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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프랑스 감정팀, “〈미인도〉를 그린 사람은 천경자 화백과 팔 길이가 다른 사람이다!”

[단독] 천경자 화백 〈미인도〉 진위논란, 검찰이 프랑스 감정팀 소장에게 보낸 종용(慫慂) 이메일 최초 공개

⊙ 프랑스 감정팀, “한국 검찰은 나를 이용했고, 내 도움 받아 조사하고선 정반대 결과 냈다”
⊙ 감정팀 소장, “한국에선 위작 따위가 아예 나올 수 없는 이상한 국가”
⊙ 뤼미에르의 소장이 검찰과 주고받은 이메일 주소 끝부분, @spo.go.kr은 검찰이 사용하는 공식 이메일 주소
⊙ 프랑스 감정팀, “검찰의 과학분석은 초보적 수준, X-ray와 적외선 분석은 기본 중에 기본, 그 이상은 몰라”
⊙ 천 화백의 둘째딸 김정희씨, “어머니는 인물화 그릴 때 스케치하지 않는데, 검찰은 증거물로 스케치 제시해”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2017년 새해를 며칠 남겨 둔 2016년 12월 말, 기자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프랑스 감정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멀티스펙트랄 연구소(Lumiere Technology Multispectral Institute, LMTI, 이하 뤼미에르)의 장 페니코(Jean Penicaut) 대표 겸 소장을 만났다. 페니코 소장을 만나러 나간 자리에는 예상치 못했던 천경자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씨와 그의 남편 문범강씨도 있었다.

김정희씨 부부는 미국에 살고 있으며, 두 사람은 다 화가다. 천 화백의 사위이자 김정희씨의 남편인 문범강씨는 미국 조지타운대학에서 미술 교수로 있다. 두 사람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검찰의 발표를 뤼미에르의 페니코 소장과 함께 반박하기 위해 각각 미국과 프랑스에서 방한했다. 장 페니코 소장은 25일 크리스마스 저녁 무렵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26일 서울에 도착했다.

피카소의 〈인생〉, 반 고흐의 〈반 고흐의 방〉 진위 가려낸 입증된 감정기관

프랑스 감정팀, 뤼미에르의 소장이 〈미인도〉를 설명 중이다. 사진=김동연 기자

장 페니코 소장은 검찰의 진품 발표 이후 천경자 화백의 가족을 만나 자신의 분석내용이 검찰의 주장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했다. 김정희씨 측은 어머니(천경자 화백)의 생존 당시 진술과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줄곧 〈미인도〉가 가짜라고 주장해 왔다.

천 화백은 생존 당시 〈미인도〉를 보고 “나는 머리카락 부분을 저렇게 개칠을 하지 않는다. 내 그림은 내가 낳은 자식이나 다름이 없는데, 내가 낳은 자식도 못 알아보겠냐”고 말한 바 있다. 천경자 화백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당시 〈미인도〉를 전시하고 있던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미인도〉는 분명 진품”이라며 맞섰다. 양측 간의 공방은 1990년대 계속 이어지다가, 천 화백이 2015년 8월 6일 작고하자, 〈미인도〉 진위 논란이 재점화됐다.

다음은 장 페니코 뤼미에르의 소장, 그리고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 부부와의 일문일답이다.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연구소가 어떤 곳인지 설명해 주세요.

“우리 뤼미에르는 멀티스팩트럼(Multispectrum) 사진촬영 기법으로 그림을 분석하는 연구소입니다. 이 촬영장비와 기법을 저(장 페니코)와 제 파트너인 파스칼 코테(Pascal Cotte)가 함께 개발했어요. 이를 통해 우리는 유럽의 유수 박물관과 미술관의 그림 분석 의뢰를 맡아 처리합니다. 대부분이 진위 여하를 가리는 작업이에요. 우리가 처리한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모나리자의 분석이었습니다. 이 작업이 10여년 전부터 진행됐으며, 우리는 모나리자 그림 안에 숨겨진 3명의 여인을 찾아낸 바 있어요. 모나리자 그림을 단층을 나눠 보면 모나리자를 그리기 전 작가가 그렸던 3명의 여인이 나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다빈치의 또 다른 걸작, 〈여인상(라 벨 페로니에, La Belle Ferronniere)〉, 반 고흐의 작품 40점을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반 고흐의 방〉이라는 작품의 진위도 가려냈죠. 이외에도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이 소장한 피카소의 〈인생(La Vie)〉, 테오도르 제리코(Gericault), 르누아르, 모네, 푸생(Poussin) 등 당대 수많은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 진위를 가려냈습니다. 특히 니콜라 푸생의 〈이집트로의 피신(Escape in Egypt)〉 작품은 유사품이 2개가 더 있는 상태였으며, 당시 소더비(Sotheby’s)는 경매에 앞서 우리에게 감정을 의뢰했어요. 우리의 감정으로 복제본이라는 게 밝혀지자, 소더비는 더 이상 경매를 진행하지 않았어요. 소더비 같은 곳이 우리의 실력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보여주는 겁니다.

