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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회담 심층분석]시간의 배신과 매드독 딜레마(Mad Dog’s Dile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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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미북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김동연 공개정보분석가

이번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을 두고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실패자로 북한보다 미국을 꼽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필자의 분석으로는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이고, 가장 큰 피해자는 북한이다. 그리고 2차 피해자는 한국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번 미북정상회담은 큰 틀에서 보자면, 지금까지 전개되어온 북한의 회담전략이자, 남한의 대북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미 과거 6자회담을 통해서 국제사회는 북한을 비핵화로 인도하려고 시도했다. 이런 시도는 6자회담뿐 아니라, 과거 남한의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도 시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항상 회담은 실패로 돌아갔다.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막판에 가서는 돌변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와 담을 쌓고, 다시 핵무기와 ICBM 제작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심리학에서 말하는 분노의 사이클(Cycle of Anger)과 유사하다. 분노폭발 – 화해와 긴장완화 – 분노폭발 -화해와 긴장완화.

즉 북한은 무서운 도발을 이어가다가 경제제재가 강해지면 다시 대화 테이블로 나온 뒤 금방이라도 비핵화를 할 것처럼 말한다. 군사적 긴장과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다시 핵개발과 도발을 이어 나간다. 분노의 사이클은 심리학 전문가들은 고칠 수 없는 정신병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분노의 대상이 된 피해자들은 항상 분노하는 사람이 언젠가는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는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북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분노하는 북한이 언젠가는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국제사회가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정부는 이 부분에서 큰 희망을 안고 있는듯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순진한 망상이다. 분노의 사이클은 절대로 고칠 수 없는 병이다. 필자는 이것을 “북한의 분노 사이클(N.Korea’s Cycle of Anger)” 혹은 매드독(미친개)의 딜레마(Mad dog’s dilemma)라고 진단한다.

하노이 회담이 기존 대북정책과 다른 점은 매드독 딜레마에서의 탈출

매드독의 딜레마라는 것은 이유없이 물고 짖는 개를 다루기 어려운 딜레마를 말한다. 이런 증상을 나타내는 개는 주인이 관심을 보이면 보일 수록 개의 증상은 악화된다. 이유없이 주인을 물고 짖는 개를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무관심이다. 성난 개를 치료하려고 지나친 관심을 주인이 보일수록 개는 더 포악해진다. 그리고 미친 개는 스스로의 가치가 주인보다 높다는 착각에 빠진다. 동물적인 습성중 하나로 조직사회에서 자신의 존재가 생태계의 피라미드 최상위에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정의내린 매드독(미친개)의 딜레마다.

개가 짖고 물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게 되면, 개는 무의식적으로 모든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폭력성의 과시가 반드시 수반된다고 판단한다. 이런 포악한 개는 주인을 포함한 주변인이 개의 “으르렁”거리는 모습에 위협을 느끼고 개가 원하는 바를 다 들어주게 된다. 가령 소파에 앉아 있는 개를 소파 아래로 밀어내려고 접근하면, 개는 어김없이 으르렁거리면서 경고를 보낸다. 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의 폭력적 행위에 위협을 느끼고 개를 내버려둔다. 결국 개의 요구에 끌려가는 것이고 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 단계에 도취된 개는 주변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음으로서 자아도취된 개가 착각에서 탈출하게 만든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북한의 경우도 지금까지 이런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이라는 폭력적 행위에 국제사회는 위협을 느끼다가 북한이 요구한 협상 테이블로 달려나간다. 애당초 이런 류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쥔 쪽은 북한이다.

미친 개의 목줄을 거머 쥔 트럼프의 대화법

이번 하노이 회담의 결과가 기존 “북한의 분노 사이클” 혹은 “매드독의 딜레마”와 다른 점은 단 한가지다. 그 차이는 분명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은 바로 긴장완화 국면에서 아직까지 대북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노를 표출한 북한이 분노의 대상이 된 피해자들을 설득시키고, 다시는 화를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그 약속을 믿고 대북제재를 풀어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 설득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그 말을 믿지 않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북한은 이 설득의 끈을 쉽게 놓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상황에서 남한정부는 이미 오래전에 북한에게 설득 당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와 도발중단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한미가 북한의 설득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상태다.

한마디로 미친개의 횡포 속에서도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상태다. 미국이 회담 결렬을 선언하자 당황한 쪽은 단연 북한이다. 북한이 당황했다는 증거는 여러군데에서 드러나고 있다. 회담 결렬직후 3월 1일 새벽 2시에 갑자기 기자들을 멜리아 호텔로 불러모았다. 북한이 오죽 당황했으면, 기자들을 새벽에 불러모으기까지 했을까. 특히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이 지난 회담때와 달리 기자들의 돌발질문에도 직접 대답을 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여온 마당에 국제 외신들이 눈살을 찌푸릴 새벽에 불러모은 것은 이례적 행보다. 해당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도 보면 미국이 앞서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기자회견과 궤를 달리한다. 북한은 미국측 발표를 반박하면서 “우리는 모든 제재를 풀어달라 요청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것은 지금까지 사전협상과정에서 보여줬던 반응과는 다른 점이다.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수그러들고 있거나, 모든 협상을 뒤집고 유턴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북한의 전례로 살펴보면 항상 적대적 논조를 피력한 뒤 곧장 무력적 행동을 보여왔다. 북한은 실제로 2013년 3월 6일, 서울과 미국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구두 위협를 했다. 이후 곧장 3월 30일 전군 전시상황을 선포하고, 4월초에는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출경을 폐쇄한 바 있다. 이후 원자로 가동 등 연이은 무력도발에 돌입한 바 있다.

