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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트럼프’라는 브렉시트 주역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자동차광! 자동차 묘기로 브렉시트 이끌어낸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과 자동차
⊙ 보리스 존슨, “페라리를 만끽하려면 6000RPM까지 밟아 줘야 한다”
⊙ 유럽에 공장 세운 우리 자동차 기업들 브렉시트 여파 준비해야
⊙ 주한 EU 대사, “브렉시트까진 아직 2년 남았다”
⊙ 영국은 앞으로 유럽 환경기준과 충돌시험기준 맞출 필요 없어지나?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도넛 묘기 후 차에서 내리는 존슨 외무장관. 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처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브렉시트(Brexit)의 중심에는 한 사람이 있다.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외무장관(전 런던시장)이다. 브렉시트 전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총리와 존슨 장관은 잔류와 탈퇴를 두고 공방전을 벌였다. 마지막에 미소 지은 자는 보리스 존슨 이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자신 있게 탈퇴를 외치던 때와 달리 막상 브렉시트가 결정되자 그는 자신이 내세웠던 공약에 모르쇠로 돌변하고 차기 총리 출마도 포기했다. 그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의 회원국으로서 지불하는 막대한 기여금을 브렉시트 이후 국민의 복지에 쓰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반면 캐머런 총리는 탈퇴가 확정되자 기자회견을 통해 더 이상 영국을 이끌 수 없다고 판단, 영국은 새로운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며 올 10월경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존슨 장관이 브렉시트 이후 약속했던 것들을 지키지 않겠다고 하자, 영국의 유명 남자배우인 이완 맥그리거(Ewan McGregor)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존슨 전 시장의 비열함에 분노를 표출했다.

트위터에서 그는 〈보리스 존슨, 근본도 없는 당신은 우리가 EU를 탈퇴하게 만들어 놓고는 당신이 만든 쓰레기를 우리보고 치우라는 것이냐(@BorisJohnson You spineless c$&t You lead this ludicrous campaign to leave EU. Win, and now fuc& off to let someone else clear up your mess.)〉라고 썼다.

자동차 묘기로 브렉시트 표몰이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이 탄 차가 연기를 내며 돌고 있다. 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처
  ‘영국의 도널드 트럼프’라고 불리는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브렉시트 캠페인에서도 독특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는 영국의 스포츠카 및 레이싱카 제작회사인 지네타(Ginetta)를 방문했다. 1958년 설립된 지네타는 카로체리아(Carrozeria, 공방형태의 제작) 형식으로 차량을 소량 생산한다.

제작되는 차들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탄생한다. 지네타가 지향하는 경량의 스포츠카로 제작된 대부분의 차량은 배기량에 관계없이 1000kg을 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양산된 2인용 스포츠카들이 대부분 1200kg에서 1500kg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가벼운 차들을 제작하는지 알 수 있다.

차량이 가벼운 이유는 제작에 들어간 대다수의 부품에 카본화이버(carbonfiber)와 알루미늄 등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 차량 내부에 주행에 필요하지 않은 장치는 모두 제거했다. 그 흔한 ABS(Anti-lock Break System)와 파워스티어링도 없다. 한마디로 차와 인간의 감각을 본질 그대로 연결시켜 주는 차다.

존슨 장관은 지네타의 수퍼카인 G60의 조수석에 탑승했다. 운전석에는 지네타의 사장(CEO)인 로렌스 톰린슨(Lawrence Tomlinson)이 앉았다. 차의 양쪽 문과 전면부에는 브렉시트 탈퇴 슬로건인 ‘영국의 주도권을 되찾자(Let’s Take back Control)’가 빨간 바탕에 흰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존슨 장관이 탑승한 G60 차량은 미드십 레이아웃(Midship layout)으로 엔진이 차량 중앙에 배치된 구조다. 이 차량은 포드(Ford)의 3.7L V6엔진을 탑재해 최대 310마력을 낸다. 100km(제로백)까지 도달하는 데 고작 4.9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존슨 장관이 탄 G60 차량은 굉음을 내며 바닥에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는 차의 바퀴를 일부러 미끄러트려서 자동차가 제자리를 돌게 하는 묘기로 ‘도넛(doughnut)’이라고 한다. 타이어는 지면의 마찰로 하얀 연기를 쉴새없이 뿜어냈고 차는 돌고 또 돌았다. 차가 돌아나간 자리엔 숯으로 칠한 듯한 검은 타이어 자국이 남았다.

