommage) 형식으로 붙인 것이 현재 드론이라는 단어의 시초라는 것이다.

최근 드론은 명사뿐 아니라 동사(Verb)로도 사용된다. 본래 드론을 동사로 사용하면 ‘꿀벌이 날갯짓 소리를 내다’는 의미였다. 최근엔 ‘무인기들의 비행하는 모습’ ‘원거리에서 무인기가 날아오는 것’ 등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게 온라인 영영사전, 옥스퍼드 러너스 딕셔너리(Oxford learner’s dictionary)의 설명이다.

일부 기사는 드론을 동사로 사용하면서 과거형 어미(語尾)인 -ed를 붙여, ‘droned’ 혹은 진행형인 -ing를 붙여 ‘droning’이라고 쓰기도 한다. 영국 《가디언》의 드론 관련 기사, 〈The Secret history of drones(무인기의 숨겨진 역사)〉라는 기사에서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they droned around purely to provide target practice.”(그들의 무인기 비행은 온전히 목표물 타격 훈련만을 위한 목적이었다.)

무인기로 세계 인터넷 장악하려는 구글과 페이스북

지난 2월 17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촉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전기병 기자
  “손톱 밑 가시 같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경제가 살고 국민 생활이 편리해진다.” 5월 18일 청와대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날 정부는 향후 무인기, 무인차 등의 개발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이라면서 규제개혁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각종 규제에 가로막혔던 국내 무인기 산업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인기 분야의 선두주자라고 알려진 미국은 우리보다 얼마나 앞서 있을까. 다음과 같은 상상을 해보자.

장거리 비행 중 인터넷을 통해 이메일을 확인하고, 밀린 드라마를 본다면 어떨까. 우리는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직 장거리 비행 중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것은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런 기내 인터넷 서비스가 곧 현실화된다. 바로 공중을 비행하는 무인기를 통해서 말이다.

구글은 무인풍선 ‘룬(Loon)’을, 페이스북은 무인기 ‘아킬라(Aquila)’를 개발해 실험 중이다. 이 두 기체는 성층권에 가까운 고고도를 비행하며 지상에 무상으로 인터넷 통신을 제공한다. 이게 현실화되면 지구 어디서나 무료 와이파이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하늘을 나는 여객기 안에서도 가능하다.

페이스북이 제작 중인 아킬라는 최소 3개월(90일)에서 최장 6개월까지 공중에서 머물도록 설계됐다. 기체 대부분은 양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날개로 구성됐다. 날개 길이는 보잉사 여객기인 737과 동일하다고 한다. 날개 표면에는 태양열을 전기로 바꾸는 태양열 패널(Panel)이 붙어 있다. 고고도를 날기 때문에 무인기 간 통신 혹은 무인기와 지상 간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 페이스북은 레이저를 통신수단(Laser communication)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향후 여러 대의 아킬라 무인기가 공중을 비행하면 지상의 통신 차폐 지역에 우선적으로 무상 인터넷 통신을 제공할 예정이다.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올 초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에서 아킬라의 레이저 통신에 대해 말했다. “레이저 통신을 사용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으로 데이터를 순식간에 전송할 수 있다. 아직 레이저 빔을 조절하는 기술을 더 발전시켜야 하지만 머지않아 상용화될 것이다. 레이저의 데이터 처리속도는 기존 초고속 통신망보다 10배에서 최대 100배 더 빠르다”는 것이다.

구글의 무인기, 룬. 사진=위키미디어
  구글이 개발 중인 프로젝트 룬(Loon)의 개념도 페이스북과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무인비행체의 구성이다. 페이스북과 달리 구글은 풍선을 열기구처럼 공중에 띄워 비행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벌룬(Balloon·풍선)의 이름을 따 ‘룬(Loon)’이라고 칭한다.

