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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와 납땜의 관계, 브렉시트가 영국 제조업엔 호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유럽연합의 환경규제에서 빠져나온 영국의 제조업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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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사진=위키미디어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 결정 이후 많은 나라들은 영국이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주요 포털사이트에선 브렉시트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브렉시트 영향이라는 단어가 같이 올라올 정도다.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방증이다. 한국은 발빠르게 영국과의 FTA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의 파운드화 급락을 고려해 영국으로 출국하거나 영국과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환전을 최대한 늦추고 있다고 한다. 브렉시트 이후 국내외에선 브렉시트가 가져올 경제적인 여파에만 주목하는 분위기다.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평이 영국의 주요 언론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2010년 맨부커상을 받은 울버햄튼대학의 영문학 강사, 하워드 제이콥슨(Howard Jacobson)의 사설 ”이혼하면 모든게 안좋아지고 그 상태가 지속된다. 씁쓸함만 남는 법이다(thigns go bad after a divorce and often stay that way. A bitterness lingers)”을 실었다.
브렉시트를 이혼에 빗댄 이 사설에서 “브렉시트가 가져올 경제적 영향은 악몽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그리고 사설 말미에 “오늘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내일 그 고통은 천배 더 강력하게 돌아올 것이다”라며 영국에 드리워질 검은 그림자를 암시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졌던 일부 사람들마저도 유럽연합(EU) 잔류에 투표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고 여러 매체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이런 후회 때문에 브렉시트 재투표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에 후회(regret)라는 단어를 합쳐 ‘리그렉시트(Regrexit)’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을 정도다.
영국이 브렉시트로 경제적으론 좋지 못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제조업 분야에서는 이를 반길지도 모르겠다. 바로 ‘납땜’ 때문이다. 납땜은 인간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일종의 용접방식이다. 보통 전선을 기판에 붙여 전류가 흐르게 하는데 사용한다. 그런데 유럽연합(EU)는 2003년 RoHS1(Restriction of Hazardous Substances Directive)이라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의 사용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이 법의 세부조항에는 전자적인 또는 전자장비(electrical and electronic device)의 설계 시 유해물질의 사용을 금지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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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판에 납땜을 하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납땜이다. 납땜은 납(lead)이 함유된 금속을 녹여 전자기판 등에 용접할 때 사용한다. 납이 들어가 있어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분류된 것이다. 왜냐하면 납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납중독(lead poisoning)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성 탓에 유럽연합은 납땜의 사용을 금지한 것이다. 납땜 규제는 제조업 분야에는 사망선고와 다름없었다. 당장 공장에서는 전선을 이어 붙일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유럽연합은 납땜 규제에 예외조항을 만들고, 점차 그 예외조항을 줄여나가는 식으로 납땜 금지를 추진했다.

2003년 이 규제가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유럽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제품에는 납이 사용되지 않은 용접방식으로 제품들이 제작된다. 바로 무납(無鉛 lead-free)용접이다. 납이 들어가지 않은 땜 방식은 기존 납땜에 비해 단점이 많았다. 일단 용접부위가 매끄럽지 못해 상당히 거친 표면을 남긴다. 그리고 용접에 사용되는 인두의 온도설정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남땜의 경우 일단 인두가 뜨거워진 상태에선 자유롭게 땜이 가능한 편이지만 무납용접은 그렇지 못했다. 특정 온도에서만 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납용접의 가장 큰 단점은 시간이 지나면 용접부위가 변한다는 것이다. 이를 흔히 엔지니어들끼리는 “땜의 성장(solder growth)”이나 “수염이 자랐다(whisker grow)”고 표현했다. 이는 납이 함유되지 않는 땜이 산화(acidizing) 혹은 화학반응 등을 거치면서 땜 표면에 흰색 곰팡이가 핀 것처럼 이물질이 자라나는 현상이다. 유럽연합이 납땜을 규제한 뒤로  공학계에선 이 ‘땜의 성장’이 대단한 화두가 되어 여러 학술지에서도 이를 분석하거나 해결하는 방법 등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렇게 용접 부위가 자라면 해당부분이 합선되어 전자제품이 작동을 멈추기도 한다. 제품 상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음에도 단순히 땜에 이물질이 자라나 전류가 흐르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무납용접은 용접을 하는 과정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용접 후 제품의 작동환경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다고 일부 엔지니어들은 주장한다. 가령 습기가 많은 곳에서 사용하는 경우 등이다.
“무납용접이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아직까지는 납땜을 대체할만큼의 경쟁력이 없다”는 말도 메타필터(Metafilter)라는 미국의 커뮤니티 블로그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포럼의 한 사람은 “우리 아버지는 항상 납땜부위를 입에 넣고 이빨로 고정시키는 버릇이 있다. 아버지는 40년간 그래왔지만 아직까지 구강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말로 납땜을 옹호하기도 했다.
영국은 브렉시트로 다시 납땜을 할 수 있게됐다. 영국의 변호사 및 전문가들의 분석을 담아보도하는 매체, <렉솔로지(Lexology)>는 “브렉시트 덕분에 영국은 더 이상 제조업 분야에서 유럽연합의 까다로운 환경규제(RoHS)를 맞출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다. 그동안 영국은 유럽연합의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해 제조업 분야에서 설비투자 등에 막대한 돈을 투입해왔다. 향후에는 이런 규제로부터 자유롭게 제조업을 꾸릴 수 있게 됐다. 이것이 과거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영국의 제조업 활성화에 불을 부칠 도화선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등록일 : 2016-06-29 09:47   |  수정일 : 2016-06-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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