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ategorized

286명 사상자 낸 가장 단순하면서도 치명적인 테러무기…트럭 IS의 테러범은 왜 19톤 트럭을 골랐을까?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 트럭을 무기로 활용한 신종테러수법에 대응하려면…
⊙ 경찰의 38구경 리볼버로는 트럭 타이어 못 터트려…
⊙ 트럭을 멈추는 데 필요한 차량돌진방지 볼라드 관련법 개선 시급
⊙ 프랑스 경찰 초동대처 미흡해 트럭의 2킬로미터 질주 막지 못해

  7월 14일, 축제가 한창이던 프랑스 니스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붐볐다. 이때 나타난 19톤 트럭이 인파를 향해 돌진했다. 폭주기관차처럼 트럭은 갈지자로 이리저리 보행자 도로 안을 활보했다. 운전자는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 일부러 지그재그로 차를 몰았다. 보행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차에 치여 쓰러져 나갔다.
  한 목격자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럭에 치인 사람들이 볼링핀처럼 쓰러져 갔다”고 묘사했다.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돌진 테러 사건은 면밀히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사한 테러가 국내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얼굴 없는 트럭의 이름을 찾아서…

흰색 트럭이 인도 위를 폭주하고 있다. 사진=통신사 배포사진 캡처
  니스 트럭 테러에서 중요한 단서는 바로 트럭이다. 테러에서 무기로 사용된 트럭의 종류를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트럭의 종류를 파악해야 해당 트럭의 제원(specification)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제원을 확보하면 해당 차량의 성능과 무게, 크기 등을 알 수 있다.
미국의 CNN에서는 19톤의 흰색 트럭이라고만 보도되었을 뿐, 어떤 차종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블로그 형태의 매체에서는 20톤이라고 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AFP 통신의 보도를 인용, 《중앙일보》 등에서 25톤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 트럭의 총 중량인 톤(ton) 수조차 오락가락하는 셈이다.

먼저 정확한 트럭의 차종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트럭의 생김새를 확인해야 했다. 트럭의 경우 차종을 구분하는 데 유일한 단서는 차량의 전면부이다. 전면부 이외의 부분은 화물적재 등으로 디자인적 요소가 줄어드는 탓이다. 테러에 쓰인 트럭은 수백 명의 보행자를 치고 여러 장애물을 향해 돌진했기에 전면부가 다 부서져 버렸다. 사람으로 치면 얼굴이 없는 것이고 지문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월간조선》은 이 트럭과 유사한 트럭 수천 대를 며칠에 걸쳐서 대조하기 시작했다. 테러 현장에서 촬영된 트럭의 사진과 동영상 등을 유사한 트럭과 대조해 본 결과, 두 개의 차종이 최종 물망에 올랐다.

  하나는 네덜란드 트럭회사인 DAF사의 LF급 트럭과 다른 하나는 프랑스 자동차 회사인 르노(Renault)사의 프리미엄급 트럭이었다. 르노는 우리에겐 르노삼성으로 비교적 친숙한 브랜드다. 이 두 차종을 최종적으로 선정한 이유는 DAF의 중형 트럭과 르노의 중형 트럭은 캡(cab)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즉 이 둘의 모양이 가장 흡사했다는 말이다.

캡을 공유한다는 것은 트럭에서 사람이 탑승하는 부분의 플랫폼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차량은 지붕에 설치된 라이트를 포함한 여러 가지 부품을 공유하는 등 대부분의 생김새가 유사하다. 참고로 이렇게 자동차 업체에서 플랫폼 등을 공유하는 것은 제작단가 등을 낮추기 위함이다.

이 두 차종 중 최종적으로 결론지은 차량은 르노 쪽이었다. 그리하여 정체를 밝혀낸 트럭의 이름은 ‘르노의 프리미엄 270 19 4×2 슬리퍼 캡 트럭’. 차의 이름이 매우 길다. 이름이 긴 이유는 이름 안에 차량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가 들어간 탓이다. 프리미엄(premium)은 차량의 이름이자 등급으로 르노에서 제작하는 트럭 중 중대형급 트럭이 여기에 해당한다.

