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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차선책 없는 요즘 차들- 자동차 전자장비 안전한가?

글 | 김동연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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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박스의 다이얼이 나온 모습(왼쪽), 다이얼이 나오기 전 모습(오른쪽)
최근 자동차는 점점 더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없었던 기능이 많아진 탓이다. 가령 평행주차 기능, 좌석의 마사지 기능, 차선이탈 경고 기능 등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되었다. 이런 전자장비들이 담당하는 역할도 더 크게 부여되었다. 과거에는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운전자의 역할마저도 자동차가 맡아서 할 채비를 마쳤다. 마치 항공기의 자동조종기능(Auto-pilot)과 같은 자동 운전기술이 등장했다. 이미 구글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은 무인자동차의 양산 준비를 마쳤고 관련 법규만 개정되면 미국의 실제 도로에서 볼 날도 멀지않았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다양한 전자장비들이 자동차에 장착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 해외 여러 자동차 전문가, 엔지니어 등은 이런 전자장비의 장착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입장이다. 그들은 ‘자동차의 전자장비 과다장착’을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많은 기능이 정말 필요하냐’고 반문한다. 최근에 출시되는 차량들 중 순수하게 운전만을 할 수 있는 차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즉 달리는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한 차가 사라진 셈이다.
과거에는 흔했던 수동 트랜스미션(manual transmission/gearbox)을 탑재한 차량을 지금은 거의 찾을 수 없다. 90년대 만해도 길거리 거의 모든 택시들이 수동 기어박스를 달고 있었다. 택시를 타면 택시 기사는 수시로 변속을 했고, RPM이 떨어지는 언덕길에 오를 무렵이면 “달달달”하는 소리도 이따금씩 들리곤 했다.
그런데 지금 수동 미션을 장착한 택시를 마주한다면 ‘복권’이라도 사야할 판이다. 길에서 람보르기니와 같은 수퍼카를 보는 것보다 더 진귀해진 것이 바로 이 수동 기어박스를 장착한 택시일 것이다. 택시는 물론이고, 일반 차량 중에서도 이런 스틱 차량을 찾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수동 미션을 찾는 수요가 없다보니 자동차 제작사에서도 수동 미션을 제공하는 경우도 드물다. 과거에는 옵션 사양이 최하위 모델은 반드시 수동 미션을 탑재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보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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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매틱 기어노브(gear knob)
요즘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오토매틱 기어박스를 달고 있다. 그것도 매우 전자적으로 바뀌어버린 오토매틱이다. 운전자가 기어봉(shift knob)을 잡고 P R N D 등에 꽂아 넣는 방식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제는 무슨 오락실 조이스틱(joystick)처럼 툭 치면 기어가 다른 곳으로 넘어간다. 마치 넘어지지 않는 오뚜기 마냥 밀면 다시 일어서는듯하다.
이런 형태의 기어박스로는 BMW가 대표적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나 재규어 등에서는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나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의 오토매틱 기어박스도 출시했다. 이런 전자적인 오토매틱은 과거 운전자가 직접 기어봉을 잡고 움직이던 것과 달리 툭 밀고 당기면 기어가 넘어가는데, 때로는 제대로 기어가 들어간 것인지 의심스럽다.
주차를 위해 차량을 정차할 때 선택하는 P (Parking) 스위치의 경우는 더 심하다. 그냥 기어봉 상단의 P 버튼을 누르면 끝난다. 흔히 ‘사이드 브레이크’라고 부르는 주차 브레이크도 마찬가지다. 버튼식이다. 운전자가 손으로 “드르륵” 당겨서 채워놓던 주차 브레이크가 언젠가부터 이런 버튼이 되어버렸다. 최근에는 저가형 국산 소형차도 이런 식이다.
