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청년실업률은 고작 3%…비결은? 스위스 교육연구혁신부 장관과 바젤대 부총장이 말하는 청년실업

⊙ 스위스는 어떻게 유럽에서 가장 낮은 청년실업률을 유지하나?
⊙ 現 스위스 교육연구혁신부 장관과 現 바젤대 부총장이 말하는 스위스의 청년실업 해결책
⊙ 瑞 교육연구혁신부 장관, “고등학교 중퇴하던 아이들 직업교육이 살렸다”
⊙ 瑞 바젤대학 부총장, “학력과 기술 모두 동등이 대접하는 사회적 문화”
⊙ “기업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만들고, 청년들은 학교 졸업 후 곧장 취업해”
⊙ “한국과 달리 학생들이 수업 주도하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장점”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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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위스 생명과학 심포지엄에서 요르그 알 레딩 주한 스위스 대사가 개회사를 발표하고 있다.
3.2%. 이 수치는 스위스의 2014년도 청년실업률이다. <알자지라 뉴스>에 따르면 스위스는 유럽에서 가장 낮은 청년실업률인 3.2%를 유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2007년에는 불과 2.8%만이 청년실업자였다고 했다. 한때는 1% 내외를 유지하기도 했다. 이것은 유럽에서 경제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독일의 7%대 수치보다도 낮은 것이다. 사실 유럽에서 최저라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청년실업률이라는 소리다.
<알자지라 뉴스>는 이렇게 낮은 청년실업률을 유지하는 이유로 청년 직업교육(VET)을 꼽았다. 2015년도 7월까지 집계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청년실업률을 약 10%정도로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임시직이나 일용직 등을 취업으로 간주하여, 실제 청년실업률은 15%까지 육박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일부에서는 과거 IMF 이후와 유사한 20%까지 도달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효성 없는 정치권의 청년실업 해결책
청년실업은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야당의 이재명 성남시장이 들고 나온 ‘청년 배당금’이 정치권에 불을 지폈다. 이는 정부가 취업을 준비 중인 19세에서 24세 청년들에게 연간 무조건 100만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질세라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와 유사한 청년보조금 지원을 고려중이다. 이를 적용할 경우, 당장 부족한 예산을 끌어 모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돈을 지원한다고 해서 취업이 되는 것이 아니며, 이는 총선을 앞두고 펼치는 포퓰리즘 정치의 표본”이라고 질타를 받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청년실업의 해결책으로 “학제개편”을 새로운 안건으로 들고 나왔다. 이것은 기존의 학제를 줄임으로써 대학까지의 전 교육과정을 마쳤을 때, 현행대비 1년에서 2년 정도 학생들의 졸업이 빨라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의 연령이 1살에서 2살 정도 어려진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정부의 검토를 거쳐 통과될 경우 약 65년만에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학제가 개편되는 것이다. 여당의 해결책 역시 비판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나이가 어려진다고 취업이 빨리되는 것은 아니라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스위스의 낮은 청년실업률을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가 서울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2일, 동대문 JW 매리어트 호텔에서 개최한 한-스위스 생명과학(Life Science)심포지엄이 바로 그것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청년실업과의 연관성을 감지할 수 없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스위스 정부, 교육, 기업까지 연계된 청년실업의 해결책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리에는 마우로 델 암브로조(Mauro Dell’ Ambrogio) 스위스 연방 교육연구혁신부(SERI) 장관과 에드 콘스타블(Ed Constable) 스위스 바젤대학 부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 두 명을 기자가 인터뷰해 스위스 정부와 학계가 청년실업을 낮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퍼부었는지 확인해보았다. 또 <알자지라 뉴스>가 스위스의 낮은 청년실업률의 비결로 꼽은 직업교육과정(VET)에 참가한 한국인 학생들을 인터뷰해, 실제 스위스 현지에서 운영하는 직업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확인해보았다.
이에 기사의 전반부에는 마우로 델 암브로조 교육연구혁신부 장관과 에드 콘스타블 바젤대 부총장의 인터뷰를 담았고, 후반부에는 스위스 현지 기업, 로슈진단(Roche Diagnostics)에서 직업교육(VET)을 받고 있는 두 한국 학생의 인터뷰를 담았다. 본 기사를 통해 스위스가 어떻게 청년실업을 낮추었는지 그 비법을 파헤쳐 보고자 한다.
[마우로 델 암브로조 스위스 연방 교육연구혁신부 인터뷰]
마우로 델 암브로조 장관 약력

現 연방 교육연구혁신부 장관(State Secretary for Education, Research, and Innovation)
前 Giubiasco 시장, Ticino지역국회의원, Ticino전력공단 이사장
前 스위스 남부 응용과학기술대학 총장
前 판사, 지역경찰청장, 교육문화청장(Ticino지역), 루가노대학 사무총장
스위스 취리히 대학 법학박사

기자와 마주한 장관은 일반적인 고위직 관료들과 달리 수행비서도 없이 혼자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큰 소리로 웃으며 기자의 질문에 상세히 답변해주었다.
