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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의 배후, 러시아 FSB(구KGB)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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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엘파이스의 대사관 습격 관련보도, 사진=El Pais captured image

-러시아 KGB 스타일로 바라본 대사관 습격사건

-자유조선 향하는 지나친 관심은 도리어 공익에 반하는 행동

-반미감정 유도하는 위장 작전일 가능성 배제 못해

-미국 배후 주장 신문사 좌익성향 신문사, 현 스페인 정권도 사회주의 성향

김동연 공개정보분석가

지난 2월 22일, 주 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들이닥쳐 일부 물건을 탈취해갔다고 전해진다. 이후 자유조선이라는 탈북자지원단체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런데 이번 대사관 습격을 두고 미국의 정보기관인 CIA나 FBI 연루설이 속속 퍼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정확한 물증은 없다.

일단 이번사건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맞지만, 향후 북한정권 타파를 기획 및 추진하는 자유조선의 입장에서는 의도치 않았던 여론의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 때문에 자신들의 활동이 중단되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따라서 현재 언론의 관심은 공익에 반하는 것이다. 도리어 북한 정권을 흔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조직인 자유조선이 불필요한 언론의 보도로 인해 활동이 불가능 해진다면, 분명 이것은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또한 해당 배후에 미국 정보기관 연루설은 반미성향이 강한 스페인 현지 언론과 정부의 주장에 불과하다. 일부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 어디에도 객관적인 자료나 증거는 없다. 더군다나 공작의 방식만을 보고서 이것은 “미국 스타일”, 이것은 “소련 스타일”이라는 것은 이현령 비현령식 주장이다. 공작(covert action)은 무슨 ISO 9001마냥 체계화된 형식으로 동일한 전술이 사용되는게 아니다. 공작은 항시 창의로워야 하고, 배후를 헷갈리게 만들어야 성공적인 공작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의 배후를 러시아의 FSB의 (구 KGB) SVR이 감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보는 시각에 따라서 공작의 배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러시아 정보부는 액티브 매져스(Active Measures)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배후를 타국의 정보기관으로 위장시키는 능력도 탁월하다고 알려졌다. 액티브 매져스란 소련 정보기관이 사용하는 것으로 주로 기만, 위장, 공작, 선전 및 선동 등을 통해 적국의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고도의 전략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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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군의 폴란드 점령. 사진=위키미디어

배후를 속이거나 뒤집어 씌우는 구소련 공작의 전례

구소련의 대표적인 위장 및 기만 사례로는 카틴 숲 대학살 (Katyn Massacre)이 있다. 1940년대 소련이 폴란드의 군 장교와 정보장교 약 22,000명을 무참히 죽인 사건이다. 당시 학살은 KGB의 전신인 NKVD가 주관했고, 학살 이후에는 해당 사건을 마치 독일의 나치가 자행한 것으로 위장시켰다. 그러나 나중에 관계자 증언과 현장 증거 등을 통해서 해당 학살이 소련의 만행으로 들통이 났다. 이런 형태의 위장은 정보기관 사이에서는 흔하고 러시아 등에서도 자주 사용한다.

이 외에도 KGB의 여론몰이를 유도하는 선전 및 선동 사례로는 “작전명 전염 (Opeation Infektion)” 이 있다. 이는 1980년대 레이건 정부를 겨냥한 KGB의 고도의 여론조작 사건이다. 당시 처음으로 등장했던 신종질병인 에이즈(AIDS)를 소련은 미 육군의 실험실에서 만든 생화학무기의 일부가 외부로 유출된 것이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렸다. 당시 에이즈는 지금의 메르스처럼 무서운 질병이었고, 새로 등장한 질병이라 사람들은 어떤 경로로 감염되는지 조차 몰랐다. 에이즈를 마치 감기와 같은 질병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해당 주장도 당시 전세계 반미 및 진보성향을 가진 언론 매체를 통해서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 내용은 삽시간에 전세계 매체로 전파되었고,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미국 내에서는 미국 정부를 공격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레이건의 대소련 정책을 비판하고, 정부가 에이즈 개발을 당장 멈추라는 목소리가 커져만 갔다. 이 소련의 작전은 나중에 전직 정보관계자가 일부 매체를 통해 감회를 밝히면서 알려졌다. 그 발언의 내용을 요약하면, 당시 소련 KGB의 선동작전을 구상한 요원들 마저도 예상치 못한 파급력에 놀랐다고 전해진다. 당시 소련에 위협적인 레이건 정권에 타격을 주기위해 해당 거짓 선동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만큼 소련의 액티브 매져스는 위협적이며 대상국을 초토화시킬 저력을 가지고 있다.

사건 발생국은 반미성향의 스페인 정부와 좌익성향의 신문사, 엘 파이스

이번 사건의 발생국은 스페인이다. 스페인 현지 매체들은 해당 사건이 발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 대사관 습격사건을 집중조명하고 있다. 엘 파이스(El Pais) 신문사 등이 이 내용을 심층적으로 보도중이다. 엘 파이스는 현지에서 진보성향이 강한 매체다. 해당 매체는 CIA 배후설을 보도했고, CIA의 배후를 최초 언급한 것은 현지 경찰 및 조사기관 (현지 정보부CNI)이다. 현재 스페인 정부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운영하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는 사회주의 성향의 인물로 스페인 사회노동당의 대표출신이다. 스페인과 미국의 관계도 양국의 정상이 서로 반대되는 정당의 출신 때문에 그리 반기는 편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발생한 사건을 단순히 미국을 배후로 보는 것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국가들의 보이지 않는 고도의 심리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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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유조선 홈페이지 캡처.