이렇듯 우리는 전세계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특수 광학분석 장비를 통해 분석하며, 진위를 가려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우리의 뛰어난 실력 때문에 유수 박물관들은 우리의 감정을 두려워하죠. 왜냐하면 어딘가에서 진품이라고 전시된 작품도 우리를 거치면 한순간에 위작으로 판명이 날 수 있고, 위작이라던 작품도 우리를 거쳐 진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우리의 감정 능력은 업계에 정평이 나 있어요.”

— 당신(장 페니코 소장)의 이력을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약 20년 전 IT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한때는 삼성의 유럽 지사와 일본의 카메라 회사인 코니카 등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약 10여년 전 파스칼 코테(Pascal Cotte, 현 뤼미에르의 CTO 기술총괄)와 함께 이 미술품 광학분석 장비를 통한 정밀감정 분야에 뛰어들었어요. 파스칼 코테와 나는 광학분석용 카메라 장비를 개발했으며, 이를 활용해 미술품의 진위를 가려내고 있습니다.”

— 뤼미에르가 사용하는 기술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멀티스펙트럼 촬영기법을 이용한 것으로 일종의 광학분석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이라 이해하기 어렵지만,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모든 그림에는 빛이 들어가 있죠. 이 그림 안에 스며든 빛이 각각의 입자에서 내뿜는 빛의 양을 장비를 통해 측정하고 디지털화하여 분석하는 것이에요. 빛을 잡아서 분석하기 때문에 각 그림이 가진 고유의 주파수 파형을 집중적으로 분석합니다. 우리는 하나의 그림을 1650개의 단층으로 잘라냅니다.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은 그림의 가장 위 표면만을 보지만 우리의 사진촬영을 거치면 그 그림의 밑에 1650장으로 잘라낸 장면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이것을 레이어 확대 기법(Layer Amplification Method)이라고 칭합니다. 그림 안의 장면들을 잘라내면 잘라낼수록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엔트로피(Entropy)라는 그림의 각 입자가 뿜어내는 빛의 발산 정도를 독립적인 측정장비를 통해 계측하는 원리입니다. 이 빛의 발산 정도와 양에 따라 그림이 가진 고유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분석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역시 동일한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우리가 천 화백의 〈미인도〉 분석을 위해 가져온 장비의 무게만 600kg입니다. 이 특수 광학장비를 통해 우리는 천 화백의 그림을 면밀히 분석했어요.”

진위 가리기 어려운 구조, 〈미인도〉는 창작을 더한 위조품

프랑스 감정팀의 장 페니코 소장(좌)과 파스칼 코테 기술총괄(우)이 〈미인도〉를 분석 중이다. 사진=뤼미에르 제공

— 〈미인도〉의 진품이 있나요. 진품이 나오면 끝나는 문제 아닌가요.

“진품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미술업계에서 모조품 제조는 현재진행형이에요. 과거 모조품은 진품을 그대로 베끼는 형태의 레플리카(replica)였으나, 최근에는 실제 작가의 작품 몇 개를 하나로 엮어 만들거나, 실제 작품에서 약간의 변형을 주는 창작 형태의 위작(forgery)으로 발전했습니다. 단순히 복제하는 레플리카는 실제 진품이 등장하는 순간 바로 모조품으로 판명이 나는 반면, 창작을 더한 위작은 진위를 분간하기 어려워집니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의 경우가 이 후자예요. 그래서 진위 논란이 길어진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김정희씨는 “〈미인도〉는 어머니 작품 3개 정도에서 특정 부분을 합쳐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 검찰의 수사가 “비과학적”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보나요.

“검찰이 제시한 자료는 X-ray 촬영사진과 적외선 촬영사진 정도예요. 그림 분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이 두 가지 수사 기법이 마치 엄청난 기술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 두 가지는 가장 기초적인 분석에 지나지 않아요. 또 미술품 감정과 관련해 수사 및 분석한 전례가 거의 없는 검찰의 수사 과정은 매우 초보적입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나를 초빙해 분석을 함께 했으며, 검찰은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나에게 그림 분석에 관한 부분을 문의했고 나는 한국 검찰의 질문에 모두 답을 해 줬습니다.”

— 구체적으로 무엇을 알려줬습니까.

