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 성완종 둘을 두고 진행된 각기 다른 조사 검찰이 간과한 태블릿에 대한 수사 4가지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최순실(좌)과 성완종(우) 사진=조선닷컴 캡처 편집
최순실 사건의 시발점은 태블릿 PC였다. 최순실 소유의 태블릿에서 청와대 관련 문건 등을 수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태블릿 PC는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2개가 더 나왔고, 검찰은 해당 태블릿 등이 수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 해왔다.
그런데 이 태블릿 PC를 두고도 당시 수사는 안종범이 필기로 작성했다는 수첩 등에 의존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사건의 연루자들을 불러모아놓고는 누구 누구 이야기가 맞고, 어디에 공통점이 있는지 등을 가려내는 2차원적이고 전통적인 수사기법만을 동원했다. 태블릿 PC가 1대도 아니라 무려 3대나 나왔음에도 그 어디에도 디지털 포렌직(digital forensic, 범죄수사학)에 기반한 수사 기법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당시 최순실의 태블릿이라고 공개되었던 제품의 출시일과 태블릿 안에 들어있던 문서를 수정한 시점이 불일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태블릿의 출시일이 문서 수정일보다 나중이었기때문이다. 즉 출시하지도 않은 태블릿 제품에서 어떻게 출시하기 전에 문서를 수정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를 두고도 삼성과 친분이 두터웠던 최순실이 삼성으로부터 신제품이 출시되기 전부터 손에 넣었을 것이라는 말까지 돌면서 어거지로 퍼즐을 끼워맞추는 모양새를 보였다.  최순실 사건에 풀리지 않는 의문은 아직까지 존재한다. 검찰이 간과한 부분을 짚어본다.
검찰이 간과한 대목 1: GPS 추적
최순실이 소유했다는 태블릿 PC의 기종은 SHV-E140S 이다. 이 제품에는 GPS외에도 글로나스(Glonass)라는 기능이 장착되어 있다. 글로나스는 러시아판 GPS로 러시아가 운영하는 위성추적 장치가 들어있다. 한마디로 미국 위성 기반의 GPS와 러시아 위성 기반의 글로나스까지 함께 장착되어 매우 정교한 위치추적 등이 가능한 제품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검찰은 해당 태블릿 PC의 위치 추적 기록 등을 공개한 바 없으며, 위치를 추적했는지 조차 의문이다.
검찰이 간과한 대목 2: 통화기록 및 기지국
일단 최순실이 소유한 태블릿 PC는 기종 자체가 통화기능이 없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통화를 했다는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통화기록이 있을 것이다. 검찰은 물론 경찰에서도 필요하다면 통화기록을 추적하고 기지국을 통한 통화를 한 위치 등을 찾아낸다.
그런데 최순실 사건에서는 통화기록에서 무엇을 찾아냈다는 식의 말은 하면서도 그 기록 전체를 언론에 공개한 적이 없다. 찾아냈다면 통화를 한 시점과 기지국을 통한 위치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하는데 검찰은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독일을 자주 오갔다는 최순실이 통화를 했다면 분명 로밍 등을 했을 것이고, 독일에서도 태블릿을 사용했다면, 해당 지역에서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
당시 검찰은 물론 모두가 간과한 것 중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다. 박 의원은 한창 최순실게이트 청문회 중이던 2016년 12월 14일 국회에서  최순실의 전화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당시 아무도 박영선 의원에게 이 파일의 입수경위를 묻는 사람이 없었다. 또 이런 중요한 파일을 특검이 아니라 일개 국회의원이 손쉽게 손에 넣은 점에 대해서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해당 녹음 파일이 있다는 말은 곧 녹음 시점을 포함한 통화가 연결된 기지국의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역추적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의원의 손에서 이런 귀한 정보가 술술 나왔고, 특검은 전화통화내용은 물론 통화기록조차 공개하지 못했다.
검찰이 간과한 대목 3: 와이파이 인터넷 접속 기록
태블릿 PC는 물론, 휴대전화, 노트북 컴퓨터 등에는 접속한 와이파이에 대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와이파이에 한 번 접속한 뒤 비밀번호를 집어넣으면 다음에 동일 장소에 가서는 자동으로 인터넷이 연결된다. 이 기록은 컴퓨터를 포멧하거나, 강제로 해당 기록을 지우지 않는이상 남아있다.
일례로 최순실이 독일에서 체류했던 호텔 등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했다면 호텔 와이파이 기록이 태블릿 PC 등에 남아 있어야 한다. 만약 태블릿에 해당 기록이 없다면, 와이파이가 접속되었던 호텔 등의 서버에서 해당 기록을 찾아낼 수도 있다. 이는 전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기록을 토대로 최순실이 언제 어디서 접속하여 문서 등을 수정했는지에 대해서 검찰은 기록을 밝힌 바 없다.
검찰이 간과한 대목 4: pCELL 기록
최순실 태블릿 사건을 보면서 불현듯 떠오른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다. 여러 정치인과 가까웠다고 알려진 그는 마지막 순간 나무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당시 성완종 회장의 마지막 행방을 추적한 경찰이다. 이른 새벽부터 집을 나선 그의 마지막 행선지를 찾기란 어려웠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은 그가 북한산 아래까지 타고간 마을버스에서 촬영된 하차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린 뒤에는 행적은 알 수 없었다. 북한산 입구라 주변에 CCTV가 없었기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기가 막힐 정도로 그의 마지막 행적을 찾아냈다. 바로 휴대전화의 신호를 역추적한 것이다.
경찰이 수사에 사용한 기술은 pCELL(피셀)이라는 신호추적 기법이다. 휴대전화의 GPS기능이 꺼져있는 상태에서도 추적이 가능한 신호 추적방식이다. 물론 GPS가 활성화된 상태라면 정확도는 배가된다.
경찰 등이 보통 사람의 위치를 찾을때 GPS가 여의치 않으면, 기지국을 통해 발신지를 추적한다. 그런데 통화를 하지 않고 통신기기를 가지고만 있어도 pCELL로는 위치를 찾아낼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 기술은 통신기기가 계속해서 뿜어내는 신호에 기반한 것이다. 통신기기는 항상 기지국 등으로 신호를 보내 언제든지 전화를 연결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데, 이때 분출하는 신호가 pCELL이다.
오차범위는 약100m정도이지만 위치와 환경 등에 따라서 오차범위는 더 좁혀질 수도 있다. 경찰은 이 기술을 토대로 성완종 회장이 김기춘 비서실장 집 주변을 마지막으로 배회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최순실 사건에서는 이런 추적기법은 하나도 동원되지 않았다. 경찰도 하는 추적기술인데 특검은 왜 하지 못하는 것인가.
2014년부터 경찰은 꺼져있는 휴대전화의 위치추적도 가능케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즉 전화가 꺼져있다고 해서 위치를 찾아내지 못한다는 핑계조차 통하지 않는 최첨단 시대에 살고 있다. 4차 산업을 논하고 디지털의 최첨단을 달린다는 한국의 검찰이 최순실 수사에서 보여준 모든 수사 기법, 대면조사, 수첩 분석 등은 80년대를 연상케한다.
글=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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