르노의 프리미엄 트럭은 16톤에서부터 44톤까지 있다. 테러에 사용된 모델은 여러 외신에서 말했듯이 19톤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 이름에서 270과 19는 각각 차량의 엔진출력(마력)과 톤을 의미한다. 즉 270마력에 19톤 트럭이라는 뜻이다. 4×2는 후륜부 구동축에 4개의 바퀴가 장착되어 있으며 전륜부에는 2개의 조향축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보통 트럭의 뒷바퀴를 보면 바퀴당 2겹으로 타이어가 꽂혀 있다. 이 때문에 양쪽을 합쳐 총 4개로 친다.

슬리퍼 캡(sleeper cab)은 차량의 실내공간 뒷부분에 잠잘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중대형 트럭은 장거리 주행 시 휴게소 등에서 운전사가 트럭 뒷부분에 누워 잠을 자는 경우가 꽤 있다. 이 때문에 트럭의 좌석 뒷부분을 연장해 그곳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한 것을 슬리퍼 캡이라고 칭한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1톤에서 5톤 내외의 소형 트럭의 경우 운전석 뒷부분을 약간 연장한 트럭을 슈퍼캡(super cab)이라고도 칭한다.

테러범은 왜 19톤 트럭을 골랐을까?

트럭으로 테러를 저지르기 전 테러범이 트럭 앞에서 찍은 사진(좌)과 테러에 사용되었던 트럭의 전면부 모습(우). 사진=구글 검색
  해당 트럭이 18톤이나 20톤 이상일 가능성은 없을까? 18톤급일 경우 테러에 사용된 트럭보다 길이가 짧다. 테러에 사용된 트럭은 옆모습을 보면 뒷바퀴인 구동축에서 꽤 긴 길이의 적재공간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18톤짜리 트럭은 구동축에서 뒤로 약 1미터 내외까지만 적재공간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19톤으로 보는 것이다. 또 르노에서 판매하는 270마력짜리 프리미엄 트럭은 19톤으로 만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프리미엄 270보다 구형인 프리미엄 260이라면 18톤이라는 말이 신빙성이 있지만 이럴 경우 테러에 사용된 트럭보다 구식일 수 있어 아니다.

20톤 이상일 경우에는 차량의 바퀴 수가 증가한다. 르노에서 제작하고 있는 프리미엄 트럭은 19톤을 넘어가는 20톤 이상은 접이식 바퀴를 후륜 구동축 뒤에 추가로 장착한다. 그러면 2개의 바퀴가 추가되어 4×2가 아니라 6×2가 된다. 그런데 해당 트럭은 사진에서 보면 바퀴 수가 일반적인 4×2 형태였다. 이 때문에 해당 트럭을 19톤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를 종합해 보면, 테러범은 바퀴 수가 많지 않은 트럭으로는 빌릴 수 있는 최대 크기의 트럭을 테러에 사용한 셈이다. 아무래도 20톤 이상부터는 차량이 대형급 트럭의 범주로 들어가 사람이 많은 지역에 출입이 원활하지 못했을 수 있다. 혹은 경찰 등이 대형 트럭의 진입을 통제했을 가능성도 있다.

바퀴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차량의 회전반경 등이 늘어나 움직임이 둔해지는 점을 테러범은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테러범은 최대한 기동성을 살리면서도 가장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 트럭으로 19톤 트럭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테러범은 해당 트럭을 사건이 있기 며칠 전 렌터카 업체에서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범이 사용한 트럭의 연식은 2004년에서 2006년형 정도로 보인다. 트럭의 전반적인 생김새와 파손된 부위의 구조 등을 면밀히 보았을 때 페이스리프트(facelift) 된 신형모델이 아닌 구형이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 블로그인 ‘탑스피드닷컴(Topspeed.com)’에서는 테러에 사용된 트럭을 2012년형 르노의 미들럼(Midlum)급 트럭으로 단정 지었다.