“전부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그들이 물어보는 사안에 대해서 상세히 답을 해 줬어요. 그림 단면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등 다양한 내용을 수시로 문의해 왔습니다. 나는 수사기간 동안 검찰의 젊은 검사들이 나에게 여러가지를 물어 왔는데, 사실 나는 그런 열의 있는 태도를 좋게 평가했습니다. ‘이 한국의 젊은이들이 무언가 배우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나 역시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고 그들에게 내가 가진 여러 가지 분석기술을 모두 알려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중에 검찰의 발표가 나온 뒤 나는 검찰로부터 이용당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기분이 너무 슬펐습니다(so sad).”

— 검찰로부터 배신감을 느끼나요.

“(시무룩한 표정으로) 사실 나는 아직 배신당했다고는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나는 정말 그들의 열의 있는 학구열을 좋게 보았고, 지금도 어느 정도 그 열의가 진심이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 당시 열의 있게 배움을 요청했던 젊은 검사들과의 관계가 어땠습니까.

“몇 명의 젊은 검사들과 친했죠. 우리는 서로를 친구라고 생각했고, 난 그들의 열의를 높이 평가했어요.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나중에 프랑스에 방문해서도 연락을 하자며 살갑게 지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도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서로를 믿고 친하게 지냈습니다.”

— 그럼 당시 친분을 쌓았던 젊은 검사들과 지금은 연락이 되고 있습니까.

“검찰이 천 화백 그림을 진품이라고 발표한 뒤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고 마음이 슬퍼요.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 페니코 소장은 이번 〈미인도〉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검찰의 종용이 있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장 페니코 소장은 검찰의 A검사와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본지에 공개, 검찰이 〈미인도〉 조사결과 발표에 앞서 뤼미에르보다 먼저 결과를 발표하려고 했던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 측이 보낸 이메일 주소의 뒷부분은 XXXXXX@spo.go.kr로 끝난다. 본지가 한 현직 검사에게 확인해 본 결과, 검사의 이메일 주소가 맞다고 확인받았다.

장 페니코 소장이 공개한 이메일 전문이다.

장(Jean) 에게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는 것은 당신 마음이에요. 그러나 제 생각에 공식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한국의 기자들과 접촉하는 걸 별로 추천하지 않아요. 기분 나쁘게 생각 말아요. 이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문제니깐요.

물론 당신의 최종검증 결과가 한국 기자들에게 잘못 알려진다면, 나와 당신 모두에게 별로 좋을 게 없어요. 그러니 계속 조용히 있어요. 나중에 때가 되면, 당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매섭게 반박하세요. 그러면 한국 예술계에 당신의 힘을 보여주고 능력을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한국의 과학(수사)도 당신만큼 우수하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두세요.

당신의 적들을 쓰러트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세요.

그리고 제가 기회가 되어 파리를 가게 된다면, 당신의 사무실도 방문할 게요.

행운을 빌어요.

Dear Jean

It’s your decision to interview or not. But I would like to recommend not connecting Korean Journalist before official announcement. Don’t be upset. It could happen to anyone. Of course, the situation that your final report was distorted or misunderstood by journalist is not good for me and you.

But just keep calm until decision. After that, dispute with your opponenant fiercely. It will be good impact to Korean Art Society and your own ability. Keep firmly in your mind the fact that Korean scientific ability is as good as yours. Do your best to defeat your opponent.

And I will visit your office at Saint Jeminal If I have a chance to go to Paris.

Good Luck to You.

이 이메일은 11월 8일 밤 12시 경 작성된 것이다. 이는 검찰이 진품이라는 감정결과를 발표하기 한 달 전 즈음, 장 페니코 소장이 검찰의 젊은 검사 A씨로부터 받은 것이다. 이메일 내용 속 두 차례나 등장한 ‘opponent’라는 단어는 반대론자들 혹은 적(敵)으로 해석된다. 즉 뤼미에르의 주장과 다른 주장을 하는 쪽을 말한다. 편지의 내용을 보면 검찰이 아닌 다른 반대론자들을 공격하라는 식의 말이 나온다.

이때까지만 해도 뤼미에르의 적이 검찰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게 뤼미에르의 말이다. 프랑스 감정팀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뤼미에르와 함께 〈미인도〉가 가짜임을 주장하는 같은 세력이라고 믿어 왔다고 밝혔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뤼미에르는 뒤통수를 맞았다. 검찰의 젊은 검사는 나이가 많은 뤼미에르의 장 페니코 소장의 이름, 장(Jean)을 그냥 부를 정도로 당시 사이가 막역했다. 그런데 검찰의 일방적 진품 발표 이후 젊은 검사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한국 미술계는 이상해서 위작 따윈 아예 나올 수 없는 구조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뒤)와 남편 문범강씨(앞)가 〈미인도〉를 설명중이다. 사진=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 검찰이 말하는 X-ray와 적외선으로 무엇을 알 수 있습니까.

