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자동차, 칼럼

토요타 수프라의 부활과 제네시스 쿠페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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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수프라의 컨셉트 FT-1

김동연 모빌리티 칼럼니스트

전설이 또다시 부활했다. 부활은 자동차 업계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중요한 사건이다. 이번 부활은 토요타의 수프라 (Toyota Supra) 였다. 토요타의 이 같은 부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2년경 드리프트의 전설로 불리던 하치로쿠, 토요타 86을 부활시켰다.

한차례 전설을 부활시켰던 토요타가 또다시 수프라를 부활시킴으로서 스포츠카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사실 스포츠카 시장은 여타 시장에 비해 기업의 입장에서 장사가 안되는 시장이다. 토요타 86이 새롭게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판매량을 보면, 토요타가 예상했던 것보다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출시이후 전세계 자동차 전문지와 업계에서 86의 부활을 반긴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판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마당에 또 다시 토요타가 스포츠카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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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ota Supra (A80 4세대) 사진=위키미디어

토요타 수프라도 86 못지않은 스토리와 역사를 가진 스포츠카다. 특히나 영화, ‘분노의 질주 (Fast and Furious)’로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아직도 많은 자동차 매니아들이 최고의 차로 손꼽는 차 중에 토요타 수프라는 오르내린다. 특히 수프라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4세대 (Mark IV, A80) 는 2JZ 직렬 6기통 엔진을 탑재해 매니아들의 튜닝산업을 일으키는데에도 한몫 했다. 당시 이 엔진은 다양한 목적으로 튜닝되어 보통 4~600마력은 물론 심지어 1000마력급 드레그와 드리프트 차량들을 만들어냈다. 토요타의 명기로 기록된 엔진으로 아직도 많은 매니아들이 튜닝에 사용하고 있다.

토요타가 이렇게 전설적인 스포츠카를 다시 부활시킨 배경에는 합작투자 및 개발이 큰 역할을 했다. 앞서 86은 일본의 토요타와 스바루가 손잡아 개발했고, 이번 수프라는 독일의 BMW와 손잡고 진행됐다. 두 기업이 개발비를 나누고, 플랫폼과 엔진 등을 공유하기 때문에 독자개발 대비 투자비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토요타와 손잡은 BMW는 차세대 Z4 스포츠카 개발을 위해 이번 수프라 프로젝트와 함께 했다. 따라서 차세대 BMW Z4는 상당부분 수프라와 부품 등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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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라의 컨셉트에 장착되었던 가변식 스포일러가 양산차량에서는 삭제됐다. 사진=토요타 홍보영상 캡처

기대치가 너무 높았나? 실망한 매니아들…

새롭게 출시한 2020년형 수프라는 매니아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전문가들의 시승기가 올라오지 않은 상태지만, 공개한 디자인과 스펙, 그리고 트림에 실망한 사람도 적지 않다. 수프라가 그동안 쌓아올린 명성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도 있다. 토요타가 공개한 신형 수프라는 트윈스크롤 싱클 터보를 장착한 3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335마력이며, 제로백은 4.1초 정도다. 겉만 다른 동일차종이라 할 수 있는 BMW의 Z4는 동일 엔진의 고급사양은 385마력 정도로 거의 400마력에 육박하는 스펙이다. 수프라의 명성으로만 보면 400마력은 족히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엔진도 과거 명기로 인정받은 2JZ 엔진을 개량한 3JZ 와 같은 엔진이 탑재되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이번 수프라의 심장은 BMW의 것으로 B58 시리즈 엔진이다. 엔진과 함께 트랜스미션도 기대이하라는 평가다. 현재 토요타는 8단 오토매틱 기어박스만을 제공하고 있다. 스포츠카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매뉴얼(수동)기어박스의 부재에 대한 매니아들의 지적이 큰 상태다. (향후 4기통 엔진과 매뉴얼 기어 제공 가능성이 남아있기는 하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디자인이 컨셉트카 였던 FT-1과 유사하나, 돋보였던 근육질이 한차원 다운그레이드 된 형태라는 점에 사람들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가령 가변식 스포일러가 사라진 점과 에어덕트 (air duct) 대부분이 보여주기식이라는 점이다. 일단 컨셉트카에는 여느 고성능 스포츠카의 스포일러처럼 고속주행시 스포일러가 튀어나오는 가변식 형태를 장착한바 있다. 이런 스포일러가 양산차에는 사라졌다. 에어덕트의 경우에도 모두 5개의 덕트가 실제로는 구멍이 뚫려있지 않은 가짜 덕트다. 전면과 후면 범퍼 사이드에 장착된 덕트는 브레이크 쿨링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뚫려있지 않다. 전륜부 사이드 휀더 상단에 덕트도 엔진 열을 배출하는 용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뚫려있지 않다.