이는 기자가 선정한 르노의 프리미엄 트럭과는 다른 분석이다. 미들럼은 프리미엄급보다 작은 트럭이다. 만약 ‘탑스피드닷컴’의 말대로 이 트럭이 미들럼이라면 테러에 사용된 트럭의 차축 간 거리인 휠베이스와 적재공간의 길이 등이 더 짧아야 한다. 테러에 쓰인 트럭은 미들럼급보다 적재량이 큰 모델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미들럼 트럭보다 큰 트럭인 프리미엄 트럭으로 기자는 결론 내린 것이다. 미들럼 트럭의 경우 적재량이 최소 7.5톤급에서부터 18톤급까지인데 여러 외신에서는 해당 트럭을 19톤이라고 칭해 ‘탑스피드닷컴’의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

다음은 테러범이 사용한 르노의 프리미엄급 19톤 트럭과 가장 유사한 제원이다. 동일 차량도 주문자의 주문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어 가장 비슷한 제원을 찾아봤다.

차량 전체 길이: 11300mm
적재부분 길이: 7050~7720mm
차량 폭: 2450mm
차량 높이: 2480mm
엔진: 6기통 직분사 디젤엔진
엔진출력: 270마력
차량 총 중량: 19톤
2004~2006년형 동일사양 중고트럭 가격시세: 1000만~1500만원(유로화 환산치)

즉 길이 11미터, 폭 2.5미터에 달하는 트럭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차량의 크기가 큰 만큼 주변에 끼치는 피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신을 통해 집계된 사상자의 수는 84명 사망, 202명 부상이다. 여지껏 유럽 전역에서 발생했던 여타 총기 테러보다도 더 많은 사상자이다. 트럭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38구경 리볼버 권총으로는 트럭 타이어 터트릴 수 없어…

트럭을 볼라드와 충돌시키는 실험을 볼라드 제조사에서 진행하고 있다. 사진=동영상 캡처
  폭주하는 트럭을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조치는 경찰의 대응이다. 이번 테러 사건 현장에서 트럭의 전륜부 타이어는 프랑스 경찰이 쏜 총을 맞고 터졌다. 그러나 타이어를 조준 사격해 터트리는 데까지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현지 경찰의 증언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한 경찰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지역경찰이 애용하는 38구경 리볼버(Revolver·서부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회전식 탄창의 권총)로는 19톤 트럭의 타이어를 터트릴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지역경찰의 지원요청을 받고 출동한 프랑스 중앙정부 소속 경찰의 반자동 권총 등이 트럭을 멈추는 데 유용했다고 증언했다. 프랑스 경찰의 말대로라면 유사시 돌진하는 트럭을 멈추기 위해선 리볼버보다 화력이 강한 총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트럭으로 군중을 향해 돌진했던 테러범은 운전을 하면서 동시에 창문 밖으로 사격을 퍼붓기도 했다.

트럭의 경우 타이어의 재질이 일반적인 승용차와 다르다. 이는 많은 화물을 싣고도 타이어가 눌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타이어의 소재(compound)와 혼합물의 밀도 등이 일반 승용차량보다 강하다. 이런 타이어는 마치 나무토막이나 플라스틱 덩어리처럼 단단한 게 보통이다. 따라서 웬만한 외부 충격으로는 잘 터지지 않는다. 테러에 사용된 트럭도 상대적으로 단단한 정도가 약한 전륜부 타이어만 총격으로 터졌을 뿐, 타이어 밀도가 단단한 뒷바퀴 타이어는 터지지 않았다.