“매우 단순한 발견만 가능하죠. 그림의 윤곽선이라든지 흑백의 상태에서 드러나는 선 정도예요. 이런 발견으로는 그림에 대한 원천적인 정보들을 얻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조사로는 단순히 그림에 여러 번의 칠을 했다는 정도를 알 수 있어요. 천 화백의 그림은 당연히 여러 번의 칠을 하는 형태의 그림이라서 단순히 천경자 그림만이 가진 고유의 기술이라고 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마치 천 화백만의 기술인 양 말하고 있습니다.”

— 그 외에 검찰에서는 그림에 사용된 물감 (안료)의 성분이 천경자 화백의 것이라고 하는데 맞습니까.

“그림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 내용은 폭소를 터트릴 정도로 웃기는 말이죠. 천경자 화백이 사용하는 안료는 누구나 다 사용하는 재료예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화방에 가면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감들입니다. 이 안료들은 그림을 처음 배우는 학생에서부터 전문가까지 두루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재료(안료)를 가지고 천 화백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증거가 될 수 없는 내용이에요. 누구나 다 사용하는 물감을 가지고 증거로 제출하는 게 말이나 되나요? 검찰의 주장은 코미디에 불과합니다.”

— 그럼 이런 검찰의 허술한 증거제출에 왜 국내 미술업계는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건가요.

“한국의 미술계는 검찰을 두둔하고 있는 꼴입니다. 나도 그 부분이 알고 싶어요. 왜 미술을 하는 사람들이 전부 검찰의 편에 서 있는지 나도 궁금합니다. 당신(기자)이 좀 알려주세요. 정말 답답합니다.”

그는 갑자기 “너무 답답하고 어이가 없다”면서 기자에게 “이번 기사의 제목을 내가 정해 주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기사의 제목은 한국에서는 위작 따윈 나올 수 없는 국가라고 하면 딱 좋을 것 같아요. 한국의 미술계가 왜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검찰과 정부쪽의 주장에만 동조한다면 절대로 위작이라는 말 자체가 나올 수 없습니다. 위조품이 없는 게 한국 미술계의 생리인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의 미술계는 파벌적인 성향이 짙어요. 정부(검찰과 국립현대미술관)를 상대로 반박을 제기할 만큼 힘 있는 예술가는 아마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화랑업계에서도 사실 저희 어머니(천경자)가 살아 계실 때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저희 어머니는 그림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그리지 않으셨거든요. 업계에서 천 화백 정도면 그림당 가격이 상당합니다. 그럼 당연히 다작을 해서 내놓을수록 업계에는 돈이 되죠. 그런데 저희 어머니는 1년 중 가장 많이 그리셨던 해가 아마도 10점 정도일 거예요. 보통은 1년에 5개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화랑업계에서 어머니께 그림을 더 그려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어머니는 거절하셨어요. 그러니 당연히 화랑업계와 저희 쪽의 사이가 좋지 않아요. 검찰의 편에 서는 이유 같아요.”

김정희씨는 검찰의 “〈미인도〉는 과거 김재규의 소유였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검찰은 〈미인도〉를 과거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마치 대단한 증거처럼 내밀어요. 김재규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가지고 있으면 무조건 다 진품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 사람이 미술품의 전문가도 아니잖아요.”

문범강씨는 이 부분에서 “오히려 힘이 있는 사람에게 상납하는 그림일수록 가짜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상납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큰 돈을 들이지 않고 가짜를 만들어 진품이라며 상납을 하면 여러모로 남는 장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을 하기가 쉽지 않죠. 이 때문에 단순히 김재규의 소유만 가지고 진품 운운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합니다.”

〈미인도〉가 가짜인 확실한 증거는 〈미인도〉를 그린 사람의 팔 길이 차이

장 페니코 소장이 〈미인도〉에서 나온 빛을 설명 중이다. 사진=김동연 기자

다시 뤼미에르의 장 페니코 소장에게 질문했다.

— 뤼미에르의 분석기법을 통해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점을 명쾌히 밝혀 줄 만한 가장 대표적 증거는 무엇입니까.

“이번에 찾아낸 확실한 증거는 총 9개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확실한 부분을 먼저 말씀드리죠. 일단 미술품 업계에서 9개의 그림과 문제의 작품(미인도)을 대조했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입니다. 보통 서너 개의 진품과 비교를 하는데 이번에는 정확도를 위해 무려 10개(미인도 포함)의 작품과 비교한 것입니다. 이 비교를 통해서 확실한 증거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그림 속 인물의 눈(目) 곡선의 값입니다.