다음은 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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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한 스위스의 마우로 델 암브로조 교육연구혁신부 장관
스위스가 주목하는 과학기술분야
-교육연구혁신부 장관으로서 당신이 하는 업무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제가 맡고 있는 부(部)의 이름처럼 교육, 연구, 혁신에 대한 정책(policy)을 맡아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기관은 연방정부(Federal government) 소속으로서 교육을 특히 중대한 사안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교육은 연방정부는 물론이고 지자체(local government)와의 연대가 중요합니다. 연구의 경우에는 국제적인 교류를 증진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장관으로서 외국과의 연구 연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는 주로 스위스의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 참석하고 계신 한-스위스 생명과학 심포지엄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 생명과학 심포지엄은 한-스위스 양국이 2008년에 체결한 과학기술협력협정의 일환입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당시 해당 협정에 서명을 한 장본인입니다. 제가 정부에서 일하면서 외국과 체결한 최초의 협정이었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양국이 협정을 맺은 뒤로 저는 한국과 스위스의 다양한 교류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이번 심포지엄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관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제가 오늘 이 심포지엄의 적임자와 인터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해당 협정이후 양국의 성과를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당시 이 대한(對韓)정책은 일종의 우선권의 재분배(priority countering)였습니다. 한마디로 정부보다는 기업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자는 의미였습니다. 사실 스위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해외로 진출한다거나 외국과 교류를 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저는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과의 교류를 구상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스위스 기업들에게 좋은 연구 기회를 제공한 것입니다. 물론 이 과학교류 계획(Science initiative) 외에도 현재 양국의 기업들은 여러 가지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주한스위스대사관 외에도 여러 대사관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과학기술 분야에 노력을 쏟고 있는 대사관은 단연 주한스위스대사관인 것 같습니다. 스위스가 이렇게 과학기술분야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우리 스위스는 주한스위스대사관에 과학관(STO:Science Tech Office)과 과학기술담당관(Officer)까지 배정해놓았습니다. 물론 다른 국가도 과학관을 배정한 경우가 있겠습니다만, 스위스는 국가 규모대비로는 아마도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것은 스위스의 과학기술분야의 연구개발이라는 국가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열정을 쏟는 이유는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과학분야를 중시해왔기 때문입니다. 최소 20년 이상 스위스는 이런 과학기술분야의 확대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물론 과거에는 스위스가 적십자(Red cross)를 설립한 국가로 인권(human rights)을 중시하는 나라로 많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과학의 중요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스위스는 자원이 없는 작은 나라이기에 과학에 집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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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위스 생명과학 심포지엄 중 한국 측 관계자가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직업교육과 교육을 합쳐서 개편해
-그런데 장관님이 맡고 계시는 교육연구혁신부(SERI)는 불과 2012년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동안의 성과를 묻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일까요?
“말씀대로 교육연구혁신부는 근래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정례적인 부처 개편입니다. 기존에 있던 부처들을 재배치한 것으로 교육연구혁신부를 신설했습니다. 원래는 교육과 직업교육(VET:Vocational Education Training)이 각각 교육부와 경제부에 따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직업교육 부분이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해지면서 교육연구혁신부 안에 교육과 직업교육이 함께 뭉쳐졌습니다.
당시 이 교육연구혁신부를 신설하면서 저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모든 정책은 기존대로 유지할 것.’ 그리고 ‘모든 국제교류사업도 그대로 유지할 것.’ 한마디로 부서는 개편되었어도 정책은 그대로 유지해서 업무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혼란은 줄였습니다.”
15세부터 직업교육 시키고 전문성과 존엄성 살려줘
-방금 장관님께서 언급하신 직업교육(VET)이 스위스의 경제에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일부 전문가들은 이 직업교육이 스위스의 낮은 청년실업률의 비결이라고 하는데요.
“저희는 15세부터 대학까지 이어지는 청소년들의 중장기 학업과정을 분석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교실 수업만 시켰을 때,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학교 가기를 꺼려했고, 많은 학생들이 자퇴(dropout) 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스위스와 같은 서방국가에서 드러나는 패턴으로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교육을 무사히 마친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까요. 여기서 말하는 경쟁력은 취업시장에서의 경쟁력입니다.
취업을 앞둔 대학교 졸업생들은 사실 이렇다 할 능력이 없습니다. 당연히 기업의 입장에서도 이들을 고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학교 수업의 흥미를 잃을 무렵인 15세 학생들에게 직업교육(VET)을 시키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15세부터 충분히 직업교육을 소화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직업교육 외에 학교 수업도 병행합니다. 직업교육과 학교수업의 빈도는 각 주3~4회와 주1~2회 정도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일주일 중 1~2일만 학교 수업을 받아 직업교육을 더 많이 받는 셈입니다.
