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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진 엔진오일 점도, 제조사들의 침묵

[업계분석] 점점낮아지는엔진오일점도, 제조사들은왜침묵할까?

김동연 자동차/모빌리티칼럼니스트

엔진오일이 들어가고 있다.

앞서 필자가 “내차는 고급유라는 헛소리” 라는 주제를 다룬 이후, 일부 자동차 애호가들이 자신의 차량에 맞는 유종을 찾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엔진오일이다. 전부 자신이 교체하는 엔진오일이 최고라는 인식이 많고, 자신의 자동차 지식의 정도를 이 엔진오일 선택방법으로 나누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러면서, 마치 나만 아는 비밀 (맛집)을 찾은 듯이 으스대며, “야, XXX 골드 0W-30이 최고야” 라는 식으로 말하곤 한다.

하나, 엔진오일을 고를 때, 브랜드 중점으로 오일을 선택하거나, 조금 더 깊이 있게 찾아본 사람이라면 기유 (基油, base oil)가 무엇인지에 따라 선택을 하고 있다. 이게 한동안 애호가들 사이에서 알려지자, 일부 국내 엔진오일 브랜드는 제품명을 아예 이 단가가 높은 고성능 기유이름을 붙여서 제품으로 출시까지 했다.

여기서 앞서 언급한 브랜드와 기유에 따른 오일 선택을 두고, 어느 오너가 더 수준 높은 전문가라고 평가하진 않겠다. 각자의 취향과 경험은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본인의 머릿속에 있고, 그러한 선택은 존중받을 수 있다.

다만, 정작 점도(Viscosity)부분에 대한 해석을 간과하고 있으며,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이고, 업계 관계자들도 함구하고 있다. 바로 최근 내연기관 엔진의 턱없이 낮아진 엔진오일 점도다. 여기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별로 없고, 극히 일부 국내외 매니아나, 서킷 레이서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을 뿐이다.
그저 요즘 자동차 트렌드상 엔진오일 점도가 낮아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불과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왠만한 4기통 가솔린 승용차량들의 평균적 공장 출고 엔진오일 점도는 5W-30 정도였다. 그래서 자동차를 모르는 소위 ‘차알못’ 오너들을 위한 자동차 관리법에도 5W-30 점도를 기본적으로 추천하곤 했다.
 


앞자리 “0W” 오일의 시작…

그런데 통상 2015년 전후로 출시된 차량들부터는 엔진오일의 점도가 점차 더 낮아지더니, 최근에는 0W-20, 0W-30, 0W-40, 5W-20 같은 오일이 순정점도로 채택되어 출고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시작되었을 때, 일부 카센터에는 앞자리가 0W 인 오일 재고가 아예 있지도 않았다.

 이런 변화가 강화된 시점은 유럽의 환경기준인 유로6가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때이다. 물론 대략 2010경부터 이런 점도가 사용되기도 했으나, 본격적으로 2015년 기준으로 차량들의 점도는 거의 모든 제조사에서 낮아진다. 혹자는 5W-30이나 0W-20이나 0W-30간 별로 큰 차이가 없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실질적으로 엔진의 성능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며, 특히 튜닝되지 않은 순정엔진 기준에선 상당한 차이를 유발할 여지가 있다. 특히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연비와 환경기준이다.

현재 전세계적 전동화(electrification)는 사실상 2025년경부터 추진될 유로7 때문으로 보는 견해도 업계에는 존재한다. 그 이유는 설명보다는 유로 3부터 유로 6까지를 표현한 아래 그래프를 보면 이해가 쉽다. 내연기관이 4행정이후 연소된 배기를 방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이때 나오는 배기가 정녕 저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지 여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실로 낙타가 바늘구멍에 통과하는 정도의 엄격한 기준이 된다.

점점 강화된 유로기준, 바늘에 낙타가 들어가는 정도다. 2025년, 유로 7을 기대하라.

말도 안되는 유로기준

그럼 저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려면,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선 천문학적 R&D 비용 투자는 당연한 것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배기 기준을 충족함과 동시에 연비는 더 개선되어야 한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당신의 입냄새가 심하다고 매년 마스크를 2겹, 3겹, 10겹 씌워 놓고 선 오래 달리기 기록은 더 빨라야 하고, 더 멀리까지 뛰어야 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가 내놓은 궁여지책이 바로 엔진오일 점도다. 환경기준과 연비를 측정하는 공인방식은 정해져 있다. 특히 연비는 엔진이 정해진 부하에서 최대한 멀리 가야한다. 이 과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저점도 오일을 쓰는 것이다. 오일의 점도가 올라가면 고부하 상황하에서 엔진 보호성은 증가되지만, 중저부하에서는 연비를 깎아먹는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최신 출시되는 대부분의 차량들은 이런 고연비 고효율을 달성하기 위해선 저점도 오일을 순정으로 택하는 것이다. 특히 해외수출을 하는 차량은 타국의 연비기준에서 자사의 테스트 결과와 유사하게 수치가 나오려면 반드시 저점도를 써야만 한다. 혹시라도 터무니 없는 차이가 드러난다면, 국제적으로 허위광고 및 과장광고, 리콜 등의 대가를 치뤄야 한다.