최근 출시되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일부 차종은 기어조작방식이 일반적인 차량들과는 다르다. 일반 자동차라면 와이퍼를 움직이는 조작위치에 기어시프트(gear shift)를 장착했다. 벤츠는 아마도 자신들만의 우수성 어필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르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새로운 방식이 운전자의 입장에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와이퍼로 오인해 주행 중 조작을 잘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실제로 해외 벤츠 포럼(forum, 인터넷 동호회)에서 이런 조작실수 사례 등이 언급된 바 있다. 어떤 오너는 기어조작중 이 기어 시프터(shifter)를 부러트렸다는 경험담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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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형태의 기어 시프터(shifter)
재규어의 신형 세단인 XE도 기어박스가 벤츠만큼 남다르다. 시동을 걸기 전까지는 이 기어조작부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시동을 걸면 중앙 기어박스 부 하단에서 동그란 다이얼(dial)이 솟구쳐 오른다. 그리고 기어를 변속하려면 이 동그란 다이얼을 좌나 우로 돌리면 된다. 미관상으론 아름답고 신비롭지만 기능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마치 누가 더 신기하고 새로운 형태의 기어박스를 선보이는지 경쟁이라도 하는듯하다.
제작사마다 더 새로운 전자기능들을 추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 어느 법규에서도 기어박스가 어떤 방식으로 제작되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창의적인 발상이 자동차의 내부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데, 대개 기존의 물리적인 장치를 전자식으로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전자식 기어박스에는 큰 단점이 있다. 바로 유사시 차선책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 수동 기어박스는 운전자가 직접 기어를 움직여 운전자가 원하는 단수에 기어를 집어넣었다. 그래서 실수가 잘 발생하지 않았다. 또 운전자가 동작을 취해 기어를 변속했기 때문에 운전자가 방금 넣은 기어가 몇 단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곧장 기어를 다시 변속한다거나, 클러치를 밟아 일시적으로 동력을 끊는 식의 여러 가지 조치가 가능했다. 그만큼 운전자가 유사시 대처할 차선책들이 있었다는 말이다.
심지어 이런 수동기어박스는 특정 기어단수가 부서졌더라도 주행이 가능했다. 일례로 2단 기어가 부서진 차는 1단에서 고RPM으로 올려 3단으로 변속하면서 주행을 할 수가 있다. 실제로 필자도  과거 이런 차를 몰아본 적이 있다. 그만큼 수동 기어박스는 문제가 생겨도 주행 중 대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차선책이 있는 셈이다. 이는 물리적으로 연결된 기어박스 구조상 운전자가 힘을 가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조작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유사시 조작이 가능한 것은 과거 손으로 당기던 물리적인 구조의 주차 브레이크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지인은 주행 중 차량의 브레이크가 파열된 적이 있다. 브레이크 오일이 흐르던 고무호스가 파열된 것이다. 그는 곧장 기어단수를 내리기 시작했다. 엔진의 분당회전수(RPM)가 솟구쳐 올랐지만, 엔진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자동차의 속도는 줄기 시작했고, 완전히 정차하기 위해 그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손으로 당겼다 내렸다를 반복해 가까스로 멈출 수 있었다.
과연 요즘 신차로 이런 유사시 차를 멈추는 대응조치가 가능할까. 브레이크가 파열된 상황에서 주차브레이크 버튼을 눌러서 작동시킬 수 있을까. 일부 차종은 주행 중 주차브레이크 버튼을 누르면 주행 중이라는 이유로 아예 조작이 실시되지 않는다. 자동차가 알아서 주행 중 운전자의 조작 실수를 방지하는 차원이다.
만약 앞서 기자의 지인과 같은 상황에 처한 운전자라면 전자적으로 바뀌어 버린 신형 자동차로는 멈출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동차의 주요 조작 장치들이 전자적으로 바뀌면서 발생한 문제점들이다. 물론 자동차 제작사에서 여러 악조건에서 실험을 통해 전자버튼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했다. 따라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지만, 실제 운전자가 실생활에서 겪는 모든 경우의 수를 사전에 실험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발생하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미 급발진이 발생한 자동차들은 자동차 제작사에서 모든 실험과 주행을 통과한 차들이다.
요즘 출시되는 차량은 물리적인 연결이 사라졌다. 전자방식의 최대 장점은 즉각적인 실행에 있다.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마치 SSD(Solid State Drive) 드라이브를 탑재한 컴퓨터처럼 부팅(booting)에 걸리는 시간이 짧다. 스위치를 누르면 바로 반응한다. 즉각적으로 반응해 편리하다. 이에 반해 구형 컴퓨터는 HDD(Hard Disk Drive)라는 이름처럼 내부에 디스크가 회전하면서 처리된다. 이 때문에 이런 컴퓨터는 SSD 타입에 비해 부팅에 시간이 더 걸린다.
