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북한, 기사, 안보, 칼럼

구소련 KGB의 액티브 메져스로 다시 본 광우병, 태블릿, 사드 전자파

부제: 러시아의 선전 및 선동 역사에 투영된 북한의 대남선전, 왜 우리는 선전부가 없나?

글: 김동연 공개정보분석가

공산권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는 각국이 추구하는 이념에만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구조에도 차이가 있다. 물론 외관적인 생김새만 보면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도 민주국가의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에 해당하는 기능과 구조적 기구를 가지고 있다. 물론 공산권에서는 국가의 3권을 구성하고 있음에도 각 부처의 3권분립과 견제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다. 일단 양측간의 카운터파트를 찾을 수는 있다. 가령 공산권의 공산당은 미국의 의회나 우리의 국회가 일종의 카운터 파트인 셈이다.

그런데 양측간의 국가 구성에서 카운터 파트를 찾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무엇일까. 공산권 국가에는 있지만, 민주주의 국가에는 없거나 그 규모가 매우 작은 것. 그것은 바로 선전부(Propaganda)다.

이런 선전부는 정부의 정치국과 같은 정치 담당부서 안에 들어가 있는게 보통이며, 공산권 국가운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단순히 정치라는 이름만 보면 선전부인지 알 수 없지만, 공산권에서 정치란 선전을 도구로 운영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총정치국과 같은 조직은 북한내 선전을 담당하는 기구이다.

중국과 북한의 경우 정치국 산하 선전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군부세력에 맞먹는 영향력의 총정치국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도 북한의 총정치국처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라는 조직이 있다. 현재 이 조직의 수장인 왕양(汪洋) 역시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이론 선전 간부를 지냈으며, 공청단 성위위원회 선전부장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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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 모스크바 본부. 사진=위키미디어

구소련의 액티브 메져스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부터 이러한 선전을 비밀조직의 공작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선전의 활용을 액티브 메져스 (Active Measures, активные мероприятия) 라고 칭한다. 액티브 메져스란 정치전쟁(Political Warfare)에서 소련(러시아)의 비밀조직(구KGB, 현FSB)이 국제적 사건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정보를 수집하고 “정치적 옳음(Political Correctness)”을 실천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 옳음’이란 결국 소련의 정치사상을 국제적으로 전파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말은 다르게 말하면 러시아의 공산주의에 반하는 모든 것(민주주의)은 옳지 않은 것이며, 이런 옳지 않음을 옳게 만들라는 뜻이다.

미국 CIA 온라인 도서관의 자료에서는 액티브 메져스의 종류로 언론의 조작과 통제, 서면 및 구두 허위정보의 유통, 해외 공산당과 시민단체를 통한 활동, 비밀 라디오의 송출, 경제 조작, 납치, 무장단체 및 게릴라 단체에 대한 지원과 활용을 언급했다. 이 말대로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적을 혼란에 빠트리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이런 액티브 메져스를 구소련은 비밀조직인 FSB(KGB) 등이 진행하고, 북한 등에서는 총정치국 등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선전조직을 운영중인 공산권 국가 등과 달리 미국이나 국내에서는 이에 상응하거나 대응할 조직이 없는게 현실이다. 미국 역시 냉전시대에 구소련의 선전에 대응하기 위한 소규모 대선전(Counter Propaganda) 조직을 구성한 바 있지만, 그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미국은 이런 대선전조직을 운영하는 대신, 경제적 우위로 공산권의 선전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구상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 때문에 냉전시대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구소련에 대한 장기전략에는 대선전이 없는 형태로 지속되어왔다. 구소련이 붕괴되자, 미국은 이러한 경제적 우위를 통한 대공(對共)압박이 어느정도 먹혀 들었다고 생각했다.

결국 현재까지 공산권의 선전에 대응할 수단이 없음은 여전하다. 한국은 과거 박정희 정부에서는 대공기조의 일환으로 대선전도 포함하여 운영된 바 있지만 지속되진 못했다. 이후 정권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미국과 유사한 경제적 압박기조에 동참, 북한의 선전에 마땅한 대응없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현시점에서 한국의 유일한 대선전은 탈북자 단체가 북으로 날려보내는 전단지가 유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부의 제재로 그 명맥이 끊기고 말았다.

우리의 대선전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지만, 공산권의 대선전이 과연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을까?

지금부터 구소련의 선전 공작의 대표적 사례 3가지와 우리의 사례를 비교해본다.

1.에이즈(AIDS) 괴담,
2.서독 정부 붕괴 선동작전,
3.친러 국제시민단체와 진보정당.