우리 경찰도 프랑스의 경찰처럼 주로 38구경 리볼버를 총기로 채택하고 있다. 우리 경찰 및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38구경 리볼버는 명중률이 높고 사격 후 탄피가 약실 안에 남아 회수가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에 애용하고 있다. 그러나 화력이 약하고 재장전이 반자동 권총 대비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도 프랑스처럼 유사한 테러가 발생했을 경우 대부분의 경찰에 지급된 리볼버만으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경찰은 지난해부터 38구경 리볼버보다 화력을 낮춘 대체총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찰처럼 도주차량 추격 및 저지에 관한 연습해야

테러에 사용된 트럭과 동일한 트럭과 실내 모습이다. 사진=구글
  돌진하는 트럭을 향해 총을 쏠 때도 유념할 것이 있다. 트럭의 연료탱크다. 일반적으로 중대형 트럭은 연료탱크의 위치가 외부로 노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조향을 담당하는 전륜부 바퀴 뒤쪽에 사각의 통이 측면으로 길게 붙어 있다. 이 탱크 안에 차량의 운행에 필요한 연료를 가득 싣고 있다. 그런데 타이어를 조준해 사격을 하다가 자칫 이 연료탱크를 맞히기라도 하면, 폭발로 이어져 더 큰 참사를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경찰에선 돌진하는 트럭의 조준 위치를 교육시키는 등 관련 내용을 숙지시킬 필요가 있다.
이번 니스 테러처럼 최초에는 타이어를 조준해 사격하다 여의치않자 한 여경찰이 차량 정면으로 뛰어들어 운전자(테러범)를 향해 총을 쏴 멈춰 세웠다. 이때까지 트럭은 인도 안을 2킬로미터 가까이 주행한 뒤였다. 프랑스 경찰의 초동대처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 경찰도 유사시 돌진차량에 대한 사격 지점을 교육하고, 고정형 목표물 사격연습 체계를 실전에 가까운 이동형 목표물 사격연습 등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외에도 미국 경찰처럼 차량 도주 및 추격, 차량 저지와 관련된 주행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음주 또는 마약을 한 운전자가 도로 위를 고속으로 주행하는 등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까지 일선 경찰들에게 차량 추격 및 저지에 관한 주행연습 등은 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우 일반 경찰보다 강한 중화기와 탐지견 등으로 구성된 특수경찰 ‘K-9’을 일선에 배치해 각종 강력범죄인 마약거래, 난투극, 총격전 등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사냥용 총기를 사용한 범죄, 흉기를 사용한 집단 난투극, 연쇄살인, 묻지 마 폭행 등 각종 강력범죄가 늘어나는 추이로 볼 때, 리볼버 채택 재고 및 특수목적 경찰의 필요성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자는 프랑스 트럭 테러가 발생한 지 약 일주일 정도가 지난 7월 25일 프랑스 니스 소재의 렌터카 업체 몇 군데에 무작위로 연락을 취해 대형 트럭을 빌리는 시도를 해봤다. 렌터카 업체 대부분에서 빌릴 수 있는 화물차량은 소형 벤(van) 형태의 3.5톤 차량이 대부분이었다. 이 중 테러범처럼 19톤에 달하는 대형 트럭을 빌릴 수 있는 곳을 알아내 19톤 트럭 대여에 대해 알아봤다. 이 업체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트럭을 빌리겠다고 문의해 보았는데, 프랑스 니스에서 트럭 테러가 발생한 직후였음에도 트럭 대여에 대한 별다른 대비책은 없어 보였다. 이에 취재 말미에 기자의 신분을 밝히고 해당 렌터카 업체, E×××의 레오나르도(Leonardo) 씨에게 물어봤다.

― 얼마 전 니스에서 대형 트럭으로 테러가 있었다. 그 이후 대형 차량 대여에 대한 정부의 지침 등이 하달됐나?

“별다른 지침은 없는 것으로 안다.”

― 그럼 내(기자)가 아까부터 계속 19톤 트럭을 빌리고 싶다고 문의했을 때, 불안함은 없었나?

“크게 느끼지 못했다.”

― 향후 이런 트럭 테러와 유사한 범죄가 발생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럴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상부 등에서 내려온 지침 등은 없다.”

