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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되돌리면 꼭 사고 싶은 1970~90년대 레트로 스포츠카 3종

-벤츠가 만든 에볼루션? 190E 2.5-16 Evo II

-포드 VS 페라리 만큼 재미있을 란치아 스트라토스의 스토리

-미국판 스트라토스는 포드 RS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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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version lancia stratos.

김동연 자동차 칼럼니스트

레트로는 돌고 도는 유행이다. 21세기가 되어도, 또 22세기가 되어도 레트로 감성은 돌아온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서 IoT 사물 인터넷으로 차 안에서 집의 조명을 끄고 켜고, 자동으로 주차를 한다고 하더라도, 키 박스에 키를 꼽고 돌리던 레트로의 추억은 잊을 수 없다.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지구 온난화 따위는 걱정없이, 고배기량 엔진에 너도 나도 터보를 때려 넣던 자동차 회사들의 객기와 도전은 다시는 볼 수 없는 추억이 됐다. 앞으로는 내연기관 엔진소리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또 터보가 무엇인지 모를 신생아들이 태어나리라.

요즘 애들은 모를, 그러나 우리들 추억 속에 깃든 차들의 기억을 다시 꺼내보자. 지금 내 주머니에 넉넉히 돈이 있고, 다시 수십년 전으로 시계를 돌릴 수 있다면. 무슨 차의 키를 주머니에 넣을 것인가? 물론 이 지구 안에서 파는 모든 차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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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용 스트라토스 photo=wikimedia
  1. 란치아 스트라토스 HF (70년대 레트로)

이탈리아의 감성이 무엇인지. 요즘 애들은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정도에 감탄할테지만, 진정 70년대 이탈리아 레트로 감성은 란치아 스트라토스 (Lancia Stratos) HF가 아닐까. HF는 High Fidelity의 약자로 고성능을 의미한다. 스트라토스는 생김새부터가 외계에서 온듯하다. 차의 이름과 유사한 스트라토스피어(Stratosphere)는 성층권을 의미한다. 정말로 이 차는 지구 밖 성층권에서 날아 온듯한 모양이다.

아마도 가장 아름다운 미드십 레이아웃 디자인을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없이 이 차를 꼽을 것이다. 70년대 만들어진 차임에도 요즘 길거리에서 만나도 남녀노소 누구든 고개가 차를 따라 돌아갈만한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시간이 지나도 어색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탈리아의 디자인 명가, 베르토네(Bertone)의 마르첼로 간디니에 의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간디니는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로 당시 람보르기니 미우라와 디아블로 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이탈디자인의 디자인 장인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쌍벽을 이루는 인물이다. 참고로 현대자동차의 포니를 디자인한 사람이 주지아로다. 정주영 회장이 직접 주지아로를 설득해서 포니의 디자인을 맡긴 일화는 유명하다.

스트라토스는 1973년부터 78년까지 고작 5년동안만 생산된 차량으로 총 490 여대만 만들어진 희귀차량이다. 만든 이유는 당시 세계랠리챔피언십(WRC)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란치아는 랠리 제패를 위해 무에서 유를 만든다. 당시 랠리 규정상 걸림돌은 반드시 양산차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것이었다. 양산차의 기준은 400대 이상 생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당 기준치 충족을 위해 최소대수만 제작된 차량이다. 한마디로 랠리를 위해 탄생한 차였기 때문에 겉모습은 포장된 온로드 전용 수퍼카 같지만, 실제로는 오프로드 주행에 최적화된 디자인이다. 전면부와 후면부의 디자인이 노면의 요철에 거슬리지 않게 설계되었다. 특히 전면부는 마치 수륙양용차량을 연상할 정도로 범퍼의 형상이 요철을 넘기에 걸리는 게 없다.