가장 대표적 사례는 2014년 10월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때다. 당시 북한은 고위급 3인방, 황병서, 김양건, 최룡해를 남한으로 급파하여 대화를 열자고 제안했다. 3인방은 폐막식도 참석했다. 양측은 10월 말이나 11월 초 본격적인 대화를 하자고 약속한 뒤 반나절만에 북으로 돌아갔다. 협상을 하고 단 3일만인 10월 7일 북한의 경비정이 NLL을 침범, 남북간 해상교전이 발생했다. 당시 북과의 교전은 2009년 대청해전 이후 처음이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대북전단풍선에 조준사격하는 도발을 하기도 했다.

시간의 배신과 모든 대북제재 완화 요청

이런 북한이 보여주는 협상과 도발 패턴을 필자는 “시간의 배신(Betrayal of Time)”이라고 평가한다. 이것은 협상을 이끌어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협상에서 다시 도발로 회귀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적 차이를 배신감에 빗댄 것이다. 즉 협상을 위한 수년간의 노력과 준비가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말이다. 이번 2차 미북회담이 1차 미북회담에 이어 성사되기까지 김정은은 “260일” 이라고 말했다. 두번의 회담을 하는데 대략 8개월이 걸린 셈이다. 그런데 260일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데는 불과 하루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첫날 활짝 웃으며 만났던 트럼프와 김정은은 바로 다음날 회담 결렬로 이견을 보였다. 지난 260일의 파기가 불과 2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시간의 배신의 충격은 컸다. 이번 회담 뒤 양국이 보여준 기자회견은 북한이 협상에서 언제든지 단기간, 즉 수일안에 도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앞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때 협상 제안 뒤 북한이 무력도발에 걸린 시간은 불과 3일이었다. 지난 3월 5일 미국의 북한전문분석 싱크탱크인, 38노스는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재정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언제든지 유턴할 수 있는 북한은 지금 유턴하기 위해 자동차의 좌측 깜빡이를 켜고 있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하노이 회담의 불만을 저강도 도발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선 북한의 제재 완화 내용이 미국과 이견을 보이는 것은 구겨진 북한의 체면을 회복하려는 미진한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하노이를 방문한 김정은의 이동수단만 봐도 당시 모든 정황을 추론할 수 있기때문이다. 북한이 굳이 수일이 걸리면서까지 기차를 타고간 이유는 바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위반하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다. 2270호에서는 북한이 타국이 제공하는 항공편이나 선박을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기차밖에는 마땅한 이동수단이 없다. 이것이 왜 중요한냐면, 북한은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에게 모범국가처럼 보이고 싶었음을 의미한다. 북한에 가해진 모든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마당에 하노이 회담장으로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하면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북한이 항공기나 선박으로 하노이에 갔다면, 북한은 협상 테이블 위에 제재완화 자체를 올려놓을 수가 없다. 제재를 위반하고 온 북한이 제재를 풀어 달라는 모순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회담이 결렬되었음에도 김정은은 고생을 무릅쓰고 다시 열차를 타고 평양으로 복귀했다. 그만큼 미국에게 “우리 북한은 착실하게 유엔 제재를 지키고 있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따라서 그만큼 북한은 제재 완화가 북한의 최고존엄인 김정은 조차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할 만큼 절실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분석하면, 분명 미국측이 주장한 북한의 모든 대북제재 완화 요청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하노이 회담 그 이후, 북한의 자기 만족과 매드독 딜레마의 종결

지금 이상태에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다음 움직임은 북한의 자체적인 만족에 달렸다. 자체적 만족이란 북한의 경제적 회복을 의미한다. 강하게 북을 옥죄는 경제제재 속에서도 중국이나 남한 등에서 보내주는 지원이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부족함을 얼마나 충족시켰는지가 관건이다. 현재 상태에서도 북한이 경제적으로 만족할만큼의 복구를 이미 달성했다면, 더 이상의 회담없이도 자력갱생이 가능하다.

그러나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라도 제재의 일부완화 혹은 전면완화를 얻어 낼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제재의 완화를 통해서 그동안 북한이 거두지 못했던 수익을 단기간에 성취한다면, 더 이상의 대화무드는 없을 것이다. 최소한 당분간은 자력갱생, 국제적 고립주의로 나아가면서 다시 핵도발과 ICBM, SLBM의 완성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것은 다시 분노의 사이클처럼 이미 설득과 화해단계를 넘어서 다시 분노 폭발 및 표출 단계로 이동함을 의미한다. 이때가 오면 우리 정부는 앞선 두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지원 정책의 폐해를 복습하게 될 것이다. 이번 미국 행정부가 목줄을 끝까지 쥐는 것이야 말로 무한궤도처럼 이어져온 매드독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김정은의 특급열차의 제원 최초공개 관련기사 링크
https://kimdongyon.wordpress.com/2019/02/27/us-dprk-train-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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