이 풍선 무인기가 지상으로 인터넷 통신을 내려주면 지상의 사람들이 최대 4G LTE급의 속도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이 풍선은 지상에서 약 20킬로미터 떨어진 성층권 상공을 난다. 풍선 안에는 헬륨(Helium)을 채운다. 특이한 점은 풍선으로 구성된 기체가 대기의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기의 흐름을 파악해 고도를 바꿔주면 서쪽으로 날던 풍선이 동쪽으로 가는 식이다. 공중에 떠 있는 풍선 무인기들이 항상 고르게 분포돼 어디서나 원활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이 풍선은 3개월(100일) 이상 공중에 떠 있으며 지상에서 조종해 원하는 위치로 착륙시킬 수 있다.

풍선은 폴리에틸렌(Polyethylene) 합성수지(合成樹脂)로 만들어졌다. 이 합성수지를 프린트처럼 뽑아낸 뒤 약 3일에서 4일 동안 풍선 모양으로 덧붙여 제작한다. 구글은 이 풍선 무인기를 하루 십여 개 이상 공중에 띄울 수 있으며, 많게는 1000개 이상도 가능하다.

구글은 룬 프로젝트를 뉴질랜드에서 실험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공통점은 인터넷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지구상의 50억명 정도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지구 전체 인구의 3명 중 2명꼴이다. 이 프로젝트가 시행되면 북한 같은 폐쇄 국가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무인기가 다른 무인기들에 철로를 깔아주는 셈

풍선에 바람을 주입해 점검하는 구글의 직원들. 사진=구글의 동영상 캡처

이러한 계획과 달리 이미 일부 항공사에서는 기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루프트한자, 유나이티드에어라인, 아메리칸에어라인 등이다. 항공사마다 기내 인터넷 서비스의 이름은 인플라이트 와이파이(Inflight Wifi), 플라이넷(Flynet) 등으로 다르다. 공중에서 인터넷이 가능하게 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공중을 비행하는 무인기가 인터넷 통신을 제공하는 것과 지상의 송수신 장비를 통해서다. 현재 일부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기내 인터넷은 후자다. 본래 지상에서 수 킬로미터 이상 떨어지면 대부분의 통신은 단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지대가 높은 산 등에서는 전화를 걸고 받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통신이 가능하려면 고지대에 통신 전파의 송수신을 담당하는 기지국(基地局·Base station) 등을 설치해야 한다. 이처럼 현재 제공되고 있는 기내 인터넷 서비스 대부분은 이런 지대공(Ground to Air) 기지국 등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기지국을 물리적으로 설치할 수 없는 해상에서는 기내 인터넷 서비스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간에서는 인공위성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게 해당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고고에어(Gogoair)’의 설명이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자 해당 기업에 문의했다.

— 고고에어의 서비스는 지대공 통신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아는데, 해상에서는 어떻게 운영되나.

“해상에서는 인공위성이 지대공 시스템을 대신한다. 인공위성에서 곧바로 항공기로 전파를 보내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 등에서도 우리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 고고에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장비를 설치해야 하나.

“기내에서 공중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항공기에 통신장비를 실어야 하고, 지상의 지대공 송수신 장치를 필요로 한다.”

구글의 무인기 룬이 비행하고 있다. 사진=구글의 동영상 캡처
  — 고고에어의 공중인터넷 서비스의 속도가 느리다고 알려졌다. 최신 기술로 어느 정도 속도까지 가능한가.

“현재 최신 기술을 적용하면 최대 100Mbps를 능가하는 속도까지 가능하다.”

— 구글과 페이스북이 공중비행 무인기로 인터넷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알려졌다. 이게 현실이 되었을 때 고고에어의 전망은 어떤가.