테러 발생 직후 사건 수습도 중요하지만, 조속한 대비책 마련과 대국민 행동요령 하달 등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프랑스의 연이은 테러에 대해 프랑스 경찰 등의 대테러 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언론을 통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돌진하던 트럭 앞에 말뚝만 있었더라면…

이번 사건에서 트럭은 많은 피해를 주기 위해 도로가 아닌 인도로 돌진했다. 인도에 차량돌진방지용 말뚝 하나만 있었어도 피해는 적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차량돌진방지용 말뚝은 볼라드(Bollard)라고 부른다. 볼라드는 본래 계선주(繫船柱)를 뜻하는 것으로 항구에 정박한 선박을 묶어두는 말뚝을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차량돌진방지용 말뚝을 볼라드라고 칭하고 있다. 미국 등에서는 관공서 입구 등에 대부분 설치되었다. 혹자는 이 말뚝이 돌진차량 억제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반문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경우 이 말뚝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즉 설계에 부합되는 스펙을 맞추지 못하면 판매는 물론 관공서 등에 납품을 할 수 없다. 설계 기준에도 어느 관공서에서 요청하느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일단은 미 국무부의 설계규정 ‘STD 02.01’을 따른다. 이 규정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승용차의 무게는 평균 1200kg(1.2톤)이다. 이 차량이 시속 65킬로미터로 달려서 충돌했을 때의 순간 파괴력은 50톤이라고 계산했다. 이런 실질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제품 등을 개발 중이다.

미국의 명확한 볼라드 설치기준

유럽의 한 인도 앞에 설치된 볼라드.
사진=위키미디어
  국방부에 납품하는 제품은 이보다 높은 설계 기준을 요한다. 미 국방부에선 이를 반돌진차량 장애물(Anti-Ram Vehicle Barrier)이라고 칭한다. 국방부의 설계 기준에 따르면 “해당 장애물은 관공서 등으로 침입하는 자(intruder)의 진입을 지연시키는 데 필요하다”고 명시해 놨다.
여기에는 정확한 수치로 계산된 요구조건을 명시해 놨는데 이를 침투성 수치(Penetration ratings)라 부른다. 가장 강력한 P1 기준은 시속 65킬로미터로 돌진하는 7톤 트럭을 약 1m(3.3ft) 이내로 막아야 한다. P2는 1미터에서 7미터(3.31~23.0ft), P3는 7미터에서 30미터(23.1~98.4ft), P4는 30미터(98ft) 이내로 되어 있다. 국방부에선 P4급은 받아주지 않는다.

즉 침투수치가 낮은 P1으로 갈수록 장애물에 부딪친 차량이 곧장 멈추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나온 기준은 P 기준 이외에도 K와 L 기준이 있다. 가령 K12에 L2를 부여받은 제품은 시속 80킬로미터로 돌진하는 7톤 트럭을 6.1미터 이내에서 멈춰 세웠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각 제조사의 볼라드를 시험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관공서 설치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볼라드의 설치 기준도 명확했다. 볼라드 안에는 콘크리트 등을 채워야 하며, 지면 아래로 약 30센티미터를 파서 심으라고 명시해 놨다.

이 실험에 대한 동영상도 찾을 수 있는데, 볼라드의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지면 안으로 들어가 있던 말뚝 모양의 볼라드가 7톤 트럭이 달려오자 지상으로 두더지처럼 올라온다. 그리고 몇 초 뒤 트럭과 충돌한다. 트럭의 전면부 정중앙을 뚫고 들어간 볼라드는 이내 트럭을 완전히 정차시킨다. 트럭은 볼라드를 지나 고작 1미터도 전진하지 못했다.

볼라드의 크기는 고작 해야 성인 남성의 허벅지 두께 정도이며, 그 높이는 성인 남성의 무릎 정도다. 충돌 이후 차량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볼라드는 처음처럼 멀쩡했다. 차량을 완전히 정차시킨 볼라드는 제 역할이 끝났다며 다시 땅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유압식 볼라드는 지면 안에 내려가 있어서 평소에는 보행자나 차량의 통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의 미군기지에도 이런 볼라드를 겹겹이 배치해 돌진하는 차량을 막는 데 사용한 바 있다. 차량에 폭탄을 달고 미군부대로 돌진하는 사례가 많아 이런 볼라드로 돌진차량을 저지한 것이다. 콘크리트 외벽은 대형 차량의 진입을 저지하는 데 유용하고 사격 시 엄폐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주한미군 관계자의 얘기다.

