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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의 안보를 뻥 뚫어버린 기자의 뻥 뚫린 마음 그들의 씁쓸한 변명…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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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출국장. 사진=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2년 전의 일이다. 2014년 여름, 청와대와 광화문 일대를 몇 달 동안 돌아다닌 적이 있다. 보안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청와대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주요 관공서가 밀집한 광화문은 우리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당시 청와대 내부는 물론 광화문 일대 사람의 모세혈관처럼 얽혀 있는 지하시설 모두를 둘러봤다.

그 결과 우리의 심장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알게 됐다. 테러범의 입장에서 봤을 때 허술한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미국대사관과 등을 맞댄 건물인 서울역사박물관의 옥상에 배치된 보안요원은 스마트폰에 빠져 있었다. 그곳에선 미 대사관의 주차장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거리상으론 20미터 이내로 넘어지면 코가 닿을 만큼 가까웠지만 보안 인력의 운영은 미비했다.
청와대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미국의 백악관에 비하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백악관처럼 중화기로 무장한 병력도 없었고 고층엔 저격수도 없었다. 이 내용이 《월간조선》의 2014년 8월호에 실렸다. 기사가 나간 직후 다시 가본 청와대에는 중무장한 병력과 고층엔 저격수가 배치돼 일부 개선이 된 것 같았다.
한 달 전엔 부산행 항공기에 폭발물질과 모형총을 가지고 탄 잠입르포가 《월간조선》 6월호에 보도됐다. 기사가 나가고 난 뒤, 5월 19일 새벽 4시경 기자는 인천공항을 다시 찾았다. 불시에 인천공항의 보안태세를 재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의사들에 따르면 새벽 4시는 인간이 제일 피로감을 느끼는 시간이다. 이 시간대를 노린 이유다.
다시 가본 공항은 한눈에 보기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분명 보도 전에는 없었던 보안요원들이 입국장 2층을 수시로 순찰했다. 직원 전용 출입구 앞엔 안내판도 있었다.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촬영과 직원 출입구 출입 적발 시 응당한 대가를 치른다는 내용이었다.
동태를 살피려 인천공항의 직원 출입구 앞을 서성거린 탓이었을까. 몇 분 뒤 주변에 기자의 동태를 살피는 보안요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화장실에도 들어가 봤지만 보안요원이 곧이어 따라 들어오기까지 했다. 분명 인천공항 보안은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이렇게까지 완벽에 가까운 감시가 새벽 4시에 가능하다면, 우리 공항은 더 이상 허술하지 않다. 이런 보안이 얼마의 지속성을 갖느냐가 관건이다.
2년 전 청와대 보도 직후 청와대 경호실은 《월간조선》을 찾아왔다.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보도를 요구한 것이다. 이번엔 기자가 탑승했던 모 항공사에서 연락이 왔다. 기사에서 항공사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해명을 하겠다며 연락을 취해온 것이다. 그들은 “기내 화장실의 보안스티커는 미주노선에만 해당하는 절차”라는 해명을 했다.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씁쓸해졌다. 이런 잠입르포를 쓴 의도는 “언론을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니다. 특정 기관의 해명을 듣고 싶어서도 아니다. 누군가의 해명을 듣고자 했다면, 직접 해당 기관의 관계자를 찾아 물었을 것이다.
기사의 목적은 대한민국 모두가 항상 완벽에 가까운 보안태세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축구경기에서 골키퍼가 골을 먹으면 경기는 패한다. 경기는 져도 다음에 이기면 그만이다. 안보에서는 한번 골을 먹으면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두 번의 기회가 없다. 한번 뚫리면 그걸로 끝이다. 이것은 대참사이며 후회해도 소용없는 것이다. 과거 인터뷰했던 미국의 안보수장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장(DNI)은 이런 말을 했다. “안보기관이란 모든 것(테러 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이 유일한 존재의 이유다.”
공항뿐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는 언론을 두려워 말고, 남파공작원, 테러범 같은 가상의 적을 두려워하는 게 옳다. 올 초 우리 공항에는 테러협박과 폭발물이 발견됐고 작년에는 경호원 없이 홀로 다니던 주한 미국대사가 종북주의자에게 테러를 당한 바 있다. 이미 테러집단 IS는 테러 대상국으로 한국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결코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다.
해명과 변명, 그리고 발뺌보다는 다행히 미숙한 기자에게 뚫린 것을 반면교사 삼아 더 나은 보안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미주노선에만 있다는 기내 보안스티커 점검절차를 국내선을 포함한 모든 노선에 확대 적용하는 게 옳은 처사가 아닐까. 파리테러 이후 프랑스 시민들은 사법당국의 불시검문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보안의식이 개선될 때 적이 뚫을 수 없는 사회적 방패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과거 인터뷰했던 이스라엘의 군사전문가 이프타 샤피르 교수는 “안보에는 100%의 완벽함이란 있을 수 없고, 충분함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의 안보란 완벽할 수 없기에 끊임없는 노력을 요하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테러범을 가상한 기자에게 뚫렸던 기관들의 해명보다는 “보안을 더 강화하겠다”는 진심 어린 다짐과 “뚫어줘서 고맙다”는 감사를 듣고 싶다.
우리의 안보를 뻥 뚫어버린 기자의 마음도 함께 뚫렸다. 뚫린 마음은 무겁고 아프다. 미래에는 기자의 잠입르포가 하는 족족 실패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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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07-05 12:00   |  수정일 : 2016-09-2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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