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자동차 칼럼니스트
2021년, 애플이 현대 경영진을 만나 이른바, ‘애플카’ 생산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단 보도가 나왔다. 이어, 애플이 일본의 도요타와도 비슷한 협의를 진행중이란 이야기도 이어졌다. 이후 현대는 떠도는 풍문을 바로 잡겠단 식으로 ‘협상은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당시 현대는 애플과의 협력이 무산에 따른 업계 파장을 최소화하려 했단 분석이다.
해당 보도 직후 현대 공시가 무려 10조가 사라졌단 기사까지 나오는 등 국내외 기대감은 한순간에 사그라 들었다. 애플의 구상과 현대의 구상간 간극의 차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의 구상은 기존 반도체 시장의 팹리스(Fabless)와 파운드리(Foundry) 생태계와 유사한 방식으로 현대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즉 애플은 자동차 설계의 두뇌 역할만 수행할 뿐, 모든 생산과 그 책임은 현대에 일임하는 것이다. 이 구조의 문제는 생산수요 예측을 비롯한 각종 생산의 부담을 현대가 모두 떠안는 구조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 구조에선 차량 설계에 현대는 관여할 수 없고, 오로지 애플의 OEM 공장처럼 차량만 찍어내야 했을 것이다.
이미 애플이 대만의 TSMC나 삼성과 구축한 반도체 업계 캐미스트리(chemistry)를 살펴봤을 때, 현대는 애플의 확실한 ‘을’이 되는 구조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난색을 표한 현대와 애플은 사업이 모두 백지화가 되었고, 유사한 결과가 일본 도요타와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애플은 독자적인 생산구조를 구축하겠단 로드맵을 잡고, 최근 몇 년간 각 자동차 시장에서 유명하단 전문가들을 모두 영입하는 모양새다. 여기에는 대량 양산차 회사출신은 물론, 전기차 기업, 수퍼카 기업 출신까지 업계 올스타 팀을 꾸린 상태다.
이런 가운데, 대략 일주일 전에는 이탈리아 수퍼카 메이커인 람보르기니의 전문가인 루이지 타라보렐리 (Luigi Taraborrelli)를 채용했다. 그는 람보르기니에서 20년간 근무한 전문가로서 자동차 생산에 대한 거의 모든 부분의 전문성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수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가 지속적으로 신차를 출시하며, 명맥을 유지하는 데에도 기여한 인물로 알려졌다.
특히 루이지 타라보렐리는 엔지니어링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마케팅 등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고 알려졌다. 그가 애플에 영입되기 직전에는 람보르기니의 차량 섀시와 차체 역학(Vehicle Dynamics) 부분의 연구개발의 총괄업무를 수행해왔다.
애플은 앞서 BMW의 전기차 사업분야 최고경영진을 영입했고, 테슬라의 자율주행 담당 총괄도 영입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 애플이 주도하는 차세대 자율주행 그린카 (이른 바 애플카) 개발은 업계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역량을 한데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업계의 소문에 의하면, 애플이 만든 애플카는 운전석 개념이 없는 차량으로 아예 차량 조작을 위한 스티어링휠(핸들) 자체가 없이 출시된다고 한다. 이 말대로라면, 업계 자율주행 및 전기차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초격차 혁신일 수 있다.

이러한 소문에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이 선보인 신차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바이두(Baidu)가 지난 7월 21일 스티어링 휠이 없는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아마도 이 차량이 애플카와 가장 유사한 컨셉을 차용한 차량으로 보인다. 바이두는 스티어링 휠을 옵션사항으로 별매로 제공할 예정이다. 그러니깐 자율주행에 대한 불안한 오너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스티어링 휠을 구매해야 한다는 소리다.
애플의 경우는 스티어링 휠을 옵션으로 제공여부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강력한 자신감을 토대로 아예 스티어링 장착 없는 형태로 내놓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다만, 애플카 사업이 순항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앞서 테슬라의 자율주행 전문가가 올해 5월 말, 애플카 팀을 떠났다. 그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는 부분도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올스타 팀을 꾸리긴 했지만, 아무래도 각 브랜드에서 전문성 많은 고위급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상호간 의견수렴이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 각 전문가들은 자기들이 수십년간 해온 방식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있는데, 그런 전문가들만 모여 있다보니, 그 의견들을 종합하는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단 의미다. 애플은 2024년부터는 차량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양산까지는 몇 년 더 걸릴 수 있단 분석도 있다.
결과적으로 애플이 내놓을 결과물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간’ 형국일지, 아니면 과거 첫 등장 후 세상을 뒤흔들었던 ‘아이폰’에 비견될 역작일지는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기존 양산차 업계는 애플의 신차를 어느정도 견제와 함께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애플에게 ‘자동차 시장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무언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애플카가 내놓을 기술들이 과연 얼마나 파격적일지에 따라서, 향후 업계 전반의 분위기 쇄신에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만은 확실하다.
물론 차량 구매를 앞둔 소비자들 입장에선 불리한 부분도 있다. 애플이 추진하는 일방적 수리정책이나 상업적 접근법은 지극히 차량 오너들에겐 불리한 형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최근 일부 자동차 메이커들이 ‘구독(subscribe)’결제 방식의 차량 옵션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그러니깐 구매한 차량에서 열선 시트 기능을 쓰려면 월 얼마의 구독료를 지불해야 하는 식이다. 출고부터 풀옵션으로 생산된 차량의 옵션 기능을 구독료를 지불한 오너에게만 제공하는 방식을 유럽의 메이커들이 고려중이다. 향후 애플의 상업적 전략이 이런 업계 분위기에 기름을 부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