휠 하우스의 구조도 다양한 셋업이 가능하도록 여유공간이 충분하다. 실제로 다양한 종류의 타이어와 휠을 장착할 수 있는 구조다. 얼핏 보면 사막이나 모래 위를 달리는 버기카(Buggy car)처럼 험로 주파에 용이한 하체 셋업으로 디자인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본닛도 사선으로 내려가는 형태로 실내에서 넓은 전방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차량의 캐빈부터 엔진베이로 연결되는 부분에 빌트인 필러 같은 구조가 전복시에도 운전자와 엔진부를 보호할 수 있다. 랠리를 위해 만들어진 덕분에 1974, 1975, 1976년 챔피언십 타이틀을 연속으로 거머쥐었다.

스트라토스는 엔진 스펙과 셋업에 따라 다르지만 4기통 1.6리터 Ferrari tipo 236 엔진을 탑재한 경우 190마력을 뿜어냈다. V6엔진 탑재도 가능하고 6기통으로는 최대 300마력까지 낼 수 있다. 차량의 무게는 엔진 중량에 따라 다르지만 1,000kg를 넘지 않는게 스트라토스의 최대 장점이다. 미드십 엔진에 보통 900킬로그램 정도의 무게를 가졌기 때문에 코너 주파속도가 빨랐다. 지금은 보기 드문 독특한 차량으로 매니아들 사이에서 시간을 돌리면 가지고 싶은 레트로 차로 꼽힌다. 영국의 로터스 엘리스나 도요타의 MR2 등과 비교해도 희귀한 오프로드 미드십 수퍼카다. 현재 스트라토스는 그 매물 자체가 잘 없지만, 구하기만 하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진귀한 차가 되었다.

최근 나온 자동차 영화 중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의 이야기를 담은 “포드 VS 페라리”만큼 재미있는 자동차 이야기를 꼽으라면 아마도 이 란치아 스트라토스 이야기일 것이다. 영화 업계에서 시나리오를 만들 필요 없이 이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화 해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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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E EvoII. photo=wikimedia
  1. 메르세데스 벤츠 190E Evolution II (90년대 레트로)

미쓰비시의 랜서 에볼루션은 들어봤는데, 벤츠 에볼루션이라니? 혹자는 뭔 소린가 눈이 커질지도 모른다. 일단 확실한 것은 자동차 이름에 에볼루션이 붙으면, 굉장해진다. 이 벤츠도 그러하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드명으로는 W201에 해당하는 벤츠다.

벤츠의 콤펙트 세단인 C 클래스가 출시되기 전에 나왔던 벤츠라서 오늘날 C 클래스의 증조 할아버지 같은 모델이다. 그 중에서도 소위 EVO II로 불리는 모델은 1990년부터 91년까지 꼴랑 1년동안만 만들어진 희귀 벤츠다. 에보라는 이름이 붙은 건 그만큼 특별한 코스워스(Cosworth) 엔진이 장착되었기 때문이다. 2.5리터 16벨브 4기통 엔진은 235마력을 뿜어냈다. 제로백은 6.8초다. 지금 기준으로는 그리 놀라운 성능은 아니지만 당대 4도어 세단으로서는 분명 남다른 성능이었다.

이 차량은 최근 다시 주목받는데 그 이유는 벤츠의 전통을 부각하는 각진 디자인 때문이다. 검은색과 최고의 궁합을 보이는 이 차량은 레트로 감성의 정점을 찍는 차다. 특히 이 차량의 에어로파츠는 당시 스투르가르트 대학에서 개발한 특수 스포일러를 장착하면서 주목받는다. 스포일러의 높이가 차량의 루프 라인에 가까울 정도로 높았다. 과해보이는 디자인이었지만 실제 공기저항을 0.29cd 까지 낮추는 효과를 냈다. 이후 190E를 구매한 소비자들도 이 스포일러를 흉내낸 에프터마켓 파츠를 부착하기도 했다.

190E은 배기량을 키워 독일 투어링 챔피언십인 DTM에도 출전하여 당시 BMW M3와 겨루기도 했다. DMT에 출전한 차량에 장착한 디쉬타입의 레이싱 휠은 특유의 멋을 자아낸다. Evo II에는 6스포크 휠이 장착됐다. 190E는 이벤트성 서킷 경기도 열었고, 당시 F1 레전드인 아일톤 세나가 몰면서 더 유명해졌다.