“우리도 해당 기술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아직 구글과 페이스북이 기내 인터넷 서비스를 독점 제공한다는 내용은 알려진 바 없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구글이 공중에 무인기와 무인풍선을 운용해 인터넷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고고에어와 같은 신생기업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현재 고고에어의 기내 인터넷 서비스는 사용자들에 따르면 그 속도가 지상의 4G LTE망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구글과 페이스북이 인터넷 통신용 무인기를 운용하게 되면 전 세계 모든 통신 차폐 지역이 모두 사라진다. 지상의 오지(奧地)는 물론이고 공중의 비행기 안에서도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대신 무슨 이득을 얻을까. 한 전문가는 “해당 기업의 이미지가 높아진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방대한 양의 자료도 축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두 회사가 전 세계 인터넷 통신을 장악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권력을 가지게 된다고 평했다. 자신들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모든 유저의 정보를 암암리에 모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빅데이터의 위력은 그 잠재력이 무한하다. 연령, 성, 인종별 특성과 취향을 파악해 광고에 활용할 수도 있고, 지역별 기후분석, 행동분석, 의료분석, 군사력 분석 등에도 쓸 수 있다.

지금은 특정 주파수나 통신대역의 범위 내에서만 비행이 가능한 무인기들이 통신의 단절 없이 어디든지 비행이 가능해진다. 미국에서 택배를 실은 무인기가 한국까지 올 수도 있다. 결국 페이스북과 구글의 무인기가 주도하는 무상 인터넷망은 전 세계 무인기들의 비행을 위한 철로(鐵路)를 까는 셈이다.

 
중국의 무인기 제조사 이항이 개발한 무인기가 비행하는 모습. 사진=이항의 동영상 캡처

우리보다 무인기 기술 등이 뒤처져 있다고 믿었던 중국은 이미 업계의 최고강자로 군림해 미국과 대등한 위치까지 올랐다. 일각에선 중국이 오히려 최고라는 이야기도 있다. 미국 CNBC는 올 3월 〈China: A rising drone Weapons dealer to the world(중국, 세계시장의 떠오르는 군사용 무인기 판매자)〉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테러집단 IS 공습에 사용된 이라크의 무인기는 모두 중국에서 제작한 무인기였다. 중국은 독자적으로 무인기를 개발하지 못하는 국가들에 군사용 무인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의 무인기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Popular Mechanics》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첨단 군사용 무인기 CH-4를 개발해 실전배치했으며, 이는 미군의 최첨단 군사용 무인기인 MQ-9 리퍼(Reaper)와 성능이 대등하다고 한다.

국내 무인기 제작사 관계자는 국내 중소 무인기 회사 대부분이 저렴한 중국산 부품으로 무인기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상업용 무인기 업체인 DJI는 올해 3월 서울 홍대 주변에 스토어를 오픈했다. 국내에도 저렴한 중국산 무인기들과 부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드론 택시’ 승인받은 중국 무인기 업체, 이항

시험비행 중인 드론 택시의 모습. 사진=이항의 동영상 캡처
  중국 무인기 제작사 이항(Ehang·億航)에서는 무인기를 기반으로 한 운송수단을 개발했다. 현재 미국 네바다주 산하 네바다자율시스템연구원(NIAS)의 승인을 받아 운항 실험 중이다. 중국 무인기가 미국에서 항공택시로 활용되는 셈이다. 아직까지는 실험용 목적으로 승인된 것이지만,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드론 택시에 사람이 탑승하고 있다. 사진=이항의 동영상 캡처

이항의 CEO인 후아지(Huazhi)는 자신의 지인 중 2명이 항공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안전한 항공기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2014년 이항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네바다주의 승인을 받은 무인기의 이름은 이항184이다. 1명이 탑승할 수 있고 8개의 프로펠러가 장착됐으며 프로펠러를 지지하는 4개의 구조물(Arm)로 구성됐다.