(제스처를 보여주며)우리가 인물의 눈을 그릴 때 붓을 쥐고 이렇게 곡선을 그립니다. 자, 이 모습을 잘 보세요. 붓을 쥐고 우리는 팔꿈치 부분을 중심점으로 잡고 붓을 쥔 손이 원을 그리듯이 곡선을 그려 나갑니다. 마치 팔의 하박(下膊, forearm)이 일종의 콤파스(원을 그리는 수학용 도구)처럼 움직이는 거죠. 눈이 그려진 부분의 곡선 값 X, Y, Z 수치를 역으로 계산하면 그림을 그린 사람의 하박의 길이를 추적할 수 있어요. 이런 사람의 신체길이는 쉽게 변할 수 없습니다. 각 그림마다 화가의 팔 길이는 동일하니까요. 자 그럼, 각 그림에서 눈의 곡선 값을 역으로 추적해서 10개의 그림 모두에서 화가의 팔 길이를 찾아냈습니다. 수치를 한번 보시죠. 이 눈의 곡선에 원의 지름을 계산하는 공식을 대입해 눈의 좌우 모두의 수치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지름값들의 균형값을 잡고 이를 평균수치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미인도〉에서만 완전히 다른 수치가 튀어나옵니다.”

그가 제시한 수치를 보니 비교대상이 된 9개의 그림에선 대부분 200대로 유사한 수치가 나왔다. 〈미인도〉의 비교대상인 〈수녀 테레사〉 작품은 230.73,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작품은 265.03, 〈여인의 초상〉 작품은 265.46, 〈장미와 여인〉 작품은 250.05 다. 그런데 문제의 〈미인도〉만 434.65 로 나왔다. 뤼미에르 측의 분석대로라면, 〈미인도〉를 그렸을 당시 천 화백의 팔의 길이가 평소와는 분명 달랐다는 말이다.

뤼미에르의 기술총괄(CTO)인 파스칼 코테 씨에게 기자는 이메일로 이 수치에 대해 더 상세히 문의했다.

코테 씨에 따르면, “해당 수치를 가지고 〈미인도〉를 그린 사람의 팔 길이가 천 화백보다 더 길다고도 볼 수 있지만, 팔에는 최소 12개의 근육이 들어가 있다. 인체 해부학적 견해로 볼 때, 섣불리 팔 길이가 더 길다고 분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분명 같은 사람의 팔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코테 씨에게 〈미인도〉를 자신이 그렸다고 주장한 바 있는 위조 전문가 권춘범씨의 팔 사진 등을 보내 측정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그는 “근육해부학적으로 그림을 그릴 당시 근육의 움직임을 특정 수치로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일단 팔 길이 불일치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답했다.

코와 입술을 완벽하게 그리려고 애쓴 흔적 보여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가 생전 어머니의 삶을 설명 중이다. 사진= 김동연 기자

— 다른 명백한 증거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코의 윤곽선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검찰이 보유한 기술로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저희는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그림을 1650개의 단층으로 나눠서 분석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림을 그린 작가가 어떻게 그림을 그렸는지, 그 테크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힘을 줘서 그림을 그렸는지 등도 파악이 됩니다. 〈미인도〉의 코 윤곽선 부분을 자세히 보면 가장 위에 칠해진 그림의 모습에선 드러나지 않지만 최단층에선 화가가 코에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어요.

그림 단층의 가장 아래층에서부터 코의 윤곽선이 그려져 있음을 단층증폭분석 결과 확인했습니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강하게 힘을 줘서 코를 또렷하고, 선명하게 그렸다는 뜻입니다. 즉 작가가 코를 완벽하게 그리기 위해서 상당히 애를 쓴 흔적입니다. 그런데 〈미인도〉를 제외한 다른 그림들의 단층을 보면 단층의 최하단까지 코의 윤곽이 그려진 경우는 하나도 없습니다. 다른 그림들은 불규칙한 선들이 코의 윤곽선을 부드럽고 가늘게 그리면서 점차 코의 모양이 뚜렷해지는 구조입니다. 즉 적당한 힘으로 가볍게 코를 그려 나갔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미인도〉만 유독 최단층부터 선명하게 코의 윤곽선을 잡아 가고 있습니다. 인물화의 대가가 왜 코를 완벽하게 그리려고 애를 썼을까요? 이것은 천경자 화백의 평소 작법과는 매우 다름을 증명하는 겁니다.”

— 이런 테크닉의 차이가 또 어디서 나타나나요.

“입술이죠. 〈미인도〉의 아랫입술을 보시면 두껍고, 검고, 넓은 선으로 뚜렷합니다. 그런데 다른 천 화백의 작품은 그렇지 않아요. 다른 작품들은 은은하고, 얇고, 때론 투명해 보입니다. 인중의 그림자도 마찬가집니다. 색깔로 약간의 뉘앙스만 담아 냈죠. 그런데 왜 〈미인도〉만 이렇게 다를까요?