이 직업교육(VET)은 일종의 견습과정(Apprenticeship)입니다. 이런 견습과정을 일반 고등학교 과정과 유사하게 4년간 진행하면, 이 학생들은 곧장 취업전선에서 기술을 갖춘 경쟁력 있는 인재(skilled worker)가 됩니다. 이것은 단연 블루칼라 직종뿐 아니라, 화이트칼라 직종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은행원이나 보험설계사 등이 가능합니다.
학생이 원한다면,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대학교에서 교육을 더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학생의 몫입니다. 스위스의 교육제도는 두 가지의 길(Path)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학업의 길(Academic path)과 직업교육의 길(VET path)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둘 중 어느 쪽을 택해도 전문성과 존엄성은 동일하게 존중받습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을 준다는 것은 학생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살다보면 누구나 학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일찍 많이 배우기도 하고, 혹자는 나중에 다시 학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위스가 이 두 개의 길을 제시한 뒤로 학업 중퇴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본 제도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수치를 들어 말하자면, 스위스 국민 중 5%이하의 사람들만이 아무 자격증이나 수료증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위스가 이 교육제도를 추진할수록 앞서 말한 수치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아시아의 경우는 다릅니다. 특히 한국은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대졸이며, 학업 중퇴자가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스위스만큼 혁신적으로 학업중퇴자들을 줄인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스위스의 이 직업교육제도는 사실 스위스 정부가 근래에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이런 직업교육 과정은 스위스에서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교육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목수의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나무를 깎고 다듬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술이 전수되고 목수의 아들은 가업을 이어 또 목수가 됩니다. 우리 스위스는 이 전통을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연결했을 뿐입니다. 물론 스위스와 비슷한 문화를 가진 독일과 오스트리아도 이와 유사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위스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 비해 이런 전통이 더 강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개의 길을 제시하는 교육제도를 도입하고 나서 퍼센트를 조사해보았는데요. 무려 60%에 달하는 15세의 청소년들이 직업교육(VET)을 택하고 있습니다. 오직 30%만이 풀타임 고등학교 수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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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현지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직업교육의 질 높여
-장관님께서 이 직업교육(VET)는 스위스의 전통에서부터 유래된 것이라고 하셨는데, 실제 제도적으로 도입이 된 시점은 언제인가요?
“일단 스위스 이외의 다른 유럽의 나라들을 봅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프랑스는 대학(university)까지 이어지는 고등교육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나라들이 이러한 교육방식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우리 스위스는 이 방식에 의지하기보다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직업교육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실질적인 법적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성립된 시점은 약 1930년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말이 1930년대에 이 제도가 만들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미 전통적으로 존재하던 교육방식에 살을 붙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교육제도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를 통해 성공했는지는 수많은 예(example)가 존재합니다. 현 스위스은행의 총재도 이 직업교육(VET)을 받은 사람입니다.
저의 예를 들자면, 저는 총 7명의 자식들이 있습니다. 7명중 5명은 직업교육(VET)을 받았거나 받고 있습니다. 그 중 2명은 직업교육을 받자마자 일반 고등학교 교육을 받지 않았고 곧장 취업했습니다. 그 두 명이 7명의 자녀 중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이러한 직업교육과정은 학생들을 취업전선에서 유능한 일류(prestigious class)로 만들어냅니다.
제가 예를 들겠습니다. 제네바에는 유능한 보석공예가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매우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들로 업계에는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보석공예가들 중 60%가량이 모두 직업교육(VET) 과정을 통해서 양성된 인재들이며, 매년 보석공예가 공석 중 60%를 직업교육자 출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스위스의 제도를 모방하거나 적용하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났습니다. 더 많은 중퇴자들이 생겨나기도 했고, 졸업한 직업교육자들의 실력이 형편없기도 했습니다.
이 직업교육(VET)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바로 질(quality)입니다. 얼마나 높은 수준의 기술자를 양성해내는가가 바로 관건입니다. 이런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스위스에서는 이런 기업들의 참여를 자발적으로 유도하고 있으며, 모든 직업교육과정의 커리큘럼을 기업의 재량으로 자유롭게 만들어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호 정부와 기업은 서로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직업교육을 마치고 수여받는 자격증이나 증서는 국가가 아닌 해당 교육을 주관한 기업에서 수여합니다. 예를 들어 목수과정을 마친 학생에게는 전 스위스 목수협회에서 자격증을 준다던지 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향후 이런 학생들을 해당 기업이 곧장 고용하게 됩니다.”