미 육군대학원(US Army War College)을 비롯한 미국의 안보기관에서는 구소련의 선전공작에 대한 자료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1985년 미 육군대학원에서 작성된 [구소련의 액티브 메져스와 허위정보(disinformation), 1985] 이라는 논문을 살펴보면 과거 소련의 대미 선전 및 선동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이 논문의 제목에서 말하는 허위정보, 디스인포메이션(disinformation)은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표현이다. 이것은 요즘에도 유효한 것이며, 최근에는 이런 디스인포메이션을 소위 ‘가짜뉴스(fake news)’라고 칭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가짜뉴스라는 단어는 사실 오래전부터 KGB가 활용하는 디스인포메이션이며, 전통적인 선전 전략이자 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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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선전 당시 모습을 담은 구소련의 선전 분석 보고서. 사진=위키미디어

Operation Infektion, 에이즈와 광우병 그리고 전자파

첫번째 언급한 에이즈(AIDS) 괴담은 무엇인가.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이즈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어떤 경로로 감염되는지도 인지하고 있다. 에이즈는 무슨 감기처럼 쉽게 전염되는 질병이 아니다. 물론 에이즈 환자와 직접 접촉을 하는 경우는 위험할 수 있지만, 감기와 같은 질병에 비해서 감염이 잘 되지 않는다. 에이즈는 주로 성 관계 혹은 혈액을 통한 감염이 주된 전파 경로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에이즈 감염을 마치 오늘날 메르스나 사스 처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약 30년전에는 어땠을까. 1983년 에이즈가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되었고, 발견됐다. 그전까지는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처음으로 확인된 이 질병에 대해 학계는 물론이고, 사람들은 무지했다. 이러한 무지는 암암리에 사람들에게 공포심으로 다가왔다. 알지 모르는 질병이 주위에 도사리고 있다는 말은 마땅한 대비책조차 없는 셈이다. 특히 에이즈는 걸리면 바로 죽는다는게 당시 분위기였다. 지금은 에이즈 감염자도 약물을 복용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연명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아무런 방도가 없었다. 마치 오늘날 메르스나 사스와 같은 질병과 같은 공포심이 사회에 퍼져 있었다.

1981년 당선된 레이건 대통령은 냉전시대 소련과의 경쟁에서 더 강한 안보와 더 강한 미국이라는 정책을 펼치게 됐다. 소련은 이러한 레이건 정부의 정책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대소련 압박이 강해지자, 레이건 정부의 정책을 무력화시킬 묘수를 찾기 시작했고, KGB는 당시 처음 등장한 질병, 에이즈를 선전의 도구로 택한다. KGB가 에이즈를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는 이유는 바로 진실에 근거한 허위사실을 유포했을 때 그 파급효과가 가장 강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없는 질병을 가상으로 꾸며내는 경우에는 그 선전의 효과가 미미하지만, 실존하는 에이즈에 거짓을 덧붙이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따라서 KGB는 미국내 KGB 지부와 모스크바의 본부 간에 치밀한 교류를 통해서 에이즈 괴담을 계획하고 어떤 거짓을 덧씌울지 구상한다. KGB가 모색한 선전은 에이즈가 미 육군이 만들어낸 신종 생화학 무기의 일종이며, 이것을 미국내에 무작위로 퍼트려 민간인을 상대로 실험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KGB는 이 사실을 더 믿기 쉽게 만들려고 구체적으로 실존하는 사실을 토대로 구상한다.

실존하는 미 육군의 의료사령부인 포트 데트릭(Fort Detrick)에서 에이즈를 처음 개발했으며, 미국의 해외주둔기지 등을 중심으로 에이즈를 유포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에이즈는 국제적인 질병으로 실제로 해외에서도 감염사례가 있었는데, 이 원인이 바로 미국의 해외주둔기지에서 에이즈를 유포했기 때문이라는 매우 그럴싸한 거짓을 유포한 것이다. 이 거짓 선전의 유포 경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련은 자신들의 가담사실을 숨기고자 인도의 친소련 신문사를 활용한다. 인도의 패트리어트(Patriot)이라는 신문사에 익명의 편지가 전달되었고, 그 편지의 내용이 바로 에이즈 괴담 내용이다. 이 내용이 패트리어트 신문의 톱기사로 보도되자, 순식간에 에이즈 괴담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당시 기사의 헤드라인은 “AIDS may invade India: Mystery disease caused by US experiments”이었다. 미국의 실험으로 탄생한 질병인 에이즈가 인도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보기만 해도 섬뜩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선전의 신문사 투고는 KGB가 주로 사용하는 선전 유통의 방법 중 하나 라는게 CIA 등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통 송신자의 정보없이 익명의 편지나 소포가 전달되거나, 송신자의 정보가 있는 경우에는 실존하지 않는 가짜 이름들로 만들어 전달된다고 한다.

