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사, 자동차, 칼럼

“내차는 수입차라서 고급유” 라는 헛소리

-수입차는 무조건 고급유 넣어야 하나?
-스포츠카는 고급유?
-터보 차량은 고급유 넣어야 하나?

김동연 자동차 칼럼니스트

국내 대부분의 고급차 오너, 수입차 오너들은 주저없이 고급유를 넣는다. 국제 유가가 떨어지고, 기름값이 떨어져도 고급유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비싼 돈을 주고 넣어야 한다. 특히 지방이라도 가면, 고급유 주유소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 오너들은 소위 ‘말통’이라 부르는 기름통에 고급유를 챙겨다니기도 한다. 이런 고통을 감수하면서라도 고급유 넣기를 멈출 수 없다. 고급유 오너들은 말 못할 고충이 있음에도 자신의 차는 반드시 고급유를 넣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정말 내차는 수입차라서, 내차는 고급차라서, 내차는 스포츠카라서 무조건 고급유를 넣어야 할까? 일반인들에게 고급유가 무엇이냐 물으면, 대부분은 고(高)옥탄, 높은 옥탄가를 운운한다. 그럼 높은 옥탄가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 물으면, ‘질이 좋은 연료’이기에 ‘무조건 차에 좋다’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고급유 오너들은 고급유를 주유하면서, 마치 차에 보약이나 보충제를 먹이는 듯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고급유의 고옥탄이 가지는 의미는 바로 지연점화, delayed explosion/slow burn 이다. 고옥탄은 내연기관의 4행정중 폭발행정이 발생하는 시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엔진의 피스톤 스트로크가 최대 지점에 도달했을 때 폭발행정이 발생하는가 여부에 영향을 준다. 만약 저옥탄 연료의 경우에는 당초 엔진이 설계된 폭발시점에 폭발하지 않고, 미리 폭발하게 된다. 이 경우라면 엔진은 최대 효율을 뽑아낼 수 없고 엔진 노킹을 유발한다. 즉 당초 엔진을 설계때부터 고려된 폭발타이밍에 폭발이 발생해야만 엔진은 불완전 연소없이, 성능과 연비 모두에서 효과를 보게 된다. 

그럼 어떤 차에 고급유를 주유해야 하나? 이러한 엔진의 폭발타이밍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차량의 엔진 스펙에는 압축비(Compression Ratio)가 있다. 바로 이 압축비를 고려해야 한다. 보통 높은 압축비의 차량은 압축비가 10:1을 상회한다. 논터보, 즉 자연흡기(N/A) 가솔린 스포츠카 등의 경우 그 압축비가 11:1~13:1 정도가 나온다. 즉 차량의 엔진이 출고때부터 고회전 고성능을 발휘하기 위해 높은 압축비로 제작된 것이다.

레이싱 경기에 투입되는 논터보 레이싱카의 경우에는 압축비가 14:1, 15:1 까지도 있다. 과거 F1 차량의 경우에는 압축비가 17:1 내외다. 압축비가 높은 고회전 가솔린 엔진은 대부분은 7000RPM 이상을 낼 수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레이싱 차량은 10,000 RPM 이상도 많다.

즉 차량의 엔진 압축비가 높으면, 고급유를 주유해야만 한다. 압축비가 높은 차량에 옥탄가가 낮은 일반유를 주유하면 폭발행정이 미리 발생하면서 엔진 효율이 떨어진다. 심하면 엔진 내부에 데미지가 축적되고, 엔진을 망치게 된다. 반대로 압축비가 낮은 차량에 고옥탄 고급유를 넣어도 엔진에 좋지 않다. 차량의 압축비가 애당초 낮기때문에 고옥탄 연료의 폭발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차량이 연료를 소화하지 못하면서 낮은 출력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사람으로치면 소화불량을 겪는 셈이다.

압축비가 높은 차량에 저옥탄 연료를 주유하면, 당연히 엔진의 최고 RPM을 뽑아내는데도 무리가 있다. 따라서 자신의 차량의 압축비를 보고 주유하는 유종을 선택하는 것을 권장한다. 보통 압축비가 12:1 정도면 옥탄가 92 이상을 주유할 것을 권장하며, 98 정도면 설계 성능을 보장한다고 알려졌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압축비가 높은 차량들은 차량 매뉴얼에 주유해야 하는 연료의 옥탄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두고 있다. 가령 “이 차량은 옥탄가 93 이상을 주유해야 한다”고 쓰여 있는 식이다.