역시나 1650개의 단층으로 분석하던 중 특이사항을 발견했습니다. 최종적으로 그려진 입술을 그리기 전에 작가가 다른 입술을 먼저 그렸던 흔적을 찾아냈어요. 〈미인도〉의 입술 부분 아래에는 이미 앵두 같은 모양의 입술 밑그림이 있어요. 작가가 최종적인 〈미인도〉의 입술을 그리기 전에 다른 입술을 그렸다는 흔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앵두같이 작은 입술은 천 화백 스타일이 아니에요. 아마도 그림을 그린 사람이 나중에서야 천 화백 그림을 보고 수정을 한 것 같아요. 천 화백이 그린 입술은 모두 넓고 두꺼운 입술로 앵두같이 이뻐 보이는 입술은 없어요. 그렇게 그리지 않아요. 〈미인도〉의 이런 부자연스러운 입술의 표현 역시 작가가 상당히 애를 쓰고 천 화백처럼 입술을 그리려고 꽤 공을 들였다는 의미입니다.”

이 대목에서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는 “우리 어머니가 입술 하나를 못 그려서 저렇게 지웠다 다시 그리겠습니까. 또 저희 어머니 그림 중에 저렇게 앵두 같은 입술을 그린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인물화의 대가인 어머니는 입술을 자연스럽게 그리십니다”라고 말했다.

국과수의 DNA 검사는 그림 감정에선 아무런 소용 없어 …

— 검찰은 국과수에 의뢰해 그림을 검증했다고 하던데 어떤 결과가 나왔나요.

이 부분에서 김정희씨는 “국과수가 DNA 검사를 한다고 제 입안을 면봉으로 긁어서 채취해 간 적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국과수는) DNA 조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검증 결과, 천경자 화백의 DNA는 검출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런 DNA 검사는 그림 감정에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림이란 것은 여러 사람의 손을 타는 겁니다. 그리고 유명한 피카소나 고흐 등 당대 유명 화가들도 그림을 그릴 때, 그림을 그리는 장소가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그림을 친구의 방에서 그릴 수도 있고,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그릴 수도 있어요. 그럼 친구의 방에서 그렸다는 그림을 DNA 검사를 한다면 누구의 DNA가 나올까요?

그림을 그릴 때 곁에 있었던 사람, 이 그림을 옮긴 사람, 화방에서 제본을 한 사람 등등 정말 많은 사람의 손을 타는 게 그림입니다. 여러 사람의 DNA가 뒤섞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 오래된 그림에서 DNA를 검출한다고요?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아마 지문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DNA 검출 같은 조사 자체가 검찰 스스로 그림 감정에 아무런 경력이 없다는 걸 드러낸 겁니다. 이런 DNA 조사는 범인 색출을 하는 범죄수사(Forensic)에나 쓰는 기법입니다. 범죄수사에는 효과적인지 몰라도 그림 감정에는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 검찰은 뤼미에르가 감정한 다른 천 화백의 진품 감정 결과가 100% 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던데요.

“수학적 견해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어떤 확률이나 과학적 수사에 100%라는 것은 있을 수 없어요. 100%라는 것은 가장 완벽한 최상의 수치인데, 어떻게 100%라는 수치가 나올 수 있나요? 오히려 100%라고 주장하는 쪽일수록 거짓일 확률이 더 높죠. 저희의 조사 결과 저희는 99% 거의 100%에 가까운 수치로 〈미인도〉가 가짜라고 밝혀 냈습니다. 그래서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0.0002% 인 것입니다.”

〈미인도〉의 진품일 확률, 0.0000000006%라는 수치가 나온 경위는?

이번 〈미인도〉 분석을 위해 비교대상이 된 천 화백의 작품들이다. 사진=뤼미에르 제공

기자와의 인터뷰 직후 프랑스 감정팀 뤼미에르 측은 1월 5일 프랑스에서 한국 기자와 특파원들을 상대로 두 번째 검찰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에서 진행했던 반박 기자회견에 이은 두 번째였다. 이 자리에서 감정팀은 앞선 기자회견에 없었던 새로운 수치를 제시했다.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60억분의 1이라면서 0.0000000006%라고 발표했다. 이 수치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뤼미에르의 파스칼 코테 씨에게 서면으로 문의했다. 이에 그는 다음과 같은 답을 했다.