국내에서 이슈가 된 광우병 괴담과 태블릿 사건의 시작도 언론사였다는 점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태블릿 사건은 그 입수 경로가 사무실이었다고 했다가, 독일의 쓰레기통이었다는 등 여러 차례 태블릿의 입수경로를 번복한바 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 입수 경로는 중요치 않다는 식으로 무마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에이즈 괴담은 인도발 뉴스를 시작으로 러시아의 모든 매체가 이 내용을 연거푸 보도했다.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매체를 동원해 이 내용을 알렸고, 그 내용은 해외로도 퍼져나갔다. 결국 미국내에서도 엄청난 이슈를 만들어냈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미국 정부가 에이즈의 실체를 밝히라는 목소리가 전국에서 울려퍼졌다. 시위도 여러 차례 있었다. 에이즈 미스터리를 풀어내라는 요구가 미국 정부에 빗발쳤다. 이 에이즈 괴담의 파급효과는 당초 KGB의 예상보다도 강했다. 더 놀라운 효과는 당시 학계의 반응이었다. 유럽의 과학자들조차 순진하게도 이 괴담을 입증할만한 학문적 배경을 찾아내기 시작했고, 에이즈는 인간이 만든 질병일 수 있다는 식의 자료를 생산해내기도 했다. 실제 KGB는 가짜 학술적 논문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도 생산하여 유포하기도 했다. 이러한 에이즈 괴담의 막강한 파급효과로 인해 이 에이즈 괴담 작전을 설계한 KGB 요원보다도 에이즈 괴담이 더 오래 살았다는 우스겟말도 있을정도다.

이후 1992년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직 KGB 국장이 에이즈 괴담은 KGB가 치밀하게 계획한 선전 작전이었다고 그 내막을 불었다.

에이즈 괴담은 작전명 인펙션, Operation INFEKTION 이다. 인펙션은 전염이라는 뜻으로 영문으로 Infection이며, 이것을 러시아식 표현으로 바꾼 것이다. 이 작전은 소련 KGB 산하 Service A 부서에서 고안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존재를 무기로 만들어진 괴담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광우병과 사드 전자파다. 광우병도 질병으로 에이즈처럼 그 감염경로 등이 일반인들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처음 광우병이 논란이 되었을 때, 광우병은 광견병과 달리 그 이름조차도 생소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치 미국산 소고기에만 있는 질병인 것처럼 알려졌고, 그 효과는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국민들의 무지를 활용했고,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존재가 우리 주변에 상존하고 있다는 공포를 안겨줬다. 사드 전자파도 마찬가지다. 모든 전자기기에는 전자파가 있다.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해외여행 등을 위해 자주 들리는 공항에도 수많은 레이더 통신장비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당 공항 레이더가 내뿜는 전자파가 두려워 공항방문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사드 전자파가 마치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는듯이 우리 곁에서 공포감을 자아냈다.

이런 국내 두 사건의 공통점은 바로 미국이다. 미국산 레이더와 미국산 소고기. 왜 하필 유해한 것들은 미국산에만 있는 것일까. 우연이라고 해야 할까. 어째서 중국산이나 러시아산, 북한산 물품에는 이런 범국민적 반대시위로 이어지지 않는 것일까. 한때 만두 속 고기를 골판지로 만든다는 중국의 사건이 알려지자, 만두 소비량이 잠시 주춤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만두 때문에 광화문에서 노조들이 시위를 벌였거나, 북한산 송이버섯이 핵실험으로 오염되었다는 이야기가 돌았을 때도, 북한산 버섯의 국내 수입반대를 외치는 범 국민적 시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 뒤에도 이런 북한산 식품 수입 반대 시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내 핵실험장 인근에 거주했던 탈북자들이 언론에서 몸의 이상징후나 식품의 이상여부 등에 대해 언을 통해 보도까지 했음에도 광화문은 조용했다. 이번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선물로 준 2톤 가량의 북한산 버섯을 자랑하듯 가져오기까지 했다.

Operation Neptune, 없던 공식 문서도 만들어낸 소련 KGB의 위조능력

두번째는 1964년 진행된 서독정부 붕괴를 위한 선전 및 선동이다. 이 내용은 앞서 서두에 언급한 미 육군 대학원의 논문에도 실린 내용이다. 구소련은 과거 서독을 위협으로 여겼다. 소련의 이념을 지지하는 동독이 서독의 민주주의에 편입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소련의 입장에서 서독 정부는 제거의 대상이었으며, 서독마저도 소련의 치하로 만들어야 했다. 이번에도 KGB의 액티브 메져스가 서독을 향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KGB는 지리적으로 독일과 가까운 체코의 비밀정보부 StB와 연계작전을 펼치기로 한다.