‘고용은 사회적 기여’라는 국민의식 가지고 있어 
-장관님의 말씀처럼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럼 도대체 어떻게 기업들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참여를 하나요? 기업입장에서는 돈이 들고, 공석이 있어야 참여 학생들을 고용할 수 있을 텐데요.
“이것은 일종의 스위스의 기업문화입니다. 제가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보죠. 자, 여기 미용사(hair dresser)가 있다고 칩시다. 이 미용사가 동네에서 미용실을 개업해서 운영 중입니다. 그런데 이 미용실이 잘 됩니다. 고객이 많고, 미용실은 잘 운영됩니다. 그럼 그 동네와 지역에서는 압니다. 그 미용실은 잘되기 때문에 또 다른 미용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미용실에서 미용사를 고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어떨까요? 이것이 바로 사회적 기여(Social Commitment)입니다. 스위스는 사회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기여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의 미용실이 잘되고, 수요가 많다고 한다면 당연히 공석을 알리고 추가로 미용사를 뽑는 게 옳은 처사입니다.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견습과정을 오픈해 학생들에게 직업교육을 시키고 교육말미에는 고용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어떠한 정부의 압박이나 강제성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자발적인 사회적 참여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용실의 예시처럼 이것은 소매상인부터 중소기업 그리고 대기업까지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기업이 직접 키운 인재보다 더 나은 인재란 없다”
-기업은 항상 정해진 수의 공석(vacancy)이 있습니다. 삼성이나 현대처럼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해도 공석은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그 공석마저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정해져 있습니다. 아무나 고용하지 않지요. 그런데 어떻게 스위스는 이런 제도가 잘 운영되는 건가요?
“맞습니다. 기업은 아무나 뽑지 않아요. 그래서 이 스위스의 제도가 잘 되는 겁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격을 가진 사람을 15세 때부터 기업이 직접 육성하는 셈입니다. 기업이 직접 키운 인재보다 어떻게 그 기업에 더 잘 맞는 인재가 있겠습니까.
직업교육은 단순히 기술만 가르치지 않습니다. 우리의 교육 제도는 직업교육 이후에도 연결이 됩니다. 응용과학(Applied Science)분야의 과정을 통해서 대학을 더 다닐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는 기술을 가르친 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사, 석사, 박사까지 대학을 마치게 해줍니다.
물론 이렇게 다 키운 인재가 그 기업을 떠나서 다른 기업에 취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직업교육을 하는 동안 그 인재가 그 기업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단골化-: fidelization)도 기업의 커리큘럼에 달려 있습니다. 배우는 학생도 점점 더 그 회사에 대한 애착을 느끼고 기업의 구성원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한국의 상황을 잘 압니다. 이미 고용시장에서 높은 수준의 구직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졸자들이 넘쳐납니다. 이런 마당에 대졸자를 모집한다며 지원자가 넘쳐나겠지요. (한국에) 곧장 스위스의 방식이 적용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한국과는 달리 어찌 보면 스위스의 고용시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구직자(good qualified manpower)가 적어서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스위스는 항상 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구현되어 왔습니다. 항상 고용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잘 맞아떨어지곤 했습니다.”
-그럼 이 스위스의 직업교육(VET) 제도의 문제점이나 약점은 없나요? 일례로 너무 어린 나이부터 과도한 업무를 시킨다던지, 아이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던지 위험에 노출시킨다던지 하는 문제는 없을까요?
“전혀요! 그런 문제는 없습니다. 이 직업교육을 시키는 기업에서도 다 알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실수도 할 수 있고, 맡은 업무를 어려워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런 부분에서 법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됩니다. 일과중 업무를 시키는 시간을 조정하고, 더 많은 휴일을 보장하고 위험한 업무는 시키지 않는 등의 조치가 취해집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은 모든 직업교육(VET) 과정에 대한 급여를 받습니다. 물론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 학생들이 일한 노동의 대가는 분명 보장받습니다. 이 직업교육의 장점은 이 학생들이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기업의 마인드를 배웁니다. 또 어린나이부터 돈을 버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소위말해 철이 드는 겁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은 특정 기술을 어린나이에 습득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정 기술은 20살이 넘어서 배우는 것보다 어린 나이에 배울수록 습득이 빠르고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생각해보십시오. 15살 때부터 기술을 배운 사람이 20살이 되면 전문기술자가 됩니다. 당신은 20살이 되면 바로 직업이 있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됩니다. 19살~20살의 젊은이들이 곧장 직업을 가진다는 것 이상 좋은 것이 있을까요? 물론 더 공부를 해도 상관없습니다. 청년들의 선택입니다.”