최근에는 출시되는 대부분의 차량들은 터보차저를 장착하고 있다. 대부분의 터보차저를 올린 차량은 엔진 압축비가 높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과급되는 부스트를 실린더가 버텨내려면 압축비가 10:1 이상으로 세팅되기 어렵다. 오히려 압축비를 낮게 세팅하여, 더 강한 부스트를 걸려고도 한다.  특히 대용량 터보를 장착하거나, 트윈터보를 장착한 스포츠 모델의 경우는 압축비가 9:1 내외로 나오고 있다. 그만큼 과급되는 부하를 버텨내기 위함이다. 터보차저 차량의 경우 과급되는 압력(부스트) 때문에 엔진 자체의 압축비가 낮은 편이지만, 걸리는 부스트를 고려했을 때 고급유가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이런 과급차종은 제조사의 권장 옥탄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대부분의 수입차 딜러들조차 무조건 고급유를 넣는 것을 권장한다. 제대로 압축비나 제조사 지침도 확인하지 않고서 말이다. 최근 터보차저 과급차량이 늘어나면서 유럽 등에서는 고급유의 세팅도 과급차량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가령 압축비가 9:1 인 차량에 대용량 터보가 장착되어 1.5바(Bar)정도를 건다면, 엔진 압축비는 대략 21:1이 된다. 따라서 이런 과급차량은 고급유를 필요로 할 수 있다. 과급차량은 제조사에서 고급유를 권장하는지 파악한 후에 고급유를 선택하기 바란다. 

과도한 과급으로 성능을 뽑아내는 스포츠카(세단)들은 엔진 압축비 외에 걸리는 부하가 커지면서 지연점화를 요할 수도 있다. 만약 일반유도 상관이 없는 터보차저의 경우에는 고급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지연점화로 인해 적기에 폭발행정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출력저하가 나타날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차량에 고급유를 넣고 효과를 보았다면, 지연점화 때문이라기 보다는 고급유에 포함된 다양한 기능성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가령 윤활성, 연소성 등이 일반유 대비 좋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고급유 선택은 우선적으로 차량의 압축비를 보고 유종을 택하는게 좋다. 가령 터보를 장착한 스포츠 해치백 모델 (핫해치) 등은 차량의 압축비가 고급유와 일반유의 경계에 서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차량들은 압축비가 보통 10:1 정도다. 이런 경우는 터보차저의 용량이 크지 않아서 일반유를 넣으나, 고급유를 넣으나 그 차이가 미비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고급유 효과를 볼 수 있는 차는 고회전의 압축비가 높은 논터보(자연흡기) 차량들이다. 논터보로 거의 9000 RPM까지 뽑아내는 구형 포르쉐 911 GT3 RS (991)  모델의 경우 압축비가 무려 12.9:1 이다. 991.2 버전은 엔진 스펙을 더 쥐어짜서 압축비를 13.3:1까지 끌어올렸다. 이런 차량에 고급유는 필수고, 반드시 성능을 보장한다.

구형 논터보 BMW M 시리즈도 제법 효과를 볼 수 있다. 과거 논터보 M3 (E46)은 압축비가 11.5:1다. 논터보 V10 엔진을 장착했던 BMW M5 (E60)은 10기통임에도 최고 RPM이 8260이며, 압축비도 12:1 이다. 최근 출시된 BMW의 M시리즈는 터보차저를 장착하면서 M2, M3의 압축비도 하락하여 대부분 10.2:1 정도로 출시되고 있다. 토요타 86의 경우 논터보 복서 4기통 엔진으로 압축비가 12.5:1 이다. 혼다 S2000과 닛산 350Z는 세부모델마다 다르지만 보통 압축비가 11:1정도다. 이런 차량들은 대체로 ‘고급유빨’을 받는다.  

고급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오히려 출력저하를 유발하는 차종은 논터보 가솔린 차량중 압축비가 10:1 이하인 차량들이다. 압축비가 낮은 논터보 수입산 소형차량 등은 굳이 수입차라고해서 반드시 고급유를 주유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무조건 수입차라서, 고급차라서, 스포츠카라서 고급유를 넣어야 한다는 공식 (수입차=고급유)은 잘못된 것이다. 반드시 고급유를 넣기전에 압축비를 확인하는 것을 권장하고, 터보차저를 장착한 과급모델은 제조사 지침을 확인하기 바란다.

또한 국산 고급차량은 터보차저가 있어도 오너들의 편의를 고려하여, 일반유도 소화하도록 세팅된 경우도 많다. 결과적으로 수입차라서, 스포츠카라서 무조건 고급유 주유는 잘못된 선입견이다. 따라서 엔진 압축비를 고려하여 주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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