도넛 묘기를 여러 차례 선보이다가 기자들이 모여 있는 중앙에 차가 멈춰 섰다. 조수석에 있던 존슨 장관은 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던진 한마디가 압권이었다. “We are now taking back control!”(우린 다시 주도권을 잡았어!) 브렉시트의 슬로건을 자신의 상황에 맞춰 절묘하게 던진 것이다.

차가 원을 돌다 멈춰 서자마자 그가 던진 이 한마디는 브렉시트 이전에 영국의 여론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영국에서 지네타는 영국인들의 자존심이자 영국의 독창적인 자동차 기술력을 대변하는 기업 중 하나다. 존슨의 이번 브렉시트 캠페인은 어디로 튈지 모르고 과격한 언행도 서슴지 않는 그의 성격과 데칼코마니처럼 딱 맞았다.

“할머니, 좀 빨리 갑시다”

존슨 장관은 평소에도 자동차광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네타의 차들처럼 빠르고 강한 차를 좋아한다. 그는 1999년부터 패션잡지인 《GQ》에 자동차 칼럼을 정기적으로 쓰기도 했다. 그가 자동차 시승을 하면서 시승차량으로 위반한 각종 벌금 티켓들이 《GQ》의 편집부로 날아들어 《GQ》와 사이가 좋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평소 그가 과격한 행동을 즐긴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의 자동차 칼럼은 제법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에게 자동차의 기술적인 이해가 없다는 점이다. 이런 내용은 스스로 여러 차례 매체를 통해 고백하기도 했다. 2009년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전기차, 테슬라에 대한 시승기도 있다. 이 자동차 시승기에서도 그의 성격이 나온다.

그는 테슬라의 한 모델을 시승하던 중 자신의 앞에서 너무 천천히 달리던 BMW 차량에 대고 “할머니, 좀 빨리 갑시다. 누구는 가야 할 곳이 있고 만나야 할 사람이 있고, 나는 시승기를 써야 하잖소.”(Come on, Grandma, I yelled at his rump. Some of us have places to go, people to see, columns to write.)라는 식으로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보리스 존슨은 영국 BBC의 인기 자동차 방송인 ‘탑기어(Top Gear)’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 방송의 메인 호스트인 제레미 클락슨(Jeremy Clarkson)이 존슨에게 “당신은 과거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전화를 받은 적이 있지 않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전화를 받는 것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전화를 받는 게 무엇이 잘못되었나?”고 되물었다.

그러자 클락슨이 “한손으로만 자전거를 운전하면 유사시 브레이크를 제때 작동할 수 없지 않나?”고 물었다. 그러자 존슨은 “만약 자전거를 타면서 전화를 받는 게 잘못되었다면 당신은 팔이 하나 밖에 없는 장애인은 자전거를 타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해 클락슨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의 괴짜 같은 성격이 보이는 부분이다.

그는 이 방송에서 환경오염을 막아 주는 자전거는 좋은 교통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의 자전거협회(Bicycle Association) 등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Bikehub.co.uk’에서는 영국에선 아직 자전거를 타는 중 전화를 받거나 문자를 보내는 것을 금지하는 법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자전거 운행 중 이런 행동은 매우 위험한 것으로 향후 반드시 법으로 금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탑기어’의 제레미 클락슨은 보리스 존슨의 언행불일치 사례를 꼬집기도 했다. 보리스 존슨이 런던시장이던 당시, 환경을 위해 내건 슬로건을 예로 들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려면 기어변속 시 저RPM으로 변속합시다(Amazing! Changing gears of lower revs reduces your CO2 emissions and saves your money.)’라는 문구다.