따라서 저점도는 높아진 환경기준과 연비 달성을 위한 자동차 제조사들의 조치다. 그리고 오너들의 입장에서도 만약 광고된 연비와 완전히 다른 연비가 나온다는 사례가 늘어나면, 역시나 집단 소송과 같은 대가를 제조사가 치뤄야 하기 때문에, 공식 서비스센터에서도 저점도 순정오일을 적극 권장한다.
 
10W-60 쓰던 하이 퍼포먼스 모델이 5W-30 이라니…

그런데 저점도 오일은 엔진의 최대 퍼포먼스 발휘를 위해 세팅된 수치가 아니다. 이런 이유에서 자동차 제조사의 고성능 모델의 경우에는 5W-40과 같은 일반 모델 (예: 0W-20) 대비 약간은 더 높은 점도의 오일을 순정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유로 5시행시점인 2009년 무렵만 하더라도, 자동차 제조사들이 얼마나 고점도 오일을 자사의 퍼포먼스 모델에 사용했는지를 확인해보면, 현행 권장 오일 점도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BMW의 E 바디(예: E92) M3 모델의 순정 엔진오일 점도는 무려 10W-60까지 사용이 가능했다. 자연흡기 V8 엔진을 쓰던 E 바디 퍼포먼스 모델이 이런 고점도를 쓰다가 현재 G 바디 M3는 트윈터보 직렬6기통 S58 엔진임에도 5W-30이나 5W-40정도를 쓰고 있다. 일반모델 대비 살짝 높은 점도지만, 과거 유로 기준이 까다롭지 않던 때의 엔진오일 점도와 현재 점도를 보면 분명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이는 BMW 뿐이 아니다.

싱글 빅터빈을 극대화한 4기통 차량인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란에보)도 마찬가지다. 8 (VIII)기형의 순정 엔진오일 점도는 10W-30부터 10W-40까지를 권장했다. 그런데, 10 (X)기형에는 5W-30과 5W-40을 권장한다. 엔진이 4G63 에서 4B11T로 바뀐 점도 있지만, 유로 5 이후부터 자동차 업계 엔진오일 점도가 점차 내려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런 이유에서 최신 벤츠 AMG 트윈터보 모델들조차 대부분 5W-30 정도를 쓴다. 출력은 더 올라가고, 제로백은 더 빠르고, RPM도 더 올라간 신형 엔진 대부분이 더 낮아진 점도를 쓰는 셈이다.

따라서 본인의 차량의 최대 퍼포먼스를 내려면 고점도를 쓰는 게 맞다. 최대 퍼포먼스란 당연히 기본적으로 고RPM을 의미한다. 고RPM을 자주 쓰는 오너라면 순정 점도가 아니라 고점도로 올려야만 엔진 퍼포먼스뿐 아니라, 부하가 걸리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엔진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다.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오일로 고부하가 이어지는 서킷 세션 등에선 아무리 스포츠카라고 해도 오일이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퍼포먼스 튜닝을 한 차량에 고점도는 필수다. 이런 이유에서 하이 퍼포먼스를 지향하는 차량을 위해서 일본 튜너들은 15W-50 같은 특수 점도 오일을 별도로 만들어 팔고 있다. 분명 순정 권장점도는 고작 5W-30 인데 말이다. 수십년동안 튜닝 업계를 선도한 유명 애프터마켓 기업들이 순정 점도와 무려 10W-20 이상 차이나는 고점도 오일을 이유 없이 만들 수는 없다.


제조사들의 이유 있는 침묵

결과적으로 과급된 고배기량 고마력 차량이라거나, 자연흡기 고회전 엔진이라면 기본적으로 고점도를 써야 한다. 이런 하이퍼포먼스 차량을 타고 동네 마실이나 장보기용으로 3000 RPM 내외로만 타지 않는다면 말이다. 엔진오일을 고를 땐, 오일 제조사, 기유를 보기전에 본인 차량의 스펙에 맞는 점도를 고르는 게 기본이다. 또한 아무리 고스펙 퍼포먼스 모델이라도 본인의 운전습관이 3000 RPM 이내로만 탄다면 순정점도로 타도 무방하며, 제조사가 공표한 연비를 충족시킬 수 있다. 높은 점도로 저RPM을 주로 쓴다면, 연비는 떨어지고 엔진 반응도 굼떠질 수 있으니 유의하기 바란다.

제조사들 입장에선 연비와 환경 때문에 퍼포먼스를 포기한 셈이다. 유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차는 당장에 판매 활로가 막히기 때문이다.  유로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차를 해외로 수출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함구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고점도를 쓰라고 말도 할 수 없다. 그러면 공표한 연비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계속 침묵하는 이유다.


 
(추신: 어디가서출처는말하고이야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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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오일 #고급유 #모빌원 #캐스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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