이항 184가 비행 중이다. 사진=이항의 동영상 캡처
  그래서 이 숫자를 조합해 184로 부른다. 이 무인기는 탑승자가 스크린의 지도에서 목적지를 클릭하면 해당 목적지로 날아가게 된다. 조종이 필요 없어 비행조종 경험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사시 탑승자가 수동으로 조종할 수 없어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항의 드론 184가 실험에 성공하면 미국 등에서 상용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실무 부서별 손발 맞추는 작업은 모호해

우리 정부는 차세대 무인기 사업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미래창조과학부의 미래성장전략과에 문의해 봤다. 미래성장전략과는 국내 미래성장동력인 무인기 사업 등을 발굴해 그 중요도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한마디로 미래 유망한 사업 등을 찾아내는 정부의 눈(目)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해외 무인기 사업과 비교해서 국내 무인기 사업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창부의 규제개혁법무담당자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떠넘긴 부서에도 서면과 전화로 수차례 질문해 보았으나, 돌아온 답은 “미창부 관할이 아니니 국토부로 문의하라”는 것이었다.

미창부, 국토부, 산자부 실무자들에게 모두 연락을 취해 확인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 3개 부처들은 무인기 사업 등에 별도의 통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머리를 맞대는 구조가 아니라 각 부처별 무인기 관련 부서를 새로 꾸려 운영하고 있었다. 국토부의 첨단항공과라는 부서는 무인기 때문에 올해 5월 새로 생겨났다. 당연히 추진한 업무의 결과물이 부처별로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다른 결과물을 부처끼리 어떻게 융합해서 발전시키고 있는지 미지수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부처끼리 만나서 회의를 하나, 정해진 모임의 빈도와 필수 참석자는 따로 없다”고 말했다. 부처별 유사한 기능의 위원회와 추진단 등도 여럿 결성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중복적인 업무를 부처별로 하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부처별 무인기 사업의 중장기 로드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휘부 격인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에 문의해 보니 무인기와 같은 신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완화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신산업투자위원회를 구성, 업계에서 지적하는 법적 문제점 등을 검토해 규제를 손질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정부의 의욕은 불타고 있었지만, 이런 비슷한 업무가 각 부처 내에서 별도로 이루어지고 있어 부처별 융합 및 지휘부서 주도의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였다. 촌각을 다투는 신기술은 조속히 법이 제정되거나 개선되어야 하는데 몇 년째 기다려도 진전이 없거나 폐지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대표적 사례로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폐지된 규제프리존법이 있다.

미국의 무인기 개념은 우리와 완전 달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차세대 첨단 기술 과정을 교육하는 미국 뉴욕대학(NYU) 내 상호통신프로그램(ITP)의 관계자인 A씨를 인터뷰해 봤다. 익명을 전제로 A씨는 “한국 정부는 무인기와 무인차로 구분되는 정부 규제의 개념부터 잘못됐다”고 일갈했다. “미래에는 모든 사물이 무인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항공, 지상, 해상의 운송수단으로만 적용하면 법 자체가 폐쇄적인 구조를 띠게 된다”고 했다. 이럴 경우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다시 법을 뜯어고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덧붙여 “세계 최초의 인터넷은 군사기술로부터 나왔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신기술은 이렇게 군사용으로 먼저 개발되고 민간용으로 적용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공위성의 발사체 등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미래의 무인기 시대를 예측하려면 군사적 기술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에서 발간한 보고서 〈인간체계 로드맵〉에 따르면, 미국은 인공지능(AI)이 반영될 모든 물체에 대한 대비책을 분석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개체에는 무인기, 무인차, 무인로봇 등 모두가 포함된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무인기를 하나의 체계로 규정하지 않고 모든 기계적 시스템을 통틀어 자동화 체계(Autonomous systems)라고 칭하고 있다.

다음은 해당 보고서에서 설명한 5단계 진화 로드맵이다.

▲‌1단계: 학습형 기계(Learning Machine)
▲2단계: 인간과 기계의 협업(Human and Machine Collaboration)
▲3단계: 인간 보조적 작전(Assisted Human Operations)
▲4단계: 인간과 기계의 전투팀(Human and Machine Combat Teaming)
▲5단계: 자동화 무기(Autonomous Weapons)

카이스트(KAIST) 뇌과학 분야의 권위자인 김대식 박사는 본인의 책 《인간 대 기계》에서 “최근 자동차를 비롯한 대다수의 기계에는 인공지능을 탑재해 자체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우리는 현재 미 국방부 보고서에서 말하는 1단계를 거치고 있는 셈이다.