이 슬로건은 런던시장인 보리스 존슨이 직접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보리스 존슨은 《GQ》 잡지에 기고한 자신의 자동차 시승기에선 〈내 생각에 페라리430의 재미를 만끽하려면, 6000RPM 이하에서는 기어를 변속하면 안된다(the essence of it, in my view is not to change up until you hit about 6000revs.)〉라고 썼다. 즉 존슨 장관은 런던시민들에게는 환경을 생각해 차를 살살 몰라고 말하고선 정작 자신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과격한 주행을 즐기는 것이다. 보리스 존슨의 이런 평소 돌발행동이 여론의 관심을 끌어 왔고 이번 브렉시트 표몰이에도 한몫한 것임이 틀림없다.

브렉시트 이후 자동차 산업

자바틸 주한 EU 대사. 사진=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보리스 존슨 장관이 몰고 온 브렉시트가 자동차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7월 1일, 오전 11시 주한 EU대사관은 ‘한-EU FTA 시행 5주년: 성과와 향후 발전’이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게르하르트 자바틸(Gerhard Sabathil) 주한 EU 대사를 비롯해, 수 키노시타(Sue Kinoshita) 주한 영국 부대사, 로랑 프뤼돔(Laurent Preud’homme) 주한 벨기에 부대사, 데이비드 머피 주한 아일랜드 부대사 등이 참석했다.

기자는 자바틸 주한 EU 대사에게 브렉시트가 가져올 자동차 산업의 여파를 물었다. 영국에서 생산된 차량들은 브렉시트 이후 EU의 환경기준(Euro6)과 충돌시험규정(Euro NCAP)을 충족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자바틸 대사는 “브렉시트가 실제로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2년이 남았다. 따라서 현재로선 곧장 이런 EU의 기준을 고려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대사는 유럽으로 차를 판매하는 한국과 일본 등은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일본의 닛산은 영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고, 여기서 생산한 차량 중 80%가량이 유럽 전역으로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현대·기아차는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공장을 세운 상태다. 여기서 생산된 차량이 영국으로 판매되는 경우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자바틸 대사가 2년이 남았다고 한 것은 EU와 영국이 이번 브렉시트 결정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와 EU의 규정을 적용하는 데까지의 시간을 말한 것이다. 한 EU 관계자는 이 2년 동안 영국이 브렉시트를 번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기자에게 귀띔해 주기도 했다.

자바틸 주한 EU대사는 “영국을 따라 다른 유럽의 국가들도 탈퇴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영국이 EU의 회원국이면서도 개별적인 통화(파운드)를 고수하는 등 영국만의 스탠스를 취해 왔기 때문에 이번 브렉시트도 영국만의 개별성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영국의 입장은 어떨까수 키노시타 주한 영국 부대사는 “영국이 브렉시트 재투표나 브렉시트를 번복할 가능성이 없으며현재로선 캐머런 총리 이후 브렉시트를 안정적으로 추진해 나갈 새 지도자를 찾는 작업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말은 영국의 브렉시트 의지가 여론의 해석보다 더 확고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영국의 자동차 업계 종사자는 이번 브렉시트 결정 이전에 사내 공지를 통해 영국의 EU 잔류에 투표할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이는 EU로부터 탈퇴할 경우 자동차 판매량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기업 내 고용된 수많은 유럽인들이 당장 영국 비자를 받아야 하는 등의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EU로 인해 현재 자동차 업계에 고용된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별도의 비자 없이 유럽 전역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당장 영국에서 일하고 있는 영국 국민 이외의 유럽인들은 상당한 몸살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대부분의 제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브렉시트가 가져올 영향은 모두의 예상보다 커지는 양상이다. 이번 브렉시트 사태는 이를 이끌었던 보리스 존슨 장관의 성격만큼이나 종잡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월간조선 8월호 김동연 기자>

 

등록일 : 2016-07-27 10:03   |  수정일 : 2016-07-2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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