군대에서도 직업교육을 이어갈 수 있어
-만약에 이 제도를 한국에 도입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한국은 아시다시피 남성들에게 국방의 의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병사로 입대를 하면 약 2년 동안은 군에 복무를 합니다. 이런 공백을 스위스의 이 제도 안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일단 제가 한국의 적용했을 경우가 어떻다고 확답은 못 드립니다. 단순히 군대 문제만을 생각해보자면, 스위스도 국방의 의무가 있습니다. 물론 그 기간이 5개월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스위스의 경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요리사 직업교육을 받은 19살의 청년이라고 합시다. 이 학생은 자신의 직업교육 특성을 취사병으로 복무하면서 군에서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또 IT 분야의 교육을 받은 학생은 통신 분과에 배치될 수도 있을 겁니다.
국방부에서도 모병을 할 때 기존 직업교육과정을 보고 가능하다면 비슷한 병과에 투입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군대의 특성상 모든 사회적 분야가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만, 가능하다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결국 2년의 군복무 기간 역시 직업교육의 일환이자 경험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교육까지 유기적인 공조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까. 어떻게 정부가 이런 제도를 이끌어내는지 궁금합니다. 스위스는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나요?
“우리는 이것을 3자 협의체(Three-party corpor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중 하나는 당연히 연방정부와 지자체가 맡고 있고, 두 번째 파트너는 교육기관입니다. 마지막 파트너로는 민간기업입니다. 이 안에는 소규모 상점에서부터 대기업까지 포함됩니다. 여기서 연방정부의 역할은 시스템의 규칙과 이론을 정하는 겁니다. 지차체와 교육기관은 지역 내에서 어떤 학교에서 수업을 가르칠 것인지 등을 조율합니다. 민간기업은 모든 직업교육에 들어갈 커리큘럼을 제작합니다.
이 셋이 모이면 연방정부의 역할은 중재(arbitration)입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직업군이 생겼다고 칩시다. 그런데 이 직군이 농업(farming)에 속해야 하나 아니면 원예(園藝, gardening)에 속해야 되나 와 같은 사안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뿐입니다. 즉 연방정부는 중재를 할뿐이지 최초의 제안은 실제 현장에서 출발합니다. 즉 이것은 상부에서 하부로 명령이 하달되는 톱다운(Top down)이 아니라 하부에서 상부로 올라가는 다운 투 톱(Down to Top)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의료 부분에 새로운 보직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기업이 한다고 칩시다. 이 특정 업무를 위한 기술과 자격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면, 연방정부는 지자체와 논의해 이 과정을 학교에서 교육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합니다. 학교에서는 해당 직업에 필요한 이론적인 부분으로 수학이 필요하다든지 화학이 필요하다든지 등을 판단합니다. 기업도 당연히 여기에 필요한 실질적인 직업교육 과정을 설계 합니다.”
“연방정부가 끼어들지 않는 것이 규칙”
-중재 과정에서 아무래도 법적 문제와 금전적인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일례로 기업에서는 정부에 직업교육 부분에 돈을 지원해 달라, 혹은 공석이 더 이상 없다와 같은 요청을 할 것 같습니다. 교육계에서도 교육시설 확충을 위해 돈을 더 달라는 식으로 정부를 압박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연방정부는 이 제도에서 아무런 지출이 없습니다. 직업교육 중 학생들에게 주는 돈은 모두 기업이 충당합니다. 이것이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기업은 손해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들의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직접 육성하기 위한 투자로 보자면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투자가 기업 입장에서는 잘못될 수가 없습니다. 이 모든 직업교육과정을 누가 설계했습니까. 기업이 직접 만든 교육과정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 학생들이 쓸모없는 인재가 되어 기업의 매출에 피해를 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기업은 돈을 벌기에 적합한 인재를 그들 스스로 만듭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너무 많은 법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법적으로 기업에게 이렇게 교육해라. 혹은 이 과정을 꼭 넣어라 라는 식으로 한다면 실제로 완성된 인재가 기업에게 좋은 성과를 보장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연방정부는 기업의 자율성 보장이 오히려 중요한 규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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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교육에 참여 중인 한국 학생 /사진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개발도상국 시대를 지난 한국에게 창조경제는 새로운 비전 제시해
-한국의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창조경제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어찌 보면 장관님의 교육연구혁신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의 이런 준비를 어떻게 보시나요?