거짓을 양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위조(forgery)다. 할리우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캔(Catch me if you can)을 보면 주인공은 뛰어난 위조전문가다.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모든 직업을 위조 하나로 이뤄냈다. 하버드 명문대 졸업장, 변호사 자격증, 의사 자격증 등 모든 자격증을 위조해냈고, 이를 통해서 의사나 파일럿과 같은 직업을 가지게 됐다. 그만큼 거짓양산을 위해서 위조는 필수다. 따라서 KGB도 전문가들을 통해 조직적인 문서 위조를 추진해왔다. 이런 위조는 현재도 유효한 것이다.

당시 KGB는 독일을 선동하기에 가장 좋은 소재는 나치(Nazi)였다. 밟으면 꿈틀하는 그 약점이 바로 나치다. 전쟁이후 나치를 청산하고 새롭게 나아가는 독일에게 나치라는 프레임은 정부를 옭아매기 좋은 소재다. 이 때문에 KGB는 서독의 주요 관료들을 나치와 엮는 대규모 작업에 들어간다. 가령 한 나라의 국회의장, 대통령, 총리, 정보기관 수장, 기업인 등을 나치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들을 나치로 만드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바로 공문서다. 과거 나치 치하에서 생산된 공문서에 원하는 서독의 관료나 주요 인물의 이름을 써 넣으면 그만이다. 그러면 이 문건이 공개되었을 때, 해당 인물들은 아무리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해도 빠져나갈 길이 없는 셈이다. 이렇게 강력하고 치밀한 전략을 KGB가 진행한 것이다. KGB는 이 위조 공문서를 서독으로 침투시킬 방법도 모색한다.

결국 이 공문서를 공개하는 좋은 방법을 구상해냈다. 바로 강 밑에 수장시키는 것이다. 해당 문서 상자를 체코의 체르네 호수 해저면에 수장시키는 작업은 체코의 비밀정보국과 KGB가 함께 진행했다. 이후 서방의 유수 언론사와 함께 서독 국경지대에 있는 체코의 체르네 호수에서 다큐멘터리 필름을 촬영한다. 그리고 호수 안의 의문의 상자를 꺼내올리고 그 상자안에 나치 문서들이 나오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작전은 미국으로 망명한 전직 체코정보부 요원 로렌스 비트만(Lawrence Bittman)에 의해 거짓임이 입증됐다. 그가 실제 호수 안에 문서를 집어넣는 작업을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선전은 작전명 넵튠(Operation Neptune)이다. 공교롭게도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작전명과 동일하지만 무관하다. 이 작전으로 서독의 일부 관료는 피해를 봤고 정책의 방향에도 일부 영향을 미쳐 성공한 작전으로 기록됐다.

국내에서도 종종 숨겨져 있던 정부 문건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온다. 가령 캐비닛에서 발견됐다는 식이다. 과거 중앙정보부 문건이 어디서 발견됐다 등의 뉴스가 잊을만 하면 등장한다. 그리고 해당 문건의 내용을 보면 전직 보수인사나 전직 정부관료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게 대부분이다. 또는 특정 이슈가 된 사건과 연루 의혹을 담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런데 이런 발견된 공문서의 진위여부를 검증하는 경우는 드물다. 적국의 선전부에서 얼마든지 재생산되어 국내로 투입되었을 개연성이 있음에도 말이다. 특히 우리와 달리 선전을 대규모 시스템적으로 운영하는 북한을 마주한 상태에서 반드시 공문서의 진위여부 등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공식문서라는 이유만으로 검증은 뒷전이고, 공문서가 가지는 단어의 위력에 압도되어 아무도 반기를 들지 못한다.