향후 5단계에 다다르면 다양한 종류의 기계들은 인간의 지시 없이도 묵묵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한다. 앞서 설명한 구글의 풍선 무인기도 궁극적으로는 자체적으로 비행하면서 통신 차폐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고 구글은 설명했다. 미 공군에서는 최근 공중 전투에서 유인 전투기와 무인 전투기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2단계 개념과 유사한 전술 등을 개발 중이다.

더 파격적으로 규제 완화할수록 미래 기술 개발에 도움돼

미 국방부의 로드맵대로라면 미국은 향후 어떤 종류의 무인화 시스템이 나오더라도 즉각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의 로드맵은 무인기와 무인차 위주로만 되어 있어 만약 무인선박, 무인잠수함 등이 개발되면 또다시 법을 만들어야 한다. 동물의 움직임을 본떠 만든 로봇이 개발되거나 로봇곤충 등이 나올 경우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이미 미군에서는 개처럼 걸어다니는 로봇과 곤충과 유사한 로봇이 전장에서 군인을 보조하는 기술을 실험 중이다. 즉 우리 정부의 규제완화 과정은 기술의 개발속도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앞서 인터뷰에 응한 A씨는 “향후에는 자동화 기계를 타고 이동해서는 동일한 기계로 일터에서 전화와 인터넷을 하고 벽돌을 나르는 등의 업무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 이런 자동화 기계는 미창부, 국토부, 산자부, 노동부, 환경부, 경찰청 모두에 해당될 텐데 언제까지 부처별이나 객체별로 규제를 구분 지어 만들 것이냐”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인기와 같은 기계를 그 하나의 기능만을 염두에 두고 법을 만드는 것도 문제다. 무인기를 비롯한 많은 것이 다른 사물인터넷 체계와 결합이 가능한 시대가 온다. 이럴 경우 비행만 하던 기계가 다른 기계와 합쳐져 갑자기 수중으로 들어간다거나 도로 위를 달릴 수도 있다. 가령 자동차가 주행 중 교통체증을 만나면 하늘로 비행하는 식이다. 지금처럼 법을 만들다가는 국내에서는 절대로 자동차가 비행기가 될 수는 없다.

국내 법규는 당장 하늘로 날아오른 자동차에 어떻게 주차위반 딱지를 떼어야 하는지부터 고심하는 꼴이다. 현재 적용 중인 법규를 미래까지 연장해 적용하는 발상부터가 잘못됐다. 미래에는 미래에 맞는 새로운 법을 포괄적으로 또 능동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세부적인 사안이 생겨서 하늘로 날아오른 차에 주차딱지를 발부할 수 있게 된다. 현재로선 무인기 분야에서 더 개방적이고 융통성 있는 법을 제정한 국가가 더 빨리 발전을 보장할 수 있으며, 그것이 곧 미래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다. 과거 마차에서 자동차가 나왔을 때, 자동차를 통제하는 신호등이란 없었다.”

취재를 종합해 볼 때 최근 정부의 무인항공 분야는 비교적 법적 융통성이 많은 네거티브법(Negative law·몇 가지 금지조항을 제외한 모든 사항이 자유로운 법)의 구조로 개편된 반면, 다른 신기술 분야인 무인차 등은 여전히 포지티브법 구조를 띠고 있었다. 또 이번에 무인기 관련 규제가 완화된다고는 하나, 실제 업계에서 체감되는 완화의 폭은 크지 않다는 게 KAI(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의 말이다.

KAI에 따르면, “전남 고흥 등으로만 한정된 시험비행 공역은 무인기 개발 업체들에는 지리적으로 멀어 실질적인 연구 개발을 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따라서 “규제완화는 분명 업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적극 개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등록일 : 2016-06-27 09:48   |  수정일 : 2016-06-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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