여담이지만 북한에서 W201 벤츠를 독일 본사는 모른채로 무단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갱생 88이라 부른다. 레플리카 형태로 제작한 것이며, 벤츠 본사와 논의없는 라이선스 생산이 아니라서 국제적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 북한에는 유럽과 구소련, 중국에서 수입된 차량들이 일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벤츠였고, 이 차량을 무단으로 레플리카로 만들어서 일부 운용되었다. 차량의 파츠를 독일에서 태국을 경유해서 가지고 들어간 뒤 조립하였고, 엔진은 러시아산 4기통 엔진을 조합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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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d RS 200. photo=wikimedia
  1. 포드 RS 200 (80년대 레트로)

마지막은 미국의 포드다. 최근 포드 VS 페라리로 주목받는 브랜드이자, 포드 GT40 만큼 멋진 차다. 포드이지만 메이드인 아메리카 (Made In America) 라고는 부를 수 없는 차랄까. RS200이다. 이 차는 사실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이 차도 앞서 언급한 란치아 스트라토스와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포드의 스트라토스랄까. 이 차도 랠리 우승을 위해서 제작한 차량으로 당시 규정상 양산차만 베이스로 출전해야 했다. 규정상 양산모델 200대를 제작해야 했다. 따라서 스트라토스보다 더 희귀한 대수만 제작되었다. 1984년에서 86년까지 약 220여대 정도가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다. 200대 중 수십여대가 경기에 출전했고, 출전 안한 차량은 분해되어 스페어 파츠로 사용되기도 했다.

RS200은 독특한 1800cc 4기통 엔진을 미드십으로 장착한 4륜구동 방식의 차량이다. 코스워스(Cosworth)가 제작에 참여한 이 엔진의 스트로크는 77.6 밀리미터로 숏스트로크 구조의 고회전 엔진이며, 싱글 터보차저까지 조합했다. 엔진 압축비는 7.2:1로 터보차저는 1.6바(Bar)를 걸 수 있다. 이런 극강의 셋업은 4기통 엔진임에도 무려 450마력을 뿜어낸다. 레이싱용이 아닌 양산용 250마력을 뿜어낸다. 레이싱 모델은 나중에 배기량을 2100cc까지 키운 뒤 터보조합을 강화해서 580마력에서 최대 820마력 셋업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다. 2100cc 버전은 총 24대만 제작됐다. 트랜스미션은 5단 수동이며 종감속이 무려 4.375 였다. 제로백은 3.8초다. 제작된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차가 오늘날의 기준으로 엄청난 가속도다. 차량의 무게도 1050kg 정도로 상당히 가볍다. 미국판 스트라토스라 불러도 될 정도다. 가벼운 이유는 당시에는 첨단 소재인 플라스틱과 파이버글래스를 조합한 복합소재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최근 이 차량이 다시 주목받은 것은 미국의 랠리 드라이버인 켄 블락(Ken Block) 덕분이다. 켄 블락의 차량 스폰서인 포드의 도움으로 RS200을 제공받아 켄 블락은 해당 차량을 튜닝해서 700마력의 괴물로 만들었다. 레이싱용 연료를 주입하면 800마력까지 나온다고 한다.

세계적인 수퍼카 업체들조차도 이제는 전기차를 출시하는 시대가 됐다. 내연기관 엔진이 뿜어내던 소리가 사라지고, 키 박스가 사라지고, 기어박스의 기어 시프터가 사라지고 있다. 반면 대시보드에는 달리는 것과는 아무 연관이 없는 다양한 버튼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지금 내 차의 기어가 몇 단인지는 알려주지 않고, 요란한 그래픽이 내일 날씨를 알려주는 게 자동차의 기준이 됐다. 달리는 것이라는 본연의 맛을 잃어가는 자동차의 모습이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기름 냄새나는 자동차의 추억을 공유할 수 없는 시대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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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과 그 이후의 미래를 알고픈 사람들을 위한 추천도서]
도서:
Unintended Future: for the mankind who want to know the unknown future
예기치 못한 미래: 미지 (未知) 의 미래를 알고자 하는 인류를 위해

저자: Donna Kim (김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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