애매한 우리의 볼라드 설치기준

국내의 볼라드 설치 기준은 어떨까. 현재 국내에서는 ‘도로법 및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등에 따라 설치되고 있는데, 그 설치 목적은 보행자의 안전이다. 특히 우회전 중인 차량이 인도 위로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국내 관련법을 찾아보면 볼라드에 대해서 그 높이를 약 80~100cm로 하고 직경을 10~20cm 정도로 제작하라고 되어 있다. 각 볼라드의 간격은 보행자 및 장애인의 휠체어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1.5m 정도로 한다고 되어 있다. 재질은 보행자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저속차량의 인도 진입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재질과 저속차량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다.

최근 천안시와 동해시 등에서는 무분별하게 설치된 볼라드를 제거한 바 있다. 제거의 이유는 보행자의 통행을 어렵게 하고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천안시의 경우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새로 구상해 볼라드 설치에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볼라드의 설치 목적이 단순히 보도 위로 올라오는 차량을 막는 게 전부다. 미국처럼 관공서 등에서 유사시 돌진하는 차량을 저지하는 목적으로 설치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법 내용 어디에서도 차량과 충돌 시 볼라드가 차량을 몇 미터 이내에서 멈춰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다.

뿐만 아니라 국내법에서 규정하는 볼라드의 종류도 일반적인 말뚝 모양의 볼라드만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왜냐하면 볼라드의 직경을 얼마로 하라고만 해놨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U자형 볼라드에서부터 콘크리트 외벽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볼라드에 대한 기준 등을 확립하고 있다. 또 미국과 우리의 볼라드 설치 기준의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볼라드로서의 역할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P1급 볼라드
미국의 설계 기준은 차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느냐인 반면, 한국은 그 기준이 모호하다. 보행자를 다치게 하지도 말고 속도가 낮은 자동차도 막으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속차량이라고 명시한 부분에는 차량의 속도와 무게 등에 대한 기준은 아예 없다. 그리고 미국처럼 땅 아래 30센티미터를 파서 심으라는 볼라드의 설치규정도 없다.

이 때문에 기자가 볼라드 시공사례를 찾아보니 시공업체에 따라 다른 설치방식을 사용 중이었다. 일반적으로 지면에서 약 5~10센티미터를 파서 볼라드를 세우고 주변을 시멘트로 메웠다. 지면에서 고작 10센티미터 이내에 매립된 볼라드가 차량과 충돌 시 과연 차를 멈춰 세울 수 있을까. 되레 충돌 후 볼라드가 럭비공처럼 튕겨나가진 않을까.

볼라드의 설치 위치 역시 주로 보행자가 다니는 인도와 횡단보도 등이다. 미국처럼 관공서나 적의 차량돌진을 염두에 둔 곳이 아니다. 일부 설치된 차량진입방지용 시설물도 넓적한 모양의 철판을 지면에서 꺼내는 형태로 설치해 뒀다. 흡사 그 모양이 지면에 장착된 문을 열어 놓은 듯하다. 육안으로 확인해 보니 철판의 두께 등이 얇고 재질 등도 일반적인 철판과 흡사하다. 과연 해당 철판이 유사시 미국에서 사용 중인 P1급 볼라드 대비 어느 정도의 억제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와 달리 서울 광화문의 주한 미국대사관의 입구에는 가장 강력한 억제력을 가지고 있는 P1급 볼라드가 설치되어 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관계자는 “미국의 해외 주둔 기지 및 대사관에는 유사시를 대비해 가장 강력한 볼라드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간조선 9월호/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등록일 : 2016-09-02 08:32   |  수정일 : 2017-04-01 18:21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