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해밀턴을 당황케 한 2022년 F1의 복병, 폴포이징 현상?
김동연 자동차 칼럼니스트

폴포이징(Porpoising). 이 생소한 단어는 최근 F1(포뮬러원)에서 빈번하게 언급되는 용어다. 폴포이징이란 공기역학에 따른 차체의 상하운동 현상을 말한다. 특히 차량의 다운포스(downforce) 형성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다운포스의 형성이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면서 차체가 위 아래로 떨리는 진동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생소한 용어, 폴포이징이 마지막으로 언급된 건 대략 1980년대 F1 경기에서였다.
70년대에는 이 용어는 이따금씩 언급되었고, 그때만해도 이 현상은 F1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안고가야 할 일종의 고비로 인식됐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80년대 이후 폴포이징이란 용어가 F1 씬에서 재등장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는 인류가 지난 130여년간 발전시킨 분야로 기술의 최정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폴포이징 현상이 2022년 시즌 F1에서 재등장했다.
F1과 공기역학
공기역학(aerodynamics)은 F1 처럼 차량의 평균 주행속도가 시속 100~200km/h를 넘나드는 고속의 경기에선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이유에서 F1 팀에 출전하는 각 팀마다 이 에어로파츠(aero parts)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퍼붓고 있다. 또한 각 파츠도 초경량 탄소섬유(carbon fiber)로 만들었으며, 그 가격도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달한다. 실제로 후방 에어로파츠인 스포일러와 DRS(Drag Reduction System)의 가격이 대략 미화로 $ 9만달러~20만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우리 돈(한화)으로 치면 1억1천만원에서 2억5천만원 정도인 셈이다. F1의 후방 스포일러 가격이 웬만한 스포츠카 가격인 셈이다.
그만큼 F1에서 공기역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남다르다. 또한 FIA의 규정에서도 공기역학 개조에 대한 자유도가 어느정도 보장된다. 이런 이유에서 가끔씩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이나 맥스 베르스타펜(Max Verstappen) 같은 선수들이 휴식시간에 다른 팀의 차량을 염탐(?)하는 장면이 나온다. 특히 해밀턴은 경쟁팀의 에어로 파츠 부분을 면밀히 관찰하여 자신의 팀 메르세데스 매케닉에게 자기가 보고 온 파츠의 생김새 등에 대해 심도있게 언급하는 모습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서킷에서 경쟁팀의 차량과 달려본 드라이버들은 분명히 자신들의 차량이 직선주로에서 더 빠른지, 아니면 코너에서 더 빠른지 등에 대한 확고한 차이를 알 수 있다. 또 선행차의 꽁무니를 쫓아 달리면서 드라이버들은 경쟁차량의 움직임도 자세히 살펴보았기 때문에 어디를 보완하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을 팀에 피력하기도 한다. 특히 후방에서 지켜본 상대방 차량의 DRS 움직임도 중요한 관찰대상이다.

2022년 시즌에 등장한 공기역학적 변수
그런데 그동안 언급된 적 없던 ‘폴포이징’이 왜 갑자기 2022년에 등장했나? 가장 큰 이유는 2022년부터 적용된 신규 차량규정때문이다. FIA는 2022년 시즌부터 파격적으로 차량규정을 바꾼다. 특히 휠(바퀴)의 크기다. 그동안 F1은 13인치 크기의 휠을 사용해왔다. 그런데 2022 시즌부터는 무려 5인치나 키운 18인치 휠을 적용한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그동안 F1에서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FIA에서 이 바뀐 규정에 2가지 큰 명분을 내세운다. 첫째는 양산차에 더 현실적인 규정, 둘째는 후행차에 대한 공기역학적 피해 최소화였다.
양산차에 더 현실적인 규정이란 점은 그동안 F1에서 파생된 기술이 곧장 양산차에 적용되는 사례는 적다. 그만큼 F1 레이싱과 양산차의 간극이 크다는 의미다.