그러나 KGB의 위조기술을 그대로 익히고 답습한 중국과 북한의 선전부에서는 얼마든지 활용가능한 액티브 메져스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현 정부 산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간 마당에 이런 공작의 배후와 진위를 전문적으로 가려낼 능력(capability)조차 있는지 의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CIA와 FBI 등에서 이러한 위조문건을 가려내는 전담반을 따로 운영중이다. 따라서 문건의 제작방식과 공문서의 형식 등을 통해서 해당 문건이 실제 공문서인지 아니면 KGB 등 적국이 위조한 문건인지를 정밀하게 가려내고 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의 사례와 달리 한반도는 남북이 모두 동일언어인 한글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문법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유사성이 더 많기 때문에 위조문건에 사용된 표현들을 보다 더 정밀하게 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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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있는 선전문구. 사진=위키미디어

민주, 평화, 자유라는 이름으로 완성된 소련의 선동전선

세번째는 친러 국제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이다. 앞서 언급한 미 육군 대학원의 자료에 의하면 국제적인 시민단체와 각 나라의 진보정당은 구소련의 공산당의 지령을 전달받아 움직인다고 되어 있다. (Parties and international fronts under Moscow’s control receive policy direction from the International Department of the CPSU.) 이 문장에서 CPSU라는 것은 Communist Party of Soviet Union의 약어로 구소련의 공산당을 말한다. 소련의 액티브 메져스의 범주안에 이미 이러한 선동세력은 포함된 것이며, 이들을 활용한 여론 조작은 유효한 전략이다. 이 논문에서는 실제 러시아 정부의 말을 전하는 단체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그 이름만 들어보면 소련과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이들의 선전과 선동에 쉽게 노출되고, 그들의 사상에 자신도 모르게 스며들게 될 여지가 있다.

언급된 단체명으로는 세계평화평의회, 자유무역연합세계연맹, 민주청년세계연맹, 민주변호사국제협회, 여성국제자유연맹 등이 있다. 그 이름을 보면 자유, 민주, 평화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형태는 실제 소련, 중국, 북한의 국가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북한의 공식이름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영문이름에도 Democratic이 들어간다. 중국은 심지어 대한민국처럼 공화국 Republic 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고 있다. 즉 공산권 국가와 단체 등에서는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명백한 위장이자 기만적 행태가 아닐수 없다. 그만큼 누구든지 쉽게 이들의 액티브 메져스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북한은 북한식 공산주의 체제에 기반한 한반도 통일구상조차 평화통일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평화라는 이름만 듣고는 이것이 공산주의식 통일인지 여부를 대중은 자각하지 못한다. 이러한 용어 선택 역시 고도의 선전 전략에 기반한 것이다.

미 육군 대학원의 논문에서 이런 시민단체들을 일종의 선전 및 선동 전선(fronts)이라고 규명했다. 사회 전반에 퍼져서 대중을 상대로 러시아의 정책과 방향을 암암리에 전파하는 것이다. 국내에도 이런 단체와 유사한 형태의 이름을 가진 시민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북한이 주장하는 내용에 동조하고 있다. 가령 평화라는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쟁이나 군사적 긴장은 항상 적대적인 두 세력을 필요로 한다. 손바닥이 닿아야 소리가 나듯이 말이다.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의 이유는 북한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끊임없는 도발을 자행해왔다. 그런데 이런 북한의 도발때마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곳곳에서 시위하던 시민단체들은 항상 조용했다.

정녕 평화를 원한다면,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북한의 적대행위에도 주한미군철수와 동일한 수준의 쓴소리를 퍼부어야 지당하다. 그런데 항상 미군의 핵잠수함이 부산항에 입항할 때나,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될 때만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활동을 감행한다. 이것이 과연 우연이라고 봐야 할까.

강한 국방과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하는 여성 정치인 등의 노고에는 입을 다무는 여성시민단체들도 상당수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철수와 군가산점에만 반기를 든다. 왜일까. 정녕 성평등을 주장한다면, 여성의 병사복무제도와 같은 남녀평등의 병영 환경개선을 요구하는게 지당한 처사일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여성단체는 여성의 군 참여를 확장해달라는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군은 금녀의 구역으로 여겨졌던 미 해군 잠수함에도 여성 장병의 근무를 허가하고 있다.

논문은 이러한 시민단체와 더불어 친러 성향의 진보정당(사회주의 및 공산주의)도 러시아의 지령을 받아 움직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 진보정당도 줄곧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이어온 바 있다. 주한미군철수를 오래전부터 주장하고,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북한을 위태롭게하는 대북전단 살포 및 휴전선 대북확성기 사용 등에는 반대를 해왔다.

항상 모든 사건의 배후와 의도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면, 왜 지금 이런게 터지는 것일까. 이런 내용을 퍼트렸을 때 이익을 보는 세력은 누구일까.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 것인가. 국민들로 하여금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게 만들려는 것인가. 특정인이나 단체가 어떤 양상으로 이야기 하는가.

공산권 세력의 막강한 선전에 마땅히 대응할 조직과 구조가 없는 대한민국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항상 북한의 선전에도 휩쓸리지 않기 위한 노력과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만 공산권의 추가 선전도발에 담대하게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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