“아주 대단한 정책(fascinating policy)입니다. 역시 한국다운 앞서가는 정책입니다. 한국은 항상 앞선 정책을 내놨고 개발을 추진해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창조의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창조는 작은 기술(small technology)에서부터 창조가 시작된다는 시사점을 제시하는 중요한 정책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경제를 부흥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사회(better society)를 만든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바로 양(quantity)보다 질(quality)입니다. 얼마나 많은 것을 만들어내느냐 보다는 얼마나 더 획기적이고 뛰어난 품질을 개발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과거에는 엄청난 양의 철강(steel)을 쏟아 붓고, 방대한 전력(electricity)을 투입했으며, 그런 양적인 완성을 위해 박차를 가했다면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양적 완벽성을 기하는 새대는 지나갔습니다. 한국은 그런 과거의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y)에서 선진국(developed country)의 반열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삶의 질을 높이고 환경을 고려해야 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하는 때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물, 기름 등)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해야합니다. 들어가는 자원의 양은 줄이면서도 가치 있는 창조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즉 지속가능한 고품질의 창조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창조와 혁신은 시장과 연결되어야 빛이 난다
-장관님은 교육과학혁신부(SERI)의 수장이십니다. 맡고 계신 부처의 이름의 말미에 혁신(Innovation)이 들어갑니다. 장관님께서는 혁신을 뭐라고 정의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을 던지자 장관은 “좋은 질문이네요. 그 질문의 답은 아마도 도서관에 있을 것 같은데요”라며 웃었다. 그러나 이내 장관은 혁신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렸다.
“한 단어로 혁신을 정의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러나 설명하자면 혁신에는 분명 시장(market)이 따라와야 합니다. 혁신이라는 것은 기존에 없던 무언가를 창조해낸다는 것인데 이것이 그 창조로서 끝이 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혁신은 그래서 시장(market) 혹은 대중(public)과 연결이 되었을 때 그 혁신은 비로소 빛을 보게 되고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됩니다. 새롭게 개발된 혁신이 시장과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혁신이 아닙니다. 아무런 쓸모가 없어집니다. 종국에는 혁신이란 시장과 연결되어야 하고 미래에도 지속(sustain)될 수 있어야 합니다. 혁신이 시장과 연결되면 자연스럽게 사회와 교류하고 상호협력하게 됩니다. 즉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했을 때 사회적 교류가 없다면 투자자가 없을 것이고, 투자가 없는 혁신은 지속성을 잃게 됩니다.”
-그럼 직업교육 이외에 다른 요소가 청년실업률을 낮추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스위스의 취업문화가 어느 정도 기여한 것 같습니다. 스위스는 고용과 해고가 쉬운 편입니다.(Easy to hire and fire) 이런 문화는 스위스의 주변국과 달리 미국이나 영국과 유사한 취업시장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고용인과 고용인 모두에게 취업과 이직에 큰 부담이 없는 편입니다.”
기술자도 대학의 박사만큼 대접받아
-유럽은 물론 아시아에서 일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무기로 취업시장의 상당수를 선점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스위스의 상황은 어떤가요?
“스위스에도 외국인 노동자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스위스는 약 5% 가량이 이미 해외노동력에 의해 선점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큰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스위스 사람들이 다른 유럽국가에 가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또 현재 스위스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중 약 절반가량은 자신의 부모 중 한명이 스위스 사람이 아닙니다. 즉 외국인 자녀들이라는 말이지요.
스위스로 유입되는 이민자의 수는 상당합니다. 따라서 취업시장에서 국적은 중요한 사안이 아닙니다. 다만 얼마나 경쟁력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할 뿐입니다. 이것이 정치적으로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장점도 많습니다. 만약 스위스 내에서 구할 수 없는 인재를 구해야한다거나 할 경우에는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보세요. 미국은 처음 대부분의 인프라를 외국인 노동자를 통해서 만들어냈습니다.”
-스위스에서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을 어떻게 대접하나요?
“일례로 시계를 만드는 장인은 대학교의 박사만큼 중요합니다. 머리로 학술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손으로 시계를 제작하는 것의 가치와 동일한 것입니다. 이런 기술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런 기술에도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야겠다 라는 확고한 신념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기술도 박사 등과 동일한 것입니다.
공부에 매진해 박사과정까지 하는 것만이 힘든 것이 아닙니다. 끝까지 자기가 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도 그만큼 힘이 들고 어려운 것입니다. 저는 미용사인 제 딸이 자랑스럽습니다. 제 딸은 미용사로 자립해 자기가 미용실을 직접 운영하는 사업가입니다. 그런데 저를 보세요. 저는 그저 공무원에 불과합니다. 저는 사업가가 아닙니다. 저는 정부에서 주는 월급을 받아야 생계가 유지됩니다. 저는 그래서 제 딸에게 ‘네가 우리 집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다’라고 말합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사업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스위스에서는 어느 대학을 나오고 어떤 공부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에드 콘스타블 바젤대 부총장이 말하는 직업교육]
마우로 델 암브로조 장관에 이어 에드 콘스타블(Ed Constable) 스위스 바젤대 부총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부총장과 인터뷰를 한 이유는 학계에서 바라보는 직업교육과정의 영향력을 더 면밀히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부총장과의 인터뷰에서도 앞서 인터뷰한 장관과 일부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스위스의 직업교육(VET)이 청년실업률을 낮추는데 기여했다는 점이다. 다음은 부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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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콘스타블 스위스 바젤대 부총장
일반적인 대학교육, 직업선택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질 뿐
-제가 알기론 스위스에는 직업교육(VET)과 전문교육(PET: Professional Education Training)이 있습니다. 이 둘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두 과정이 모두 직업을 얻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커리큘럼 상에는 차이가 좀 있습니다. 직업교육(VET)는 실무 위주이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실제 현장에서 업무를 토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신과 같은 기자라면, 곧장 기사를 쓰기 위한 방법과 과정을 가르칩니다. 이와 달리 전문교육(PET)과정은 실무위주보다는 실무 이외의 관련된 분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즉 직업교육은 말 그대로 그 하나의 직업만을 수행하기 위한 모든 기술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럼 직업교육(VET)을 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 어떤 차이가 있나요?