“검찰이 우리의 수치계산법이 틀렸다는 주장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만의 공식을 만들었습니다. 저희는 이번 〈미인도〉 조사에 앞서 비교대상이 된 다른 그림들의 진품 확률부터 계산했습니다. 진품이라고 나와야만 비교대상이 될 수 있으니깐요. 저희는 그림의 명암분석에 따른 수치를 내놨습니다. 비교대상인 그림들은 〈수녀 테레사〉와 〈꽃을 든 나부〉 작품 두 개를 제외하고 모두 90% 이상 진품으로 나왔습니다. 〈꽃을 든 나부〉는 85% 정도이고 〈수녀 테레사〉는 42% 정도가 나왔습니다. 즉 진품임에도 명암분석의 진품 정도 수치가 가장 낮게 나온 〈수녀 테레사〉를 검찰이 꼬투리로 잡은 겁니다. 이 수치가 낮다는 이유로 검찰은 우리의 진품감정 능력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수녀〉 그림을 제외하고 〈미인도〉의 진품 감정 수치를 산출합니다. 이럴 경우 〈수녀〉 그림의 진품 확률이 40%대에서 4%까지 확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검찰은 우리(뤼미에르)가 진짜 진품조차 구분을 못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검증 능력이 없다고 우리를 깎아내린 거죠.

그래서 저희는 검찰의 계산법대로 진위논란이 된 〈미인도〉를 계산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미인도〉의 진품 가능성이 앞서 말한 0.0000000006%가 나온 겁니다. 원래 저희의 계산대로면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이보다는 높은 0.0002%로 나옵니다. 그런데 검찰은 자신들의 계산법을 〈미인도〉에는 적용하지 않고, 우리의 계산법만 폄하하려고 〈수녀 테레사〉 그림에만 적용한 겁니다.”

— 그럼 왜 〈수녀 테레사〉 작품은 애당초 뤼미에르가 감정했을 때 진품 수치가 낮게 나온겁니까.

“다른 그림에 비해 〈수녀 테레사〉의 진품 수치가 낮게 나온 이유는 그림 속 수녀가 입고 있는 수녀복의 색상에 검은색이 많은 탓입니다. 검은색은 모든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수녀〉 그림이 다른 그림 대비 명암분석 값이 낮게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수녀〉의 그림에서 검게 칠해진 수녀복 부분을 제외했을 경우에는 99%까지 진품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그런데 〈수녀〉 그림만 그림속 인물의 옷차림새를 제외해서 수치를 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것이 명암분석의 특성을 모르는 검찰이 꼬투리를 잡은 겁니다. 검은색에서 어디 명암이 나타납니까? 검찰이 그림의 기본을 알면 바로 이해했을 부분입니다.”

이번에는 김정희씨 부부에게 천경자 화백이 살아 있을 때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 어땠는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물어봤다.

차녀 김정희, “우리 어머니는 스케치 없이 바로 인물 그린다”

프랑스 감정팀이 〈미인도〉 분석을 위해 가져온 대용량 하드 드라이버가 쌓여 있다. 사진= 김동연 기자

— 천 화백의 가족으로서 검찰 주장 중 어느 부분이 가장 이해가 안 되시나요.

“검찰이 제시한 자료 중에 스케치가 있어요. 그 부분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부분입니다. 검찰은 그림을 감정해 보니 이러이러한 스케치 밑그림을 찾아냈고, 이 스케치를 토대로 지금의 〈미인도〉를 그렸다고 주장했어요. (검찰이) 제출한 스케치를 보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왜 이게 웃긴 줄 아세요? 저희 어머니는 생전에 인물화를 그리시면서 스케치를 그린 적이 없어요.(웃음) 우리 어머니는 인물화를 정말 잘 그리시기 때문에 스케치 없이 바로 인물을 그리세요. 그런데 검찰이 스케치라는 걸 내미는데 정말 이건 검찰이 실수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생각에 검찰이 급하게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발표를 하려고 하다가 이런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 같아요. 이건 저희 어머니 그림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제 어머니 주변의 지인들도 다 아는 사실인데, 검찰이 스케치를 그렸다는 이상한 말을 한 거예요.”

— 천 화백이 생전에 이 〈미인도〉를 보고 뭐라고 하셨나요.

“어머니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자식이라고 했어요. 내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어디 있냐고 그러셨어요. 그리고 이 그림(〈미인도〉)은 내가 그린 게 아니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어요.”

이 부분에서 김씨의 남편 문범강씨도 한마디 했다.

“(장모님께서) 생전에 ‘이 〈미인도〉의 검게 칠해진 머리 부분을 보시고는 나는 머리에 이렇게 개칠을 하지 않는다’고 구체적인 설명도 하셨습니다. 검찰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바로 화가의 진술을 무시하는 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그림 감정에서 1순위로 고려되는 것은 그림을 그린 작가의 진술입니다. 그 다음은 작가가 사망했을 시, 유족의 진술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전문가의 견해나 분석이에요. 그런데 지금 검찰은 1순위와 2순위인 작가와 그 가족의 진술 모두를 무시하고 있는 겁니다. 어떻게 이 진술을 다 무시할 수 있나요? 이해가 안 갑니다.”