문건 탈취 위해 소방관 위장한 KGB의 전례

KGB는 대사관 습격 및 공격에 수많은 전례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 러시아 미국 대사관 화재 사건이다. 1977년 모스크바에 있던 미국 대사관에서는 정체불명의 화재가 발생했다. 미국 대사관 관계자들은 즉각 대피했고, 현지 소방관들이 대사관에 들어가 화재를 진압했다. 그런데 해당 화재는 KGB가 설계한 화재였다. 당시 냉전이 한창이던 양국의 관계는 대립했고, 양국의 정보기관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지속되는 나날이었다. 그러던 중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이 가지고 있는 소련에 관련된 정보를 탈취하고자 대사관 잠입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화재를 일으켰다. 당시 화재 진압이후 CIA 는 문건의 일부가 사라졌음을 확인했고, 건물로 진입한 소방관의 신원을 조사한 끝에 KGB 요원들이었음을 확인했다. 이런 화재 사건은 양국의 대립이 고조될때마다 발생했는데, 1991년 한번 더 화재가 발생, 동일한 방식으로 문건 등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관련보도에서도 대사관이 물적 피해 등이 상당했다고 묘사되어 있다.

모스크바 1991년 화재 관련 뉴욕타임즈 뉴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1991/03/29/world/american-embassy-in-moscow-is-severely-damaged-by-fire.html

미국 대사관 고주파 방해한 KGB

1950년부터 70년대까지 KGB가 미국 대사관의 대사 방을 조준하여 안테나를 설치하기도 했다. 해당 안테나를 통해서 대사를 비롯한 대사관 관계자들의 고주파 신호에 장시간 노출됐다. 이 사건은 “모스크바 시그널”로 불린다. 당시 대사관에 방사된 신호 등을 분석하여, 동일한 조건으로 미국의 국방부 실험실에서 조사한 결과, 이런 신호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인간의 신체에 여러가지 부작용을 유발함을 확인했다. 실제로 대사관 관계자들은 혈액의 백혈구 수치가 불규칙적으로 나타났고, 암 발병률이 급상승했다.

이렇듯 러시아의 대사관 공격은 여러 전례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하여 여러가지 작전을 펼친바 있다. 공작의 특성상 배후를 모르게 하기 위해서는 의도된 위장과 기만도 동반된다. 즉 A라는 국가가 일부러 B 국가가 한 것과 같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배후를 단언하기 어렵다. 이번 대사관 습격의 목적이 무엇인지가 아직까지 가려지지 않았다. 목적과 의도를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후를 미국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큰 실수다.

만약 러시아측이 미국의 차기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해 스페인을 통해서 미국 여론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또는 아무런 배후없이 자유조선이 자체적으로 이번 사건을 준비하여 습격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 체제를 공격하는 자유조선의 조직 특징만을 보고서 미국 정보기관설 운운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반드시 스페인 현지 정치적 상황과 과거 유사 사례의 전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분석을 요한다.

만약 미국이 배후라면, 해당 작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복잡한 심의절차를 사전에 미 의회 등을 통해서 승인받아야 한다. 스페인은 전쟁이 발생중인 국가가 아니다. 이런 국가를 상대로 군사작전이 아니라 평시에 공작을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빈라덴 제거작전 등은 테러 배후자 색출 등의 정당한 관련 법이 있고, 직,간접적 전쟁국 등에 연루된 곳에서 자행된 임무였기에 가능했다.

또한 해당 작전은 특수부대 군인이 시행한 것으로 미국 대통령 승인만으로 감행할 수 있다. 군사적 작전은 미국의 법전, Title 10 에 의거하며, 대통령 승인만으로 추진될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인 공작은 평시 비전쟁국에서 감행된 공작으로 미국의 정보기관이 연루되었다면, 향후 의회의 감시위원회 청문회 등을 쉽게 통과할 수 없다. 설사 승인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여론의 파장을 고려치 않고 작전을 감행하는 무모한 판단을 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사건이 흥미로운 것은 여론이 미국이 한 것처럼 믿기 매우 쉬운 구조라는 점이다. 당시 미북정상회담 약 1주일 전에 발생했다는 시기가 맞물려 있다. 또한 미북간 회담 결렬 등 미국과 북한의 외교적 관계가 틀어질 상황이 놓여있는 상태에서 이런 무모한 공작을 밀어부쳤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우며, 제3국 등에서 미국이 한 것처럼 보이기를 바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이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고려하는 등 다각도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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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당 대표출신의 산체스 스페인 총리. 사진=Wikimedia

언론이 접근할 수 없는 사건 현장, 모호성을 악용한 공작

이 사안은 스페인 현지 정보부가 러시아나 타 국가와 연계하여 진행한 작전일 가능성도 있다. 이런 공작이라면, 프록시(대리, proxy) 공작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그 내막을 100% 규명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사건 현장인 북한 대사관을 외부에서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 사건의 핵심인 사건현장 취재가 가로막혀 있다는 점은 공작을 주도한 세력의 입장에서는 호재다. 언론을 통해 얼마든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확산시킬 수 있기때문이다. 외부 언론에서는 그저 “그랬다더라”라는 미확인 정보의 흐름대로 유통하기 좋은 구조다.

즉 현재 상황은 사건 현장을 통제한 스페인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리고 북한이다. 북한은 이미 공식적으로 이번 사건을 미국이 배후라는 것에 힘을 실어주는듯한 공식 발언을 하기도 했다. 스페인과 북한의 관계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 정부인 스페인과 현지 좌익성향 언론의 ‘미국 배후설’을 그대로 믿고 있는 국내 언론의 보도와 명확한 증거도 없이, 일부 전문가들이 최초 보도만 믿고 미국설을 부추기는 모양새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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