“직업교육을 받은 사람은 일단 해당 직업에 대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취업할 수 있는 직업이 하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전문교육(PET)이나 일반적인 대학과정을 이수할 경우에는 하나 이상의 직업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어느 정도 직업에 대한 선택권이 있다는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직업교육, 전문교육, 그리고 대학교육이 있는 건가요?
“맞습니다. 3가지의 옵션이 학생에게 주어진 셈입니다. 직업교육이 바로 해당 직업의 맞춤교육이고, 전문교육은 거기서 범위가 좀 넓어진 것이고, 마지막으로 대학교육은 분야가 더 넓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직업교육을 받은 사람이 모든 교육을 마치고나서 직업을 바꾼다면 어떻게 되나요?
“모든 직업교육과정을 마치고 난 뒤에 해당 직업의 전문가가 되었는데, 다른 직업을 원한다면 아무래도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 이것이 직업교육의 약점이라고 봐도 될까요?
“직업교육의 약점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직업교육에 앞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선택을 보조하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강점으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시스템적으로도 어느 정도의 융통성이 있기 때문에 교육과정이나 커리큘럼상의 수정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 직업교육이 청년실업을 낮추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보시나요?
“예, 이 스위스의 교육제도가 청년실업률을 낮추는 데에 기여한 점은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미래에는 창업이 청년실업률 낮출 것
-최근 인큐베이팅(Incubating: 工房기반의 製造창업)이 각광받고 있어서, 미국의 MIT, NYU 등에서는 관련 학과를 개설했습니다. 부총장님이 운영하시는 바젤대에도 새로 인큐베이팅 시설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청년실업률을 낮추는 데에 효과가 있나요?
“사실 저에게는 일종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로부터 더 많은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창업가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라는 딜레마입니다. 현재까지 모든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혁신적인 창업을 이끌어내지는 않았습니다. 분명 그럴 가능성을 가진 인재들이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인재들(대학원생)을 전통적인 교육방식의 틀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입니다. 그것의 일환이 바로 이러한 공방 형태의 제조실험실, 인큐베이팅 시설의 제공입니다.
이 인큐베이팅 과정과 시설은 학생들에게 이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곧장 시장(market)에서 적용가능한 실무에 대한 이해와 능력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런 기술들이 사소한 기술일지라도 실제 시장에서 창업가로서 성공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상업적인 기술을 가르침으로써 이들이 사회에서 성공적인 창업가가 되도록 만드는 겁니다. 이런 기술은 <네이처>紙와 같은 곳에 논문을 내는 것과는 분명 다른 기술입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이런 창업에 위험부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분야가 청년실업을 낮추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이런 창업을 유도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청년실업을 타파할 수 있을까요?
“앞서 언급하신 한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스위스의 교육연구혁신부가 추진 중인 인큐베이팅 사업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 때문에 바젤대학도 정부 주도아래 이런 인큐베이팅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인큐베이팅에서 얻어낼 것이 없었다면, 애당초 한국과 스위스 모두 시작도 안했을 겁니다. 청년들에게 취업기회 제공은 물론 국가의 경제에도 충분한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인큐베이팅은 마치 일종의 뷔페식당과 같습니다. 누구든지 와서 배를 불려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창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다는 점이 있어 이 부분을 점차 개선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스위스 현지에서 직업교육을 받은 홍현규 씨와 황준봉 씨]
앞서 장관과 부총장의 인터뷰를 통해서 직업교육에 대한 이론적인 측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야기만 들어서는 실제 직업교육이 어떤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스위스에서는 어떻게 나이어린 학생들에게 직업교육을 하고 있을까. 이에 주한스위스대사관을 통해 스위스의 기업, 로슈진단(Roche Diagnostics)에 파견되어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홍현규 씨와 황준봉 씨를 서면으로 인터뷰해보았다. 이 둘은 한국에서 각각 전자고등학교와 마이스터고를 졸업했다. 이 둘은 주한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선발된 인재들로 고교 졸업 후 곧장 스위스 기업에 취업이 된 인재들이다. 이들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산업기술인력 성공모델지원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게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산학협력단 김성재 단장의 말이다.