결국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참가한 팀(자동차 제조사)들의 입장에선 F1 차량 개발에 투입한 R&D가 결국 양산차 생산에도 별로 쓸모없는게 되어버린 셈이다. 최근 F1의 기술이 양산차에 적용된 사례로는 브레이킹에 사용한 에너지를 재사용하는 KERS(회생제동) 정도다. 굳이 따져보면 그 외에도 일부 기술(엔진 등)이 적용되고는 있지만, 투자한 비용대비 실질적 효과는 적은 셈이다. 이런 이유에서 FIA의 새 규정은 요즘 양산차들도 많이 장착하는 18인치급 휠로 인치업을 해서, 타이어를 비롯한 휠, 브레이크 등의 파츠에서 얻은 데이터를 양산차에 더 많이 적용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두번째 이유인 후행차량의 공기역학적 피해다. 그동안 F1 차량들은 타 레이싱 대비 선행차량을 바짝 추격하는 후행차량에 상당한 리스크가 있었다. F1의 오픈 휠(open wheel)구조상 선행차의 공기흐름이 바퀴를 지나면서 불안정한 바람을 후행차량에 흘려보낸다. 이 공기는 뒤따르던 차의 전륜부 다운포스에 악영향을 미치게 만든다. 이런 이유에서 뒤따르는 차량은 코너 구간에서 순간적으로 그립(grip)을 잃고, 그대로 미끄러지거나, 언더스티어(understeer)에 휘말리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2022년 시즌의 새로 바뀐 규정은 바퀴의 크기뿐 아니라, 휠 상단부분에 아치형(arc-shape) 에어로 핀을 추가하면서 이런 문제를 보완했다.
흉부 압박과 허리 통증 유발한 폴포이징
결과적으로 FIA의 새로운 차체규정은 모두 좋은 것처럼 보였다. 뿐만 아니라, 2021년 시즌까지는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은 큰 이변이 없는 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 새로운 규정이 하위권 팀들에게도 상위권 탈환의 기회로 작용했다. 하위권 팀들에겐 해볼만한 절호의 기회였던 셈이다. 규정이 바뀌면 모든 팀들이 새로 적응하는 과정이 생기고, 이런 시기에 다시 새로운 상위권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FIA의 장기적인 공기역학적 분석이 부족했던 탓일까. 차츰 거의 모든 팀들은 폴포이징 현상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다. 그런데 이 현상에 큰 피해자는 메르세데스 팀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시즌 루이스 해밀턴과 함께 뛰는 조지 러셀은 이 폴포이징으로 상당한 흉부와 요추 고통을 호소했다. 유사한 고통으로 루이스 해밀턴은 지난 에밀리아 로마냐(Imola) 그랑프리에서 13위로 마쳤다.
7라운드까지 해밀턴의 최고 기록은 3위 단 한번뿐
이 갑작스런 폴포이징 때문에 드라이버들 사이에서도 이 요상한 잔진동에 잘 적응하는 선수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이런 잔진동에도 민감한 선수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됐다. 실제 드라이버들의 콕핏뷰(cockpit view)를 보면, 차량이 저속에선 멀쩡한 것 같다가 가속하면서 갑자기 상하로 떨리는 게 포착된다. 때에 따라선 바닥으로 차체가 확 가라앉는 모습도 보이곤 한다.
지속적인 폴포이징으로 2022 시즌에서 메르세데스의 루이스 해밀턴은 라운드1인 바레인때 3위를 기록한 이후로 지금(라운드7 모나코)까지 3위권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현재 1위에 오르내리는 선수는 레드불의 맥스 베르스타펜, 페라리의 찰스 레클레르, 레드불의 세르지오 페레즈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번 시즌 메르세데스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루이스 해밀턴의 기량이 기술적인 문제인 폴포이징 때문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일각에선 이미 2021시즌이후 전성기를 지났고, 새로운 강자로 막스 베르스타펜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남은 시즌 에어로 개선이 시급
어찌되었건, 이번 2022 시즌에서 폴포이징을 정복하는 팀이 남은 라운드의 1위를 탈환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페라리팀은 F1에서 가장 오랜 경험을 토대로 이번 폴포이징 공기역학 문제의 해결책을 곧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개선된 에어로 파츠를 적용해서 남은 시즌에서 폴포이징을 잡고 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이번 시즌 안에 폴포이징 문제가 잡히지 않으면, 당장 2023 시즌부턴 FIA가 다시 차체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지속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이번 폴포이징 현상은 갑자기 커진 바퀴가 문제로 지목된다. F1 차량은 본래 차량 하부쪽으로 흐르는 공기보다는 차체 상부로 흐르는 공기흐름을 제어하는데 맞춰져 있다. 그런데 바퀴가 5인치나 커지면서 차체 하부로 공기가 생각보다 많이 흐르면서 기존 다운포스를 망치는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향후 차량 하부 디퓨저(diffuser)를 비롯한 에어로파츠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폴포이징으로 드라이버들은 강력한 코너링에서 겪는 중력가속도(G-force)외에도 상하로 떨리는 증상으로 인해 상당한 신체적 고통이 축적되고 있다. 따라서 마지막 라운드까지 지구력이 강한 드라이버가 승리에 더 가까워질 가능성도 크다. 그만큼 그동안 얼마나 신체적 트레이닝으로 이런 악조건에 대비했는가가 빛을 낼 수 있다.