— 그럼 가족분들 중에 어디선가 어머니께서 이 〈미인도〉를 그리는 모습을 보셨다거나, 집에서 〈미인도〉를 보신 적이 있나요?

“없어요. 전혀 본 적이 없는 그림이에요. 저희는 가족으로서 어머니 그림 스타일과 그 느낌을 잘 아는데, 이 〈미인도〉는 분명 어머니 것이 아니에요. 일단 그림 자체가 주는 생동감도 없고요. 그림이 뭐랄까 너무 인위적이에요.”

— 검찰이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그걸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 끝까지 우기는지 이유가 궁금합니다.”

문범강씨는 이 부분에 대해서 “아마도 자존심을 지키려고 애쓰는 것 같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검찰의 신뢰도가 걸린 문제니깐요. 그런데 그림의 진위 여하를 떠나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미인도〉 그림을 복제해서 상품(달력, 카탈로그 등)도 판매하고 수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수익에 대해서 원작자인 저희에게 아무런 언급도 없었어요. 이건 진위를 떠나 저작권법 위반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이런 수익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이번 판결의 결과가 가짜로 나오면 타격을 입겠죠. 진품이라고 하고 상품을 판매했는데, 가짜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진품을 끝까지 주장한다고 생각됩니다”라고 말했다.

— 김정희씨는 〈미인도〉가 가짜라고 주장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당연히 아니니깐 아니라고 그러죠.”

— 가짜임을 밝혀야 할 명분이나 그런 게 있지 않으신가요.

“제 어머니의 명예가 걸린 문제니까요. 어떻게 작가 스스로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진품이라고 우길 수 있나요. 저는 한국의 이런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요. 사실 저희는 이번 검찰의 조사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어요. 최소한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했던 증언과 그런 내용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줄 것으로 생각했어요. 한국도 그동안 많이 변했고, 과학적인 기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90년대와 뭐가 달라졌나요? 결과가 똑같잖아요. 10년이 지난 동안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요.”

천 화백이 애당초 진품을 가짜라고 우겼을 가능성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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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프랑스 감정팀에 보낸 이메일 내용이다. 사진=김동연 기자
  말미에 기자는 장 패니코 소장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 과거 화가들이 자신이 그린 그림일지라도 기분이 상해서, 혹은 다른 이유로 가짜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나요.

“피카소는 한때 자기가 그린 그림을 가짜라고 한 적이 있어요. 이는 자기가 그린 그림을 허락도 없이 마구 팔아치운 자기 친구가 미워서였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형편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시 진짜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 그럼 천 화백의 〈미인도〉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없나요.

“없어요. 과학적 감정의 결과도 그렇지만, 천 화백의 그림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어요. 그림을 계속 분석하다 보면 화가가 그림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나옵니다. 천경자 작품은 작가 스스로 붓 터치 하나에도 엄청난 노력을 했어요. 이런 작가는 그림 하나를 매우 오래 그립니다. 다작을 하는 작가가 전혀 아닙니다. 이런 그림을 그린 사람은 정치적인 목적이나 상업적 목적이 없이 오로지 그림에 정신을 담아내는 작가입니다. 이런 사람의 작품을 두고 작가가 자기 기분에 따라 가짜다 진짜다 할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피카소 같은 작가는 1시간에 100개도 그리는 사람이에요. 느낌을 받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다작을 해 내요. 그런데 천 화백은 아닙니다.”

이 말이 끝나자, 김정희씨는 “장 패니코 소장이 저한테는 저런 말을 한 번도 안 했는데, 지금 저도 처음 들어요”라면서 놀랐다. 그러면서 “제가 시립미술관에 패니코 소장을 모시고 가서 어머니 그림을 보여드렸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이제 와서 저런 소감을 말하는군요. 맞아요. 저희 어머니는 그림에 엄청 공을 들이시기 때문에 그릴 때 상당히 오래 걸리시거든요”라고 덧붙였다.

— 작가가 〈미인도〉에서만 평소와 다른 테크닉을 시도했다면 어떨까요.

“진품 감정에서 100%가 나올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작가의 진화하는 기법을 함께 분석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100% 동일한 기법이 나올 수 없고 100% 진품이란 건 있을 수 없어요. 아무리 작가가 진화를 거듭하고 새로운 기법을 적용한다고 해도, 갑자기 완전히 다른 작품을 그릴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저희는 비슷한 시대의 작품과 비교 분석한 것이에요. 〈미인도〉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이 그린 것 같은 기술을 적용할 수는 없어요. 화가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 고유의 습관이라는 게 있기 때문입니다.”⊙

[월간조선 2017년 2월호 / 글=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등록일 : 2017-02-02 13:23   |  수정일 : 2017-03-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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