그런데 전자의 SSD는 컴퓨터에 렉(lack, 오류에 인한 멈춤현상)이 걸리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냥 스위치를 꺼야한다. 후자의 경우 드라이버가 계속 회전하고 있어 사용자가 시간을 주고 기다리면 컴퓨터가 밀려있던 프로세스(process)를 차례대로 실행할 수 있다. 이것이 물리적인 방식과 전자적인 방식의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자동차에서도 이러한 물리적인 연결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스티어링 휠(핸들)이 실제 조향을 담당하는 앞바퀴와 연결이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운전자가 차 안에서 돌리는 스티어링 휠(이른바 핸들)은 게임기의 작동 스위치와 다를 게 없다는 말이다.
과거에는 물리적으로 쇠와 쇠끼리 톱니바퀴 등을 통해 앞바퀴와 연결되어 있던 스티어링 휠이 모두 전자적 신호로 바뀌었다는 말이다. 이런 경우 유사시 운전자의 조작과 자동차의 앞바퀴가 따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인간의 몸으로 비유하자면, 감각을 전달하는 신경은 연결이 되어 있는데 물리적으로 연결된 뼈가 없다는 말이다.
자동차에 전자적인 조작 방식이 늘어나면서 이렇게 운전자와 자동차의 물리적인 연결이 단절된 자동차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의 버튼이 어떤 이유에서라도 작동이 되지 않으면, 차선책이 없다. “어, 이 버튼이 안 되네” 하고는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는 말이다. 만약 전자적인 버튼이 주행과는 무관한 오디오나 에어컨 등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주행과 관련된 버튼이라면 위험해진다. 버튼을 다시 눌러서 이번에는 작동이 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에는 자동차의 컴퓨터로 불리는 ECU(Electronic Computer Unit)가 보통 100개 내외가 장착된다. 과거에는 1개에서 10 여개 장착되었다. 요즘 출시된 고급차량일수록 100개 이상의 ECU가 장착되기도 한다.
이런 ECU의 명령을 각 모듈이 수행하려면, ECU와 모듈을 이어주는 전선도 많아진다. 전선도 그 목적에 맞게 다양한 종류가 들어간다. 마치 인간의 신경다발과 같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에 들어가는 전선의 총 무게만 약 50 킬로그램에 달한다. 전선의 종류만 약 1천여 개 되며, 각 전선의 길이는 평균 1킬로미터에 달한다. 이 각각의 전선과 연결된 ECU는 자동차의 주행 중 여러 상황을 모니터하고 여기에 맞는 대응 값을 계산하여 반응한다.
요즘 출시된 차를 사람에 비유하자면, 과거에는 그냥 잘 뛰기만 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달리면서 전화를 받고, 내일 발표할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암기하고, 달리면서 달린 코스와 노면상태를 외우는 등의 추가 업무를 하는 것이다. 그만큼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요즘 출시되는 차량들은 매뉴얼(manual)이라고 부르는 사용설명서의 두께가 계속 두꺼워지고 있다. 오죽하면 그 내용이 너무 많고 다양해서 제작사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 차종은 아예 차량 내부에서 단어를 검색해 관련 내용을 보여주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전자적인 방식은 내구성이 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가령 버튼이 자리 잡은 위치에 탑승자가 물을 엎지른다거나, 너무 강하게 스위치를 누르거나 할 경우 부서질 가능성이 있다. 과거 수동기어박스 차량은 기어박스 주변에 물을 엎지르거나 세게 조작을 한다고 해서 조작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흘린 물은 닦아내면 그만이었다. 물리적으로 각 기어가 강력한 금속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잘 부서지지도 않았다.
따라서 향후 구매할 차량을 선택할 때, 자동차의 주요 조작에 관여하는 장비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가속과 감속을 담당하는 기어와 페달, 조향을 담당하는 스티어링 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해보고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각 모듈이 유사시 어떤 차선책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뉴스에서나 보던 급발진과 같은 상황이 나에게 닥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무인자동차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지금,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한 차들이 그리워진다.

등록일 : 2015-12-23 17:34   |  수정일 : 2016-02-2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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