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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낮에 공항에서 김정남을 공격한 이유는?

김정남 암살과 관련된 논란 5가지

⊙ 암살이 장난이라던 두 여성 용의자 공격 후 각각 분산 도주해
⊙ 아이샤보다 키 큰 흐엉이 김정남 뒤에서 손 뻗어 안면까지 공격
⊙ 베트남 국적의 흐엉은 왜 눈에 띄는 LOL 티를 입고 나타났나?
⊙ 용의자들은 현지인인가? 신분세탁 북한 공작원인가?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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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현지 매체가 보도한 김정남. 사진=외신 캡처
이번 암살의 장소와 방법 등을 두고 그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며, 북한을 옹호하는 형태의 발언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월간조선》은 북한을 포함해 국내 일부에서 북한이 배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논란 5가지가 타당하지 않음을 분석해 봤다.
김정남에게 직접적인 공격 및 접촉을 한 두 명은 여성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에 따르면 한 명은 LOL 티셔츠의 용의자로 유명해진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Doan Thi Huong)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Siti Aishah)였다.

논란 1 – 북한은 현지인을 고용한 것인가?

북한이 동남아 현지인을 고용했을 가능성이 있을까. 과거 남파공작원으로 활동했던 김동식씨에 따르면 현지인 고용은 공작에서 가장 기피하는 방법이다. 그 이유는 현지인을 고용할 경우 프로페셔널한 수준이 아니기에 각종 훈련에 최소 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북한의 공작원은 고도로 훈련된 사람들로 근접격투 및 급소 공격 등에 능하고 유사시 도망치는 방법 등을 염두에 둔 훈련 과정을 거친 사람들로 알려졌다. 이 외에 공작원들은 외국어 교육도 받는다는 게 김동식씨와 다수의 탈북자의 전언이다.

현지인을 고용할 경우 유리한 점도 다수 있다. 언제든지 현지에서 섭외가 가능하다. 섭외 비용도 비교적 저렴하다. 이번 암살에 투입된 두 명은 약 10만원가량을 대가로 받았다고 밝혔다. 현지인은 공작 이후를 책임질 필요가 없고, 공작의 배경 등 세부적인 교육을 할 필요가 없다. 한마디로 한 번 쓰고 버리기 용이한 일회용이다. 설령 체포돼도 그 배후를 추적하기 어렵다. 공작 중 죽거나 실패해도 별로 염려할 것이 없다. 현재까지의 수사 과정을 살펴보면 두 명의 여성 용의자는 독극물을 맨손에 바르고 공격에 임했다. 즉 이들은 독극물에 대한 사전정보가 거의 없었고 이들이 공작 이후 죽었어도 무방했다는 방증이다.

논란 2 – 신분세탁한 북한공작원인가?

무하마드 깐수. 1990년대 말 국내에서 체포된 필리핀 국적의 모 대학 교수 이름이다. 국정원의 확인 결과, 그는 북한의 남파 고정간첩이었다. 그의 북한 이름은 정수일이다. 그는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북한에서 거주하다 레바논, 필리핀 등을 거쳐 필리핀으로 국적을 세탁했다. 용모마저도 필리핀 사람처럼 생겼다. 그는 국내 안보 상황과 관련된 정보 등을 국내 호텔의 팩스로 중국으로 수시로 보냈다. 결국 수상히 여긴 국정원에 덜미를 잡혔다. 정수일은 간첩이었지만 학업적 능력은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는 한국어, 중국어, 영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했다.

1987년 KAL기를 폭파한 공작원 김현희는 일본인 행세를 했다. 그녀가 공작에 사용한 이름은 하치야 마유미였다. 당시 안기부와의 수사 과정에서 줄곧 일어만 구사하며 일본인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계속된 수사 끝에 북의 지령을 받아 항공기를 폭파했다는 사실을 자백했다. 김현희는 당국의 수사 중 일본인이라고 하면서도 일본 수상의 이름을 몰랐고, 그녀가 제시한 일본의 거주지 주소는 가짜였다.

북한의 전직 남파공작원 김동식씨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는 남파공작원을 양성할 때, 외모를 보고 국적을 세탁한다고 했다. 필리핀 사람같이 생겼으면 필리핀어를 가르쳐 필리핀 국적을 주고, 일본인같이 생겼으면 일본어를 가르쳐 일본 국적을 주는 식으로 세탁 후 적국에 침투시킨다. 즉 이번 암살의 용의자도 용모만 동남아인과 비슷할 뿐 실제는 북한의 공작원일 가능성도 있다.