기자가 “스위스의 직업교육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모두 스위스의 직업교육 과정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홍 씨는 스위스의 직업교육은 학생들이 발표와 토론을 통해 자율적으로 교육내용을 습득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이런 교육방법이 과정을 이해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고 스위스의 직업교육 시스템을 칭찬했다.  또 홍 씨는 기자가 “15세의 학생들이 참여하기에도 부담이 없냐”는 질문에 “지금 배우는 직업교육과정에는 실제로 15세부터 2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면서 “나이에 관계없이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커리큘럼이 짜여있다”고 답했다.
배운 것은 모두 실습으로 확인해
기자는 문득 스위스의 직업교육(VET)과정에는 몇 번의 시험이 있고 어떻게 학생들의 실력을 검증하는지 궁금해졌다. 이에 홍현규 씨와 황준봉 씨는 모두 “실습으로 시험을 본다”고 답변 해왔다. 실무 위주로 구성된 직업교육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그동안 배운 내용을 실습으로 점검한다고 했다. 실무를 가르친 교육자의 도움 없이 어떻게 학생이 그 내용을 진행하는지 그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시험이 “이론위주의 시험보다 좋으냐”고 묻자, 두 사람은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황 씨와 홍 씨에 따르면, 이런 실습을 가르치는 교육자는 수시로 조별 혹은 개별로 과제를 내주고 이를 해결하게 시킨다. 그리고 완성된 과제물을 검사 받는다. 이때 학생마다 완성방법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이러한 차이점에 대해 학생 모두가 토의를 벌여,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지 다양한 의견을 개진(開陳)한다. 홍 씨는 “이런 교육방법은 하나의 답만을 찾는 한국과 다르고 매우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수업 이끌어
다음은 홍 씨와 황 씨가 한국의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스위스 직업교육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상세히 기술한 부분이다.
홍 씨: “전자공업고를 나온 저의 경우, 한국에서는 선생님이 많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답을 주는 반면, 스위스의 직업교육은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과제를 해결합니다. 그리고 각 단원을 넘어가거나 하나의 과제가 끝나면, 모든 학생들이 자유롭게 질문과 토론을 나눕니다. 이렇게 하면 해당 단원에서 미진했거나 몰랐던 부분을 놓치지 않고 다시 복습할 수 있습니다. 이런 토론 문화는 토론에 참가한 학생들의  국적이 모두 영어권이 아님에도 영어(수업 공통어)로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실력이 향상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직업교육을 마치면 곧장 회사에 취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은 학생들의 열정을 끌어올리게 만들고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직무에만 전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직업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른 직업교육(VET) 과정으로 변경이 가능합니다.”
홍 씨는 “스위스 직업교육의 단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딱히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는 “이런 직업교육이 한국에서 추진된다면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남들이 다 가는 대학보다는 내가 원하는 꿈을 찾아야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나온 황준봉 씨의 답변은 어떨지 궁금했다. 왜냐하면 이 마이스터 고교의 콘셉트 중 일부가 바로 이러한 유럽의 직업교육과정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황 씨: “한국의 마이스터고가 직업교육과정과 유사합니다만 차이가 있다면, 한국의 교육제도와 구조가 다릅니다. 스위스에서는 중학교 졸업이후 곧장 직업훈련학교(Berufsschule)에 입학이 가능합니다. 졸업생의 약 80%가량이 이 학교에 진학합니다. 오직 20%만이 일반 인문계 고교에 진학합니다.
스위스의 직업교육은 한국보다 더 실무적으로 구체화 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업이 교육에 직접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인식 자체가 한국과 다릅니다. 한국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기피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것은 특히 학부모들이 대기업과 좋은 대학만을 선호하는 인식이 반영된 탓입니다.
제가 마이스터고에 진학할 때만 해도 한국에 처음 마이스터고가 생길 무렵이었습니다. 이때 미래를 확신하지 못한 다른 친구들은 모두 인문계 고교를 택했고, 저만 마이스터고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이 로슈진단의 직원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지금 그 친구들을 만나보면 아직도 취업걱정에 고민하고 힘들어 합니다.
우리 사회는 청년들의 꿈보다는 높은 학교성적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남들이 대학을 가니까, 나도 간다고 생각합니다. 남들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스위스의 직업교육 과정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명문대만 찾는 학부모님들과 기술자를 하대하는 사회적인 편견도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한국도 스위스의 이런 직업교육이 정착해 청년실업자들이 줄어 들었으면 합니다.”
홍 씨와 황 씨는 스위스에서 1년 동안 직업교육을 받는다. 이들이 받는 직업교육 과정은 IT 엔지니어링(engineering)이며 이 과정을 모두 마치면 IT 스페셜리스트(IT Specialist)로서 로슈진단 한국지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등록일 : 2015-11-23 08:29   |  수정일 : 2015-11-3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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