가장 큰 가짜 덕트는 문에 달려있다. 문에서부터 뒷바퀴 휠하우스까지 연결된 대형 덕트 역시 보기와는 달리 기능적으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브레이크 쿨링용이나 에어로다이나믹 개선용으로 써도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당초 컨셉트카에는 전면부 범퍼 하단의 에어덕트 안에 대형 팬(Fan)이 장착되어 있었다. 당시 이 팬의 크기를 보고 사람들은 개량된 2JZ 직렬 6기통에 트윈터보를 장착한 고성능 엔진을 추측케 했다. 당시 장착된 팬의 크기만 보면 최소 400~600마력대의 고성능 차량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실제 출시된 차량은 3백 마력대에 지나지 않는다. 2002년 단종된 마지막 수프라의 마력이 스펙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280~310마력정도였다. 약 20년이 지난뒤의 신형 차량의 마력이 고작 15마력정도 올랐다는 것은 분명 기대 이하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웬만한 중형급 고성능 세단도 300마력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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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라를 몰고 등장한 토요타의 아키오 토요다 회장. 사진=토요타 홍보영상 캡처

토요타 86의 그림자…수프라의 국내 출시여부와 출시가격은?

신형 수프라의 북미 판매가는 약 5만달러 정도로 책정되고 있다. 아직 국내 출시여부와 판매가격이 어떨지는 알려진바 없다. 다만 앞서 토요타 86의 국내출시가격이 4천만원 초중반에 육박할정도로 고가에 출시된바 있다. 전세계 출시가격중 가장 높으며, 가장 싼 가격에 출시된 시장대비 거의 2배에 달하는 가격 차이다. 한국토요타의 가격정책은 이후 수많은 자동차 전문가와 매니아들로부터 욕을 먹은 바 있다.

이런 전례로 볼 때, 국내 출시가는 최소 7천만원에서 풀옵션모델은 1억원까지도 육박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만약 한국 토요타가 86의 과오를 범하지 않는다면, 출시가는 6천중후반 정도로 책정되고, 덩달아 86의 가격은 3천 초중반대로 하락할 수도 있겠다. 아마도 후자가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일 것이다. 왜냐하면 수프라의 가격이 비싸지면 렉서스의 고성능 스포츠카 라인업 RC F 등과 겹쳐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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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제네시스 G70 =Wikimedia

현대 제네시스 후속의 종지부, G70의 투도어 버전 나오나?

이번 수프라의 출시를 눈여겨봐야 할 기업은 단연 현대자동차다. 최근 엔트리급 스포츠카들을 국내외에서 속속 출시하고 있다. 국내 출시한 벨로스터N 도 제법 선방하고 있다. 특히 수동기어박스만 출시한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결과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유럽에서는 i30N을 출시한 상태다.

스포츠 브랜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마당에 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급 스포츠카 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환점이 될 것이다. 특히 수프라의 반응이 향후 현대기아차의 차세대 스포츠카 모델 출시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과거 제네시스 쿠페를 출시했고, 이후 후속이 무엇이라고 정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제네시스 쿠페의 후속 컨셉트가 였던 IK, VK, RG 등의 후속이 이미 출시한 G70으로 봐야 하냐는 의문이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출시될 G80의 투도어 쿠페버전이 제네시스 쿠페의 후속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바 있다.

G70의 성능만 보면 스포츠카에 준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세단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기존 제네시스 쿠페의 후속이라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번 수프라의 시장반응을 보고, 쿠페의 필요성이 대두된다면, G70의 쿠페버전을 개발할 여지도 있어보인다. 기아차 역시 기존 GT 컨셉트로 만들어진 CK, 스팅어를 투도어 쿠페 형식으로 개발할수도 있다. 이미 독일 및 일본의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4도어 차종을 2도어로 변경하여 출시하는 일이 잦고 흔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투도어 쿠페로는 벤츠 C 클래스 쿠페, 인피니티 Q60, 렉서스 RC, 등이 있다.

다만 수프라가 형성하는 시장에 정확한 맞수를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수프라의 업계 라이벌로는 닛산의 370Z, 포드 머스탱, 쉐보레 카마로, 포르쉐 카이맨, BMW Z4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닛산이 370Z의 후속 400Z를 고려한다는 소문도 있다. 따라서 현대가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 배지를 달고 후속을 내놓을지 아니면 과거처럼 현대 배지를 달고 후속을 내놓을지, 아니면 둘 다를 출시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현재 확실한 점은 이 프리미엄 투도어 스포츠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고, 신차들이 등장하고 있기에 무언가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한편, 지난 12월 말 현대는 제네시스 쿠페 후속으로 연상되는 차량을 현대자동차 그룹 홍보영상안에 노출시킨바 있다. 당시 디자인은 HND-9컨셉트카와 상당부분 유사해보였다. 해당 디자인과 전반적인 실루엣을 보면 제네시스 브랜드로 프리미엄 쿠페로 가닥을 잡은듯 하다. 유사한 방식으로 현대는 제네시스 브랜드 산하 SUV 모델을 노출시킨 바 있어, 제네시스 쿠페 후속의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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