신분을 세탁한 북한 공작원을 암살에 활용할 경우,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작전 성공률이 올라간다. 고도로 훈련된 요원들이라 공격과 이후 처리가 현지 고용인 대비 탁월하다. 단점은 적발될 경우 북한이 배후임이 비교적 쉽게 밝혀지게 되며, 김현희나 김신조처럼 전향될 가능성도 있다.

논란 3 – 두 여성 용의자는 단순한 장난인 줄 알았나?

두 여성 용의자인 인도네시아 국적의 아이샤(좌)와 LOL 티셔츠를 입었던 베트남 국적의 흐엉(우). 사진=조선일보
  두 여성 용의자는 김정남 암살이 장난(prank)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격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면 이 말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공격 전후 행동 때문이다. 공격 전 이 둘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김정남에게 다가간다. 둘이 같이 공모한 서프라이즈 형식의 장난이라면 굳이 이런 치밀한 접근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적다. 공격은 불과 2초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이러한 민첩한 공격은 단순한 장난보다는 철저한 준비와 연습을 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독극물을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기 전 두 여성의 동작에서는 주저하는 몸짓이나 어느 쪽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생각하는 듯한 제스처는 포착되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를 놀래키려 다가가면 그 동작에서는 주저하거나 망설이는 듯한 모습이 있기 마련이다. 또 장난기 어린 표정과 행동이 몸짓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런데 영상에는 장난기 없는 냉철한 동작만 남았다.

이들은 어디를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진입해 독을 어떻게 묻힐지를 정확히 알고 있던 것처럼 보인다. 이런 간결한 동작은 연습 없이는 불가하다. 뒤에서 독을 바르던 LOL 티셔츠를 입은 흐엉의 모습은 흡사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간결하고 빨랐다. 독을 후미에서 바른 인물이 흐엉이라는 점도 놀랍다.

흐엉은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볼 때 여자치고 키가 크다. 최소 165cm 이상으로 보인다. 이를 알 수 있는 대목은 그녀가 암살 후 포착된 CCTV 영상이다. 포착된 영상 속에서 그녀의 뒤편에는 검은색 차림의 남성이 서 있다. 해당 남성과 키를 비교해 보면 흐엉은 해당 남성과 키가 비슷하거나 더 크다. 다른 장면을 봐도 마찬가지다. 즉 뒤에서 안면을 공격하는 점을 미리부터 알고 아이샤보다 키가 큰 흐엉을 배치한 것이다. 키가 작은 여성이 자기보다 키가 큰 남자의 얼굴까지 팔이 닿기는 쉽지 않다. 흐엉이 김정남의 후미에서 공격한 이유다. 흐엉이 뒤를 맡은 게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공격 직후 뒤에 있던 흐엉은 앞쪽 방향을 향해 그대로 걸어갔다. 아이샤도 안면에 독을 바르고 그대로 진행방향을 향해 달렸다. 이런 동선은 자연스럽다. 보통 사람은 당황하거나 즉흥적인 상황 등에 처하면 자신이 걸어온 방향으로 다시 돌아간다. 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오면서 인지했던 동선에 익숙한 쪽을 택하는 것이다. 진행방향으로 계속 진행할 경우 어떤 상황이 자신 앞에 닥칠지 몰라 해당 방향을 택하지 않고 뒤돌아 뛰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미리 짠 동선을 알고 있다는 듯이 공격 후 망설임 없이 전진했다.

공격 직후 아이샤는 살짝 뛰기도 하는데 사람은 심리적으로 위기 상황이 인지되면 도망친다. 이를 정신 및 심리학 등에서는 ‘싸움 혹은 도망(Fight or Flight Response)반응’이라고 한다. 각성과민(覺醒過敏·hyperarousal)에 의해 유사시 사람은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한다. 즉 아이샤는 자신이 행한 행동이 위기임을 감지했고, 본능적으로 도망치고자 뛴 것이다.

장난이었다면 장난 이후 김정남에게 웃으면서 어떤 장난인지를 밝혔을 것이다. 최근 유튜브 등에서 성행하는 장난도 이런 형태다. 장난 직후 장난에 당한 사람에게 숨겨져 있는 카메라의 위치 등을 알려주고 장난이었음을 시인한다. 그런데 이 두 명은 이런 행동 없이 이내 공항에서 벗어난다.

도망치는 방향도 둘은 달랐다. 같이 공격을 하고도 함께 도망가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공항을 탈출한다. 이런 분산 도주는 당국의 추적을 어렵게 하는 방법이다. 순간적으로 경찰이 어느 쪽을 쫓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고 시간을 지체하게 한다. 최악의 경우 둘 중 한쪽만 잡히게 되어 다른 공범의 도주 시간을 벌어준다.

논란 4 – 공항에서 버젓이 대낮에 암살을 한다?

김정남(가운데 가방을 둘러 멘 남성)의 공항에서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사진=조선일보

김정남 같은 인물은 자기 스스로 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인지한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혼자서 야밤에 조용한 장소에 갈 이유가 없으며, 가더라도 혼자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김정남을 은밀하게 제거하기는 어렵다. 은밀하게 처리하기 어렵다면 사람이 많은 장소가 차선책으로는 최선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게 남파공작원 김동식씨를 포함한 전문가들의 말이다. 아예 사람이 많을 경우에는 범인이 노출될 가능성은 있지만 도주 시 수많은 인파 속으로 숨어 빠져나갈 수 있다. 이번 암살처럼 2초 정도로 공격이 간결하면 주변에 있던 사람조차 잠시 한눈을 팔면 공격 장면을 목격하기 어렵다. 설령 한두 명이 보고 주변 경찰에 이런 사실을 알린다고 해도 범인들이 태연하게 연기하며 빠져나가면, 오히려 공격을 보지 못한 다른 사람들이 신고자를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다.

논란 5 – 눈에 띄는 LOL 티셔츠와 곰 인형을 왜 들었나?

암살에 가담한 북한 국적의 용의자, 리지현. 사진=조선일보

미국의 온라인 매체 ‘홉스앤피어스’에는 전직 공작원 및 사설 탐정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된 추적을 피하는 방법이라는 글이 있다. 이에 따르면 공작원은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공작을 할 경우 일부러 눈에 띄는 복장을 착용하기도 한다. 가령 빨간모자를 쓰고 범행장소에 출현한다. 그리고 범행 후에도 빨간모자를 쓰고 도망치다가 국면을 전환하는 시점에서 모자를 벗어버리면 추적하는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런 방법은 정보국의 현장요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용모의 변경(change of appearance)’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시각적인 맹점 중 하나인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를 활용한 것이다.

어빈 록(Irvin Rock) UC버클리대의 시각심리학자가 최초로 언급한 이 무주의 맹시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invisible gorilla experiment)’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실험에서 흰 옷을 입은 여성들이 검은 옷을 입은 여성들 사이를 오가며 농구공을 16회 패스하는 동안 검은색 고릴라 탈을 쓴 사람이 지나간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공을 총 몇 번 패스하는지 보라고 하면, 참가자의 절반가량은 지나가는 고릴라를 찾지 못한다. 당시 현장에서 LOL을 입은 흐엉에게 시선이 집중된 동안 김정남을 사전에 접촉하거나 주변에서 지켜본 다른 요원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수사를 통해 2진과 3진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부분이 확인됐다.

LOL처럼 눈에 띄는 옷을 입은 흐엉은 공항에서는 해당 옷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공항을 빠져나온 뒤에는 복장을 바꿀 요량이었는지도 모른다. 사건 발생 며칠 뒤 사건 때와 동일한 차림새를 하고 공항에 다시 나타난 그녀는 일부러 잡히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기후가 더운 말레이시아에서 며칠 동안이나 같은 옷을 입고, 다시 범행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형 곰 인형까지 들고 와 체포되기를 바랐던 의도된 계획으로도 보인다. 암살에서 상대적으로 중책을 맡지 않은 이들이 체포되는 동안 당국의 추적에 혼선을 주고 시간을 벌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암살을 계획했다고 알려진 주요 용의자 3명은 말레이시아를 출국해 평양으로 돌아갔다.⊙

등록일 : 2017-03-31 08:51   |  수정일 : 2017-03-3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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